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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일본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분인(分人)’이란 혁명적인 개념을 제안했을 때, 그러니까 한 사람은 나눠가질 수 없는 개인(開人)’이 아니라 타인과 맺는 관계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 채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꺼냈을 때, 당신은 마음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한 사람을 하나의 단어로만 표현할 수 없듯, 누군가의 마음도 하나의 단어로만 풀어낼 순 없다는 것. 그러니까 ‘분인’으로서의 인간은 ‘분심(分心)’들로 복잡하게 구축된 영혼의 성채라는 것. 082 Page 결혼이란 지긋지긋하게 아름다운 일상이다.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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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도서관 / 정강현 산문집이다. 기자출신 작가의 글이 몹시 몰랑몰랑하다. 시큰거리다, 애통하다, 애틋하다, 무참하다, 가련하다, 호젓하다, 가엾다, 애끊다, 부풀다, 참혹하다, 설레다, 허무하다, 단념하다, 벅차다, 꼿꼿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을 한데 모아놓은 감정도서관이다. 그냥 모아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읽었던 책 중 그런 감정들을 느꼈던 대목을 끌어와 감정을 감정으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것이 독자의 공감을 증폭시킨다. 읽고 싶어지는 책도 더러 있다는 건 덤이다. 나의 지금, 나의 언젠가, 나의 어떤일에 대해 회상하며 그때 표현하기 애매했던 감정들을 이 책의 말들을 빌어 되새겨보았다. 그러다 보니 허무했고 비참했다. 감정을 묻어두려고 했던 나의 애씀이, 애닳음이 새삼 되살아나 시큰거렸다. 하지만 어디 그런일만 있었을까. 기쁨을 표현한것에도 인색했던 듯 싶다. 그때가 소중했고, 애틋했고, 벅찼고, 부풀어 올랐고, 설렜던 순간들도 많았었다. 가슴 깊이 충만했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타인에 대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나 스스로 내 감정을 알고 있을 때 대처도 수월할 것이다. 또한 무언가나 타인에 대한 표현에 조심함이 있고 인색함이 없을 때 많은 것이 원만해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확실히 그럴 때가 있다. 슬프다는 말로는 다 풀어낼 수 없는 마음의 절벽. 너덜너덜해진 슬픔이 더 이상 추락할 곳조차 없을 때, 애통함은 작동한다. 슬픔은 스며들지만, 애통함은 솟구친다… 서럽고 서글프고 애절하고 원통하고 참담한 마음을 모두 삼킬 만한 잔혹함이 애통함에는 있다.]p44 [허무함이란 인간 종의 궁극의 마음이다. 생의 법칙은 자명해서 그 끝자락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있음에서 없음으로 생은 질주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행복하고 불행했던 모든 나날들도 가뭇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의 저자는 죽음이 아니라 우리에 방점을 찍는다. 죽음이란 허무한 결말이 인간의 한계라 하더라도 그것은 나와 너와 우리에게 공평한 종착지라는 것.]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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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막상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설명해 보세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무엇부터 글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인류 역사상 많은 위대한 작가들이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문득 관련 해서 세계의 문화유산과 위대한 작가들은 어떻게 이야기 했는지 찾아 보았다. 그 중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아버지와 자식이 오랫동안 서로 헤어져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나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즐거움도 극에 달하면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서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슬픈 생각이 마음 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눈물의 분비로 이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호머의 시 <오디세이>에서 율리시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세익스피어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오랜만에 따뜻한 책을 읽었다. 밖에는 함박눈이 펑펑내리고 있다. 커피 한잔에 흔들의자에 앉아 감정과 관련한 산문집을 읽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산문집이다. 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쓸 수 있는 감정표현이 멏가지가 않되었다. 인생을 너무 팍팍하게, 너무나 무미 건조하게 살아온 것 같다. <감정 도서관> 저자가 감정 표현 중 30개를 선정하여 각각의 감정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쓴 산문집이다. 저자인 정강현님은 서강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00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등을 두루 거치며 10년째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0년 봄부터 2011년 겨울까지 대중음악 분야를 취재하면서 인디 음악에 푹 빠져버렸다. 중앙일보 지면에 연재한 ‘정강현 기자의 문학사이’이라는 칼럼으로 화제를 모았다. 저서로『당신이 들리는 순간』『한류 DNA의 비밀』(공저)이 있다.
책의 구성은 심플하다. 3개의 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마다 10개의 감정 이야기를 담았다. 독자는 목차에서 자신이 읽고싶은 감정 표현을 찾아 그 감정 표현에 대한 글일 읽으면 된다. 잘 고른 감절 표현 30개다.
1. 머뭇거리다: 마음에 쉼표를 찍는 순간 / 시큰거리다: 딱 그만큼의 슬픔에서 멈출 때 / 소중하다: 시간이 자주 빼앗아 가는 것/ 애통하다: 슬픔의 비명 소리 / 애틋하다: 세상의 모든 B급에게 / 두근거리다: 모든 심장의 첫 멜로디 / 뜨끈하다: 옆은 모르는 곁의 온도/ 부풀다: 연애와 결혼의 밑감정 / 공감하다: 마음의 전류가 흐를 때 / 가난하다: 크리스마스의 마음
2. 자만하다: 삶에 보내는 긍정의 시그널 / 기울다: 마음이 들리는 순간 / 막막하다: 슬픔이 얼어붙는 순간/ 허무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의 마음 / 설레다: 꿈이 꿈틀대는 순간 / 욕망하다: 거위의 꿈? 거품의 꿈!/ 순수하다: 순결해서 위태로운 고집 / 단념하다: 마음을 잘라내는 마음 / 무참하다: 당신은 모르는 슬픔 앞에서 / 가련하다: 같은 아픔에 이웃하는 마음
3. 후회하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마음에 대하여 / 호젓하다: 가만히 내려앉는 생을 기억하며 / 참혹하다: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비통함/ 무너지다: 마음의 건축학개론 / 벅차다: 까슬까슬한 성장통의 마음 / 비뚤다: 정치의 마음 / 꼿꼿하다: 저절로 굳어버린 마음에 대하여/ 아련하다: 일부러 흐려진 마음 / 가엽다: 울음을 참는 자의 표정 / 애끊다: 작별할 수 없는 슬픔
공감하다: 마음의 전류가 흐를 때 : 저자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경험들을 이야기 하면서 관련 감정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커피 한잔과 함께 사연들과 감정들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읽으면서 참 좋은 시간을 보냈다. 먼저 요즈음 미디어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공감하다’에 대해서 읽어 보았다. 저자의 공감하다는 마음의 전류가 흐를떄이다. 저자는 코로나가 최악의 상황으로 갈때 미국 연수를 떠났고 그곳에서 느꼈던 정치인 트럼프에 대해 느꼈던 감정과 코로나로 인하여 죽어가고 있는 환자 가족과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공감에 대해서 사색한다.
년초부터 강력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다들 싸이코패스니 조현병을 앓고있는 피의자니 등등 여러 변명을 하지만 각박해진 사회에서 다들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일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공감된다는 느낌… 사람은 공감을 받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겪고있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환경이 변하지는 않지만 공감을 통해서 상대방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낮아진다고 한다. 옆에 있는 누군가가 아무런 판단이나 비판없이 내가 느끼는 어두운 감정이나 공포감, 불안감에 대해서 공감해 주면 나의 불안감은 줄어들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에 옆에 있는 누군가의 인정과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언제나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존재와 나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 만큼 마음의 위로를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경청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경청의 한자 풀이 에서와 같이 경청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온몸의 감각 기관을 동원해서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상대방의 말, 행동, 의사 등을 있는 그대로 공감하는 것이 경청의 진정한 의미라고 한다. 유재석이 이러한 공감 능력과 공감 표현을 잘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으뜸인 진행자가 되었다고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평가하지 않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해결책을 조언해주려 하지 않고, 진정으로 눈을 맞추고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그러면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마음에 전류가 흐를 것이다.
아련하다: 일부러 흐려진 마음 : 저자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온 나라를 덮치기 전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배낭여행 비용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20대의 젊음은 현재의 저자가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호기있고 대책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뒤 영국에서의 생활을 회상하면서 그때와 지금의 자신과의 사이에서 아련함을 느낀다고 한다. 저자는 아련함은 통증을 수반하는 마음으로 야야기한다. 분명히 존재했던 시간과 공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흐려져서 내 존재마저 낯설게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련함에는 어떤 비의가 숨어있는데, 바로 특정한 추억들을 회피하고자하는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아련함은 지나온 시간에 가림막을 치고, 그것을 흘겨보려는 절절한 의지의 투영이라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20대의 호기로웠던 생활에 대해서 일부러 기억의 가림막을 치며 현재의 나를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아련하다... 나는 참 이말의 어감을 사랑한다. 무언가 내 인생에서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지 못한 안타까움이 나의 감정에서는 아련함으로 다가온다. 나의 20대에서 꿈꾸고 고민했던 것들, 지금은 잊혀진 그때의 꿈들에 대해서 아련하게 느끼는 것이다. 정강현님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20대의 나의 꿈과 나의 희망에 대해서 다시한번 아련한 감정을 느껴본다. 이래서 수필집이나 산문집이 좋은가 보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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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도서관>, 정강현 한 문장, 한 문장을 아껴가며 읽었다. 사람과 숨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쓴 글. 작가 내면의 이야기를 써내려갔을 뿐이지만 어쩐지 내 마음에 다정한 것이 와닿고, 위로를 받고, 몇 번은 울컥하기도 했다. 머뭇거리다, 설레다, 가련하다, 애끓다… ‘안다’라고 생각해서 쉽게도 쓰던 낱말들이 생생한 삶의 장면으로 불어나 무겁게 다가온다. 기꺼이 삶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고 진득하게 앉아 견뎌낸 사람이라야 이런 글을 쓰는 거겠지. 살다 보면, 갖고 싶은 것이나 해야 하는 것이나 혹은 누군가 내게 기대하는 것을 좇아 마구 달리다 보면, ‘감정’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필수품-돈, 명성, 인맥, 성취…-을 얻는 과정에서 오는 부산물 따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냥 내달리면 되는데 괜히 설레서 일을 그르치고, 괜히 아파서 머무르고, 괜히 멋쩍어서 늦어지고. 그런 것은 아닌가. 이런 마음에 찾아오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던 순간들. 그런데 정강현의 글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을 걸어온다. 오히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되짚어야 할 정도로 동요가 일어난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인생에서 배우고 얻어갈 무언가가 일어난 때라고. 앞으로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되면 기꺼이 밤의 서재에 찾아가 사건과 상황과 이를 대하는 내 마음을 살펴보기로. 깊이 천착하여 삶이 선물하는 다채로움을 깨달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아마 오래오래 곁에 두고선 잠 못 드는 밤마다 들러볼 책이 될 것 같다. 덧붙여, 책 속에서 소개되는 또 다른 책들에 대한 흥미도 마구 생긴다. 저자는 삶의 중요한 순간에 문학을 겹쳐 볼 수 있는 눈을 지녔다. 오랜 시간 읽고 생각하며 쌓아온 지혜 같은 것이리라. 읽을 게 많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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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이날 회견에서 내 마음을 무너뜨린 건 이 군더더기 없는 유언이 아니었다. 이상화는 자신이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상세히 설명했는데, 나는 이 대목에서 조금 울컥했다."다음 목표를 생각하고 더 달리려 했지만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31-)
공감한다는 것은 함께 마음을 교류하는 일이다. 마음의 전류가 내 쪽에서 당신 쪽으로 , 당신 쪽에서 내 쪽으로 흘러갈 때 우리는 공감의 전원 버튼을 기꺼이 누를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일방적으로 그 전류를 흘릴 뿐, 상대에게서 건너오는 마음의 전류는 닥치는 대로 차단해 버리는 '악성'정치가였다. 그러니까 그는 공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차라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악명 높은 '셀럽'에 불과했다. (-87-)
설렘은 꿈의 마음이다. 설렌다는 건 당신이 이제 막 꿈의 시동을 걸었다는 뜻이다. 가슴 한 켠에서 쿵쿵 설렘의 소음이 들렸다면, 당신은 이제 막 꿈의 기슭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설렘이란, 그러므로 모든 꿈의 신호탄이다. 살면서 숱한 꿈을 품어왔다. 어린 시절 장래 희망부터 시작해 근사한 직업인이 되고 싶다는 꿈, 그리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꿈에 이르기까지, 꿈을 꾸는 건 언제라도 설레는 일이었다. (-137-)
소설 『순수 박물관』이 활자로 만들어진 세계하면, 이스탄불 시내에 문을 연 박물관은 공간과 사물로 창조된 소설처럼 보였다. 7월 하순이었고 ,이스탄불은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넘나들 정도로 무더웠다. 순수 박물관이 있는 이스탄불 추쿠르주마 거리는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뿌려놓은 물로 축축했다. 입구에는 1445년 세워진 대중 목욕탕이 있었는데, 이 목욕탕은 600 년 가까이 이 거리에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160-)
호젓함이란 외로움의 복수형이다.상대를 상정하지 않고서도 우리는 종종 나 홀로 외로울 수 있지만, 오직 누군가를 가져본 사람만이 호젓함을 안다. 하나였던 마음이 둘로 쪼개져서 홀로 남겨질 때 ,우리는 호젓함의 기슭에 다다른다. 누군가 떠나버린 텅 빈 자리에서 ,호젓함은 복수형의 외로움으로 내려앉아 마음을 더 크게 짓누른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것이 생의 법칙이라면 , 삶이란 결국 끝없이 이어지는 호젓함의 서사인지도 모르겠다. (-204-)
갓 정치부에 배치됐을 때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정치인이라는 직업 정체성 그 자체였다. 국회의원 대다수는 빼어난 학력에 경력도 눈부신데, 무슨 이유에선지 정치판에만 들어오면 평균 이하의 지성으로 수직 낙하하는 걸까. 사적인 자리에선 지극히 상식적이고 선량한 사람들조차 국회에 입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뚤어진 마음 상태로 뒤바뀌는 건 왜일까.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평균 재산이 수십억 대인 국회의원들이 선거철만 되면 너도나도 서민이라고 주장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낯 두껍게 서민 코스프레를 했다. (-241-)
정치부기자 생활을 오래하였던 정강현 기자의 산문집 『감정도서관』은 서른 가지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머뭇거리다' 에서'애끊다' 로 끝나고 있으며,작가의'시큰거리다'에는,우리의 삶 속의 희노애락과, 인생관, 생활관,가치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30가지 감정에서 눈에 들어왔던 감정은 '시큰거리다','공감하다','순수하다','설레다','호젓하다'이다. 우리는 살아보면, 시큰거릴 때가 있다. 시큰 거린다는 것은 멈출 때가 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며, 마음이 시큰거릴 때,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감정이다. 작가는 동계스포츠 선수 이상화의 은퇴 이야기에서,'시큰거리다'를 주워 담고 있었다.. 도전하고 싶었고, 무언가 하고 싶었던 이상화는 갑자기 홀연히 은퇴를 선언하였다. 이런 모습은 이상화 뿐만 아니었다. 2002년 포르투갈 결승골 주인공 박지성 선수 또한 비슷하였기 때문이다.
공감하다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부족하고, 실수가 많아도,우리는 사람을 버릴 수 없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그것을 판단하고,결겅하고,경계를 짓는 단어이면서,인간의 고유한 감정이다. 그리고 공감하지 않은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나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공감하지 않은 정치인이다.그런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4년뒤 새로운 정치인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그가 왜 대통령 감이 안 되는지, 저거 정강현의 정치적 시선에 따라서 읽을 수 있다.
'셀렌다'는 나의 꿈과 연결되고 잇다. 일에 대해 설레일 수 있고, 사람에 대해서 설레일 수 있다. 무언가에 설레인다는 것은 멈출 수 없다는 말의 다른 의미였다. 공감이라는 감정 만큼 설레임이라는 감정 또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감정이며,위에게 꼭 필요한 생존 도구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본질을 '비뚤다'에 빗대어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감정은 마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돈이 많고, 학력이 높은 정치인은 정치를 할 때면 아수라처럼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비뚤어진 심성이 정치인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아쉬울 것 없는 기업인으로 살아온 이가 정치인으로 바뀌자 마자 그의 비뚤어진 모습은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기도 하였고, 얼굴이 일그러진 채 노출되는 모습이 불편하게 생각된다.
이 책의 마지막은 '애끊다'로 끝나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회를 적어 놓고 있었으며, 일흔 여덟, 가난한 삶으로 시작해서,가난한 삶으로 끝난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애끊은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우리 삶 속에 채워질 수 없는 슬픔으로 채워지는 눈물 한방울을 부정(父情)과 '애끊다'에 함축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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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 책기록을 남기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에 하나는, 소박한 제 머릿속 단어사전에 대한 부끄러움입니다.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단어들이 있음에도 한정적이기만 한 저의 단어 사용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특히, 이번 주간심송 필사책 정강현 작가님의 <감정도서관>을 읽으며 더더욱 반성하게 되네요. 분명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내 안에 다양한 감정들이 꿈틀대는데 어쩌면 저는 단순하게도 좋다, 싫다, 인상적이다, 신선하다 등으로만 표현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단어들을 사전적 의미로만 받아들여왔죠. . . 그런 저에게 정강현 작가님께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하시는 듯 합니다. 이번 책이 좋았던 점은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감정단어들이 정강현 작가님의 글로 새롭게 정의내려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부정적인 단어라 생각했던 자만하다, 욕망하다와 같은 단어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였죠. . . 그리고 처음으로 어떤 단어에 대해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고요. . . ??순수하다_ 순수함은 세속에 때 묻지 않으려는 드센 고집이다. 순진함이 어린 시절의 타고난 본성이라면, 순수함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사사 롭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다. . . ??벅차다_ 어떤 일로 기쁨이나 희망이 넘칠 때도, 어떤 일을 감당하기 힘들 때 도, 우리는 똑같이 ' 벅차다'란 말을 쓴다. 기쁨으로 충만한 벅찬 순 간이 지나고 나면 감당하기 힘든 벅찬 장벽을 마주하기도 하는 게 삶의 법칙이니까. 벅차게, 벅찬 만큼 생은 익어가고, 일상의 작은 틈에서 당신도 나도 그렇게 조금 성장한다. . . 좋은 책을 만나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해주신 @inbook_py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 #감정도서관 #정강현 #인북 #주간심송 #도서협찬 #문장필사 #에세이 #인생문장 #책추천 #에세이추천 #book #bookstagram #독서그램 #북스타그램 #책리뷰 #서평 #책서평 #함께읽어요 #독서소통 #남주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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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중반에 들어선 작가의 인생을 통해 감정의 이름을 재정립 해보는 시간. 기자이며 작가인 정강현 님의 글은 처음 접했는데 일상의 여러 순간에 대한 사색들이 오롯하게 공감되고 또 때로는 너무도 낯설어서 놀란 순간들이 많았다. 밤을 헤매며 감정의 이름을 찾아 애쓰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한 감정 한 감정을 꾹꾹 눌러 쓴 듯한 글들을 나는 이렇게나 편하게 앉아 섭취할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차다. 머뭇거리다, 자만하다, 꼿꼿하다, 가엽다, 애끊다... 물론 모두 아는 단어들이지만 이렇게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돌이켜 본다. 단어를 경험하고 느끼고 사색까지 나아간 작가가 챕터의 주제인 각 단어마다 또 따로 소개해주는 여러 다른 소설과 시, 그림까지!! 얻은 게 넘친다고 느껴지는 책이었다. 마지막은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어서 여러 번 책을 덮고 한 챕터씩 아껴 읽었다.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아껴 읽고 수시로 되뇌고 싶은 글이다. 마흔이 되면서 전과 다른 감정에 빠져들 때가 많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이름 모를 마음들. 자세히 들여다 보고 마음에 이름을 붙여 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나도 내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할 때가 분명 많으니까. 한 단어로도 이렇게 풍성하고 충만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좋은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온전히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내 침대 머리맡에서 오래 버티고 있을 책이 될 것 같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1. 프랑스 동요 <인생은 뭐예요(La vie c'est quoi)?>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동요에서 딸이 묻는다. "아빠, 감정이란 게 뭐예요(C'est quoi l'emotion)?" 아빠는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답한다. "밝혀지는 영혼이란다(C'est l'ame qui s'allume)." 감정을, 그러니까 마음의 움직임을 세밀히 관찰할 때 감춰진 영혼의 모습이 밝혀질 수 있다는것. 14. 저 숱한 책들은 어떤 영혼의 내전 기록들이다. 제 마음에서 벌어지는 영혼의 일들을 인간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했던 흔적들이다. 37. 유난히 사진 찍기에 열심을 내는 것도 그런 보수적인 시간관 탓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시간이란 금방 지나가게 마련이므로, 그런 순간이 찾아왔을 때 얼른 알마보고 붙잡아둬야 한다는 어떤 절박함. 시간을 영원히 붙잡아 둘 방법 같은 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럴게라도 붙잡아 두지 않으면 영영 아름다운 순간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사짇기 셔터를 눌러가며 시간을 열심히 오려내곤 했다.. 41. 시간이란 생명의 다른 이름이다. 시간이 다 소진되면 생명도 그친다. 하루를 산다는 건 하루만큼 죽는다는 뜻이다. 우리의 일상은 실은 죽음의 한 절차인 셈이다.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하루를 죽어간다고 생각하면, 시간을 기꺼이 공유하는 대상이란 그 자체로 궁극인 소중한 존재여야만 한다. 소중한 존재에게 내 생명과도 같은 시간을 충분히 내어줄 수 있다면, 어디로 흘러가건 그 시간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 아닐까. 94. 중요한 것은 비애를 박멸하는 것이 아니라, 비애와 더불어 살마가는 일일 것이다. 서로에게서 서로에게로 마음의 전류가 흐를 때, 비애조차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감의 기적이 일어난다. 슬픔은 저절로 소멸되는 게 아니라, 곁에서 함께 울어줄 때 겨우 견뎌낼 수 있다. 144. 끝내 좌절되고 무너지더라도 꿈이 꿈틀대지 않으면 삶은 동력을 잃어버린다. 설렌다는 건 살아있다는 강력한 신호음이다. 258. 나는 저절로 굳어버린 여러 마음들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우리 사회가 여러 방면에서 충돌하는 것도 실은 그런 꼿꼿한 마음들이 부딪히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니 부디 서로 힐난하기에 앞서 저절로 굳어버린 마음들에 대해 연민부터 품는 게 마땅한 이치가 아닐까. 당신도 나도 어떤 내밀한 사적 경험 탓에 꼿꼿해져 버린 마음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모두 조금씩 고장 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심약한 인간이니까. 266. 추억이란 상실의 다른 이름이다. 찬란한 한때를 잃어버린 대가로 우리는 추억을 획득한다. 빛나고 눈부신 시간일수록 그 상실감은 커서 지난 일을 되돌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추억이 더 아련해지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정강현 #감정도서관 #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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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도서관 #정강현산문집 책은 여러 감정의 단어가 제목이 되고, 작가의 생각과 경험을 적은 산문집이다. 작가는 기자 출신으로 방송활동을 하기도 한 유명인이다. 그리고 책 속 작가는 배려가 깊고, 다정하며, 따스한 말을 쓰는 사람이고,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나의 감정들에 대해서도 톺아본다. 머뭇거리거나 시큰거린적이 언제였나. 소중한것이 무엇이었는지 애통한적은 있었는지... 애틋한 마음이 최근에 들었던 순간이 있었나.... 두근거렸던 그 옛 마음이 기억나?? 이런.... -제1장의 제목을 연결하였다.- 감정 단어들이 가득한 단행본 잡지 책을 하나씩 뽑아 읽는 느낌이었다. 나이가 듦은 다양한 역할과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마흔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마음은 망망대해에 흐릿한 지도를 손에 쥐고 있는 선장의 마음일 것이다. 폭풍우를 피하고, 어류 떼를 찾아 만선의 기쁨을 누리고, 안전하게 인생의 끝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이 모두 있을 테지만, 바다 세상이 호락호럭 하지 않다. 순항을 하더라도 날씨의 짓궂음과 바다의 노여움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두렵다. 그렇지만 폭풍이 일어도 내 배는 안전할 수도 있다. 그때문에 불안과 안온을 줄타기하며 살아간다. 작가가 말하는 여러 이야기는 사회를 바라보는 이야기, 아이에 관한 이야기, 부모님의 이야기와 부모님의 임종 이야기는 내가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 일이었고, 알 것 같은 마음의 이야기에 마음이 찌릿했고, 뭉클했고, 아련했으며, 공감했다. 부모와 함께 늙어가고, 자식이 커가며 자신도 성숙하는 과정에 있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산문집이다. 감정은 인간이 가진 본능이고,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 여러 감정을 글로, 단어로 정리해 보는 시간이 감사했다. ps.마지막3장과 에필로그… 부모님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 좋았던 문장을 옮겨본다. 공감한다는 것은 함께 마음을 교류하는 일이다. 마음의 전류가 내 쪽에서 당신 쪽으로, 당신 쪽에서 내 쪽으로 흘러갈 때 우리는 공감의 전원 버튼을 기꺼이 누를 수 있다. (87쪽) 단념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을 끊어내는 일이다. 마흔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제 한계를 분명히 자각하게 되고, 내면의 꿈들을 하나씩 잘라내게 된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꿈꾸는 마음을 잘라내는 나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마음속 꿈을 하나씩 잘라낼 때 마흔은 온다고, 나는 믿는다. (170쪽) #인북 #주간심송 지원받은 도서이며, 필사와 리뷰를 함께 진행합니다. #감사합니다 #도서협찬 #문장필사 #에세이 #인생문장 #책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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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순수함은 조금씩 옅어진다. 하지만 그 순수함의 끈을 놓지않고, 일상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정확히 말하면 아름다운 감정의 언어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의 작가인 정강현 작가님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여러 감정이 마치 도서관에 꽂힌 책처럼 나열되어있다. 그리고 각 감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그곳에 쓰여진 단어들은 설레다, 순수하다 등의 익숙한 단어들도 있는반면, 호젓하다, 애끊다 등의 낯선 단어들도 눈에 띄었다. 작가님은 오래도록 언론사에서 몸담고 있는 기자이기도 하다. 공정하고 사실에 기반한 글을 써야 하는 분의 감정을 풀어내는 글은 어떠할까 궁금했었는데, 글을 읽으니 예전 유시민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글쓰기 근육의 존재에 의심의 여지를 털어내기에 충분하였다. 닮고 싶은 부분이 너무도 많은 글들이었다. 각각의 감정들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글들을 저장해두고 두고두고 보고싶을 만큼 아름다운 글들 뿐이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태어나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나도 너도 모두 유한한 삶을 갖고 태어난다. 그 삶 가운데 매우 다채로운 감정의 변화를 느끼지만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자신조차도 쉽사리 알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나도 나의 감정을 모를 때,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공감을 얻고 싶을 때마다 다시금 꺼내어 읽어봐야겠다. P41 시간을 기꺼이 공유하는 대상이란 그 자체로 궁극인 소중한 존재여야만 한다. 소중한 존재에게 내 생명과도 같은 시간을 충분히 내어줄 수 있다면, 어디로 흘러가건 그 시간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 아닐까. P97 가난한 마음이란 모든 모든 작은 것들의 마음이다. 작고 연약한 것들에 마음을 내어줄 때, 우리 마음은 가난해진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타인의 슬픔에 가닿으려는 안간힘이다. 2천 년 전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P164 어떤 음악은 시간을 가두지만, 모든 순수함은 시간 앞에서 무력하다. P202 김종해 시인은「사모곡」이란 시에서 '지상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이 어머니라고 노래했지만, 나는 여태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았다. 이토록 엄연한 진리는 왜 어미도 아비도 흙으로 돌아간 뒤에야 자식의 마음에 꽂히는 걸까. 나는 후회했고, 아마도 또 후회할 것이다. P258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저절로 굳어버린 여러 마음들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우리 사회가 여러 방면에서 충돌하는 것도 실은 그런 꼿꼿한 마음들에 부딪히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니 부디 서로 힐난하기에 앞서 저절로 굳어버린 마음들에 대해 연민부터 품는 게 마땅한 이치가 아닐까. 당신도 나도 어떤 내밀한 사적 경험 탓에 꼿꼿해져 버린 마음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모두 조금씩 고장 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심약한 인간이니까. P266 추억이란 상실의 다른 이름이다. 찬란한 한때를 잃어버린 대가로 우리는 추억을 획득한다. 빛나고 눈부신 시간일수록 그 상실감은 커서 지난 일을 되돌아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추억이 더 아련해지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꿈도 사랑도 잃어가면서 우리는 어른이 된다. 그 상실감이 자꾸 떠오르는 탓에 일부러 후려진 마음으로만, 겨우 추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P275 하는 수 없이 울음을 참는 자의 표정으로, 가까스로 눈물을 억누른다. 힘들게 울음을 삼킨가는 건, 실은 목 놓아 크게 울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억눌린 눈물은 가엽다. 울음을 참는 자의 표정. 가여운 아버지를 떠올리는 아버지가 되어 나는, 가엽게도, 목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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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는데 마음에 당췌 힘이 들어가지질 않는 나. 그리하여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육중한 낡은 문을 열고 힘없이 감정 도서관에 입장한다. 체인 달린 돋보기를 쓴 초로의 사서에게 무작정, "쌤, 지금 제 마음을 말하자면요....." 라고 다짜고짜 운을 떼고 두서없이 얘기한다.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어준 사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 님아. 그 감정 저도 느껴봐서 알아요. 그간 꽤 힘들었겠어요. 그럴 땐 말이지요..." 하며 나를 '막막하다' 라는 분류표가 붙은 서가코너로 데려가 정성스레 책 한 권을 빼내어 건네준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를 비켜준다. 나는 서가 아래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그 책을 다 읽은 후 들어올 때보다는 조금 더 힘이 들어간 발걸음으로 감정 도서관을 나온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렇게 책을 한 권 씩 건네 받아 그 자리에서 읽는다. 때론 소설책, 어느 날은 시집, 가끔가다 음반인 적도 있다. 책을 읽으며 주르륵 울었고,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으며, 어떤 날은 조금 미소지었다. 감정 도서관이 실제로 우리 마을에 지어진다면 이런 모습일까? 방송사 정치부 기자이자 작가인 정강현이 2023년 연말에 펴낸 산문집 <감정도서관>을 2024년 새해 1월에 만났다. 나에게 있어 이 책과의 조우는 새해 다짐을 백번 한 것보다 더 마음 챙기기에 도움이 되었다. 마치 올해의 목표가 꼭 이거 해내기, 저거 이루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너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그 감정에 명명하고 그 감정을 먼저 고민했던 작품들을 탐독하고 그 감정과 함께 잘 살아갈 방법을 찾아봐라, 그게 다른 어떤 새해 목표보다도 중요하다 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목차에는 '머뭇거리다, 시큰거리다, 애통하다, 설레다, 가련하다' 등 30개의 감정 동사와 형용사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각 단어의 짧은 뜻풀이가 마음 한 구석을 훅 건드린다. 예를 들자면 <시큰거리다 : 딱 그만큼의 슬픔에서 멈출 때> 와 같은..... 그리고 각각의 감정동사와 형용사에 떠오르는 작가의 개인적 에피소드와 그 감정으로 침식될 때마다 해답을 찾듯 꺼내어본 여러 소설, 시, 음악에 대한 사색적 이야기가 페이지마다 흐른다. 작가가 언급한 작품들의 제목을 내 수첩에 차곡차곡 적어 놓았더니 <설레다 : 꿈이 꿈들대는 시간> 처럼 설레였고 만석꾼이나 된듯 든든했다. 새해를 제법 잘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고 싶은 분, 우아한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감정 도서관에 한번 입장해 보시길. 끝으로, '어른'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리는 정강현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p 171) 내가 이해하는 어른이란,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을'을 같은 무게로 잴 줄 아는 사람이다. 바꿔 말하면 나의 '있음'을 앞세우지 않고 너의 '있음'을 존중하는 이가 '진짜 어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