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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서 실종된 호르드 초원을 종횡무진
"세계사에서 실종된 호르드 초원을 종횡무진" 내용보기
몽골제국은 알지만 킵착칸국은 알듯 말듯, 칭기스칸은 알지만 주치와 바투는 알듯 말듯 한 게 현실이다. 실크로드가 중국에서 중동으로 이어진다고만 알았지 그 광활한 초원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했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몽골이 결국 4개의 칸국으로 분열됐다고 배웠지만 200여 년간 이어진 제국의 흥망성쇠를 끝까지 배운 적이 없다. 우리가 배운 몽골은 칭키스칸과
"세계사에서 실종된 호르드 초원을 종횡무진" 내용보기
몽골제국은 알지만 킵착칸국은 알듯 말듯, 칭기스칸은 알지만 주치와 바투는 알듯 말듯 한 게 현실이다. 실크로드가 중국에서 중동으로 이어진다고만 알았지 그 광활한 초원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했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몽골이 결국 4개의 칸국으로 분열됐다고 배웠지만 200여 년간 이어진 제국의 흥망성쇠를 끝까지 배운 적이 없다. 우리가 배운 몽골은 칭키스칸과 원나라와 삼별초뿐이다. 역사책 좀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호르드', 즉 킵착칸국이라는 국명이 생소하고 무지한 건 이런 역사공부의 한계 탓이다.

최근 유목제국사를 연달아 읽는 중이다. 흉노, 돌궐, 위구르, 몽골의 역사를 몇 권의 통사로 읽었다. 최근의 저작들은 하나같이 유목제국들이 세계사에 끼친 강력한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유목제국들은 초원지대에 뿌리를 두고 때로는 정주지역을 정복하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 남겼다. 기존의 역사서는 이런 유목민들을 침략과 파괴를 일삼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린 변방의 아웃사이더로 평가절하했지만 최근 여러 학자들이 유목민과 유목제국의 진가가 재평가하고 있다. 요약하면 유목제국, 특히 팍스몽골리카 시대에 비로소 세계는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으며, 물자와 화폐를 넘어 문화, 종교, 인종 등이 섞이고 재창조되는 글로벌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몽골제국은 거대한 용광로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칭기스칸 사후 네 아들, 즉 주치, 우구데이, 차가타이, 톨루이는 각자의 오르도(유목조직)를 이끌고 각자의 울루스(칸국)를 다스리기 시작하였다. 이때 몽골제국 내의 칸국은 개별적인 국가라기보다는 느슨한 연방국가에 가깝다. 네개의 칸국 중 대칸이 다스린 중국의 원나라, 대칸과 같은 톨루이 가문이 다스린 중동의 일칸국 등은 정주문명의 영향으로 많은 기록과 유적을 남겼다. 반면 킵착에서 러시아에 이르는 초원을 다스린 킵착칸국, 즉 호르드는 당시 세계사에 미친 막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에서 사라져버렸다. 끝까지 고수한 유목종족의 특성, 굴욕적인 과거사를 지우고 싶은 러시아 등과 관계가 깊다. 그러나 호르드는 실크로드, 즉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한 고속도로를 만들었고, 인종과 종교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도시와 시장을 운영하였다. 이른바 '몽골의 교환'은 호르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궁금하다. 대다수의 세계사 교과서는 몽골제국의 등장에 호들갑을 떨지만, 정복전쟁과 영토의 크기에만 집중할 뿐 진정한 세계제국의 가치와 역할엔 무관심하다. 몽골제국의 붕괴와 칸국들의 부침에 대해서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아예 모르는 척한다. 그래서 세계사 연표는 몽골 이후에 티무르, 오스만으로 두루뭉술 넘어가버린다. 이 중간에 호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한 문장도 없다. 우리가 세계사를 다시 읽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호르드의 역사를 읽고 내 머릿속에 텅 비어있던 13~15세기의 공간이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이 주는 정보와 별개로, 저자인 마리 파브로의 문장, 입담도 담백하다. 스토리텔링 능력이야말로 역사책을 쓰는 이의 첫 번째 조건임이 분명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u 2025.01.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