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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역사 속에서 무너지고 이어지는 삶
"거대한 역사 속에서 무너지고 이어지는 삶" 내용보기
『나의 아이들』은 러시아 혁명 이후를 배경으로, 볼가강 인근에 살던 볼가 독일인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그나덴탈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교사 바흐는 제자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클라라의 죽음 이후 바흐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위해 살지 않고 딸 안체를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하지만 혁명과 내전, 국가의 정책은
"거대한 역사 속에서 무너지고 이어지는 삶" 내용보기
『나의 아이들』은 러시아 혁명 이후를 배경으로, 볼가강 인근에 살던 볼가 독일인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그나덴탈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교사 바흐는 제자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클라라의 죽음 이후 바흐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위해 살지 않고 딸 안체를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하지만 혁명과 내전, 국가의 정책은 그가 지켜온 일상과 언어, 교육, 가족의 형태를 조금씩 무너뜨린다. 바흐가 지켜야 할 것은 아내에서 딸, 딸에서 아들로,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로 확장된다.

책의 제목은 소설 초반에 인용되는 예카테리나 2세의 말인 ”나의 아이들이여! 그대들은 이제 러시아의 아들딸이다!“(1권 | p. 31)라는 문장에서 따온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러시아 사회는 볼가 독일인들을 보호하고 환대해주지 않았고, 이들은 러시아와 독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전쟁이 발발하며 결국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거대한 정치와 이념 아래 놓인 개인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차갑고도 깊은 연민으로 그려낸다.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부담 없이 읽힌다는 점이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문장과 환상동화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다양한 독일 민담과 신화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섞이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매혹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상실의 아픔을 글로 풀어내고, 공동체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바흐의 모습을 보며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은행잎2기 마지막 도서로 러시아 문학, 그것도 2권짜리 책을 선택해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끝까지 몰입해서 읽었다. ’서구와 비서구, 남성과 여성,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나든다‘는 에세(ESSE) 시리즈의 취지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역사나 지역의 이야기이면서도 사랑과 상실,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무거웠고, 한동안 여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올해의 끝자락에 이렇게 좋은 소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머지않은 시간 내에 꼭 재독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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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진정 의미 있는 삶이란 바로 문지방에 앉아서 아이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나무 아래에 잠든 클라라, 사과나무,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고향이 된 이 집, 잔인하고 광기 가득한 커다란 세상으로부터 그와 안체를 지켜주는 이 집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그의 삶의 의미 같았다. (2권 | p. 174)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a*****1 202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