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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흠모하는 일
"마음을 흠모하는 일" 내용보기
무용하다.순간 조금 삐딱하게 생각하면 참말로 무엄하다. 예전 할아버지의 말씀으로말하자면 ‘건방진~놈’ 하실 듯도 하다.다시 읽어본다.‘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다시 읽어도 무용하다는 말이 찡하니 와 닿으니 나도 참 거시기하다.‘우리가 보낸 순간‘은 작가가 아끼는 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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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하다.

순간 조금 삐딱하게 생각하면 참말로 무엄하다. 예전 할아버지의 말씀으로

말하자면 ‘건방진~놈’ 하실 듯도 하다.

다시 읽어본다.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

다시 읽어도 무용하다는 말이 찡하니 와 닿으니 나도 참 거시기하다.

‘우리가 보낸 순간‘은 작가가 아끼는 詩에 자신만의 감상을 덧붙인 글이다.

여러 시인의 시집에서 시 99편을 가려 읽으며, 시 한 편 한 편에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더해 들려준다.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에 이어, 소소하지만 아름답고 가슴 저렸던 그 순간을

조용조용 들려주는 잔잔한 글이다.

사랑을 주제로 고른 1부 ‘우리의 포옹은 빛에 싸여’ 중 첫 시부터 마음이 턱

걸린다.


침묵에 대하여 묻는 아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대답은 침묵이다

시간에 대하여도 그렇다

(중략)

한때 간곡하게 나이기를 바랐던 사랑은 인간의 일이었지만 그 사랑이

죽어서도 나무인 것은 시간들의 일이었습니다

-안현미의 시 ‘시간들’에서


이 시를 읽은 작가는 무슨 말을 들려줄까?

‘십일월은 온몸으로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달이랄까요. 어느 밤, 무심결에

창문을 열고 집 앞 골목을 바라보노라니 작은 정원의 나무에서 숨을 내쉴

때마다 한 장씩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더군요. 멀리서 아이가 달려가는 듯한

그 소리. (중략)

그렇다면 그 소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잎이 떨어지는 소리들이

어딘가에 있다면, 그 목소리들, 당신이 내게 들려준 수많은 말들도 거기에

있는 걸까요?’

그러하다, 작가의 말처럼 지나간 날의 소리들은 어떤 귀로 들어야만 하는 걸까!

조원규의 ‘풀밭에서’를 읽고는

‘그렇다면 진실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제멋대로

움직이다가, 때로는 숨을 죽이고 완전히 멈추기도 한다는 것.’이라는 말 뒤엔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시간 말고도 그런 시간이 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우린 좀 고독해지기 시작한다면서 뒷맛을 알려준다.


마음이 마음을 흠모하는 것

줄 서는 것 떠드는 것

시간이 시간을 핥는 것

(중략)

주변을 무겁게 하지 않는 것

주소를 버리고 눈을 감는 것

사랑은 산책하듯 스미는 자,

산책으로 젖는 자

-이병률의 시 ‘사랑은 산책자’에서


작가는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고 스스로를 달래며 빈둥거리는 밤의 한때. 하루 중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는 유일한 시간이랄까.’라 그리 말하고

나는 그러하다.

주책없이, 허우적허우적, 그런 마음을 얼버무리고 싶어진다.

인용한 시의 글귀와 그것을 품에서 꺼내 보이는 작가의 마음이 와 있어서다.

시를 읽으면서 작가는 사랑을 생각하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뭔가 존재

한다면, 우리는 그걸 순수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날마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순수한 존재를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루 중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시를 읽는 시간이라면서 작가는 시를

읽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니 참 좋겠다.


스며드는 거라잖아. ......

마른 입맞춤.

그게 아니면

속으로만 꽃 피는 무화과처럼

당신 몸속에서 오래도록 저물어가는 일.

그것도 아니면 ......

또 그것도 아니라면 ......

아니라고? 그것도 아니라고?

사랑한다는 건 ......

붉고 깊게 파인 눈으로

당신을 삼키는 일.

그리하여 다시 당신을 낳는 일이지.

-이승희 ‘사랑은’에서


이 시를 읽고는 작가는 절묘한 수 하나를 발견했는지 무릎을 탁, 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10초 안에 시를 잘 쓰는 방법.

먼저 주제를 정하세요, 그 다음에는 그것에 대해서 쓰세요, 그게 아니라면

방금 쓴 문장 말고 다르게 써보세요, 그게 아니라면 다르게 계속 그것에

대해서 쓰는 일, 그게 바로 시랍니다.’

그리고 땅 땅 땅 판결을 내린다.

그건 그렇고 다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일은 모르겠고, 사랑한다면 지금을 좀 더 즐기는 게 좋겠어요. 지금 제일

좋은데, 내일 따위야 알 게 뭔가요? 그렇게.

그리고 2부로 건너간다. 작가가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라고 말하는.

2부에서도 때로는 따스함을, 때로는 아릿함을 주는, 때로는 아득함을 주는 시어들을 만나 좋다.


......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갈까.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까. 어디든 어디든 무엇

이든 무엇이든. 청춘은 다 고아지. 도착하지 않은 바람처럼 떠돌아다니지.

...... 나는 기대어 쉴 만한 곳이 필요해.

...... 높이는 종종 깊이라는 말로 오인되지. 다다르지 못한 온도를 노래할 수

있는가. 다다르지 못한 온도를 아낄 수 있는가. 우리의 대답은 언제나 질문

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자. 청춘은 다 고아지. ......

-이제니 ‘발 없는 새’에서


젊을 때는 젊음을 모른다더니 심지어는 자신마저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들여다보지 않고. 그래서 청춘이라고 말하면, 늘 목마르고 허기지고.

외로움이 뭐냐고 묻는다면 목이 마르고 허기진 것과 같은 마음이라고만

대답할 수밖에.

그러하다고? 청춘은 허기지고 외롭고 그러할까? 지나왔어도 잘 모르겠다.


......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속살 속살 눈 내리는 밤

멀리서 침묵하고 있는 대상이

이미 우리 가운데 그윽히 스며 있다

-최승자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에서


영상 15도일 때, 소리는 시속 1200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간다던데.

‘첫눈다운 첫눈’이 떨어지는 소리는 내 곁에 있다고 치고, 그럼 지난 여름에

들었던 빗소리는 지금쯤 어디까지 날아갔을까? 달까지? 혹은 화성 정도?

그렇다면 그 시절, 우리의 웃음소리들은 또 어디까지 날아갔을까요? 그 한숨

소리는 또 어디까지?

최승자의 시를 읽은 작가의 감상을 읽고 나선 호기심이 몽글거릴 뿐이다.

작가가 시를 읽으며 삶에 대해 생각한 것을 3부 ‘저무는 저녁에는 꽃 보러’

에다 모아 놓았다고 하니 나도 보러 간다.


긴 손가락으로 애써 박아 넣은 보름달이 내려앉아요

이 지구가 난간이라면

나는 지금 펄럭이는 하얀 빨래의 위치에 서 있죠

정이 들도록 오래 머물지 않고

빨래를 걷어 쉽게 떠날 수 있다니 한참이나 기쁘죠

(중략)

토요일엔 아주머니

식구처럼 키워온 양들을 팔러 시장에 나가보세요

제일 어린 양 한 마리는 남겨두세요

(중략)

일요일엔

치즈를 말리러 지붕에 올라가겠죠

이 지구가 우주의 도시락이라면 치즈 한 덩이는 지도에 싸서

배낭에 넣고 떠날래요

-김소연의 ‘이 지구가 우주의 도시락이라면’에서


내가 지구 같은 별이라면 언제나 반짝이는 별이기를 바란다고 작가는 감상을

적었다. 나는 그렇다고 치고, 그럼 당신은 누구인가요? 그렇게 물었다.

소개 좀 해보세요, 또 질문을 던졌고......


[뒷이야기]

작가가 책을 내면서 쓴 글,

‘날마다 시를 읽는다는 것‘에서 몇 줄을 차용하여

필사하듯 적는다, 참 좋고 와 닿는 일이라 그런다.


시를 읽는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용한 사람이 된다.

시를 읽는 일의 쓸모를 찾기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날마다 시를 찾아서 읽으며

날마다 우리는 무용한 사람이 될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최소한 1시간은 무용해질 수 있다.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뭔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걸 순수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날마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순수한 존재를 경험할 수 있다.

<사족을 달다>

무용無用하다는 형용사다. 쓸모가 없다, 볼일이 없다는 뜻이다.

정말 그럴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2025.01.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