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이었던 나는 거주지를 이전한 뒤 직장과 잠시 작별을 한 상태이다. 남들에게는 그저 부러운 대상이지만 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소속감을 잃어버린 나를 마주하기가 어색했다. 어느 늦은 오후 SNS을 하다 문득 나의 눈에 포착된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어쩌면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잘 맞아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최규승과 이석구 두 저자의 협업 작품이다. 들어가기 앞서 두 분의 저자가 만나게 된 배경과 이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여자의 행성지를 바쁘게 따라다니지만 수신을 확신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1부 (문밖에는 여자를 기다리는 고양이)는 '여자와 여자가 나간다 문이 있다 문이 닫힌다. 여자와 여자가 서있다. 문밖,' ' 여자는 밤이면 고양이가 된다.' 처럼 삶의 뒷면을 엿보게 한다. 2부 (순환 버스를 타고 내리는 풍경)은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떠도 보이고 눈 감으나 뜨나 보이지 않는 여자는 빛없는 세상을 그린다' 와 같이 바깥에 있는 '나'와 안에 있는 '나'가 상충하는 모습들을 담은 시들이 이어진다. 3부 (꿈꾸면 깰 꿈꿈 깨면 꿀꿈)은 ' 당신이 그린 당신은 또 당신을 그리고 있군요 당신은 그림 속에도 있고 아무 데나 있고 어디에도 있어요 그림 속 당신이 그린 당신은 속이 비어 있어요 당신이 없는 곳에 이제 당신 속 밖에 없어요 당신 속에는 당신이 없고 어느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와 같이 나를 향한 중심으로부터 돌아서기도 하고, 나를 향한 중심으로부터 가까워지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 안에서 고양이를 여자의 또 다른 '자아'로 표현된다. 인간의 삶의 길모퉁이에서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나는 시들을 읽어나갈수록 쓸쓸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으나 빈 곳을 채워주려는 저자의 봄 같은 언어로 인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
|
책 속 ‘행복했던 적이 없으므로 여자는 불행을 알지 못한다’라는 글귀는 행복과 불행이 결국 한 선임을 말한다. 불행을 알지 못하면 행복도 알지 못함을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거부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존재가 있고 부재가 있다. 이분법적인 삶 속에 결국 하나만 있다. 나누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을지 모른다. 달의 앞면이 있다면 달의 뒷면이 있다. 파도가 일어나고 스러지듯 흐르는 시와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게 하는 그림이 달의 앞과 뒤 같았다. 나도 오늘 달의 뒷면을 보았다. |
|
평생을 바라보아도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는 사실때문일까. 달의 뒷면은 꽤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가 된다.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최규승 시인과 이석구 일러스트레이터가 협업한 그림시집, '그림으로 쓴 시 시로 그린 그림'이다. 이 협업의 계기가 굉장히 재미있는데, 최규승 시인의 '무중력 스웨터'라는 시를 읽고 떠오른 이미지를 이석구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표지그림 수록)으로 그려 SNS에 공유하면서 인친이 되었고, 점차 서로의 시와 그림에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달의 뒷면처럼 보이지 않는 여성의 내면세계와 감정의 디테일을 표현한 시, 몽환적인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시에 등장하는 여성의 시선은 매우 천천히 흐른다. 특히 「달 정류장」같은 경우 정류장을 오가는 행인들의 시간과 화자의 시간은 영원히 달리 흐를 것만 같다. 마치 무중력 상태와 같은 느낌의 일러스트는 이런 시의 감각을 더 극대화시키는 듯하다. 예술은 형태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같다고 할 수 있기에 이런 협업은 아주 흥미롭다. 또한 무엇을 숨기던 드러내던 상관없다. 달의 뒷면을 감각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
우리는 글을 읽으며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하고 이미지를 보며 언어를 엮어내기도 한다. 독서는 내 마음을 대신 해 줄 그 한 줄을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독서 중 내게 맞는 문구를 만났을 때 후련함과 반가움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미지 역시 시각적 텍스트라 보면 문자 언어와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둘은 다른 방식으로 말하기에 우리는 이 둘을 모두 갖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의 실현이 이 책이다. 꿈꾸듯 위로받 듯 책장을 넘기며 잔잔한 위로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