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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화로 읽는 사찰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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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절이 그 절이지 뭐가 그리 다를까 싶었지만 그 절은 그 절이 아니었다. 진홍빛 화엄매가 유려한 화엄사는 펜화와 수채가 만난 색다른 작품이었다. 선암사에서는 승선교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반딧불이와 노니는 풍경을 보게 하였다. 여름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 설악산 신흥사는 펜화를 보고 나서 꼭 눈 내리는 겨울에 다시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까이 있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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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절이 그 절이지 뭐가 그리 다를까 싶었지만 그 절은 그 절이 아니었다. 진홍빛 화엄매가 유려한 화엄사는 펜화와 수채가 만난 색다른 작품이었다. 선암사에서는 승선교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반딧불이와 노니는 풍경을 보게 하였다. 여름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 설악산 신흥사는 펜화를 보고 나서 꼭 눈 내리는 겨울에 다시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까이 있어 자주 가 보던 금정산 범어사는 후덕한 일주문 기둥이 펜화 속에 살아나 있었고 크지만 고요하고 장엄한 대웅전 앞마당의 느낌도 그대로 전해졌다.

결국 모든 책은 자기 얘기일 때 제일 재미있나 보다. 책의 목차를 보면서도- 아, 여기는 내가 가 본 곳, 여기는 아닌 곳 하면서 가 본 곳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 본 곳이지만 내가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을 지은이는 어떻게 찾아내었을까? 십만 번의 획이 그어져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는 지은이의 회고처럼 펜화로 만나는 절은 가장 어울리는 계절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 새로운 감성으로 전달되었다. 군데군데 지은이의 수채로 색감을 입은 그림들은 맑고 단아했으며 책 어귀에 있는 귀여운 동자승 그림은 곳곳에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연말이라 그런지 함께 달력을 보내주셨는데 가장 멋진 작품을 배경으로 음력도 소소하게 적혀있었다. 새해 24년의 복을 미리 받는 느낌이었다.


 

책을 덮으며 새로운 도전도 생각났다. 지은이의 각도로 다시 절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그 자리에 내가 서 보기도 하고 같이 간 도반이 있다면 사진도 찍어 보고 싶다. 그 절에 가장 어울리는 계절을 느끼며 가 보고 싶기도 하다. 읽고 책장에 넣어두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아니면 떠나는 차 안에 두고 그때그때 펴 보고 싶은 귀한 책이다.

 

 

s***1 2023.12.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