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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시의 무용함의 유용함을 오랫동안 시를 써온 분들과의 대담을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심청이 아빠에게 공양미 삼백 석 영수증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엔 아빠가 빠져. 크게 보면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반감이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시는 기존의 이미지를 넘어 기존의 이야기를 흔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시민운동이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기존의 완강한 이야기를 흔드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봅니다. - 이문재
제가 어떤 뜻을 가지고 접근하면 시는 자주 뜻밖으로 미끄러진곤 하니까요. 저라고 왜 시를 공부해서 장악하고자 하는 야심이 없겠어요. 그러나 그런 시들은 대체로 다 실패하기 마련이더라구요. 소를 외양간에서 끌고 나왔으면 밭까지는 소를 따라갈 줄 아는게 농부라고 배웠습니다. - 손택수
<서편제>는 너무 폭력적인 영화 같아요. 삶을 훼손하는 예술, 삶보다 위대한 예술이란 건 허구 같고요. 학생들이 건강하게 제 앞에서 밥 먹고 술 마시는 게 더 중요하지, 골골대면서 시 한 편 잘 쓰는 걸 원하지 않아요. 시를 쓰는 순간에만 시인인 것, 술 마시면 술꾼이고, 아르바이트하면 생활인, 그렇게 다중인격체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 신용목
요즘의 정치시나 페미니즘 시들이 저는 자주 육체를 간과하고 관념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될 때가 있는데요. 거대담론에 눌려 활기랄까 생명력이랄까 파토스의 생기랄까 하는 것들이 거세되는 경우를 보곤 해요. ... 양자구도로부터 일거에 벗어나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죠.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존중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해요. - 김해자
노동자의 목소리든, 사용자의 목소리든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은 이해 안 되는 인생은 없거든요. 심지어 가해자의 인생도 구조적 연결고리로 얽혀 선명하게 단언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그 불투명한 세상 가운데서도 어떠한 투명성을 가져야 되는 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런 것이 성찰이라 생각하고, 그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시. - 김경인
각 장르를 넘나들고 각 장르 언어를 섭취하면서, 그것을 충돌시키거나 융합하는 방식으로 언어의 수준을 계속 높이는 역할이 제일 중요해요. - 김정환
우연, 정말 우연이 시에 잘 얹혀을 때 시에서 '샤갈의 마을'이 펼쳐지는 거에요. 르네 마그리트의 <파이프>나 프랜시스 베이컨의 삼면화들처럼 예술과 우연들이 결합하는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요. 그런 시들이 자주 나오지 않겠죠. 하지만 쉽지 않을지라도 쭉 가려고 애는 써야 하지 않을가까 싶어요. - 강은교
존재의 생명력에 주목한 이유는 결핍을 가진 대상이 화자의 내면으로 들어와 위축된 생명력을 깨워서 활동시켜 주는 그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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