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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지사항
- 서명 : 헤세의 문장론 - 저자 : 헤르만 헤세 - 편역 : 홍성광 / 독문학자 - 출판사 : 연암서가 / 경기도 고양 - 출판일 : 2014년 3월 15일
2. 리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에 글쓰기 책 코너를 서성이다가 이왕이면 대가의 조언을 들어야지 싶어 고른 '헤세의 문장론'. 가벼운 마음으로 슥슥 읽어나갔다. 문장이 참 좋았다.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다. 저 문장이 내 것이었으면 했다. 문장을 하나씩 곱씹으면서 다시 읽었다. 빌린 책이라 포스트잇이 수부룩하게 달렸다. 좋았던 문장을 골라 컴퓨터로 옮겨 적고 다시 읽었다. 문장을 뽑아 읽으니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다.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읽었다. 빌린 책이라는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다섯 번을 읽고 끝내 이 책을 샀다.
이 책만큼 리뷰를 쓰기 어려웠던 책이 없다.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독서 이력과 헤세의 문장이 어지러이 뒤섞여 선뜻 글을 적어내릴 수 없었다. 그렇게 적어 내리기에는 너무도 인상깊고 좋은 책이었던 탓이다.
헤세는 시인이고 작가이기 이전에 책 애호가였다. 마음을 다해 책을 사랑하고 귀히 여겼던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 책은 살아 역동하는 하나의 세계였고, 삶의 해답을 간단명료하게 제시하는 이정표였으며, 마음과 생각을 함께하는 친우였다.
자신의 책을 대하는 자세를 돌아본다. 나는 헤세가 비판해 마지않는 다독가다. 많이 읽지만 적게 남는다. 책을 통해 삶이 바뀌지 않는, 그저 심심풀이를 위해 활자를 읽을 뿐인 그런 독자다. 책을 아끼지만 사랑하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취미가 독서라고 공공연히 말하지만 진정 깊이있는 독서, 깊이있는 즐거움에 이르지는 못했다. 나의 독서에 변화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반드시 읽어야만 하고, 행복과 교양에 필수적인 도서목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각자 나름대로 만족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상당량의 책은 존재한다. 이러한 책들을 서서히 찾아보는 것, 이 책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것, 되도록 이 책들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늘 소유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각 개개인에게 주어진 자신의 개인적 과제다."
"인생을 짧다. 저승에서는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묻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고 해로운 일이다. 내가 이때 염두에 두는 것은 나쁜 책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독서의 질 자체이다. 우리는 삶의 모든 발걸음이나 호흡에서 그러듯이 독서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해야 한다. 우리는 보다 풍부한 힘을 얻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는 보다 의식적으로 자신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자신을 잃어야 한다."
"최상의 것만 가려서 읽도록 하자. 그리하여 우리는 '인생서'의 영역에 이르게 된다. 인생서란 가장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중요하고 가치 있으며 모범적인 인물이 처세술이나 위대한 영속적인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해결책을 솔직히 제시해준 책을 말한다."
저승에서는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묻지 않는다. 얼마나 현실을 매섭게 후려치는 말인가. 몇 번이고 곱씹어 읽으며 내 것이 된 책들을 떠올려본다. 무수한 책을 읽었지만 진정 내 것으로 만든, 내 인생을 바꾸어놓은, 나의 인생서는 다섯 손에 겨우 꼽힐듯 말듯하다. 그동안의 나의 독서가 내 인생에 남긴 족적이 그 뿐인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나는 독서에 허비하고 있었던 것인가.
물론 양질전화의 법칙에 따라 많이 읽을수록 인생서로 손에 꼽을만한 책을 만날 가능성이 높긴 할테다. 그러나 그렇게 만난 책들을 나는 너무도 가벼이 넘겨버린 것은 아닐까.
오래도록 하지 못했던, 서가 정리를 이제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의미한 책들을 가차없이 빼내고 단 몇 권만이 남을지라도 진짜배기 인생서로 서가를 채워가자. 독서가 인생에 깊은 족적들을 남겨갈 수 있도록, 독서가 진정한 삶의 즐거움이 되도록. 그 가운데 '헤세의 문장론'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참, 이 책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사족을 덧붙이자면 제목은 '문장론'이나, 자신이 이 책을 빌린 원래 목적 '글을 잘 쓰고 싶다'와는 거리가 먼 책이다. 작가로서 글쓰기에 대해 쓴 책이 아니라 책 애호가로서 책과 독서에 대해 쓴 글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제대로 잘 읽고 싶은 분, 서가만 바라보면 기분이 들뜨는 책 애호가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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