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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6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났던 책이다. 그 이후로 시리즈를 모두 읽었는데, 유일하게 이 책만 가지고 있지 않아서 최근에 구입을 했다. 봄이 가기 전에 다시 읽어보자 했는데 ( 제목에 '봄'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이제야 읽었다. 세부적인 내용은 많이 잊고 있었지만 내가 유추했던 결말과는 달랐던 것은 기억이 났다. 이 시리즈는 여성들의 심리를 다룬 소설로 기존의 추리소설들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다정한 남편이 있고, 세 아이를 모두 반듯하게 키워서 결혼시킨 조앤은 자신의 성공한 인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남편을 변호사로서 성공가도에 올려 두었고,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고민하면서 언제나 아이들의 행복을 우선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다. 지역 병원의 이사로, 원예가 협회의 총무등 대외적으로도 바쁜 삶을 살고 있으며, 외모 또한 반짝 반짝 빛나는 여자.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감이 충만한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바그다드에 살고 있는 딸의 발병소식을 듣고, 영국에서 바그다드로 떠나게 되었다. 딸의 건강이 회복되는 것을 보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 기차역에서 그는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학창시절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아이였지만 유부남을 사귀는등 여러 남자와 결혼을 한 경력도 있고, 아이를 버려두기도 했던 블란치. 조앤은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늙고 거칠고 추레하게 변한 그녀를 피하고 싶었지만 조앤을 먼저 알아본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조앤에게는 그다지 유쾌하다고 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 블란치가 조앤에게 던진 어떤 말이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애써 외면하려했지만 떠나지 않는 말들......그 말은 꼬리를 물고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p
블란치의 이 말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날씨 탓에 이스탄불행 기차를 놓치고, 설상가상으로 큰 비로 인해 며칠 동안 역에 발이 묶여 버린 조앤. 사막 한 가운데의 숙소에서 읽을 책도 모두 읽어버렸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라고는 시중을 드는 숙소의 사람들 밖에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조앤은 과거의 일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게 되었다. 자신이 애써 외면하려했던 사실들이 진실이란 이름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알면서도 덮어두려고 했던, 인정하기 싫었던 일들. 아이의 행복을 가장 우선으로 했다고 했지만, 자신의 욕심이며 만족이었던 것. 사막 한 가운데서 자신의 삶을 아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면 남편에게 용서를 구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리라고 다짐을 했다. '아,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구나' 하는 순간 뒷통수를 맞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금방 '그렇지. 이것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앤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거라고, 자신의 오만함에서 벗어나 겸손한 삶을 살아갈거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결말이 역시, 애거사 크리스티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를 지탱하고 있는 모든것들이 무너지면서 불행한 삶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거라면, 내 인생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쉽게 인정할 수 있을까? 처음 읽었을 때는 그녀의 오만함과 이기심에 부정적인 맘만 들었지만, 어쩌면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좋은 아빠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내에게 떳떳한 행동을 하기만 했을까? 자식들은 엄마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기나 했을까? 소설이 아니라 너무나 현실같은 이야기였다.
진실을 왜곡하면서, 알지만 인정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조앤의 심리를 너무도 섬세하게 들여다 봐서 공감하게 했다. 그녀를 인간적으로 너무나도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던 마지막 한 문장은 소름끼치도록 서늘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가장 불쌍한 이가 조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때론 진실을 모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 안다고 해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기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알면서도 말로 내뱉을 수 없는 것들, 마음 속에 있던 것이 말이 되어 나오는 순간 어디로 튈지 몰라서 삼켜버렸던 말들. 조앤을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상황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나의 모습일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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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의 스페셜 컬렉션 6권을 모두 사 놓고 처음으로 잡은 책.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5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일 정도다. 여성 작가가 탐구하는 여성의 심리. 박완서의 소설을 읽을 때 느낀 바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 대작가는 그들끼리 통하는 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비슷해지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아무튼 여자의 속마음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읽는 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어떻게 되려고 이렇게 두근두근하게 하는 걸까, 이 소설에서는 어떤 반전을 가져오려는 걸까. 결국 반전이 없다는 게 반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그제야 스멀스멀 섬뜩해졌다. 사람, 안 변하는 거다. 변하려고 할 수는 있었겠으나 결국은 본성으로 돌아오고 만다는 것. 변하려고 애쓰는 그 과정이 삶의 모습인 것일 테지.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려고 한다거나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보이려고 할 때 기울이는 노력들. 나만 해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오래오래 애를 써 보았던 것 같으나 결국은 도로 다 접고 내 본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얼마나 평온해졌던지. 학교 생활, 직장 생활 다 끝내고 난 뒤 이제야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본성을 이기는 노력도 삶에서는 짐이 되는 셈이다. 저마다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다를 뿐. 조앤은 조앤이었다. 조앤 같은 사람을 더러 보았다. 내 안에도 조앤의 어떤 면이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있을 악의. 나쁜 마음이라기보다는 악한 마음이라고 할 것 말이다. 둘의 차이라면? 나쁜 마음은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악한 마음은 죽기 전에는 없앨 수 없는 것이라고나 할까? 범죄 추리 소설을 자꾸 읽다 보면 이 악의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은 범죄 소설이 아닌데도 악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악의가 있지 않을까. 이 마음을 어느 정도 발휘하고 사는가 호은 아예 일어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사는가에 따라 인간성이 달라지는 것이고.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라서 공감하는 어떤 부분은 놀랍고 난처하다. 특히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기거나 숨기고 싶은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을 경우, 마치 나의 약점이나 단점을 감추려고 했던 게 들키기라도 한 것마냥 얼굴이 화끈해지기도 한다. 조앤처럼, 나도 그러곤 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 못하겠고. 그럼에도 조앤에게는 어떤 동정도 연민도 가질 수 없으니,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의 경우 내 약점을 보는 듯한 기분이라서 그렇다고 하더니 그런 걸까? 이제 남은 5권에서 나는 어떤 나와 마주하게 될까.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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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블란치 천박해" 학창시절 예쁘고 잘나갔던 블란치 지금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데... 그때와 대비되는 모습에 조앤은 우월감을 느끼며 속으로 계속 블란치를 욕하고 평가한다. 대화가 이어지는 중 블란치가 조앤 가족들에 대해 이상한 얘기를 시작한다. 블란치의 말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내가 진짜 몰랐던 이야기였나? 그림 속의 완벽한 삶을 만들었다고 자부심이 넘치던 조앤은 자신은 완벽하고 아름답고 우아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림 밖 현실을 사막에 고립되면서 깨닫게 된다. 내가 절대적으로 외면했고 회피했던 그 진실들... 그 진실들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서 벌어진 일들인데 .. 남편과 자식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그림속의 모습으로 통제하기만 할뿐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대로 그림 속 가족의 형태가 유지 시키는 일에만 관심있는 조앤 그 결과 조앤은 가족들의 영혼을 모조리 갉아먹었고 가족들은 조앤에 대한 애정이 하나도 없다. 남편 로드니가 있어서 가족이 유지되었고 자식들이 그나마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로드니는 하고 싶었던 농장 일을 포기하며 살았지만 로드니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 농장 일을 했어도 잘했을 듯 하다. 그리고 로드니는 자식들이 조앤처럼 되지 않도록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준다. 큰딸이 유부남과 불륜을 저질렀을 때 조앤이 나에게 했던 행동을 그 사람도 겪게 할 거냐고 물었기에 에이버릴은 사랑을 포기한다. 엄마 때문에 아빠의 삶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자식들은 알았기 때문에.. 조앤은 사막에서 잘못을 깨닫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으로 다시 한번 시작하고자 했지만 조앤은 돌아오는 열차에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오만하고 자기 만족감에 빠진 여자일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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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 작가의 <봄에 나는 없었다>을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가가 필명으로 출간한 작품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여행을 떠나는 와중에 옛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기억 속에 옛 친구는 인생의 풍파를 겪고 변화한 모습이었고, 옛 친구를 통해 여자주인공 자신도 인생에 변화가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심리소설 같이 재밌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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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만 읽었었는데 이런 작품을 썼을 줄이야...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소름돋기도 하고.. 주인공인 조앤이 자기 가정을 완벽하다고 여기며 가족에 대해 모든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딸네 부부를 만나고 돌아오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의 말 한마디에 찝찝함을 느끼고 기차 운행이 될 때까지 여행지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자기 자신의 삶을 회상하면서 여태 완벽하다고 느꼈던 삶이었지만 점차 자신이 외면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러면서 계속되는 조앤의 자기합리화와 자기 중심적인 태도와 그런 조앤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들을 읽고있자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마지막까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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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 저/공경희 역 추리소설 봄에 나는 없었다 후기입니다. 심리 서스펜스 추리 소설 봄에 나는 없었다. 처음 시작부터 몰입감이 넘치고 번역도 잘 되어서 잘 읽었다. 조앤이라는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처음은 조앤이라는 등장인물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그러나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다른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진다. 재밌게 읽은 추리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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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시가 추리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을 6편이나, 그것도 예명으로 냈다는 사실은 첨 알았다. 훌륭한 추리소설 작가라 그런지 첨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듯. 6편 중 3편을 읽었는데 이 소설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아주 훌륭한데 추리소설의 거장답게 중간중간 추리소설에 버금가는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티 여시의 새로운 면을 느껴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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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추리 소설이 아니고, 그녀가 필명을 바꿔서 출판했던 책이라고 했다. 원래 이 책이 아니라, 다른 책을 염두했었는데, 순서대로 읽어보려고, 이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추리소설보다 더 섬뜩함(?)에...너무 짜릿하고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허접한 책들을 읽고 읽고 또 읽는 이유가, 간간히 이런 소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겠다. 어찌 어찌 살아야겠다,고 벽에 붙여 놓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어떤 가치관이나 지향점 같은 것은 있는 편이다. 그것은 곧 취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의 불협화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무 생각이 없었을 때에는...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것이 전부였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생각을 바꾸고, 행동도 바꾸고...리셋할 수는 없었도, 수정하고 보완하고 반성하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까?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직접 읽은 것은 거의 이것이 처음인것 같다. 소시적에 문고판으로 나왔던 책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뭐 그즈음의 독서를 독서라 말하기도 뭣한 수준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새롭다. 조앤은...참 밥맛떨어지는 캐릭터이다. 그렇다고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배려가 있었냐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소설에서는 조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하나같이 모순 투성이인 것 같다. 책의 맨 마지막 두 문장은 마치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내가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음과 모르고 있음에 대한 차이는 클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내 인생이 어떻게 어떻게 펼쳐진다고 해도 감당해내기로 작정을 하였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느껴졌던 '섬뜩함'은 살짝 누그러지기도 하였다. 살면서 머뭇거릴 때마다 되뇌였던 문장들이 있다. -드레스가 있어야 파티갈 일이 생긴다. -배움의 끈은 놓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일도 생기지 않는다. -학예회하듯 보여주는 쑈는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을때 망설여지면 하는게 맞고, 사고 싶을때 망설여지면 안사는게 맞다. 뭐 이 정도. 최소한 조앤처럼은 살고 있지는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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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이 아닌 작품이다. 굉장히 아름다운 소설이다. 대단한 필력의 작가인거 같다. 몇 년 동안 구상했는데 삼일만에 완성했다니 나 천재작가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그녀의 작품이 이렇게 속속들이 완역으로 번역이 되니까 너무나도 기쁘고 반갑다. 크리스티의 많은 이야기들이 나의 책장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거 같아서 너무 기쁘고 다른 시리즈로 사서 봐야겠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크리스티가 이런 작품도 쓸줄 알다니 새삼 놀라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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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도 끔찍했다. 책을 여는 순간, 조앤이라는 주인공 사이에서 나는 나를 보고 말았던 거다. 작은 틈이 생기더라도 늘어지지 않으려 나를 옭아매던, 이 또한 개성이라고 타인의 말은 듣지 않은 채로 늘 내 고집대로 하던 핑계 많던 나를, 애거사 크리스티의 <봄에 나는 없었다>에서 보게 된 것이다. 말을 아끼는 것이 말은 하는 것보다 나으며, 고민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혼자 해결하려는 버릇까지 있는 내게 조앤은 단순히 책 속의 주인공으로만 여길 수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늘 그랬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다른 방향을 걷는 그의 말을 귀 기울이는가 싶다가도 곧 내 쪽으로 방향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그게 더 나은 것이라며, 그게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것이라며 일관했다. 그리고 그게 맞는 것이라며, 그렇게‘잘’지내왔다. 그런데 그 생각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거다. 그녀의 책 <봄에 나는 없었다>를 통해서, 여실히.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조앤은 누군가 그려 놓은 것과 같은 궤도를 돈다. 지역 변호사를 남편으로 둔 아내, 예의 바른 삼남매의 어머니, 품위를 갖춘 중년 여성, 아쉬울 것 없는 중산층. 그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틀을 잃지 않은 채, 행복하고 즐거우며 사랑 받는 사람이라며 자부하며 긴 세월을 보내온다. 어느 날, 막내 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폭우로 인해 사막에서 며칠을 묵게 된다. 문명의 밖에 있는 사막의 가운데서 그녀는 자신에 대해 ㅡ원치 않지만ㅡ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짧지 않은 시간들을 통해 그녀는 결국 커다란 그림 앞에, 본인이 만든 세계관에 빠져왔다는 ‘실제’와 마주하고 만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통찰력에 어디서 심호흡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기억을 조작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사는 인간의 세계관을 차분히 그러나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그녀의 글에 감탄, 감탄, 그리고 또 감탄이다.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상황, 이야기 그 안에서 <봄에 나는 없었다>는 다른 세상을 보게 한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사유, 우리가 가진 오만과 편견들. 비단, 이런 상황이 조앤, 그녀의 상황에만 국한 될까?
아이의 성적을 비판하고, 골프채로 처벌하는 엄마. 본인들의 권위에 맞춰 정략결혼을 권유하는 구조. 사회적 신분을 유지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우린 모두가 조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통찰력을 한 단계 더 높이 사게 하는 것은 이 책의 결말이다. 이 결말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길 바라며 글을 미뤄둔다.
그녀의 책은 담담했지만, 읽는 내내 끔찍스러우며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아, 이것이 ‘인간’이기에. 라는 마침표를 찍게 한다. 여기서 영화 <노아>가 떠오른 것은 나의 어떤 생각이었을까. 인간의 이기심, 욕망, 그리고 외면한 ‘실제’는 결국 우리 모두를 망칠 것이다, 지금처럼. 나도 나를 만났던 것처럼, 아직은 내게 기회는 있는 것이니 조앤을 마주한 그 시점만 가슴에 담고 책을 덮어야겠다. 이렇게, 마지막 결말에 나는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_201) -
그러면서 그는 뭔가를 하기도 전에 면밀히 계산하고, 모험은커녕 재고 따지기만 하는 세상이 역겹고 신물난다고 말했다. 조앤은 그가 의뢰인들에게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로드니는 씩 웃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은 언제나 의뢰인들에게 재판하지 말고 합의하라고 조언한다고 대답했다. (_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