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3)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1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밸러리
"밸러리" 내용보기
1988년 4월, 밸러리 솔래너스는 샌프란시스코의 홍등가 텐더로인에 있는 한 호텔방에서 폐렴으로 죽어간다. 4월 30일, 호텔 직원이 이미 구더기로 뒤덮인 그녀의 시신을 발견한다. 사망 시점은 4월 25일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가는 시작하기 전에 이 소설이 전기가 아니며 그녀의 삶과 저작에 기반을 둔 환상문학임을 밝힌다. 그리고 밸러리 솔래너스의 삶을 충실히 재현하
"밸러리" 내용보기

1988년 4월, 밸러리 솔래너스는 샌프란시스코의 홍등가 텐더로인에 있는 한 호텔방에서 폐렴으로 죽어간다. 4월 30일, 호텔 직원이 이미 구더기로 뒤덮인 그녀의 시신을 발견한다. 사망 시점은 4월 25일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가는 시작하기 전에 이 소설이 전기가 아니며 그녀의 삶과 저작에 기반을 둔 환상문학임을 밝힌다. 그리고 밸러리 솔래너스의 삶을 충실히 재현하지도 않았으니 주인공 밸러리를 포함해 대부분 허구로로 간주해야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밸러리를 '너'라고 칭하는 서술자를 둔 2인칭과 3인칭을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소설은 밸러리의 시신이 발견된 1988년 4월 30일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당시에 미국을 흔들었던 굵직한 사건을 비롯해 밸러리의 개인사 등 실제 사건과 허구적 요소가 절묘하게 엇갈리며 독자를 배심원으로 끌어들여 사실(혹은 아직 확인 되지 않은, 어쩌면 확인할 수 없는 진실) 여부를 읽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이 소설에서 밸러리와 대화를 하는 모든 인물들은 그녀의 망상 혹은 또 다른 자아들이라고 읽혔다.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이 사실일수도 있고, 밸러리의 착각일수도 있다. 과연 그녀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사실일까.    


ㅡ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폭력, 어머니의 방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던 끔찍하고 비참했으며 공포스러웠던 유년 시절. 일곱 살에 처음 친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어머니 도러시는 이를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했다. 딸을 돌보지 않았던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바랐기에 소설에서는 어머니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밸러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밸러리가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불리는 데에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는 단면 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멜름허스트정신병원에서 재차 왜 앤디를 쐈는지 이유를 묻는 의사에게 밸러리는, 오히려 여자들이 도대체 왜 총을 쏘지 않는지, 강간과 폭행을 당하고 차별을 강요당하는, 여자의 모든 권리가 공격받고 있는 세상에서 왜 총을 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동시에 남자라는 성을 파괴해야한다고, 앤디를 비롯해 몇 사람에게 총을 쏜 행위를 옳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앤디 워홀을 총으로 쏜 후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자수했다는 모습에서 그녀의 불안감을 짐작할 수 있다.  

 


밸러리는 대학원에 입학해서도 저항자이자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 뿐만 아니라 비록 그녀 스스로 만든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후 얼마나 고립되고 외로움에 고통스러웠는지, 그래서 오히려 더 강하고 극단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야만했던 이유가 소설 곳곳에서 보여진다.   


밸러리의 위악적인 모습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자유를 열망했는지 느껴진다. 암살 미수 사건으로 유명세를 얻자 곧바로 그녀의 글을 출간하며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세태에 더 절망했던 밸러리는 주변에 어려움에 처한 여자를 비난하거나 비하하지 말고 그냥 도와주라고, 그게 곧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이라고, 일갈한다.  


소설의 마지막, 밸러리가 죽음을 맞은 순간은 비록 작가의 상상이라고해도 너무 가슴이 아프다. 래디컬 페미니즘 내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었다는 밸러리. 그동안 우리는 정작 봐야할 그녀의 모습을 놓친 것은 아니었을까.  

 

 

※ 출판사 지원도서

y******n 2023.12.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문학 동네 서평단 ─ 밸러리
"문학 동네 서평단 ─ 밸러리" 내용보기
O. 날 멋대로 불러. 넌 내 진짜 이름을 절대로 알지 못할 거야. 연극조의 태도. 무대 꾸미기. 소멸. ─ 본문 139p.    여자의 유년기를 보지 말고, 욕망의 체계 속 그 여자의 자리를 보세요. 가학 성애자와 여성혐오자들 사이에서 보낸 여자의 불행한 유년기를 보시라고요. 어떤 형태나 형식으로든 욕망이라는 선택지는 없죠. 절단된 리비도 덕분에, 어떤 경우에는 절단된 성기나
"문학 동네 서평단 ─ 밸러리" 내용보기

 

O. 날 멋대로 불러. 넌 내 진짜 이름을 절대로 알지 못할 거야. 연극조의 태도. 무대 꾸미기. 소멸. ─ 본문 139p. 

 

여자의 유년기를 보지 말고, 욕망의 체계 속 그 여자의 자리를 보세요. 가학 성애자와 여성혐오자들 사이에서 보낸 여자의 불행한 유년기를 보시라고요. 어떤 형태나 형식으로든 욕망이라는 선택지는 없죠. 절단된 리비도 덕분에, 어떤 경우에는 절단된 성기나 절단된 공격성 덕분에요. 모든 것이 투사를 위한 스크린, 서부 개척의 꿈을 위한 스크린이 되라는 할당된 과업에서 생겨나요. 상담용 소파, 전이, 그리고 거대한 전이성 신경증. 스크린 뒤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매릴린 먼로, 도리스 데이. 절단된 욕망 충동, 절단된 공격 충동, 모든 미국 여성이 그래요. 정신분석학의 죽음입니다, 로버트 교수님. ─ 본문 280p. 

 

여자는 본능적으로 알아, 타인을 해하는 일만이 유일한 잘못이고 사랑이 인생의 의미라는 걸. ─ 본문 371p. 

 

읽으며 올해 '과격하다'는 단어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책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사어로 '파격', '충격' 같은 급진적 단어들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결국 밸러리 솔래너스의 삶은 시대의 결과물이다. 과격하고 파격적이며 지금 돌아봤을 때 충격적인 게 있다면 그건 밸러리 개인이 아니라 시대일 것이다.

서술 방식과 행간 사이 의미 읽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겠으나 불완전한 개인의 서사를 담아내기 위해서 이만큼 효율적인 방식은 찾기 힘들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영적인 체험을 지향하며 읽는 것이 좋다. 

이해받기 힘든 삶 ─ 특히 그것이 여성과 같은 소수자의 것인 경우 ─ 을 읽을 때에는 거부감을 느끼기 쉬우나 모든 이야기는 종장의 제목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밸러리를 사랑해야 한다. (설령 당신이 그녀에게 완벽하게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미 죽은 주인공, 서술자, 삶의 등장인물들과 그걸 읽는 독자가 있다. 당신은 밸러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우선 밸러리는 작가였다. 거기서부터 시작해보자. 

 

#밸러리 #문학동네

 

 

YES마니아 : 로얄 d**********2 2023.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부활의 기적처럼 생생하게 재창작된 문학
"부활의 기적처럼 생생하게 재창작된 문학" 내용보기
밸러리 진 솔래너스Valerie Jean Solanas는 누구인가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I shot Andy Warhol> 영화로 먼저 만난,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역사서에 언급된, 실은 이름만 아는 ‘밸러리’를 만날 기회다. 인터뷰도 에세이도 아닌 소설이다. 비비언 고닉과 조예은 작가와 르몽드가 추천했다. 반갑고 두려웠다.   ..............................................   첫
"부활의 기적처럼 생생하게 재창작된 문학" 내용보기

 

밸러리 진 솔래너스Valerie Jean Solanas는 누구인가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I shot Andy Warhol> 영화로 먼저 만난,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역사서에 언급된, 실은 이름만 아는 밸러리를 만날 기회다. 인터뷰도 에세이도 아닌 소설이다. 비비언 고닉과 조예은 작가와 르몽드가 추천했다. 반갑고 두려웠다.

 

..............................................

 

첫 장에서 여러 개의 경고 혹은 안내문을 먼저 만난다. 이 작품은 소설, 환상소설, 충분하지 않은 재현, 그러니 허구, 조지아의 사막조차도. 도입에서는 주인공의 죽음, 고독사, 부패를 먼저 읽는다.

 

어스름 속에 존재하는 방법은 아주 많아. 성별은 감옥이 아니야. 그건 기회야. 이야기하는 방법들이 다를 뿐이야. 너만의 이야기를 글로 써봐.”

 

내가 알지 못하는 감각의 계절처럼 현란하고 지독하게 쓸쓸하다. 논픽션도 픽션으로 읽는 이상한 독자에게 수많은 감각적 경험을 깨우는 위험한 실체와 비유들이 가득 이어진다.

 

창작이라 더 생생한 인물을 만나, 그가 멈춘 425일까지 지면이 초대하는 만큼 살아보는 기분으로 나도 함께 거기에 있다고 상상하며 읽는다. 20세기에 태어난 내가 먼 과거가 아니라고 추억한 20세는, 여성이 종종 인간이 아닌 취급을 받은 시기다.

 

여자는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 쓸쓸한 풍경을 반복해서 목격한다. 삭제되고 검열당한 목소리를 통해 옳은 질문은 무엇이었고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밸러리 솔래니스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고 나니, 어떻게 생존했는지가 놀라워서였을까, 그가 대학에 입학하는 장면에서 복잡한 감정이 일부 눈물이 되었다. 두려움 속에서도 기뻤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기회라고도 생각했을 것 같아서.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 (...) 겁이 나도 절대로 내색하지 마. 이방인처럼 행동해선 안 돼. 사람들이 너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도록 하지 마. (...)”

 

교육과 교육제도 내에서 여성의 자리는 이제 충분한 걸까. 제도 안에서의 자리는 어떤 걸까. 늘 미래를 상상하며 희망을 이어가는 것은 너무나 고단한 일이지만, 그걸 포기하면 뭐가 남을지가 더 두렵다. 무례와 실례가 될 것 같아 정체와 퇴행 이야기가 조심스럽다. 아무리 살아도 무엇을 살고 있는지는 문득 모를 일이다.

 

우린 역사의 일부가 아니야. 어떤 이야기의 일부도 아니야. 역사도 아니고, 운명도 아니야. 세계의 역사는 (...) 경찰 행세하기를 좋아하는 유인원-남자들로 이루어진 범죄 조직에 불과해.”

 

인간 사회에는 평균값이 없다. 있다고 생각하다간 호된 충격을 먹는다. 그럼에도 문명이, 이성애와 돈에 기초를 둔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이 다행이고, 21세기에도 전쟁과 무기가 큰돈이 된다는 여러 고발이 있어서 한편 다행이다.

 

밸러리의 고민과 고백이 현재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이 여전해서 짧은 수명의 절반 이상을 살아버린 나는 익숙한 조바심과 두려움을 느낀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기억하기에 수명이 너무 짧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록과 교육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명의 경계선과 가장자리에서 살아온 여성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을까. 밸러리는 비정체성이 답이야.”라고 선언했다. 살던 대로 사는 것을 그만 두어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일상을 뒤집을 상상조차 하기 싫은 나는 게으른 겁쟁이 독자다.

 

 

 

 

 

k****k 2023.12.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