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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은 대개 화려한 우주선이나 차가운 디스토피아를 그리곤 한다. 하지만 황모과 작가의 《노바디 인 더 미러》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의 파도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먼저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제목인 ‘노바디 인 더 미러(Nobody in the Mirror)’는 직역하면 ‘거울 속의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 자신을 확인하는 우리에게, 거울 속에 내가 존재하지 않거나 내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설정은 기묘한 공포감을 준다. 소설은 기억을 데이터화하고 의식을 전이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 사회를 보여주며, “육체와 기억이 분리되고 대체될 수 있다면, 진짜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 머무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거나 소외감을 느낀다. 나를 증명해 주던 고유한 기억이나 육체가 기술에 의해 편집되고 대체될 수 있을 때, 인간은 극심한 상실감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차갑고 딱딱한 문체가 아닌, 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따뜻한 필치로 그려낸다. 덕분에 독자는 SF라는 장르적 장벽을 넘어, 인물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연결에 대한 갈망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과학 기술의 부작용을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결국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울 때,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나의 존재를 온전히 바라봐 주는 타인의 시선이 있다면 인간은 다시 존재할 힘을 얻는다. 오늘날 우리는 이미 디지털 세상 속에서 수많은 부캐(부캐릭터)를 만들고, 데이터화된 프로필로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노바디 인 더 미러》 속 세상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을 은유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기억의 왜곡과 인간 소외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끝내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기술이 아무리 인간을 대체하려 해도, 우리가 지켜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유의미한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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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판정을 받았던 남편이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한데 아내도 예전의, 온전한 그녀가 아니다. 이것은 테세우스의 배 같은 이야기일까. |
| 한 번이라도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해본 사람이거나, 여성인 사람들은 너무나도 공감할 소설. 어떻게 보면 무엇이 진실된 관계인지. 어떤 관계가 건강한 관계인지, 정상적인 나는 무엇인지, 관계 속의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계속 물음을 던지게 하는 소설이지만, 오히려 답을 주지 않음으로써 무엇이 사랑인지 알게 해주는 소설같았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뇌를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속이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