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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사랑은 구원인가, 파멸인가.
"《불》 사랑은 구원인가, 파멸인가." 내용보기
너는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인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당신을 원해요. 너는 혼자 웃는다. 오랜 세월 쌓은 품위와 관습, 원칙, 규범, 지혜, 신중, 성찰, 여유, 존중, 재치, 정절...... 이 모든 걸 단 하나의 문장에 불태워버리다니. 남김없이 모두 태워버린 까닭에, 너에겐 그렇게 얻은 이 홀가분한 기분을 표현할 단어 하나 남지 않았다... 기억해라. 너는 네 안의 그늘을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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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인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당신을 원해요.
너는 혼자 웃는다. 오랜 세월 쌓은 품위와 관습, 원칙, 규범, 지혜, 신중, 성찰, 여유, 존중, 재치, 정절...... 이 모든 걸 단 하나의 문장에 불태워버리다니. 남김없이 모두 태워버린 까닭에, 너에겐 그렇게 얻은 이 홀가분한 기분을 표현할 단어 하나 남지 않았다... 기억해라. 너는 네 안의 그늘을 등불로 삼고, 너의 욕망을 바로 너 자신으로 받아들였다.            p.55

 

여자가 남자를 처음 봤을 때, 그녀는 그의 손을 보고 놀란다. 가느다란 손가락과 매끄러운 손목이 마치 남자 몸에 실수로 연결된 소녀의 손 같았기 때문이다. 속이 다 비칠 듯한 피부, 툭 불거진 혈관, 물병을 들어 올리는 연약한 근육, 모든 게 아주 허약해 보이고, 작은 손짓에도 부러질 것만 같다고, 셔츠에 가려진 그의 몸이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병적으로 건강관리 앱을 통해 체온과 호흡수, 심박수, 혈압을 체크하는 남자는 그녀를 온실 속의 여자, 묘한 느낌을 주던 여자로 기억했다. 첫 만남에서 그 여자가 완전히 자신의 취향이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다음 날, 그녀의 문자가 어쩐지 익사 직전에 수면으로 끌어 올려 숨을 쉬게 해주는 구원처럼 느껴졌다. 감격스럽고,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사회과학 교수인 로르와 은행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는 클레망의 만남이 시작된다. 

 

남녀 두 화자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데, 로르는 2인칭 시점으로, 클레망은 1인칭 시점으로 그려져 있으며 상반된 문체와 분위기로 인해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었다. 게다가 로르의 2인칭 시점에는 중간중간 죽은 엄마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클레망의 몸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얼른 눈 돌리지 못하겠니. 병적일 정도로 보수적인 여자들의 무덤 속에서 너의 엄마가 황급히 끼어든다'는 식으로 죽은 엄마의 비난이 흘려든다. 자신을 연봉 액수로 소개하는 클레망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예 좀 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돈이 남아도는 인간이 불쌍하다고? 결혼해서 하녀처럼 죽도록 일한 여자들의 천국에서 네 엄마의 엄마가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는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로르의 머릿속에는 그렇게 끊임없이 죽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어머니는 지나간 세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금지된 사랑의 열망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딸의 모습을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듯이 말이다. 

 

 

"로르. 너는 희망을 거의 잃어버린 여자 같아." 그녀가 전화를 끊기 전에 속삭이듯 말하고, 그 말이 새벽까지 네 귓가를 맴돈다. 희망을 거의 잃어버린 여자. 아침까지 불면증으로 꼬박 새우며 너는 침통한 마음으로 그 문장을 되풀이하고, 허공을 향해, 켜져 있는 전등을 향해, 천장을 향해 그 말을 되뇐다. 그리고 그 문장은 소리를 잃고, 마치 나무판에 던진 공처럼 너에게 돌아온다.
너는 희망을 거의 잃어버린 여자야.
모두 잃어버렸지.
너는 추문과 종말 외에 다른 건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다.              p.320

 

로르의 첫째 딸은 고작 별 볼 일 없는 고등학교에서 정학당하는 것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자신의 신념을 가로막는 온갖 체제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반항한다. 둘째 딸은 아직 한창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할 만큼 어리다. 로르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가정이다. 가구에 집착하고, 반복되는 가족 행사에 집착하고, 의심이 들수록 더욱 집착하고, 그래서 또 지쳐간다. 이십년 동안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단지 커피와 함께 잡담을 나눌 교수들과 밝은 조명이 무상으로 지급되는 곳이기에 대학에 몸담고 있을 뿐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독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에 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라는 문장으로, 로르의 2인칭 시점이 스스로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을 수 없이 삶이 지리멸렬해진 '내'가 바라보는 치솟는 정염에 뛰어들어 불타오르는 '나'를 향한 시점인 것이다. 

 

클레망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 역시 시작부터 그들의 사랑이 잘못된 거라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로르에게 향하는 클레망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날 파괴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딴 걸 파괴하려고, 로르, 이해하겠어?' 라고. 그렇게 두 남녀는 돌이킬 수 없는 불길을 향해 온전히 몸은 던진다. 학대받던 유년기로 인해 온전한 관계 맺기에 매번 실패하는 클레망과 애정 없는 결혼생활로 허울뿐인 가정을 지켜내려고 고군분투하던 로르가 서로에게 공감하고, 이끌리며, 서서히 빠져드는 과정은 굉장히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들로 인해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야말로 사랑이 왜 ‘불’에 비유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사랑은 과연 구원일까, 파멸일까. 여성의 욕망과 세대 담론 등 현시대의 첨예한 쟁점을 담아내고 있는 이 작품은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등 금기와 규율을 넘어 생의 심연을 조명해온 프랑스 문학의 정신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독보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 작품 속 파멸을 향해 전진하는 두 연인을 통해 사랑의 맨얼굴과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23.12.29.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활활 타오르다 소멸하고, 잿더미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를 끌어 않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
"활활 타오르다 소멸하고, 잿더미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를 끌어 않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 내용보기
[너는 그의 손을 보고 조금 놀란다. 남자 몸에 실수로 연결된 소녀의 손 같아서. 가느다란 손가락과 매끄러운 손목, 부드럽고 동그란 손가락 관절, 너무 얇아서 속이 다 비칠듯한 피부,툭 불거진 혈관, 그의 오른손이 올리브와 빵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너는 꿈틀거리는 그의 근육을 바라본다. 그가 물병을 들어 올리자 어린아이처럼 연약한 근육이 미세하게 떨린다.모든 게 아주 허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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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의 손을 보고 조금 놀란다. 남자 몸에 실수로 연결된 소녀의 손 같아서. 가느다란 손가락과 매끄러운 손목, 부드럽고 동그란 손가락 관절, 너무 얇아서 속이 다 비칠듯한 피부,툭 불거진 혈관, 그의 오른손이 올리브와 빵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너는 꿈틀거리는 그의 근육을 바라본다. 그가 물병을 들어 올리자 어린아이처럼 연약한 근육이 미세하게 떨린다.모든 게 아주 허약해 보이고 작은 손짓에도 부러질 것만 같다. 그가 너의 목을 조르는 건 불가능하리라고 너는 생각한다.]

 

한 여자의 시선은 남자의 신체 구석 구석을 훑고 지나가다 입술에서 수직으로 새겨진 문신 같은 슬픔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천국으로 간 그여자의 엄마가 이렇게 속삭인다.

 

[대체 누가, 어떤 고통이, 어떤 충격이 그를 그렇게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몸으로 과거의 모습을 깨진 거울로 비추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비관론자적인 손으로 만들었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 그건 아주 민감한 문제다,

너는 그를 모른다. 너는 현대사 심포지엄의 발언자로 초청하기 위해 글로 만난 것이지. 하나의 풍경화를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니다. 너는 그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그의 서사가 아니라.]

 

사회과학과 교수 로르는 한 심포지엄에서 증권가에서 일하는 은행가 클레망을 보자마자 욕망의 불길에 타올라 그의 몸짓, 행동, 말투까지 독차지 하고 싶어진다.

로르가 클레망을 향한 사랑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동안 세상을 떠난 클레망의 어머니의 흔적이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기 시작한다.

 

[너는 너의 아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행동하는 사람, 항상 의존과 분노 사이의 중간 어디쯤 어정쩡하게 사는 네가 아니라.]

 

'안녕 하세요. 클레망, 파리 13구에서 만난 로르예요.'

 

불쑥 문자를 보내오는 여자, 남자는 어제 만났던 그 여자에 괜히 연락처를 알려 준 것이 아닌지 후회를 하며 곧바로 답신을 보내지 않고 머뭇거린다.

 

'내일이라. 나는 두렵다. 로르, 우린 너무 빠르고, 너무 늦었어요.'

 

클레망을 향한 사랑의 열망이 달아 오를 수록 로르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크게 심호흡을 내뱉으면서도 그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심박수가 빨라지고 온 몸이 달아 오르기 시작한다.

겨우 두 번 만난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 로르는 그 남자를 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낯설면서도 사랑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온 몸을 활활 불태우고 싶은 희열에 사로잡혀 버린다.

두 번의 만남 이후로 몇 번 문자를 주고 받은 로르와 클레망은 서로 알고 지낸 지 단 열흘 만에 차 안에서 키스를 나누고 다음날 부터 사랑의 은어가 담긴 달콤한 언어가 담긴 문자를 주고 받는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두 아이를 챙겼던 로르는 클레망에게 마음을 빼았기고 부터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서둘러 어디론가 밀어버리고 맡겨 버리고 서랍 안에 새로 산 속옷들을 채워 넣기 시작한다.

보름 만에 대낮 호텔에서 첫 관계를 시작하며 금기된 사랑을 시작 하게 된 로르와 클레망은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서로 만남의 횟수가 늘어 날 수록 함께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길어 질 수록 상대방에게 원하는 요구 사항이 하나 둘 씩 늘어나자 가정을 갖고 있는 로르는 매사 노심초사 하며 자신의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되고 클레망은 이전 보다 더 깊은 우울증에 빠져 버린다.

로르는 클레망과 관계를 이어가는 동안 눈을 뜨자 마자 서둘러서 두 아이를 학교에 밀어 넣어 버리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하며 두 아이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클레망에게 연락을 받는 즉시 호텔로 향한다.

가족과 피렌체로 여름 휴가를 떠난 로르의 마음은 클레망에게 향해 있고 시에나로 출장 온 클레망을 만나러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기차에 올라탄다.

 

'엄마는 엄마가 자유롭다고 생각해? 멍청한 남자의 눈요기를 위해 고깃덩어리를 장식하는 게? 그 멍청한 자의 이름은 대체 뭐야?'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딸에게 클레망의 정체를 들켜버린 로르는 뇌종양 판정을 받은 반려견 개가 숨을 헐떡이며 투병하고 있는 모습에서 자신의 현재 정신 상태를 직감하며 뭔가 어긋나 버린 자신의 욕망의 불길을 꺼버리기 위해 대학 강의에 열중하지만 임신 판정을 받는다.

 

굴레를 벗어나지 말라.

겸손하게 눈을 내리깔라.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라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들은 주 기도문 같은 문장을 되내이는 로르는 뱃속의 아이는 클레망이 아니라 현재 남편의 아이가 될 것이라고 속삭이며 마지막으로 클레망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동전을 던진다.

 

그리고 마침내 홀로 병원을 찾아간 로르는 자신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수치심에 사로 잡혀버리고 차라리 욕조 속에서 녹아 사라지기 위해 면도칼을 손에 쥔다.

불굴의 노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 모두가 원하는 자리에 올라섰지만 사회와 관습이 요구하고 규정하는 틀 안에서 타오르는 욕망을 억누르며 살았던 로르

엄격한 종교 교리에 사로잡혀서 아들에게 남성다움을 끊임없이 주입 시켰던 어머니로 인해 클레망은 텅 빈 야망으로 조직 생활에서 숨 막히는 나날을 이어가는 동안 자살 충동에 사로 잡혀 있을 때 만난 욕망의 화신 로르에게 빠졌던 그는 그 불길을 잔인한 방법으로 꺼버린다.

결국 로르가 질러버린 '불'은 마지막 클레망의 모든 걸 연소 시켜 버린다.

불길 밖의 사랑과 불길 속의 사랑을 '너'라는 시점으로 맞물려 전개 시키는 독특한 작품 <불>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국가들 사이에서 발발하는 전쟁 부터 사회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논쟁, 가정에서 발생하는 미움과 질투, 사랑의 충돌이 빚어내는 불화까지 활활 타오르다 소멸하고, 잿더미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은 불길의 연속이다.

계층의 사다리가 사라져 버린 시대에 부모 세대 보다 더 많이 공부해서 더 좋은 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에 나오자마자 빚 폭탄을 끌어 안게 된다.

이념의 갈등, 세대 간의 충돌, 정치 사회적 불안이 요동치는 시대에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AI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까지 척척 해내는 동안 미래를 향한 문은 어느 누구에게나 열리지 않는 세상 앞에서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여 잿가루로 변해가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우리 모두 무언가에 몰두 해서 온 몸을 불살라 버릴 정도로 갈망하고 욕망한다.

그 대상이 신을 향해서 든, 사랑하는 이를 향해서 든 ,부와 명예를 위해서 든 결국엔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태어남과 동시에 두려움에 차 비명을 지르는 그들에게

사랑을 부르짖는 그들에게

피 묻은 그 손으로 북을 두드리며

 

 

f*******d 2023.12.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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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파괴적인 사랑이야기
" 자기파괴적인 사랑이야기" 내용보기
권태로운 유부녀 로르와 무기력하고 공허한 미혼남 클레망의 자기파괴적인 사랑이야기.사회학과 교수인 로르는 ‘이 시대’를 논하는 심포지엄의 진행자가 되고 패널로 초청된 클레망과 어느 레스토랑에서 짧은 만남을 가진다. 둘은 곧 첫 눈에 반하게 되고 그대로 불이 붙고만다.두 사람 모두 사랑과 열정이라는 감정과 죄책감과 수치심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서로 공존한다. 로르는 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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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운 유부녀 로르와 무기력하고 공허한 미혼남 클레망의 자기파괴적인 사랑이야기.

사회학과 교수인 로르는 ‘이 시대’를 논하는 심포지엄의 진행자가 되고 패널로 초청된 클레망과 어느 레스토랑에서 짧은 만남을 가진다. 둘은 곧 첫 눈에 반하게 되고 그대로 불이 붙고만다.
두 사람 모두 사랑과 열정이라는 감정과 죄책감과 수치심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서로 공존한다. 로르는 죽은 어머니와 클레랑은 반려견‘파파’와 대화를 하며 감정을 서술한다.
둘은 같이 불타오르지 않고 각자 따로 타오르며 소멸한다.

어찌보면 결말이 빤히 보이는 불륜이야기지만 뒷 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불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맨 처음 불꽃이 튀며 시작되었다가 세상을 태울 듯 활활 타오르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소멸하기도 하고, 결국엔 하얀 재로 남아버린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 하얗게 남은 잿더미에서 나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둘 사이 점점 불이 붙으면서 갈수록 파국이 되어간다. 글쎄. 불륜남녀의 처참한 결말을 기대하고 읽긴 읽었지만 이 정도 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결말 덕에 책을 덮고도 한참 생각하게 되었다. 왜 그 편지는 로르에게 가고 만걸까. 하얀 재에서 다시 새싹이 자랐던 로르는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클레망의 어머니는 어떤 감정을 갖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잔뜩 그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책 마지막에 실려있던 옮긴 이의 글에서 이 시대는 타고남은 하얀 재같은 피로의 시대라고 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저마다 무언가를 위해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를 바라는 지도 모른다고. 신을 향해서든, 연인을 향해서든, 혹은 예술이나 욕망을 향해서든. 타오를 수 없다면, 하다못해 훨훨 타오르는 불길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기라도 원하는지 모른다 고 했다.
책을 읽는 내내 타오르는 불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하얀 재로 남았지만 말이다.

올해의 마지막으로 읽게 된 책이다. 아주 잠깐이나마 열정과 냉정사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결혼과 마지막 사랑. 혹은 그 후에 빠지게 된 사랑.
사랑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나의 사랑은 어떠한가.
f****p 2023.12.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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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고 금지된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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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인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다.당신을 원해요.너는 혼자 웃는다. 오랜 세월 쌓은 품위와 관습, 원칙, 규범, 지혜, 신중, 성찰, 여유, 존중, 재치, 정절???··? 이 모든 걸 단 하나의 문장에 불태워버리다니. 남김없이 모두 태워버린 까닭에, 너에겐 그렇게 얻은 이 홀가분한 기분을 표현할 단어 하나 남지 않았다.”가정이 있는 교수 로르가 곧 열릴 심포지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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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인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당신을 원해요.
너는 혼자 웃는다. 오랜 세월 쌓은 품위와 관습, 원칙, 규범, 지혜, 신중, 성찰, 여유, 존중, 재치, 정절???··? 이 모든 걸 단 하나의 문장에 불태워버리다니. 남김없이 모두 태워버린 까닭에, 너에겐 그렇게 얻은 이 홀가분한 기분을 표현할 단어 하나 남지 않았다.”



가정이 있는 교수 로르가 곧 열릴 심포지움의 발언자로 초청할 클레망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강렬한 성적 자극을 느끼면서, 동시에 독자들에게 앞으로의 이야기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금기된 사랑을 암시하는 것을 전달한다.

이 책은 로르와 클레망의 시점이 교차되며 각자의 입장을 읽을 수 있으면서 더 생동감있게 다가왔다. 또 각자에게서 놓쳤던 감정적인 부분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를 원하는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현실적인 부분이 서로에게 어떤 변화를 주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과 마찬가지로 불같이 사랑하다 불처럼 사랑이 꺼져버린다.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 사랑의 결말을 눈치 챌 것이다. 로르와 클레망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이게 과연 사랑인가? 이런 만남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이 책에 두 주인공은 정반대되는 성격이다.
굉장히 적극적인 로르에 비해 소극적인 클레망의 자세가 읽는내내 답답했다. 연락도 없고 답장도 없고 만남도 피하는 클레망이 로르는 대체 왜 좋단 말인가… 이런 남자에게 빠져서 가정과 아이들을 소홀히 하는 로르가 한심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여성을 한사코 뿌리치는 클레망도 한심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나지만 남자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았다.
작품으로 나왔으니 각자 입장을 읽어서 좋았다고 하지만 로르의 남편 입장도 있었다면 이건 그냥 파멸이다. 불륜은 잘못된 사랑이고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속을 뻥 뚫어주는 속시원한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f*******h 2023.12.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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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내용보기
총명한 시기도 모두 지나가기 마련이야. 우릴 봐. -130p   “이게 현실이고, 이게 내 삶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나의 날이었다. -201p   너는 희망을 거의 잃어버린 여자야. 모두 잃어버렸지. -320p   + 메마른 시대에 작열하는 일그러진 사랑, <불> -    서로 다른 결핍과 뒤얽힌 욕망으로 파국을 맞이하는 연인의 이야기   <불>은 라클로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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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한 시기도 모두 지나가기 마련이야. 우릴 봐. -130p

 

“이게 현실이고, 이게 내 삶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나의 날이었다. -201p

 

너는 희망을 거의 잃어버린 여자야. 모두 잃어버렸지. -320p

 

+

메마른 시대에 작열하는 일그러진 사랑, <불> - 

 

서로 다른 결핍과 뒤얽힌 욕망으로 파국을 맞이하는 연인의 이야기

 

<불>은 라클로의 #위험한관계 +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보바리 +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열정 을 이어 금기와 규율을 넘어 생의 심연을 조명해온 프랑스 문학의 정신을 충실히 계승한다고 설명한다. 

 

분노로 가득한 시대의 위태로운 연인을 일인칭과 이인칭의 넘나드는 시점으로 치명적인 불안함을 더 잘 표현했다.

미혼모로서 딸을 키우며 궁핍한 생활의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는 대학교수 ‘로르’, 어릴때 학대받았던 상처로 인해 인간관계에 매번 실패하는 은행가 ‘클레망’

 

서로를 이해하다가도, 상처때문에 더 큰 상처를 서로에게 남기고 결국 절망적인 상태에 이른다. 

 

활활 타오르다 소멸하고, 잿더미 속에서 새롭게 발견되기까지. 불은 사랑의 모든 형태를 보여준다. -출간 인터뷰 중에서

 

불은 작은 따뜻함으로 시작해서 큰 불로 번져 모든 것을 사로잡아 태워버리고, 그 후의 재가 되어 흔적으로 남게 되는데, 그래서 사랑을 불로 표현하는 가 보다. 

 

1***g 2023.1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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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마리아 푸르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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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수용하고 치유해야 하는 정서적 상처 또는 영혼의 상처가 있다. 이는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기인하는데 세월이 가면서 만성화된 정서적 상처는 성인이 되어 파트너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마리아 푸르셰의 프랑스 소설 <불>은 소위 '불'같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등장한다. 첫인상은 매너리즘에 빠진 두 중년이 그저 육체적
"불 마리아 푸르셰" 내용보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수용하고 치유해야 하는 정서적 상처 또는 영혼의 상처가 있다. 이는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기인하는데 세월이 가면서 만성화된 정서적 상처는 성인이 되어 파트너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마리아 푸르셰의 프랑스 소설 <불>은 소위 '불'같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등장한다. 첫인상은 매너리즘에 빠진 두 중년이 그저 육체적 욕망을 갈구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받은 영향이 아직도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철저히 지배하고 있었다.


사회학과 교수인 로르는 현시대를 규정짓는 사회과학 심포지엄에 은행가 클레망을 발언자로 초청한다. 속이 다 비칠 듯한 투명한 피부에 가느다란 손목을 가진 클레망은 아름다우면서도 생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에게 첫눈에 빠져든 로르 그리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클레망 역시 로르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교수와 엄마 그리고 아내의 역할에 지쳐 다시 열정적인 연애에 뛰어들고픈 로르. 한편 어린 시절부터 은행의 임원이 된 지금까지 남성성을 강요 당하며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클레망. 둘은 각기 다른 욕구의 실현을 위해 서로를 갈구하고 있었다.


소설은 로르와 클레망의 시점을 오가며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을 풀어내고, 시시때때로 그들의 머릿속에 등장해 사회적 규범과 관습을 읊조리는 윗 세대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죽은 어머니가 들이대는 윤리적 잣대에 스스로를 둘로 분리하는 로르는 불길 밖의 로르가 불길 속의 로르에게 이야기를 전하며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한편 종교적 교리에 빠져 자신에게 냉혹한 어머니로 인해 무력감을 느끼며 자란 클레망은 꺼져 가는 불씨였다. 유일하게 마음을 준 반려견 '파파'와 함께 오직 일뿐인 일상에 거침없이 타오르는 불길 같은 로르가 그의 작은 불씨를 다시 키워줄지 그리고 둘의 정서적 상처는 치유될지 기대하며 읽게 된다.


현대 프랑스 소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기욤 뮈소 외에는 자주 접하지 못했는데 오래간만에 진짜 프랑스 소설을 읽은 것 같다. 평소 선입관처럼 느끼던 프랑스인들 특유의 철학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언어유희 같기도 한 문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속에는 프랑스뿐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나 공유할 수 있는 주제가 담겨 있다. 종종 찾아오는 무력감과 두려움 속에서 무엇이 됐든 각자 추구하는 그 무언가를 위해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에 놀랐고 내면의 목소리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s******9 2023.12.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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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았을때 사실 조금 겁을 먹었었다. 책의 내용이 나에게 조금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읽기 전에는 어려워서 읽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책. 하지만, 그런 걱정에 비해 책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물론, 읽기 쉬웠던 책은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일단 서술방식부터 낯설었다. 하지만, 낯선 만큼 흥미로운 방식이었다. 늘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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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았을때 사실 조금 겁을 먹었었다.

책의 내용이 나에게 조금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읽기 전에는 어려워서 읽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책.

하지만, 그런 걱정에 비해 책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물론, 읽기 쉬웠던 책은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일단 서술방식부터 낯설었다.

하지만, 낯선 만큼 흥미로운 방식이었다.

늘 1인칭이거나 전지적 시점의 책만 읽다가

"너"로 시작하는 책은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이해를 하고 적응을 하고나니 이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도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로르는 죽은 자신의 어머니와

클레망은 자신의 개와 대화를 하며

해서는 안되는 사랑임을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또,

이미 죽어 무덤에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

끊임없이 비난을 받음에도

클레망을 향한 욕망을 끊어낼 수 없던 로르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좀 더 여유로울 때 다시 한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w********5 2023.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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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난해했다. 날짜와 함께 등장하는 체온, 호흡수, 심박수와 혈압. 이런 내용들은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수시로 접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풀어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들. 남들이 보기에는 매력적이고, 탐낼만한 것들을 소유한 그들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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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난해했다. 날짜와 함께 등장하는 체온, 호흡수, 심박수와 혈압. 이런 내용들은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수시로 접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풀어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들. 남들이 보기에는 매력적이고, 탐낼만한 것들을 소유한 그들의 이야기는 글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깊이와 의미가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누군가는 이 소설이 지극히 쾌락을 좇는 외설적인 작품으로 볼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풀어내는 작품이라고 평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떤가?

로르는 사회과학 교수로 두 딸과 남편 앙통이 있다. 성공한 여성인 그녀는 은행의 임원인 클레망을 심포지엄에서 마주한다. 클레망의 외모는 책 속의 묘사로 보기에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외모를 가졌다고나 할까? 처음 만난 클레망에게 연락처를 요구하는 로르. 그리고 로르는 클레망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한다.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왠지 서두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름 시간을 끈다고 했지만, 그녀의 연락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들의 불장난 같은, 숨바꼭질 같은 관계가 시작된다. 자녀가 있고, 가정이 있는 로르는 두 딸 몰래 클레망을 만나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하는 행동과 말에 죄책감을 느낀다. 엄마를 찾는 딸에게 꽉 끼는 스타킹을 갈아 신고 왔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클레망과 부적절한 관계를 하고 있었다. 클레망 역시 평범하지 않다. 그는 모든 사람을 연봉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그는 로르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위축된다. 그 위축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역시 안될 때가 많다. 그래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로르가 실망할까 걱정이 된다.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로르와 클레망의 이야기는 이 외줄 타기 같은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둘의 관계의 끝이 어떻게 될 거라는 것도 너무 잘 알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책 속에는 주인공이 아닌 두 목소리가 등장한다. 클레망의 늙은 반려 견 파파와 로르의 세상을 떠난 엄마다. 로르의 엄마는 로르를 보고 독설을 쏟아낸다. 이미 사망한 엄마가 어떻게 독설을 쏟아내는 걸까? 엄마의 세상 속에 갇혀있던 로르는 클레망과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엄마의 독설을 더 자주 접한다. 하지만 읽다 보니 그녀는 엄마의 독설을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파파. 이름부터 특이하다. 파파는 아빠를 뜻하는 말이다. 더 이상 가장의 역할을 못하는 아빠를 버리고, 클레망은 반려견 파파에게 아빠의 이름을 부여한다. 씁쓸한 대목이다. 상처받은 두 인물의 성장기가 그 두 존재를 통해 드러난다.

과연 클레망과 로르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결혼이라는 계약된 관계 속에서는 오픈되어 있는 성이라는 문제가 계약되지 않은, 혹은 계약관계가 아닌 타인과의 사이에서 오픈되는 것을 사회는 불법 혹은 죄 혹은 잘못이라고 이야기한다.

결혼을 하고 보니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왜 사람들은 "성"에 집착을 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을 누리지 못해 안달일까? 마치 드러나면 자신의 삶이 어떻게 판단 받을지 잘 알지만,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이 둘의 관계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남들이 선망하는 자리에 있기에 그 모든 치부가 드러났을 때 더 처참히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과연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과연 그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그저 욕구에 불과할까?

이달의 사락 s******1 2024.01.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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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f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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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결핍과 뒤얽힌 욕망으로 파국을 그려낸 프랑스식 일그러진 사랑 이야기 하루하루를 무심히 살아가는 권태로운 유부녀 로르, 그녀는 사회학과 교수이다. 은행가이지만 무기력하고 공허한 미혼남 클레망 로르는 '이 시대'를 논하는 심포지엄을 진행하면서 패널로 초청된 클레망에게 첫눈에 반해 끓 어오르는 정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당신을 원해요'라는 문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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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결핍과 뒤얽힌 욕망으로 파국을 그려낸 프랑스식 일그러진 사랑 이야기

하루하루를 무심히 살아가는 권태로운 유부녀 로르, 그녀는 사회학과 교수이다.

은행가이지만 무기력하고 공허한 미혼남 클레망

로르는 '이 시대'를 논하는 심포지엄을 진행하면서 패널로 초청된 클레망에게 첫눈에 반해 끓

어오르는 정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당신을 원해요'라는 문자를 시작으로 만남이 이루어

진다.

교수와 엄마 그리고 아내의 역할에 지쳐 열정적인 연애에 빠지고 싶은 로르의 적극적인 들이

댐으로 시작되는 사랑과 은행의 임원이 된 지금까지 남성성을 강요 당하며 가면을 쓰고 살아

가는 클레망의 무심함과 외면으로 시들한듯했으나

결국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욕구의 실현으로 인해 서로를 갈구하면서

사랑과 열정의 감정과 죄책감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뒤 얽히게 되며 관계를 이어가지만

불륜의 결말은 씁쓸하기만 하다.

소설은 특이한 형식으로 두 사람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클레망은 자신의 늙고 병든 개 '파파'에게 자신의 심정을 낱낱이 풀어내고,

로르는 자신의 앞면과 뒷면

즉 '불' 속에 있는 자신에게 '불' 밖에 있는 자신이 이야기를 전하며 활활 타오른다.

치열하게 살아온 여자와 외롭게 살고 있는 남자

사회에서 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 지친 여자와 강해야 한다는 강박에 지친 남자

그리고 로르의 딸 '베라'와 모녀와의 갈등, 베라와 양부 간의 대립 등

많은 것을 보여주며 다양한 내면의 목소리들을 들려주는 책이지만

프랑스 정서가 강함인지 때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각자의 삶에서 종종 찾아오는 무력감과 두려움 속에서

때론 일탈을 하며

그 무엇이든 스스로 추구하는 무언가를 위해 뜨겁게 타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프랑스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b********9 2023.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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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f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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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사랑,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프랑스 정서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바에서 만난 첫 남자의 이름도 모른 채 임신하고 첫 아이를 낳은 로르, 실제 결혼생활을 앙통과 하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교수다.     심포지엄 계획으로  은행 간부인 클레망스를 만난 자리에서  첫눈에 반하게 되고 끓어오르는 정염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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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사랑,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프랑스 정서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바에서 만난 첫 남자의 이름도 모른 채 임신하고 첫 아이를 낳은 로르, 실제 결혼생활을 앙통과 하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교수다.

 

 

심포지엄 계획으로  은행 간부인 클레망스를 만난 자리에서  첫눈에 반하게 되고 끓어오르는 정염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당신을 원해요"란 문자로 만남을 지속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그와의 육체적인 늪에 빠지는 행위는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 있어도 안정을 준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클레망스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 없다.

 

 

 

은행 간부인 클레망스의 건조한 표현법, 은행 일에 대한 재정적인 압박감은 기대와 희망, 걱정스러운 마음을 지니면서도  로르와의 만남으로 인해 자신의 삶 일부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인칭과 이인칭의 화법을 사용해 자신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한 작품 속 내용은 불륜을 통한 '사랑'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 그 생각들이 어떻게 변하고 흐르는지를 보인다.

 

 

 

서로 간의 시점이 교차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인지와 그 감정의 파고들이 흐르는 과정에서 중년 여성의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사랑은 어린 시절 압박받던 시기를 겪었던 한 남자의 의욕 없는 불 꺼진 삶에 불이 지펴지는 계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불꽃이 정상적인 불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정작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은 의기소침하기까지 하며 로르에게도 불안감을 안겨준다.

 


 

 

 

 

 

이외에도 책 속에서는 로르와 그녀의 딸 베라의 세대 간의 충돌이 그려지는데, 로르가 성장하던 시기의 여성성들 삶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사회에서 안정된 직장과 삶을 이루기 위해 순종과 학업에 대한 열정이 일부를 차지하고 건강한 결혼이란 제도를 이행함으로써 성공적인 삶의  안착이라고 한다면 베라의 행동과 말들은 요즘 여성들의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는 사회 관심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점과 가정 내에서의 불만들이 걸러짐 없이 드러낸다는 점이 구분되어 이어진다.

 

 

 

 

어쩌면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적인 방향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왔던 점이 두 사람 간의 간극을 좁혀주는 것이라면 그들에겐 불같은 사랑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점들을  금기와 규율을 어김으로써 온전한 자신으로  느끼는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모녀간의 충돌은  물론이고 계부 앙통과의 날 선 대립들은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도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그럼에도 로르가 자신의 불같은 사랑을 놓지 못하는 모습은 파멸의 길이 훤히 보이는데도 멈출 수 없는 과정이 두 인물의 반대되는 성격으로 인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둘 중 누군가는 그 불길을 꺼야 함을 알고 있지만 한번 시작된 불길을 잡기란 쉽지 않은 범,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 불길이 서서히 꺼져갈 때의 마음과 완전한 소멸이 주는 마음의 심리 표현이  프랑스다운 소설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에 놀라기도 했던 작품, 그 사랑의 불길이란...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m*******n 2023.12.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