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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만 데리고 일본에 다녀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을 샀다. 이번에 일본에 다녀온 뒤로 실버라는 글자에 좀 꽂혔던 것 같다. 핫핑크색 표지에 검정색 픽셀에 실버라는 글자에 반해 읽게 되었다.
여행가면 늘 관광지만 다녔는데 이번에는 현지인들이 바글바글 한 백화점 지하상가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낼 일이 있었다. 작고 귀엽고 달달하고 먹기 아까워보이는 초코렛, 화과자, 쿠키, 디저트 등등을 파는 구역에 앉아 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한 분, 두 분, 설레는 표정으로 쇼케이스를 들여다 보는 모습이 쇼케이스 반대편 거울을 통해 보였다. 많이들도 사지 않으신다. 히토쯔! 한 개 두 개 사면 정말 온 정성을 다해 꽁꽁 포장하고 박스에 넣어 리본까지 칭칭 감아 건네주었다. (비싸.. 아주 비싸서 그런지 포장도 +++정성이 가득했다)
보조기구에 의지해서 왔더라도, 지팡이에 의존해서 왔더라도 하나같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리본이 예쁘게 묶인 작은 네모난 손잡이 달린 박스를 들고 돌아설 때 표정이 너무 좋았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되도 단거 좋아해?”
음... 몸만 나이 먹는거야, 뇌 속에 기억만 늘어나는 거야. 어떤 날 일어나면 20살 같기도, 어떤 날 잠들기 전은 40살 같기도 그럴걸... 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생각 많은 첫째에게 너무 많은 생각거리를 주기 싫어 “오브코스” 하고 말았다.
자, 그날 이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의 광고전광판에도 실버, 저출산, 고령화 글씨만 보이고 급기야 잠시 들렀던 서점에서는 아이러니한 3가지가 섞인 이 책을 손에 들고 나오게 되었다. 오늘도 서론이 길었다.
★★★
이 책의 배경은 미래다. 그리고 거기엔 귀자라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그리고 남자라곤 모오오옷된 M 놈 하나랑 잠시 등장한 아기아빠 뿐이다. 나머지는 온통 여자들이다. 70 넘은 주인공 귀자도, 인공눈알의 귀자 친구도, 멋진 오토바이로 마지막 주자가 되어 아가를 병원까지 데리고 간 미미도, 심지어 구급대원까지도 모두 여자다. 주인공의 기억속에 등장하는 성당의 등장인물까지도 수녀님이 전부다.
왠 모질이들이 보면 또 페미니즘이다 어쩌다 하겠지만.. 뭐 현실 반영이 많이 된것 일뿐이다. 고령화시대, 여자가 더 오래산다구 하잖아? ㅋㅋㅋㅋ
소설은 단 몇시간의 내용이다. 아픈 아가를 데리고 병원까지 가는 길. 그 여정에서 주인공의 심리 묘사다. 주변 환경 묘사는 최첨단택배차, 그리고 아가를 넣어 옮기고 있는 무중력 상태가 가동되는 택배박스(?) 또 병원까지의 길, 드림랜드 사태를 보여주는 북극곰이 전부다. 아주 잠시 M 의 인생에 대해 설명 된 것이 좀 있긴하지만 채 몇장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아이에게 답해주려 했던 말이 생각났다.
“
귀자의 심리를 세세히 거의 실시간 단위로 써내려갔는데 그럴 때 귀자는 70살의 그릇에 담긴 40살의 50살의 때론 20살의 용감하고 사명감있고 책임감 있는 여자다.
아기는 목적지인 병원응급실에 잘 도착했고, 귀자는 마을에 단 한 대였던 최첨단 차량이던 택배차와 떨어져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온다.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조끼도 없이 홑몸+의족에 의지한채.
스포가 될까 삼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것이 내용의 전부다. 중간에 길을 잃고 책을 덮어버리지만 않는다면 마지막 장을 읽고나서 생각할 거리가 많을 것이다. 미래의 세계, ICBM에 맞아도 끄떡없을 것 같은 택배상자, 사이보그 느낌의 의족, 크롬!!!을 외칠법한 M, 북극곰 까지도 전부 다 부수적인 것일 뿐,
책의 주(主)는 미래에 사는 용감하고 사명감있고 책임감 있는 끝까지 당당한 여자, 귀자이다. 그 귀자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생각들, 변화들, 느낌들이 결국 이 책의 내용이었다.
이책은 SF소설이지만, 다 읽고나서 와 상상 한번 신박하네 하고 며칠 뒤 잊히는 내용이 아니다. 아무리 먼 미래에도 눈앞의 난관, 복병, 별의 별 것들을 해치고 해내야 할 일을 해내는 여성은 그때도 있을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꽤 오래 생각난다. 귀자의 나이에 나는 어떨까 그때의 세상은 어떨까 까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언젠가 나도 겉은 늙어도 마음 속은 어떤날은 20살, 어떤 날은 40살.. 그런 생각을 하는 70살이 오겠지 그때 되면 나도 백화점 지하에서 비싼 케익 하나 설레는 표정으로 사서 집에 가고 있을까? (+feat. 지팡이와 경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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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가 가미된 할머니 영웅 소설. 그렇지만 할머니라고 우리가 아는 노인을 생각하면 안된다. 아이를 위해서 영웅이 된 만큼 감정적으로 움직이지만 그 안에 노인의 인생 기술과 SF적인 요소가 섞이면서 블록버스터 급의 영웅 소설이 되었다. 마치 매드맥스 같은 할머니 귀자의 다인이 병원 보내기 작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