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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멀어 3시간이 넘는 거리를 2년째 매일 출퇴근하다 보니 이제는 나름대로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지금은 교통 편이 좋지 않아서 차를 직접 운전해 다니지만, 나는 웬만하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대중교통 예찬론자다. 특히,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던 시절이 정서적으로는 가장 풍요로운 생활을 하지 않았나 싶다. 지하철과 버스로는 10년 넘게 출퇴근했었는데, 그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건 책을 읽을 수 있어서다.
10년도 더 되었지만, 그때에도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간혹 신문을 보는 사람이 있었고, 거의 대부분은 핸드폰을 보거나 음악을 들었다. 그것도 아니면 잠을 잤다. 장거리 출퇴근은 삶의 질을 급격히 하락시킨다는 연구조사도 있었는데, 가까우면 좋긴 하지만 조금 멀다고 해서 그렇게 불평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삶의 질까지 들먹이는 건 아직 시간의 활용에 서툴러서 일 거다.
평소에 시간을 따로 내어 책을 읽기가 쉽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하루 세 시간씩 일주일에 열다섯 시간 책을 읽는 환경에 놓인다면 두껍고 진도가 나가기 어려운 책도 일주일에 완독이 가능하다. 한주에 한 권이면, 일 년에 52권이고, 주말에 추가로 책 한 권을 더 읽는다면 일 년에 백 권 읽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책을 몇 권 읽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책 읽는 습관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방법 아닐까 생각한다.
지하철이 움직일 때 강하지는 않지만 규칙적으로 몸에 전달되는 진동이 주는 리듬감과 내용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크지 않은 낯선 이들에게서 들려오는 대화소리는 책을 읽는 데 가장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너무 시끄러워도, 또는 너무 조용해도 집중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침에 책을 읽으면서 직장에 가면 그 책이 주는 에너지가 하루를 상쾌하게 한다. 가끔 책을 읽다가 잠에 빠져들기도 하고, 너무 읽는데 집중해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적도 있다.
대중교통만큼은 아니지만, 자차로 출퇴근하는 3시간도 그냥 허투루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다. 오디오북을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라디오나 음악을 들어보기도 했지만, 내 취향이 아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팟캐스트 방송이다. 팟캐스트는 학술, 교양, 오락, 시사까지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골라서 들으면 된다. 물론, 라디오 방송도 팟캐스트로 들을 수 있다.
2014년에도 출퇴근을 자차로 했는데, 그때 내가 애착을 갖고 들었던 팟캐스트가 ‘신형철의 문학 이야기’였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운영하고,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진행을 맡았다. 작가들이 출연하기도 했는데, 나는 인터뷰보다는 신형철이 문학에 대한 단상을 조용하면서 명료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좋았다. 문학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신형철이 들려주는 시와 소설과 문학에 대한 해설은 너무도 명징해서 쉽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금은 종방이 되었지만, 가끔 그때의 방송을 다시 듣는다.
그때 방송에서 초대손님으로 도정일 선생이 나왔는데, 이 책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을 펴내고 얼마 안 되었을 시점이었다. 그 방송을 다시 들어보니 신형철이 도정일 선생의 책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를 극찬하는 대목이 있다. 도정일 선생이 평론가로 활동할 때 출판한 문학 에세이인데, 너무 오래된 책이라 비교적 최근작인 선생의 산문집을 찾아 읽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책은 아니지만, 짤막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들이 많이 담겼다. 도정일 선생이 기적의 도서관을 기획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의 인터뷰도 마음에 들었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진실되고,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과 포용력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그에게도 그런 기품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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