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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삶은 별개가 아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으면 공감하게 되는 명제다. 오에의 문학적인 삶과 사회적인 실천적인 삶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대표작 『개인적인 체험』(을유문화사, 2009)과『체인지링』(청어람미디어, 2006)을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라도 이 명제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뇌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신의 아들 히카리를 모델로 삼은『개인적인 체험』은 27살의 젊은 가장 버드가 중증 장애아이를 두고 벌이는 개인적인 고뇌와 방황, 도피와 일탈을 그리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자신의 매부인 이타미 주조의 자살을 모델로 한『체인지링』은 절친의 죽음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추억어린 우정과 상실에 대한 작가 나름의 치유를 그리고 있다. 오에의 신간 에세이『말의 정의』(뮤진트리, 2014)는 2006년 4월 18일부터 2012년 3월 21일까지 <아사히신문> 문화면에 연재한 ‘정의집’을 가필해 묶은 것이다. 50여년이 넘는 자신의 문학적 삶과 지인들과의 교류 그리고 아들 히카리의 음악작업을 위시한 가족 이야기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또한 '9조 모임'을 비롯한 자신의 사회참여적 활동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가령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군사 재무장과 핵 발전, 자위대를 반대하는 운동 등이 그러하다. 오에의 에세이는 작가 자신의 문학적 삶과 사회적 삶의 무게로 인하여 다른 유명작가의 에세이에 비해 언제나 무겁고 진지하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의 원제가 비록 '정의집(定義集)'이지만 자꾸 '정의집(正義集)'으로 고쳐 읽게 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실천적 지성인 오에의 삶 자체가 가진 특수성 때문에 적어도 내게는 '말의 정의'가 곧 '사회 정의의 초석'인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는 오에가 개인적인 아픔과 시대적인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말과 행동으로 진정한 휴머니즘을 보여준 문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가족과 지인에 대한 이야기는 오에의 우정관과 더불어 장애아의 아버지로서 오에가 평생 떠맡게 된 남다른 부담의 무게를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천황제, 국가주의, 우경화 및 군사 재무장과 핵 발전, 자위대에 대한 오에의 지속적인 저항과 비판을 통해서 독자들은 이 시대의 작가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는 오에가 가진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잘 드러나 있다. 소설가는 말을 갈고 닦는 것, 갈고 닦은 정교한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작업의 중심이지만, 그것은 사회, 세계에 등을 돌리고 오로지 말을 갈고 닦을 뿐인 오타쿠적인 삶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아마 일본의 문단 내에서 우경화에 반대하는 사회참여적 활동으로는 오에가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것이다. 가령 그가 주도한 '9조 모임'은 평화주의 헌법에 철저할 것과 일본의 근본적 방향전환을 주장한 일본의 행동하는 지식인들의 모임인데, 오키나와의 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수폭금지세계대회 등 시사적인 현황에 대한 그들의 행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오에는 지금도 시대의 위기를 좌시하지 않고 동아시아 비핵화 운동을 전개하며 제2의 후쿠시마 재앙을 막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선두에 서서 행동할 도의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오에가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동아시아의 비핵화와 '그놈'의 소멸이다. 오에에 완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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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에세이집이기 때문에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어려웠던지라 속도가 죽죽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남긴 감상은 있었으니. 현역 문학작가의 사설을 모은 책을 읽은 일이 거의 전무한 나였기에, 오에 겐자부로의 『말의 정의』는 작가와 일대일로 마주하는-좀 처럼 없는-기회를 제공한 책이다. 책 곳곳에 드러나는 원전 반대 의견이라든지, 일본의 과거 전쟁 만행에 대한 비판 의식 등을 보고 있노라면 "소설가로서의 사명"의 근본이 "사회의식에 있어야 한다"라는 사조를 짙게 풍기는 사람이 바로 오에 겐자부로였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어떤 소설가도 우선 손쉬운 일부터 시작하여 근본적이지 않은 모든 것을 배제하고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본질적인 것의 모럴을 주장해야 한다.」 「저는 지금 일본인의 본질적인 모럴이란 다음 세대를 살아남게 하도록 애쓰는 것이며, 모든 원전을 폐기할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인생 혹은 문학철학의 '정당성' 이나 '바름'에 대한 논란을 지금 이 순간에는 제쳐둔다 하여도. 단지, 어느 작가의 철학을 솔직한 언어로 써낸 글 모음집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런 흐뭇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