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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오기까지의 경위를 설명하자면 참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지?
이 셋 중 맨 처음으로 만난 것이 주인석의 구보. 『검은 상처의 블루스』.
그 즈음 또 만난 게 김현이다. 올해가 김현 20주기였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찾아보니 문지에서 20주기를 기념한 행사들도 했다. 오랜만에 김현을 추억한다. 그리고『김현 문학 전집』을 구입했다. 그 즈음 여러 시집을 읽었는데, 그 시집들에서도 김현의 추억을 읽는다.
그렇게 기형도와 김현을 안고 다닐 무렵 또 다시 환기하게 된 사람, 김소진.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던 또 하나의 계기.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 수상집.
'젊은작가상'이라고 명명한 건 처음이지만 이전에도 이런 식의 소설 묶음집은 계속 있었다. 이 책은 그 중 하나다.
이 책을 통해서 당신은 구보와 비슷한 최보라는 사람을, 그리고 투병생활을 하던 김소진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죽음은 언제나 내게 너무 가까이 있었고, |
|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내 선배들의 80년대는 아마도 정말 특별했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작가가 386세대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 이들의 경험에 기반한 글쓰기인 이 단편들의 대부분은 - 함정임씨의 글을 제외하면- 80년대를 뛰어 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80년대 대학을 다니고, 20대를 보내고, 90년대에 이르러 두각을 나타내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갔던 일련의 작가들이 있다. 그들의 소설은 대부분 그들이 살아왔던 경험을 그대로 써 놓은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어느 작품이야 작가의 경험에 기반하지 않으랴만은, '사소설'의 장을 열어가는 듯한 이들의 작품에서 경험은 '소재' 뿐이 아니라 줄거리나 글의 어조를 지배하는 듯하다. 하지만, 너무 시대에만 매달려 글을 읽는 것은 좋지 않다. 안타깝게 요절한 소설가 김소진씨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단편 '동행'은 그냥 인간의 삶에 대한 기록이지 한 시대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희경씨의 '서정시대' 역시 경험이든 아니든, 그리고 80년대가 나타나있던 아니던, 작가 특유의 말투가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새의 선물'이라는 장편소설에서 조숙한 어린 여자아이를 그린 적이 있는 은희경은 이 단편에서도 그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또한 김인숙씨의 '바다에서' 역시 작가 특유의 생각과 어투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그저 흥미위주의 글읽기도 탓할 수 있겠지만, 사실 문학을 읽는 일차적인 목적은 즐거움에 있듯이 말이다. 어떤 재미인지는 읽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 작가의 문체 못지않게 독자의 안목도 독서의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버스 안에서, 전철 안에서, 집에 혼자 있을 때, 약속시간에 일찍 갔을 때 등등 어디서나 펴보고 즐길 수 있는 분량이다. 그리고 어느 장소에서 읽어도 기억에 남을 소설들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