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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 빚어낸 발효 음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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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업이 만든 B 요구르트의 광고를 보며 성장한 세대인 나는 ‘불가리아’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마다 어김없이 장수 국가의 이미지가 떠오르고는 한다. 요구르트는 대표적인 유산균 발효유로, 이를 마시면 소화가 촉진되며 위장이 편안해진다고 많은 이들은 알고 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유산균 발효 제품이 출시돼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정에서 직접 그릭요거트 만들기를 시도하
"미생물이 빚어낸 발효 음식의 세계" 내용보기
A기업이 만든 B 요구르트의 광고를 보며 성장한 세대인 나는 ‘불가리아’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마다 어김없이 장수 국가의 이미지가 떠오르고는 한다. 요구르트는 대표적인 유산균 발효유로, 이를 마시면 소화가 촉진되며 위장이 편안해진다고 많은 이들은 알고 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유산균 발효 제품이 출시돼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정에서 직접 그릭요거트 만들기를 시도하는 열정적인 이들도 꽤 많이 존재하는 걸로 안다.
처음부터 발효 음식이 각광을 받지는 않았을 거 같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을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이 처음부터 쉬웠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발효 음식의 과학’은 일종의 역사서와도 같았다. 발효 음식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됐는지를 살펴보는데, 발효 음식의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저자가 서양인이었으므로 와인과 맥주, 빵, 치즈, 요구르트 등 서양에서 비롯된 것들이 주를 이룬 점은 당연했다. 분량만을 놓고 보면 조금에 불과하지만, 김치가 당당하게 목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 눈길이 갔다. 책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고추장, 된장 등 우리나라의 장류 또한 어디에 내놓아도 인정 받을 발효 음식임을 고려한다면 미생물과 우리 삶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것이 분명했다.
예상했던 대로 처음부터 인류가 발효 음식을 능히 다룰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기술적인 미진함도 있었으나, 인식 측면에서도 그랬다. 공중보건을 중시하는 움직임은 미생물을 세균의 일종으로 여기게 만들었으며, 이는 발효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미 수백 년 동안 즐겨온 피클이나 와인 등에 균이 드글거린다는 생각이 이들 음식으로 인해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낳았다. 가정이나 마을 단위에서 이루어지던 생산이 멎게 된 건 자본주의의 팽창에 따른 것만이 아니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대량 생산을 감당할 수 있는 주체들은 국가의 인증을 받음으로써 스스로의 안전을 증명함과 동시에 기존 생산 방식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공장 견학 등의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쇼’에 불과했으나 안전에 민감한 대중의 욕구에 부합하는 방식이었다. 실상 기업이 초점을 맞춘 건 위생 아닌 대량생산이었다. 안전해 보이는 생산방식이 식품을 구성하는 성분의 안전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었음에도 사람들은 안도했다. 세균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됨에 따라 발효 음식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또한 바뀌었다. 모든 균이 나쁘지는 않다는 이해가 있었기에 발효 음식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소수의, 세균 관련 지식을 지닌 이들이 성실한 연구를 통해 밝혀낸 세균 다루는 방법이 여기에 불을 지폈다. 인류가 오늘날처럼 건강해진 데에는 부의 증가도 일정 부분 기여했겠으나, 발효 음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섭취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지 싶다.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맹신은 금물이다. 발효 음식을 신봉한 나머지 오로지 발효 음식만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도리어 건강을 잃으리라는 게 분명하다. 더구나 소시지와 발효육처럼 건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효 음식도 존재한다. 각종 첨가물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나, 소시지가 실제 역사를 무너뜨린 사례를 책에서 접할 수 있었다. 벌거벗은 채 채찍을 휘두르는 젊은이들과 그들에게 무한정 제공된 소시지. 루페르칼리아 축제는 기독교인들에게 미개한 이교도인들의 모습으로 여겨졌을 터다.
그래도 인류는 발효 음식에 힘입어 성장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발효 음식은 저장이 용이했다. 부족한 식량, 영양 결핍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열쇠 기능을 발효 음식은 훌륭히 수행해주었다. 미지의 세계로 대항해를 떠났던 이들 또한 발효 음식에 눈을 뜨면서 생존 귀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엄마는 얼마 전 장 담그기 키트를 구매하셨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 제품이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며. 무척이나 수고스러울 줄 알았는데 방법은 간단했다. 이 정도의 간편함이라면 누구나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을 듯했다. 생각보다 발표 음식의 문턱은 낮았다.
q*****2 2025.03.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