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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들 - 방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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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국의 추리 소설을 접해볼 기회가 그리 많지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 추리 소설 분야로 딱히 떠오르는 사람도 없다. 일본이나 영미쪽처럼 추리 소설 분야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조난자들>이라는 책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몰랐는데,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낮술>이라는 영화를 제작하였던 노영석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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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한국의 추리 소설을 접해볼 기회가 그리 많지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 추리 소설 분야로 딱히 떠오르는 사람도 없다. 일본이나 영미쪽처럼 추리 소설 분야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조난자들>이라는 책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몰랐는데,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낮술>이라는 영화를 제작하였던 노영석 감독에 의하여 영화화 되었는데, 사실 이 영화가 개봉되었는지도 몰랐다. 미안한 마음에 우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주로 저자본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시는 분이라 캐스팅에서부터 제작까지 메이져 언론에 노출되지는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의 추리 소설이자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갖고 <조난자들>을 읽게 된것 같다.

 

 주인공인 상진이 강원도의 어느 한 펜션으로 여행을 간다. 작가인 상진은 자신의 작품을 마무리짓기 위하여 지인이 운영하다가 잠시 비워둔 펜션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우연히 그 지방 사람인 학수를 만나서 펜션 근처까지 동행을 하지만, 학수의 험악한 인상과 말투에 상진은 내심 불편한 마음으로 동행을 한다. 펜션에 도착한 상진은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하지만, 쉽사리 글이 써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스키장을 찾으려다가 눈으로 인하여 유미 일행이 펜션에 방문한다. 상진은 낮에 사냥을 하던 수상한 사람들을 본 터라 이들에게 비어있는 펜션을 내준다. 여자인 유미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바베큐 파티를 진행하고, 상진은 잠시 참석하였다가 산쪽으로 올라가던 학수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 꺼림칙한 마음에 자리를 피한다. 학수는 상진에게 자신도 펜션의 바베큐 통을 썼으면 하고 부탁을 하고, 마지못해 상진은 허락을 해준다.

 잠시뒤 밖으로 나온 상진은 바베큐 파티를 하던 사람들과 학수 일행이 모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 근처를 걷다가 상진은 펜션에 묵기로 한 남자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상진은 아마도 전과자 출신의 학수 일행과 싸움을 벌이다가 살해되었으리라 추측을 하고, 유일한 유선 전화가 있는 유미의 펜션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오해로 인하여 상진은 오히려 유미에게 강간범으로 의심을 받고, 유미는 학수의 도움으로 상진을 묶어놓고 경찰을 부른다. 상진은 범인으로 의심되는 학수를 보면서 겁에 질리지만,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이 학수의 형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란다. 경찰은 상진이 강간범이라고 주장하는 유미와 학수가 사람들을 죽였다는 상진, 그리고, 자신은 아무런 짓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동생 학수의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게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추리 소설의 측면에서 보면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나름 반전이라는 결말도 약간 황당한 내용이었기에 그랬던것 같다. 물론 너무 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분명 짧게나마 그러한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개연성을 조금씩 심어놓았지만, 독자로서 수긍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러한 사건의 배경이 되는 펜션에서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강원도의 외딴 시골이라는 자체가 공간적으로도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 실제 택시기사와의 대화에서도 펜션은 그 시골에서도 고립된 지역임을 드러낸다. 작가는 왜 공간의 제한을 둔 것일까?

 처음 강원도에 도착한 버스 터미널에서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TV에서 북한의 간첩 소식에 정부의 햇볓 정책을 성토하는 노인의 모습이라든지 상진이 뽑아 놓은 커피잔에 무례하게 담뱃재와 가래침을 뱉는 노인의 등장. 이는 외딴 장소에서 다소 과격하면서도 무법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부분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갈등은 학수의 등장으로 더욱 심화된다. 상진이 버스에 탔을 때, 펜션의 목적지를 운전수에게 물어보는 상황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학수의 등장. 이후 상진에게 다가가면서 과도한 관심을 내보이는 학수의 모습은 점점 상진의 심리를 불안함으로 만들어버린다. 심지어 그가 출소하여 고향으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제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펜션에서도 사냥을 하는 수상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점점 불안함을 느끼는 상진은 우연히 스키장을 가려고 방문한 일행에게 기대어보려고 하지만, 그 일행도 정상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예뻐보이기는 하지만, 무례한 유미와 다소 이상해보이는 그녀의 일행들.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는 펜션에서 상진은 더욱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조용히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방문한 펜션이 이제 상진을 공포로 점점 몰아넣기 시작한다. 펜션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시작되면서 이제 이야기는 급속한 전개를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누가 저질렀는지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그러한 상황에 직면한 상진의 심리 상태가 오히려 흥미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였는지 다소 황당해보이는 결말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은 이유도 바로 나의 초점이 상진에게 고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학수라는 존재도 눈길이 간다. 상진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에는 전과자 출신이고 험상궂게 보이는 학수는 자연스레 나의 눈으로도 수상한 존재로 생각되었다. 즉, 상진을 통하여 학수에 대한 선입관이 생겨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펜션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의 상진의 불안한 심리는 바로 자신의 선입관에 의하여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상진은 몰랐지만, 자신의 선입관으로 모든 상황을 해석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학수와의 대결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대결의 구도가 다소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와해되는 부분은 아마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상진만이 조난을 당한 것 같지는 않다. 펜션에 고립된 다수의 <조난자들>. 외딴 산속에 고립이 되어서 조난을 당한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선입견에 의하여 심리적인 고립으로 인한 주인공들의 운명. 엉뚱해보이는 결말에 개입한 존재의 등장은 그들의 조난이 서로에 대한 의심에 의한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서 아쉬움을 느낀다면 아무래도 등장인물간의 대립에 좀더 많은 부분이 할애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g*******7 2014.07.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