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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동물도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며 서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 문화 비슷한 것까지 가진다는 내용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 생각난다. 오래전부터 인간 외에 다른 종의 생명들이 서로 소통을 하고 문화를 가진다는 것은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는 무지한 생각을 했더랬다. 이제, 그들도 엄연히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소통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궁금하다. 과연 그들이 인간 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공장식 사육을 당하는 돼지와 닭들이 어느 날 인간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다면 뭐라고 할까. 우리집 토끼가 어느 날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단순히 동물권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가려고 한다. 어느 날, 달라진 날씨 때문에 제대로 단풍도 들이지 못하고 잎을 떨궈내야 하는 집 앞 가로수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온갖 화학물질과 제 몸을 같이 섞어야만 하는 땅이 인간에게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온갖 화학물질과 오수와 제 몸을 섞어야만 하는 강이 인간에게 말을 할 수 있다면? 포크레인으로 마구 찍혀 내려가는 산이 인간에게 말을 할 수 있다면? 심지어, 지구 행성이 인간에게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렇게 말을 하지 않을까? 인간들 너희에게만 그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자식 낳아 대대손손 영원히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게 아니야. 우리 동물도, 식물도, 물도, 땅도, 본연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번성될 권리가 있는 거야. 인간 너희들을 위해서, 인간들에게 사용되기 위해서 우리가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 너희들을 위해서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지구는 인간 너희들이 주인 노릇하기 위한 곳이 아니야. 인간은 인간의 말만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지구상의 수많은 다른 생명과 존재들이 지구 위에 함께 한다는 것 자체를 깡그리 잊은 듯이 살아왔다. 인간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산을 깎고 강을 똥물로 뒤덮고 바다를 플라스틱으로 잔뜩 채워넣는 것이 권리인 양 살아왔다. 그런데 그러한 권리는 도대체가 누가 준 것인지? 누가 그러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인지? 이러한 의문들을 갖게 하는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이라는 학문이 있다. 역사도 길지 않고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의문들을 갖게 하는 지구법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꽤 적절하다. 국내에서 지구법학을 전문적으로 다룬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이에게는 이 책이 다소 이해하기 어렵고 너무 전문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일단 법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지금까지 해 보지 못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그 시작을 제공해 주는 책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