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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란 작가도 히가시노 게이고 만큼 다작을 하는 작가인 모양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추리 혹은 스릴러 방식을 취하는 것은 같을 지라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다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을 주제로 삼고 뭔가 생각의 꺼리들을 남겨준다면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같은 추리라도 유머를 빼 놓지 않는다. 일명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는 독특한 작풍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을 읽으면서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미스터리를 같이 풀어가고, 웃어야 할 타이밍에서는 웃으면 된다. 너무 심각할 필요도 머리 아프게 너무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까.
▶ 어중간한 밀실 지붕이 없는 밀실. 그래서 일명 어중간한 밀실. 즉 테니스 코트 장에서 남자 시체가 발견 된다. 테니스 코트는 안에서 잠겼고, 주변에는 4미터 높이로 철조망이 쳐져 있다. 범인은 왜 안으로 잠긴 테니스 코트로 들어간 것일까? 안에서 잠그고 철조망을 넘어 도망친 것일까? 젊은 탐정과 작가가 신문기사를 보고 이 사건을 파헤친다.
▶ 남쪽 섬의 살인 빈과 미키오는 오카야마 대학에 재학 중이다. 어느 날 그들은 태평양의 남쪽 섬으로 여름휴가를 떠난 가시와바라 노리오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노리오는 우연히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되고, 그 사건을 편지로 친구들에게 보냈다. 자신이 머물던 섬. 그곳에서 전라의 남자가 파라솔 아래에 시체로 발견된 것. 전날 우산이 없어 비를 피하려던 노리오는 우연히 그 집에서 차 한 잔을 얻어먹고 우산을 빌렸던 것. 노리오가 말하는 태평양의 섬은 어디고, 남자는 왜 전라의 모습으로 죽어간 것일까?
▶ 대나무와 시체 빈이 아르바이트 하는 다치바나 헌책방에 놀러간 미키오. 우연히 그곳에서 오래된 신문 기사를 발견한다. 그 기사는 대나무 위에서 목매단 노파의 이야기다. 17미터가 되는 곳에 노파는 어떻게 올라갔고 어떻게 목을 매단 것일까? 미키오와 빈의 추리가 시작된다.
▶ 10년의 밀실?10분의 소실 노리오가 어느 날 미키오와 빈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낸다. 노리오는 산속에 비밀의 온천탕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갔다가 진흙탕에 차가 빠진 여대생 미야코를 돕는다. 미야코와 이야기 하던 중 그녀가 품은 의문의 사건에 호기심을 드러내고 사건을 밝혀내려 한다. 미야코는 10년 만에 어릴 적 살던 집에 방문한다. 유명한 화가였던 아버지가 의문의 자살을 한 것. 미야코의 옛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된 노리오는 다음 날 아침 불과 몇 분전까지 존재했던 미야코 아버지의 작업실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일을 겪게 된다. 이 사건의 진상을 편지 하나로 알아내려는 미키오와 빈. 과연 알아 낼 수 있을까?
▶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 연말, 나카야마 경마장에서 열린 아리마 기념 경주가 한창 일 때 돈가스 가게 ‘쓰루야'의 주인집에서 폭행, 도난사건이 발생한다. 유력한 용의자가 있지만 그를 범인으로 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빈과 후배 마코토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깰 수 있을까?
사건 현장을 보지 않고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주인공들이 있어 재미있다. 살인 사건은 현장에 범인의 흔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들 주인공은 현장을 보지 않고 오로지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력으로 사건을 재조명한다. 어떻게 보면 현장에 있던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현장을 꽤 뚫어본다. 그 과정들이 이 책을 읽게 하는 즐거움이 된다. 어떻게 보면 어리버리하고, 또 어떻게 보면 어리숙한 두 남자. 하지만 그들은 추리할 때마다 빛이 난다. 사건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듯. 그렇게.
추리 소설이 어둡고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유머가 있는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무겁지 않고 웃으면서 읽을 수 있으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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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솔직히 말해서 여기 수록된 작품들이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아마 그런 기대로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퍽 유쾌하게 읽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릭의 사용이라던가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 등이 잘 살아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기 수록된 작품들이 그의 데뷔작을 포함해서 모두 초기에 창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한 작가의 연원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기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소위 ‘안락의자 탐정’에 대한 향수를 일으킨다.
나도 그렇겠지만 대부분의 추리소설
독자들이 가장 먼저 접한 것이, 그러니깐 추리소설에 입문한 계기가 ‘안락의자
탐정’에 의해서일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안락의자 탐정’이란 누군가? 위키백과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안락의자 탐정(armchair detective)은 범죄 현장을 직접 살펴보거나 증인과 면담을 하는 등의 행동적 수사를 전혀 또는 거의 하지 않는 가공의 탐정 유형을 말한다. 대신 안락의자 탐정은 신문 따위에 올라온 범죄 기사를 읽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말을 통해서만 사건의 진상을 추리한다. 안락의자 탐정은 실제 수사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 바깥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독자는 안락의자 탐정과 똑같은 처지로서 공감하기 쉬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용어는 1893년 셜록 홈즈가 자기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를 더러 안락의자에 앉아서 모든 걸 다 알아내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하는 부분으로 추측된다.
최초의 안락의자 탐정은 최초의 소설 속 탐정이기도 한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이다. 《마리 로제의 미스터리》(1842년)에서 뒤팽은 신문 기사만 뒤적거리면서 한 젊은 여성이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오르치 남작부인의 구석의 노인은 노상 식당 구석자리에 앉아서 여기자에게 세간의 화제가 되는 사건의 진상은 사실 이런 것이라고 썰을 푸는데, 어째서인지 늘 노인의 말이 맞는 식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후대의 작품에서는 제인 마플처럼 완전한 안락의자 탐정도 있지만, 셜록 홈즈나 에르퀼 푸아로 처럼 경우에 따라 탐문형 수사를 하기도 하고 안락의자 추리를 하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5%88%EB%9D%BD%EC%9D%98%EC%9E%90_%ED%83%90%EC%A0%95)
아무리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첫사랑은 대체로 미화되기 마련이다.
객관적이 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비판하거나 지적할 수도 없는 게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그런 의미이고, 그래서 그것이 ‘첫사랑’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추리소설
마니아가 소설가가 되었을 때 ‘안락의자 탐정’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것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향수나 그리움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성적으로 수긍할 수 없지만 마음에서 계속 시키니깐.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여기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이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작을 포함한
초기작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부분은 더더욱 납득이 간다.
작가의 소설가적 고민은 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대나무와 시체」에서 1인칭 화자의 입을 빌려 말하는 부분을 함께
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안락의자탐정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있다는 정도는 미스터리 소설의 상식으로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안락의자탐정이란 탐정 역이 현장에 가지 않고 신문 기사 같은 한정된 실마리를 통해 사건을 추리하는 특수한 형식을 가진 미스터리를 말한다. 세상에 범람하고 있는 미스터리 중에는 안락의자탐정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많지만, 그 내용에는 실망스러운 것도 적지 않다. 왜일까 원래 신문기사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는 건 당연하다. 그 적은 정보량을 추리력으로 보충해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게 안락의자탐정의 실력(혹은 작가의 실력)인데, 이야기는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않는다.
어쩔 수가 없이 작가는 신문기사보다 좀더 정보가 많은 인물(형사라든가 신문기자, 또는 피해자 가족이나 연인)을 탐정 역의 파트너로 기용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쉽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지나치면 이야기가 이상해진다.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안락의자에 앉은 탐정 옆에서 사건에 정통한 형사가 현장 상황, 흉기의 종류, 피해자의 복장, 시체의 해부 결과, 끝내는 용의자의 알리바이나 교우관계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나서야 겨우 탐정이 사건을 해결한다면 그야말로 ‘탐정이 안락의자에 앉아 있을 뿐’, 보통의 미스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이런 작품은 굳이 안락의자탐정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 미스터리관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걸까? (pp.100-101)
그러니깐 만약 이 책에 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면 그것은 작가적 역량이 부족하거나 떨어져서가 아니라, 안락의자 탐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이러한 장르적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안락의자 탐정을
소재로 한 작품을 창작하려는 열망, 그것은 추리소설가라면 한번쯤 당연히 가질 만한 것이다. 더욱이 이제 막 작품활동을 시작한, 의욕이 넘치는 작가라면 말이다.
한 소설가의 혈기왕성했던, 젊었던 시절의 초기작을 본다는 측면에서
여기 실린 작품들을 볼 때 좀더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까닭이다.
가령, 이 책에 수록된 「남쪽 섬의 살인」의 경우는 엘러리 퀸의 『스페인 곶 미스터리』를, 「10년의 밀실 10분의 소실」을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측면에서 보자면 사랑했던 작가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오마주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스터리 마니아인 추리소설가가 ‘안락의자
탐정’ 소설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담아 창작한 이 소설들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건, 나 역시 그런 애정과 향수를 갖고 있는 독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로 그림처럼 기상천외한 트릭이지만, 빈의 설명을 듣고 있는 사이에
아, 그렇구나, 라는 기분이 드니 신기한 일이다. 실제로 범인의 트릭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키는 건 명탐정일지도 모른다. (p.177)
추리소설에서 중요한 건 트릭이기도 하지만, 그 트릭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키는
건 명탐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각 작품에서 제시하는 트릭들과 함께,
그걸 추리하고 풀어가는 ‘홈즈와 왓슨’ 콤비, 빈과 미키오의 활약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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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히가시가와 도쿠야 소설을 보고 재미있어서라기보다 도서관에 책이 있으면 빌려다 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지난번에도 처음에 집중이 안 되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대체 왜 이럴까. 이 책 이카가와 시 시리즈인가 했는데 그것하고 상관없었다. 도서관에 이카가와 시 시리즈 온 거 봤는데, 봐야겠다 생각하니 안 보이다니. 그렇다고 책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보려고 하는 마음이면 언젠가 볼 수 있겠지. 그것을 볼 때도 집중이 잘 안 될까 걱정스럽지만.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아무리 유머 추리소설을 쓴다 해도 처음부터 웃기는 건 아닐 테데, 웃겨서 집중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책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일지도. ‘재미있게’라는 말이 빠졌다. 사람이 죽는 게 싫어지기도 했다. 다른 것보다 추리소설은 보기에 좀 낫다 했는데 그렇게 되다니. 대체 왜 이런지. 이러다 늘 따듯한 소설만 보는 거 아닐까. 아니 그것도 자꾸 보면 어쩐지 기분 안 좋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만 나오니까. 이건 추리소설뿐 아니라 어느 소설이든 그렇구나.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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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번에도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느낌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가지고 돌아 온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실 이번에 출간된 '어중간한 밀실'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작과 초기작품이 들어 있는 책이라고 한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나마 만나게 되어 반갑고 즐겁게 읽었다.
총 5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책의 제목과 같은 '어중간한 밀실'은 소설가란 직업을 가진 나란 화자가 스토리를 이끌고 있고 나머지 4편에서는 다른 화자가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더군다나 명탐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건 현장에 직접 가서 사건을 보고 판단하여 추리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신문, 편지, 오래된 자료들을 찾아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이 같은 방식을 취하는 '안락의자탐정'이란 이름을 스스로 붙이는 두 번째 이야기 '남쪽 섬의 살인'을 밝혀내는 대학생 야마네 빈이 명탐정 셜록 홈즈와 같은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어중간한 밀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성격의 사건이 발생한다. 늦은 밤 젊은 여성들만을 노리는 복면을 쓴 폭행 범에 의한 사건과 공원 부지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나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대학생 도가와에게 얼마 전에 일어난 검은 복면의 폭행범 출몰 기사를 보여준다. 도가와가 들려주는 엉뚱한 이야기.. 허나 그 이야기의 숨은 허점은 의문의 살인 사건을 빗대어 한 이야기다.
'남쪽 섬의 비밀'은 바캉스를 떠난 친구가 보내 온 한 통의 편지..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중년의 남성이 나체로 발견이 된 사건을 풀어 달라는 부탁이다. 이 편지를 읽는 대학생인 화자 나나미 미키오와 그의 친구 야마네 빈... 미키오가 편지를 읽고 툭툭 던지는 말 속에 사건 해결의 힌트가 되는 요소들이 들어 있다. 바캉스의 숨은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사건을 푸는 중요한 열쇠다.
'대나무와 시체'는 오래 전에 발생한 대나무에 매달려 죽은 노인에 관한 기사를 담은 신문을 보고 사건을 추리해 내는 이야기다. '10년의 밀실 · 10분의 소실'은 야마네 빈과 미키오는 친구가 보내 온 편지를 통해 10년 자살 사건과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진 건물의 숨은 비밀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친구는 우연히 한 젊은 여성을 도와주게 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녀가 10년 만에 찾는 집에 함께 가게 되는데... 이 집은 유명한 화가인 그녀의 아버지가 집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곳이다. 그녀는 아버지지의 자살을 믿을 수 없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죽은 아틀리에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마지막으로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에서는 돈까스 덮밥 집 주인이 TV에서 방송하는 경주마 경기를 보며 늦은 점심을 먹는 도중에 누군가의 공격을 받는다. 주인은 분명 의심 가는 사람이 있다. 헌데 그에게는 도저히 깰 수 없는 알리바이 비밀이 숨어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유쾌하게 읽을 수 있어 만날 때마다 반가운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 초기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전의 작품에서 만났던 경쾌한 유머가 살아 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시리즈는 물론이고 교환 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등을 통해서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다음 작품은 어떤 재밌는 사건으로 다시 우리에게 선 보일지...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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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 (東川篤哉)의 초기단편집이다. 정말 좋다. 초기작이 이랬으니 역시나. 이 작가는 다작하며 꽤 오래갈 것 같다.
다섯편의 단편이다. 첫번째 '어중간한 밀실'을 제외하곤, 탐정격의 야마네 빈, 왓슨격의 나나오 미키오가 등장한다.
'어중간한 밀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폭행사건으로 뒤숭숭하던차 안에서 잠겨진 테니스 코트의 한가운데서 칼에 찔린 남자가 발견된다. 4면의 벽과 잠겨진 문, 하지만 천장은 뚫려있다. 어중간한 밀실이다. 핏자국으로도 알 수 없는, 왜 문이 잠긴걸까?
모든게 다주어지고도 탐정격의 풀이에 '아하'할 수 없음에 절망이다. 이 모든게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남쪽섬의 살인', 남쪽 섬으로 피서를 간 친구로부터 온 살인사건. 기후때문에 피해간 집에서 그 다음날 대머리아저씨의 사체가 나체로 발견된다. 정말 뛰어나다. 정말 자세히 읽어야 한다. 지레 짐작은 금물. 모든 것을 의심하며, 스스로의 고정관념 또한 의심하다. 아름다운 여인네가 나체로 발견되는건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대머리아저씨의 나체는 이상하지않나....에서 뒤로 넘어갔다.
'대나무와 시체', 중고서점에서 발견된 오래된 신문. 17미터의 대나무에 매달린 사체, 자살일까 타살일까.
'10년의 밀실, 10분의 소실', 친구로 부터 온 의뢰. 우연히 젊은 처자를 만나 곤경에서 구해주었다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의 편지. 10년전 유명화가였던 아버지는 밀실에서 목매달린 시체로 발견되고, 자살로 판명되지만 그녀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엘러리 퀸의 뛰어난 트릭이 선보인 (그래서 김전일도 쬐금 변형해서 쓴) [신의 등불]에 대한 오마쥬일까.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 금리가 낮아 장롱에 넣어돈 돈, 가게주인은 기념적인 아리마경마 경기를 보며 밥을 먹다 도둑에게 머리를 강타당한다. 가장 강력한 용의자는 알리바이가 없다고 하고 무척이나 경찰의 직관을 찌른다. 하지만, 건너편 너무나 가까이 사건이 일어난 경마경기 직후 그를 보았다는 이웃집 방문자의 증언이 있는데, 과연 말보다 더 빨리 뛰어갔던 것일까.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드는 트릭이다. 엘러리 퀸을 꽤나 열심히 공부한듯하다.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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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미스테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와카타케 나나미를 닮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히가시가와 쪽이 좀 더 가벼운 작품을 쓰는 것 같습니다. 독특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유머,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작가의 개그 덕분에 그의 작품은 추리 소설인데도 무척이나 유쾌합니다. 나도 동감이었다. 범인이 피해자의 배를 칼로 찌른 후의 행동이 아무래도 상상이 가지 않았다. 스스로 안에서 문을 잠그고 일부러 철조망을 타고 올라가 도망쳤다고? 말도 안 돼. "즉, 이건 '실행 불가능하진 않지만 이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건 누가 한 말인가?" "제가 한 말이죠." 도가와는 시원스럽게 대답하고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 18P
나는 격렬하게 낙담했다. "너, 그러니까 결국 이 편지를 읽어줬으면 해서 날 부른 거구나, 에잇!" "그러면 안 돼?"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 게으름뱅이 명탐정 같으니라고!" "아, '게으름뱅이 명탐정'은 심하잖아. 안락의자탐정이라고 불러줘." 지나치게 안락하다, 그의 경우는. - 127P 책 제목처럼 그야말로 '어중간한' 태도입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건을 대하고 진실을 궁리하는 모습과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절대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사건의 진실도, 현장 한 번 들락거리지 않고 그저 주어진 정보를 안락의자에 앉아 듣는 것만으로도 찾아냅니다. 그는 출입문이 잠긴 테니스 코트에서 발견된 시체도, S섬에서 발견된 전라의 남성 시체도, 쇼와 시절 대나무 위에서 발견된 노파의 시체도, 10년 전 아틀리에에서 자살한 화가의 시체도, 마지막으로 후두부를 가격당하고 쓰러졌던 가게 주인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용하다 싶을 정도로 진실에 성큼성큼 다가가는 데 성공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쿨하고 무미건조한 인물이지만 알고 보면 무척이나 뜨거운 명탐정인 셈입니다. 경찰이 싫은 걸까? 야마네 빈의 완고한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후카야마 경감에게 그의 파트너 나나오 미키오가 이렇게 설명했다. 역시 그랬군, 후카야마 경감은 납득했다. - 227P 다만 <어중간한 밀실>이라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종종 있습니다. 아무래도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설정 탓에 주어지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막상 진실이라고 밝혀진 내용이 허무맹랑한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추리력보다는 상상력이 더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 기발함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중간한 밀실>은 분명 대단한 추리 소설이기도 합니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 틈을 다른 매력들로 알차게 꽉꽉 채워놓았다는 느낌입니다. 잔혹한 것은 싫지만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 혹은 무겁고 진지한 사회파 추리소설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어중간한 밀실>로 입장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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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밀실은 역시나 나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다. 늘 생각하던 대로 어중간한 단편들로 이루어 져 있으며 어중간한 추리와 어중간한 탐정 어중간한 스토리 어중간한 추리력으로 어중간한 재미를 주는 책이다. 이런 말 장난같은 어중간한 느낌은 뭐지? 그러면서도 도쿠야 책은 본다. 두꺼운 문학 또는 추리를 읽다 중간에 잡지같은 느낌으로 읽는 책이다. 책은 예쁘고 싸이즈도 아담한 것이 딱 들고 다니며 읽기 좋다.
저 뒤에 문에 보이는 저건 뭘까요?? 전 도쿠야 님의 책 표지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답니다... 저 어중간한 밀실 밀실이니까 밀실 안은 비밀... 절대 직접 안 오시면 알수 없는 공간입니다. 저렇게 표지 활용을 잘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책을 안 읽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냥 편하게 읽기 좋은 도쿠야님을 올만에 어중간한 밀실로 만났습니다. 실제로 어떤 상황이 어중간한건지 설정은 이 책을 보시면 알수 있습니다. 제가 원래 스포...절대 안하는 성격이라.. 리뷰아닌 읽은 흔적 정도니 태클은 안 거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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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에서 아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장르에 있다가도 또 어떻게 보면 아주 가벼워보이는 다른 장르에 있는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이런 부분이 어떻게 보면 그의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형식이 몇 작품이라면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독자들에 따라서 아주 많이 좋아하거나 반대로 아주 많이 싫어할지도 모르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어중간한 밀실>은 표제를 포함하여 총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분량이 적은 편이다. 이번 작품은 그의 초기 작품이라고 하는데,초기 작품인지는 몰라도 이전에 나온 그의 작품들과는 약간은 다른 구성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어서 읽으면서 약간은 지루했었던 이전 작품과는 달리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이른바 안락의자탐정이라는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대부분이 편지나 신문기사 등을 활용하여 사건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사건을 해결해내고 있는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인데,이런 작품은 주인공의 활약을 더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반대로 편지나 신문기사 등 제한된 정보만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자칫 너무 주인공의 추리에만 의존하여 이야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으며 증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자칫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이 점을 작가만의 특유의 유머와 재치,여기에다 다른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인용하는 등의 형태로 활용해내고 있다. 여기에다 몇몇 작품에서는 작품의 범인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와 반전이 아주 인상깊게 남아서 그 전 작품들이 조금 밋밋했던 것과는 달리 긴장감있게 몰입하면서 단숨에 재미있게 읽어버렸다.
특히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는 편인데,이 작품집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물론이고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사건의 전체적인 개요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주인공의 활약을 보면서 왜 내가 아직까지 이런 형식의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마저 느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네번째 이야기로 수록된 중편 길이의 <10년의 밀실·10분의 소실>은 가장 인상적이고 결말 부분이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이전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스타일에 약간 실망했던 사람들이라도 이 작품을 읽는다면 다시 그의 예전 스타일과 반전 결말에 다시 좋아하게 될 것 같다.
2014/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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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없지만 마음은 더더욱 여유가 없어서 책 읽을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비교적 작은 크기에 얇은 두께였던 (다른 일반 소설들에 비해) 이 책은,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였던 까닭에 그 틈을 비집고 굳이 읽을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빠르게 몰두할 수 있어 좋았다. 오징어시로 대변되는 이카가와 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이번 단편들은 총 다섯개의 이야기로 나뉘는데 첫 이야기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우나 결국은 백수의 추리앞에 무릎을 꿇고 밥과 커피를 사주는 어느 초보 작가의 이야기이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머리가 좋은 대학생 빈과 그 친구 (참 불쌍하다, 별다른 특색 없이 그냥 누구의 친구) 미키오의 추리로 이어진다. 직접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하다보니,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말을 스스로 붙여 일컫기도 한다. 뭐랄까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유머로 점철된 언어의 유희를 즐기기도 하고 그에 걸맞는 신조어 등을 만들어내는 것도 역시 즐기는가보다.
아! 진짜 기발한걸? 이라는 생각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수준. 복잡한거 다 잊고 잠깐잠깐 몰두하기 참 좋은 그런 내용. 그래서 내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를 좋아한다. 꼭 미스터리라고 해서 피바람 불고, 으스스하게 스릴 넘칠 이유만은 없지 않는가. 오히려 내게는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 장르가 잘 맞는다 생각되기도 한다. 코지 미스터리가 쉬울것같아도 오히려 그렇기에 더 가벼워질 수 있는 것을 적당하게 완급을 조절해야 하고 게다가 작가의 글솜씨까지 받쳐줘야하니 만만하게 볼 장르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뭐 어느 장르건 글솜씨가 없으면 재미없는건 당연한 이야기지만서도.
사건 설명을 다 듣고 나면 쉬워보이지만, 그 간단해보이는 트릭들도 내 머리로 생각해보기엔 왜 아직도 쉽지가 않은 건지. 미스터리 입문을 늦게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딱 싫어해서 그런건지. 그것도 아니면 남들만큼 방대한 양의 미스터리가 아직 머릿속에 쌓이지 않아 그런건지. 뭔가 의심의 눈초리는 늘 갖고 있지만, 제대로 사건 결말을 예측하고 추론하기는 늘 어려운 나라는 독자. 그래서 상세한 설명이 늘 감사하게 느껴지는데, 그런 게으른 독자를 위해 일침을 가해주기도 한다.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하는 독자에 대한 경고랄까. 그렇게 구경만 하지 말고 같이 고민 좀 해보시죠~ 하는듯 갑자기 건네는 말투에 당황?하게도 되지만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래, 갑자기 주인공이 살아움직이는 것 같아 내가 너무 수동적이었어 하는 생각을 들게도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들 중에서 10년의 밀실, 10분의 소실이 가장 비극적이었고 흥미만점으로 느끼기에는 어중간한 밀실이 다섯 작품 중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17미터 위의 대나무에 목매달아 죽은 할머니의 이야기도 무척 궁금한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빈은 친구 미키오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면서 여유만만하게 사건을 풀어나간다.
짧지만 역시 책은, 미스터리는 내게 자양강장제가 되어준다. 오늘도 힘내어 즐거운 주말이 되도록 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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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미스터리 작품으로 유명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은 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머러스한 탓인지 가벼운 분위기이지만, 그 추리의 구성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게 히가시가와 도쿠야 소설의 특징이다. 본격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본격추리소설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작품들. 이번에 읽게 된 『어중간한 밀실』 역시 그렇다.
책속엔 도합 다섯 편의 단편추리소설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인 「어중간한 밀실」을 제외하곤 나머지 네 작품은 탐정 역할을 맡은 사람과 그 곁의 보조(?) 내지 왓슨의 역할을 담당하는 등장인물이 같다. 그러니, 네 편은 연작단편소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첫 번째 작품만 등장인물이 달라 조금은 의아했다. 아예 모든 작품의 등장인물을 다르게 하던지, 아님 다 같게 하지, 왜 다른 작품들은 탐정 역할이 모두 같은데, 한 작품만 다르게 했을까? 그럼에도 이들 다섯 편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은 이유는 뭘까? 이들 다섯 단편이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인 이유는 간단할 것 같다. 모든 작품들에 ‘안락의자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추리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 『어중간한 밀실』은 ‘안락의자탐정 소설’이다. 아, 또 하나 공통점이 더 있다. 다섯 편 모두 ‘오카야마’라는 곳을 배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섯 편의 단편, 다섯 건의 사건들. 이 가운데 실제 탐정의 추리를 통해 사건이 해결되는 건, 아니 이렇게 말을 바꾸자. 사건 해결에 ‘안락의자탐정’의 추리가 기여하는 사건은 첫 번째 작품 「어중간한 밀실」과 마지막 작품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작품의 사건 속에선 ‘안락의자탐정’이 사건 추리에 실패하는 걸까? 물론 그것은 아니다. ‘안락의자탐정’이 대부분 그렇듯, 소설 속 탐정 역할을 맡은 이인 야마네 빈은 얄미울 정도로 사건을 정확하게 추리해내며 순식간에 진실에 도달하곤 한다. 그럼에도 사건 해결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사건이 해결되었거나, 또는 이미 그 사건이 80년 전의 지나가버린 사건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친구의 치기 어린 의뢰에 의해서거나(이미 범인은 밝혀졌는데, 똑똑한 네가 한번 사건의 개용을 듣고 풀어봐라 는 식.), 또는 낡은 신문에 기사화된 사건을 보며, 정말 ‘심심풀이 땅콩’식으로 사건을 풀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추리과정이 느슨하다거나 설득력 떨어지는 추리라는 말은 아니다. 역시 작가의 소설은 본격추리소설의 매력이 가득하다. 때론 알리바이 트릭을 파헤쳐 해결하기도 하고, 때론 소실 수수께끼를 해결해내기도 한다. 물론, ‘안락의자탐정’인 만큼 사건 현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어진 정보만으로 말이다.
부끄러운 일 하나 밝힌다. 솔직히 난 이 작품 『어중간한 밀실』이 작가의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로부터 시작되는 <아카가와 시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줄 알고 구해 읽었다는 사실. 읽으며 처음엔 황당함, 그리고 나의 무지를 탓했다는 사실. 그럼 뭐 어떤가? 재미난 추리소설을 읽었으면 됐지. 어쩐지 ‘안락의자탐정’ 야마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다는 욕심을 품어보지만, 요즘 이 작가 신작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지라 괜한 욕심은 접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이나 구해 읽어보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