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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두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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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지은이 김연수, 펴낸 곳 마음산책, 224쪽]을 읽고   글을 썼다.작가 김연수가 소설을 읽으며 그가 생각하는 것들을, 마음에 담은 문장들을가려 뽑아 글을 썼고, 그 글들이 잔잔하게 들려온다.감성적인 언어에 작가의 감상이 더해져 들려온다.작가의 소원대로 말하자면 사랑 같은 것이다.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외로움과 과거지사를 통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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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지은이 김연수, 펴낸 곳 마음산책, 224쪽]을 읽고


  글을 썼다.

작가 김연수가 소설을 읽으며 그가 생각하는 것들을, 마음에 담은 문장들을

가려 뽑아 글을 썼고, 그 글들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감성적인 언어에 작가의 감상이 더해져 들려온다.

작가의 소원대로 말하자면 사랑 같은 것이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외로움과 과거지사를 통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의 옆에는 화성이 있고, 금요일의 옆에는 토요일이 있고, 편의점에

갔더니 레종의 옆에는 던힐이 있더군요. 공원에 갔더니 메타세쿼이아의

옆에는 느티나무가 있고, 책꽂이를 보니 시집 ’사무원‘ 옆에는 과학책 ’여섯

개의 수가 있고, 창밖을 보니 바람 가장 가까운 곳에는 흔들리는 나뭇잎이.

아마도 살아가면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찬사는 “내 옆에는

네가 있어”라는 말이 아닐까요.

『풍선을 샀어』를 읽은 작가의 감상 글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창밖을 향해 목을 길게 빼곤 아우우, 아우우, 짐짓 구슬피 우는 시늉을 하고

싶어 하는 작가가 살며 겪은, 소소하지만 아름답고 가슴 저렸던 어떤 순간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소중하다.

작가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순간의 소중함'을 자주 이야기한다.

언젠가 친구 아들이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여자애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는

자기만 보라고 말했다며, ‘정말 골칫덩어리네’라고, 아무 생각이 없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세상 사람들은 가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인생을 바칠 결심을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해 준다.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게 된 건 그렇게 아무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

덕분이라고 믿어도 되나?, 정말 그래도 되나? 하는 물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가는 다시 말해 준다.

좋다는 느낌이 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중에는 이런저런 것들 생각할

게 많아질 테니까, 어쨌든 지금은 그냥, 원하는 것만을 원하기로 하자고

설득한다.

"날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길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달라진다."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작가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되어갔다는 말도 들려준다.

그러면서 잔뜩 으스대며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단다.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쓰지 말고,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쓰란다.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형식적인 것들뿐이니,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잊지

못할 음식을 먹고, 그날의 기온과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으란다.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형성돼 있으며,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이상 강의

끝이라고 조금은 뻔뻔하다(?) 싶게 말한다.

학교 근처에 ‘37.2’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를 드나들 때는

나름대로 두 연인이 서로 안고 있으면 도달하는 체온이 아닐까, 추측했단다.

그러니까 외롭지 않은, 평상시보다는 조금 따뜻한 온도라고.

그러하여 36.5도라는 정상 체온이, 가끔씩은 그게 외로움의 온도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란다. 혼자 있을 때의 체온을 뜻하는 것이라서.

신경숙 소설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감상 글에도 외로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혼자라는 걸 강조한다.

외로움이라는 거, 혼자 있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낀다는 건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저자는 불편하단다.

한때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타조가 거북이를 부러워하는 일이나 마찬

가지라고 강변한다.

그렇게 해서 지난 팔 년 동안 거의 매일 글을 썼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리고 더 대단한 것은 지난 팔 년 사이에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사람이 돼

갔다는 점이란다.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아주 서서히, 하지만 지나고 보니 너무도 분명하게.

그래서 소설가로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서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됐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부럽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도 날마다 하여서, 나은 인간이 되었다는

자부심이, 그 자존감이.

김사과의 ‘미나’에 대한 감상 글에서는 이런 구절이 기억하고 싶다.

‘뭔가가 우리를 막아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그걸 뚫고

지나가는 일입니다. 계속 달리세요. 끝까지.

멈추지 말고, 계속 움직이세요.’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에 대한 감상 글도 어쩜 첫사랑이 살던 집 같았다.

‘저는 순간瞬間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눈꺼풀이 한 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오는 그 짧은 찰나 말이죠. (중략)

자, 여기 달걀이 하나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달걀은 떨어져 박살이 납니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주인공은 주저앉아 엉엉 웁니다. 사실 저는 조국이나

민족을 위해서 엉엉 우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계란말이를 먹다가 옛 애인이 생각나서 우는 사람은 봤습니다.

그게 다 우리가 보낸 순간들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순간의 소중함에 대하여 묵념이라도

하고 싶다.


[뒷이야기]

날마다 글을 써서일까?

뜻밖의 재미난 글을 읽는 즐거움도 누렸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에는 웃음소리를 직접 인용한, 형용한 대목이 적단다.

그래서 감정 표현에는 점잖은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솔직한 만화를 대상

으로 웃음소리를 찾아보았단다.

웃음소리가 가장 많은 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서너 가지 예를 옮겨 적어야겠다.

o 숨을 모아 한꺼번에 내보내는 소리에 가장 가까운 ㅎ 자음에 일곱 모음을

결합한 형태로 빈도수가 가장 높다.

하하, 허허, 헤헤, 호호, 후후, 흐흐, 허허

핫핫핫, 헛헛헛, 헷헷헷, 호호홋, 후훗, 홋홋, 힛힛힛

o 몇몇 작가만이 쓰고 있는 경우

우후흥, 후아, 헐헐헐, ㅎㅎㅎ, ㅍㅍㅍ

o 헛웃음, 냉소

피식, 픽, 푸시시, 피시식

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2025.02.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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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연수 작가님의 고향인 김천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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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연수 작가님의 고향인 김천에 다녀왔습니다. 여기저기 오얏꽃과 벚꽃이 만개하던 계절에요. 다시 읽어보려고 전자책으로 샀던 이 책을 다시 꺼내읽고있습니다. 봄에 특히 더 예쁜 김천에서 나고자란 작가님의 어떤 소설 속 문장을 읽고 밑줄을 그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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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연수 작가님의 고향인 김천에 다녀왔습니다. 여기저기 오얏꽃과 벚꽃이 만개하던 계절에요. 다시 읽어보려고 전자책으로 샀던 이 책을 다시 꺼내읽고있습니다. 봄에 특히 더 예쁜 김천에서 나고자란 작가님의 어떤 소설 속 문장을 읽고 밑줄을 그었을지요. 
j******3 2024.05.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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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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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이 몇 년 동안 읽었던 소설에 대해서 소개해주는 내용. 시 버전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소설부터 보고 싶어서 얘만 먼저 샀어요. 본인이 읽고 감명 깊었던 부분을 소개해주시고 사이사이 본인의 생각을 적어놓으셨는데, 그 문장들이 너무 예쁘고 좋았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보여주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보여주고. 청춘의 문장들과 함께 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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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이 몇 년 동안 읽었던 소설에 대해서 소개해주는 내용. 시 버전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소설부터 보고 싶어서 얘만 먼저 샀어요. 본인이 읽고 감명 깊었던 부분을 소개해주시고 사이사이 본인의 생각을 적어놓으셨는데, 그 문장들이 너무 예쁘고 좋았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보여주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보여주고. 청춘의 문장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m******6 2020.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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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울림있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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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연수가 사랑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문장들, 말하자면 사랑 같은 것!<청춘의 문장들>(http://blog.yes24.com/document/11126249)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어딘가의 문장과 누군가의 생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고도원의 아침편지>(http://www.godowon.com/)와 비슷하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보다 조금 더 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과 그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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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연수가 사랑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문장들, 말하자면 사랑 같은 것!

<청춘의 문장들>(http://blog.yes24.com/document/11126249)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어딘가의 문장과 누군가의 생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고도원의 아침편지>(http://www.godowon.com/)와 비슷하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보다 조금 더 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과 그 누군가가 다르다는 점이 다르다.

책 한권을 온전히 읽기에 바쁜 현대인에게 어쩌면 필요한 책일 지도 모르겠다고 책을 처음 읽을 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는 것을, 그냥 알았다. 비록 처음 보는 생소한 글들이 많았지만 --때론 어디선가 읽었던 글들도 아주 조금 있다-- 그 글에는 울림이 있었다. 그런 울림 때문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알게 되었다. 책을 읽어갈 수록 이 책이 좋아졌다. 그런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두 문장씩 적었더랬다. 그리고 이 글을 쓸 때 모두 지웠다. 그냥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을 굳이 그 많은 것을 적어야하나 싶어서.

시에 대한 책도 있기에 구입하려 찾아보니 절판되었네. 근처 중고서점에도 없고. 한동안은 중고서점을 열심히 검색해봐야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i 2019.03.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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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우리가 보낸 순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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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에세이를 더 읽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책만은 읽고 싶었다. <우리가 보낸 순간>은 2부 구성인데 각각 시편과 소설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만약 <우리가 보낸 순간>을 읽고 싶었다면 시편부터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김연수의 에세이를 더 읽을 마음은 없었고 단지 소설편만을 읽고 싶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내가 오래 전부터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담아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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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의 에세이를 더 읽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책만은 읽고 싶었다. <우리가 보낸 순간>은 2부 구성인데 각각 시편과 소설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만약 <우리가 보낸 순간>을 읽고 싶었다면 시편부터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김연수의 에세이를 더 읽을 마음은 없었고 단지 소설편만을 읽고 싶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내가 오래 전부터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담아둔 글들이 있는데 거기 있는 김연수의 글이 바로 이 책에 실려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실린 글 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연수의 글이 있는데 그 글의 원본 역시 바로 이 책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자도 좋은 글이지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후자의 글 때문이다. 신형철은 이 글 중 다음과 같은 부분을 인용했다.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글쓰기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신형철은 이 글이 ‘위로’가 된다고 언급하였으나 동시에 단지 읽고 쓰는 것만으로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음을, 피 흘리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음을 말한다. 그 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읽고 쓰는 일을 그가 숱하게 말한 바와 같이 어렵고 괴로울 지언정 행복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라서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매일 읽고 쓰는 일은 피 흘리는 일이다.


신형철의 책 속에서 발견한 저 문장을 읽고 나서 나는 언젠가 꼭 원문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문을 읽은 것은 사실 이 책을 사기 이전이다. 몇 달 전으로 기억하는데 글쓰기가 너무 힘들었던 나는 무심코 위에 적은 김연수의 문장을 떠올리고는 인터넷에 그 글을 검색해 보았다. 혹시나 했는데 누군가 브런치에 원문의 상당량을 옮겨둔 게 있었다.(그게 원문이 아니라는 건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나는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그 글을 연거푸 읽었고 몇 가지 문장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시나 소설을 쓰는 일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매번 똑같이 힘들다는 말이나 한 번의 비난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섯 번의 칭찬을 필요로 한다는 말 혹은 만약 당신이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 끊임없이 비난을 가하고 있는 거라는 말과 무엇보다도 이 책을 꼭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매일 쓴다고 해서 글쓰기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해서 읽었다. 나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 말이 좋았다. 너무 좋았다.


나는 반전 중독이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절름발이가 걷는 그런 반전이 아니라 평이한 문장 뒤에 숨겨진 반전의 문장과 반전의 서사에 중독되어 있다. 맨 처음 나는 글을 읽는 일은 글자를 읽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은 지금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글을 읽는 일은 씌어진 글과 숨겨진 글을 함께 읽는 일이라는 말이다. 모든 문장에는 숨겨진 말이 있다. 이 숨겨진 문장은 다리와 같아서 그 문장을 해독하지 못하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어쩌다 몇 번은 넘어가도 결국에는 막히는 지점이 온다. 그러면 나는 한숨을 쉬면서 이게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만 읽었기 때문에 막힌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둘 다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편은 이 노력과는 완전 반대다. 이 책은 작가가 좋아하는 소설 속 장면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소개한 후 자신의 짤막한 감상을 덧붙인 책이다. 그런데 그 감상이라는 게 글 속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해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자신의 개인적인 소회를 써놓은 것이어서 어떤 소설에는 아예 별로 쓸 말이 없다고 써놓기까지 했다. 나는 이 책을 이틀만에 읽었는데 물론 시간이 좀 나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별로 생각할 게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개인 소회에 뭘 더 덧붙일 게 있겠는가.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필로그 ‘날마다 글을 쓴다는 것’을 세 번 읽은 지금에 와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일단 작가가 여기 소개한 책들은 물론 유명한 베스트셀러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일반 독자들은 모르는 책이다. 나도 태반이 모르는 책이다. 명문으로 가득한 베스트셀러를 읽어도 사실 기억나는 문장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김연수는 보통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는 책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문장을 기억해 두었다가 여기에 옮겼다. 말하자면 그는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는 책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다. 흔히 책을 뗀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말을 직관적으로 해석하면 이제 다 아니까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장악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책을 뗀다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그는 이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러니까 자기가 정말 좋아해서 책으로까지 만들어낸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 자신의 해석은 조금도 집어넣지 않았다. 그는 단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감상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래서 이 책들은 김연수가 사랑하는 책들이지만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책들이다. 사랑은 흔히 소유의 개념과 혼동된다. 그러나 <논어>에서 사랑은 그 대상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책이든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사랑이다. 말하자면 소유란 내 사랑 속에 한정시키는 것이고 사랑이란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열어두는 것이다. 김연수는 자기가 사랑한 책들을 열어두었다. 모두가 사랑해서 그 책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게.


어떻게 하면 인장을 박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경지다. 지금 생각하니 이동진이 쓴 <밤은 책이다> 역시 비슷한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다시 한 번 ‘날마다 글을 쓴다는 것’을 언급하겠다. 여기서 김연수는 매일 읽고 쓰는 일이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라고 썼다. 매일 읽는 책은 어떤 책일까. 촌철살인 같은 경구가 담긴 책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전에 친해질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친해지면 보게 된다. 이해 여부는 나중이다. 손이 가야하고 자꾸 열어볼 수 있어야 매일 읽는 게 가능해진다. 김연수는 책의 감상에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았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감상만을 붙였다. 그러니 이 책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책들 역시 어려운 책이 아닐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그 책들은 모두의 사랑을 받는 걸 넘어서 누군가가 매일 읽는 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어떤 책이 매일 읽는 책이 된다면 어떨까. 책은 영원한 생명을 받고 사람은 그 책으로 말미암아 자기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간다. 행복한 일 아닌가.


쓰는 일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쓰는 글은 어떤 글인가. 마찬가지로 친숙한 글이어야 한다. 내용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역시 읽기와 마찬가지다. 무슨 내용을 쓰든 일단 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건 쓰는 일이란 원래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힘들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분명 어디선가 막히게 되어 있고 머리를 박게 되어 있다. 이건 내 나름의 가정인데 우리가 무슨 일이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그게 할 때마다 힘든 일인지 아니면 처음 몇 번은 힘들었다가 금세 익숙해지는 일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만약 할 때마다 어렵다면 그 일은 가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을 테니까.


그것만이 아니다. 할 때마다 힘들다는 건 등산에 비유하면 산을 올라가는 수많은 경로가 있다는 말이다. 경로가 몇 없으면 처음에는 좀 낯설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든 루트를 파악하게 되어서 등산이 쉬워진다. 그러나 끝도 없는 경로가 있다면 갈 때마다 힘들다. 매번 새로운 길이니까. 그런데 이것만은 분명하다. 끝없는 길이 이어진 산은 명산이다. 몇 번 가고나면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없는 산은 명산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산은 가족 나들이 혹은 노년층의 가벼운 산책로로 적당하다.


글을 쓰면서 나는 가슴에 불길이 일어나는 것을 가끔 느낀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 불길을 한없이 기다리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불길이 일어나면 얼른 차가운 얼음을 쏟아붓는다. 불길만으로 쓴 글은 결국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가 쉽상이기 때문이다. 일필휘지로 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막히면 독자도 막힌다. 그렇다면 내가 막히지 않고 한 번에 쓴다면 독자도 한 번에 읽을 수 있을 것 아닌가. 이 말은 맞는 말이다. 틀린 것은 안 막히고 읽으면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다. 정말 좋은 글은 다시 읽게 만드는 글이지 한 번 읽고 날아가는 글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나는 다시 쓴다. 불길을 기다리면서 얼음을 준비한다. 얼음을 쏟아부으면서 그 열기가 냉기로 무너져내리는 순간에도 눈물을 참으며 다시 불길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 괴상한 신념을 가진다. 글을 쓰는 건 얼음을 들고 불을 기다리는 일이면서 불을 끄면서 다시 불이 찾아올 거라고 믿는 일이다. 이 앞뒤가 맞지 않고 희한한 일의 다른 이름은 반복이고 동시에 무한이다. 삶은 끝이 없어서 가없다고 말하지 않은가. 죽음이 정말 끝이라면 아무도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남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죽음은 삶을 내포하는 것이어서 생은 삶과 죽음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굴레다. 나는 그 굴레를 따라 다시 걷는다. 걷고 걷고 또 걷는다.



2023년 11월 25일부터 2023년 11월 26일까지


읽고


생각하고


쓰다

YES마니아 : 로얄 g*******1 2024.09.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