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덕분에 책 읽기의 즐거움이 더 해 가는 요즘, 아주 오랫만에 알퐁스 도데의 책을 읽게 되었다. 바로 이 책. <스갱 아저씨의 염소>이다. 스갱아저씨는 산 아래에서 염소를 치는 아저씨다. 그러나 염소치는 일이 서툴러 벌써 여섯마리의 염소가 산으로 뛰쳐나가 늑대에게 잡아 먹혀버렸다. 이번에는 잘 키워 보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 새로운 염소 '블랑슈트'를 데리고 온다. 아저씨는 블랑슈트가 또 산으로 도망가 늑대에게 잡아 먹히지 않도록 아저씨 나름대로 열심히 블랑슈트를 지키려고 애쓴다. 그러나 저 깊은 산속의 자유가 간절히 그립기만 한 블랑슈트는 그 이전의 많은 염소들이 산속에서 늑대에게 잡아 먹혔다는 얘기를 아저씨로부터 수 없이 들었건만 맘껏 뛰어 다니고 풀을 뜯고 여기저기 가고픈 곳을 갈 수 있다는 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은 아저씨의 집을 떠나고 만다. 아저씨는 블랑슈트를 늑대로 부터 지켜주기 위해 맛있는 풀도 뜯어주기도 하고 창고에 가두기도 하지만 결국은 일곱번째 염소까지 잃고 만다. 한편, 자유를 얻은 블랑슈트는 정말 맘껏 자유를 만끽한다. 산속의 자유함 뒤에 숨어있는 늑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채 생전 처음 맛본 그 자유만을 맛볼뿐이다. 밤이 되자 블랑슈트의 눈에는 거대한 자연속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가지 위험들이 비로소 눈에 뜨인다. 어둠속의 늑대와 블랑슈트는 밤새도록 싸운다. 동이 틀무렵 피투성이가 된 블랑슈트 위에 회심의 미소를 짖고 있는 늑대 한마리 거기 서 있다. 자유가 무엇인가. 거대한 자연이 주는 자유함과 동반하여 안아야 할 많은 위험과 책임에 대하여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아이는 블랑슈트가 늑대와 끝까지 싸워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히 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늑대과 블랑슈트가 동이 터오자 "이제 다 끝났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다음에 승패가 가려진 것이다. 나 또한 아쉽다. 블랑슈트가 자유를 동경하여 아저씨의 높은 울타리를 넘어 산속으로 가서 진정 구속받지 않은 자유를 만끽하길 바랬는데 결국 늑대와의 한 판에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이 아쉽다. 블랑슈트 역시 그 이전의 여섯마리의 염소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쉽고 자유를 누리기에 앞서 자유를 누릴만한 자신을 이루지 못한 것에 아쉬웠다. 그러나 블랑슈트가 아저씨가 마련해준 염소우리 안에서 아저씨가 뜯어 준 풀에 만족하며 다만 산을 바라보기만 했다면, 만약 그랬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결말은 없을 것이다. 자유란 구속받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나를 구속하는 것은 사회와 타인과 자기 자신 까지 합세하여 만든 내 안의 굴레가 아닌가. 자신을 이기는 사람, 자신의 욕망을 적당하게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자유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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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그림을 보니 아름답고 강렬한 색채의 에릭 바튀이네요. 에릭 바튀는 볼로냐 작가상, BIB대상, 국제어린이문학회 옥토곤상을 수상한 <에릭 바튀의 철학그림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바 있습니다. 에릭 바튀만의 강렬한 삽화와 다양한 생각을 돕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지요. 이번에 프랑스 문학의 대표 작가 알퐁스 도데의 <<스갱 아저씨의 염소>>로 다시 에릭 바튀의 그림을 만나게 되어 참 반가웠습니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에릭 바튀만의 강렬한 색체가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주어 작품의 의미를 더욱 잘 드러내 준 듯 합니다.
이 작품은, 파리에 있는 피에르 그랭그와르 시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글로 시작이 됩니다.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고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고, 좋은 대학과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지요. 당연히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현실을 외면한 채 꿈만을 쫓을 경우 일어나는 어려움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이 글쟁이, 그림쟁이 등이 배고픈 직업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겝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상과 현실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지요.
어린이가 피에르 그랭그와르 시인 아저씨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파리에 있는 유명한 신문사 기자 자리를 거절하고 10년 넘게 시 쓰기에만 매달린 아저씨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네요. 깡마르고 창백한, 구멍 뚫은 셔츠와 닳아빠진 바지는 아저씨의 모습입니다. 기자가 된다면 돈을 많이 벌어서 고급 음식점에서 값비싼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연극을 보러 갈 때도 멋진 옷을 입고 폼 잡을 수 있는데, 아저씨는 왜 마음 내키는 대로 제멋대로 살고 있냐고 묻고 있네요. 아이는 아저씨의 마음을 돌리고자 <<스갱 아저씨의 염소>>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그림책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스갱 아저씨는 여섯 마리 염소를 길렀지만, 모든 염소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줄을 끊고 산으로 달아났고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혔지요. 스갱 아저씨가 염소들을 아무리 정성껏 보살피고, 산속에 있는 늑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도 염소들은 기어이 산으로 도망가 버렸답니다. 두 번 다시 염소를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아저씨였지만 또 일곱 번째 염소를 사 왔습니다. 온순한 두 눈과 멋진 수염, 반지르를 윤이 나는 발굽과 작고 단단한 뿔을 가졌으며, 보드랍고 풍성한 새하얀 털을 가진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염소였지요. 아저씨는 '블랑께뜨'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블랑께뜨가 답답하지 않도록 경치 좋은 곳에 말뚝을 박고 목에 긴 줄을 매 주었어요.
하지만, 블랑께뜨는 스갱 아저씨의 집이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싱싱한 풀과 예쁜 꽃 사이를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었습니다. 결국 블랑께뜨는 스갱 아저씨에게 산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지요. 아저씨는 늑대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블랑께뜨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아저씨는 블랑께뜨를 외양간에 꼭꼭 가두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양간 창문을 닫지 않은 탓에 블랑께뜨는 산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블랑께뜨는 정말 즐거웠어요. 목에 잠긴 줄도 없었고요, 블랑께뜨를 묶어 놓을 말뚝도 없었지요. (본문 中)
야생 꽃이 잔뜩 피어 있는 산은 매혹적이었고 블랑께뜨는 행복했습니다. 풀숲에서 마음껏 뒹굴었고, 산속을 뛰어다녔지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어요. 언덕 아래 보이는 스갱 아저씨의 집이 너무 작게 보이는 탓에 자신이 이 세상만큼 커졌다는 생각에 우쭐해졌습니다. 야생 영양 무리를 만나 검은 영양과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새 찾아온 저녁, 블랑께뜨는 숲 속에서 섬뜩한 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바로 스갱 아저씨가 말했던 늑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게 울부짖는 늑대, 나팔을 불며 자신을 애타게 찾는 스갱 아저씨의 목소리 사이에서 블랑께뜨는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다시 줄에 묶이고 울타리 안에 갇힐 바에야 무서운 늑대가 있는 산이 더 나아보였어요. 블랑께뜨는 온 힘을 다해 끝까지 늑대와 싸워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늑대에게 용감하게 덤벼들었지요. 그러나 블랑께뜨는 아름다운 새하얀 털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아저씨, 제 이야기 잘 들으셨죠? 아침이 되자 늑대가 기어이 염소를 잡아먹었다고요! (본문 中)
블랑께뜨는 늑대와 맞서 싸웠지만 결국 잡아먹혔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산에서의 자유가 끝났지요. 자신을 찾는 아저씨에게 돌아갔다면 블랑께뜨는 죽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왜, 블랑께뜨는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스갱 아저씨의 염소>>는 어른이 읽기에도 참 심오한 작품입니다. 꿈과 현실, 자유와 억압 등 많은 부분을 생각할 수 있게 하지요. 꿈을 찾고, 자유를 찾은 시인 아저씨와 블랑께뜨의 현실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가난과 죽음뿐이었지요.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고, 억압된 삶을 사는 것은 과연 행복할까요? 죽음을 맞이했지만 블랑께뜨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두가지의 선택에서 무엇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지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우리 교육현실은 아이들이 하고싶은 꿈보다는 현실과 타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블랑께뜨처럼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할지라도 꿈을 찾기를 바라지만, 현실 또한 녹록치 않음에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선택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어야겠지요. 블랑께뜨는 늑대와 맞서 싸웠던 것처럼 말이에요.
이 그림책은 이렇게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줍니다. 만약 우리가 블랑께뜨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 싶네요.
(사진출처: '스갱 아저씨의 염소' 본문에서 발췌) |
| 조카의 동화책을 골라주다가 삽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서 샀던 책이였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고 그렸는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이 책속에 있는 한장한장의 모든 그림들이 너무나 아름다웠었다. 이렇게 그림이 아름다운 동화를 만날때마다 난 그림동화의 위력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작가가 글속에 다 표현하지 못한 것을 그림으로 인해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림동화라지만 저학년이 읽기엔 조금은 어려운 동화일수도 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고학년들도 읽어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우리를 나가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염소와 그것을 말리는 스갱아저씨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그림속에 나타나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은 동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