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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마 역사학을 전공했으면 참 재밌게 공부했을 거란 생각을 자주 한다. 역사학이든 민속학이든 고고학이든 인류학이든... 아아 하지만 지금도 난 관련한 책들을 읽기만 즐길 뿐이지, 그로 인해 축적되는 무엇은 없다. 프로급은 아니어도 아마추어급 정도의 지식과 식견은 갖추어야 하지 않나 하고 내 능력에 대해 자주 탓하곤 한다.
어쨌든, 이 책은 고고학이 얼마나 생생하고 낭만적인 학문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수천년이 지난 삶을 유적과 유물을 통해 되살려놓는다. 땅과 바다와 바람이 기억하는 수천년 전의 눈동자와 흥분을 시간을 거슬러 직접 느낄만큼의 생기를 불어넣는다.
글 쓴이의 표현력일 수도 있지만, 한점 유물과 그 주변에 대한 꼼꼼한 관찰로 마치 그 시대 그 현장에 가 있는 듯한 상상력을 도와주는 이 책의 매력은, 고고학이란 단순히 유물을 통해 역사를 증명하는 학문이 아니라 유물과 유적을 통해 그 시대의 사람들과 삶을 되살리는 것이란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데 있다.
한길사는 대학시절부터 치열한 고민과 현실분석을 도와주는 고마운 출판사였다. 숱한 사회과학 서적들, 그 중에서도 비교적 균형있고 예리한 책들이 한길사를 거쳐 나왔다. 단언컨대 당시 사회과학 서적의 대표작인 '해방전후사의 인식'역시 이 출판사의 공로다. 100% 한길사는 사회과학 전문출판사였다.
그 한길사에서 '인문학의 부흥'을 기치로 시리즈 책들을 내기 시작할 때, 그 초창기에 저 책이 있다. 지금에 보면 두툼한 양장본의 인문학 전문출판사로 착각(?)될 만큼이지만 나를 비롯해 비슷한 시기에 대학생활과 사회참여의 고민을 거쳐온 사람들은 이 사회의 닫힌 사상을 열어젖히는데 기여한 한길사에 대한 고마움을 십분 공감하리라.
그러한 출판사에 대한 믿음 위에 관련 분야에 대한 원초적인 관심이 덧붙여진데다, 백배 아니 이백배 만족시켜주는 책의 내용. 사회과학보다는 인문학이, 기술공학보다는 자연과학이 든든한 전제조건이 되는 사회가 정녕 튼튼하고 균형잡힌 사회라는 출판사의 드러내지 않은 주장에 공감하면서, 꾸준한 한길사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딱딱하게 죽어있는 유물과 고고학을 이렇게 생생하고 낭만적인 삶으로 되돌려준 한권의 책, [동굴에서 들려오는 하프소리]를 적극 권하고 싶다. 비록 절판되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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