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아이들도 행복하면 좋겠다고 막연히 바라왔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육아휴직 기간을 보내는 동안, 교실 상황이 조금씩 어려워져 가는 모습을 지인들을 통해 전해 들으며 안타까웠고, 결국 서이초 사건으로 모두가 광장에 모였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점 하나라도 보태기 위해 애썼지만 여태까지 너무 무심했던 것만 같아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께서 모아주신 이야기로 현재의 상황을 살피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 이 책의 기획, 구성, 집필, 출판을 맡아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하나 옮겨보려 합니다.
p.73 교육권과 학생 인권은 밤하늘의 별이 아니라 사회라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다. 배도 떠 있을 수 있는 상태여야 하고 바다도 배를 받쳐줘야 한다. 사실 학교와 교육이 하나의 배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지지받고 때로는 도전받으며 항해 중이다. 배가 부실하거나 바다가 험악해지면 항해는 멈춘다. 부디 우리의 모험이 멋진 항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권과 학생인권은 사회의 동의와 지지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교육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지는 교원뿐만 아니라 학생, 보호자를 비롯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학교를 보호하고 지지할 때 교육이 미래를 열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학교를 지키고 건강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 사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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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렇게 큰 움직임을 만들어 주실 동안 저는 조용히 제 일에만 집중한 것이 참 죄송스러웠습니다. 작은 검은 점들이 모여서 하나의 움직임을 이루었던 올 여름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사실은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우리의 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짚어보는 의미있는 시선을 제시합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이 시작이 된 우리의 움직임. 사실은 이미 100여 분의 선생님이 최근 6년간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해서 무지했고요. 선생님들의 죽음 외에 수많은 퇴직과 휴직과 병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고 그냥 넘겨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렇게 된 교육은 우리 자신이 되돌려 받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단순하게 한 선생님의 죽음만을 짚어보고 거기에 대해서 슬퍼하는 것으로 저희의 집회가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제일 뒤로 미루어두었던 하지만 가장 시급한 교육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꺼내어 정면에서 직시하기를 바랐고 그 과정들에 대해서 이 책 대한민국 교육, 광장에 서다는 3부로 나누어 하나씩 짚어 보고 있습니다. 어떤 장은 좀 더 전문적인 부분이라 조금 더 집중해서 읽어야 하고 어떤 장은 조금 더 쉽게 읽히기도 합니다. 관통하는 한 가지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교육 현실입니다. 저는 어제 체육관에 반 아이들과 갇힐 뻔 했습니다. 아니 실제로 갇혀서 난감해 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옆 문이 열리더라구요. 발단은 쉬는 시간이 끝났는데도 체육관에서 공놀이를 하고 놀던 아이에게 이제 그만하고 교실로 돌아가라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교실로 나가면서 제가 한 마디 한 것에 마음이 상해서 체육관 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나가 버렸습니다. 그 사실을 몰랐다가 교실에서 조금 늦게 들어온 다른 아이가 체육관에 들어오지 못해 난감해 하면서 먼저 들어온 저와 저희반 아이들은 그제사 체육관에 갇힌 것을 알았습니다. 이 전에는 이런 일이 있어도 합당하게 가르칠 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아이 기분상해죄는 정말로 농담이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올해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것 하나는 학부모님들의 지지와 이해 덕분이었습니다. 그분들도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왜 마음이 상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무조건적으로 담임교사인 저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시려고 노력했고 제가 설명하면 이해하셨고 그 과정에서 조금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셨기 때문에 잘 헤쳐나갈 수 있었어요. 1학기는 물론....말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긴 했습니다만. 단순하게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와 지나치게 중시되었던 학생의 인권에 대한 부분을 넘어서 정말로 학교 현장에서 정말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 그것이 무엇인지 이 책은 폭넓지만 심도있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왜 교장교감이 실제적으로 도와주기가 어려운지 제도적 법제적 접근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교육주체와 교원단체와 교사의 권리에 대해서까지.. 저는 올해 정말로 굉장히 바빴지만 그래도 할 만 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6시를 넘기는 일은 다반사였고 물론 초과근무는 미리 올릴 새도 없어서 수당은 당연히 없이 일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6학년 담임교사에게는 별다른 업무를 주지 않았거든요. 이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최소한 두세가지 업무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학급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뀐 교과서에 따른 수업 준비는 물론이고 수많은 회의와 6학년 특성 상 따라오는 일들을 하다 보면 왜 6학년은 업무가 없는지 이해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6학년 담임의 일은 기본적으로 업무 중 난이도에 해당할 정도로 많거든요.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현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것이 결국은 이 나라를 세워갈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고 그 나라에서 함께 살아갈 우리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들 뿐만 아니라 비교사이신 분들. 학부모님들부터 일반인들까지 모두 함께 읽어보시고 우리 나라가 세워가야 할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세워진지 이제 74년.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이 과정에서 경제적인 면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다른 비물질적인 부분은 항상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토록 진통을 겪고 있는 부분이고요. 이제는 교육에 대해서도 바른 관점으로 바르게 바꾸어 나가야 하는 시기가 드디어 도래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로 개인화가 지적이 되고 있지만 사실 개인주의와 개인화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책에도 나왔듯이 개인이 중심이 되고 시작이 되었다고 해서 비단체화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집단의 힘도 필요하지만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이 힘있게 바르게 쌓여질 때 그 때 오히려 더 단단한 집단인 사회가 구축이 되는 것일 테니까요. 그래서 신뢰와 상호존중이라는 이 부분. 상처가 생겼으니 임시방편으로 덮고 지나가려고 하지 말고 정말 제대로 우리 사회를 위해서, 아픈 것은 확실하게 치료하고 더 이상 이런 상처가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다치더라도 더 늦기 전에 잘 치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그런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