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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이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데일리 비는 자기가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딱 봐도 토끼인데 자기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설정이 우선 재밌습니다. 자기가 무엇인지,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몰라서 이것 저것 하며 삽니다. 그런데 문득, 딱 봐도 인간인데 내가 무엇인지, 내가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끼니마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몰라서 '아무것도 몰라요' 표정을 짓고 사는 제가 느껴집니다. 어느 날, 자신이 토끼를 잡아먹고 사는 것을 정확히 아는 족제비 '재지 디'가 나타납니다. 재지 디가 토끼를 잡아 먹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가 토끼인 것도 아는 토끼들은 토끼 굴로 모두 달아나고, 먹이를 찾던 재지 디의 눈에 우두커니 나무에 앉아 있는 토끼 한 마리가 들어옵니다. 재지 디는 데일리 비에게 다가갑니다. 재지 디에 대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데일리 비는 도망가지 않고 재지 디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평소 늘 생각하며 자신에게 하던 질문을요. '너 뭐야? 너 어디 살아? 너 뭐 먹고 살아?' 당근. 토끼를 먹고 사는 재지 디에게 뭐 먹고 사냐고 물어보는 위험한 토끼가 바로 데일리 비입니다. 그런데 데일리 비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의 의문 중 하나가 재지 디(위험)로부터 자신을 구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무엇인지,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 지가 아닌 "자기 발이 왜 그렇게 큰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데일리 비는 자신의 큰 발로 재지 디를 뻥 차버립니다. 다행히 우리의 데일리 비는 잡아 먹히지 않아요. 바로 이 부분에서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중요한 것이, 데일리 비가 잡아먹히려고 하는 바로 그 결정적 순간에 번뜩 하고 나타난 것이, 직관이란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관. 데일리 비 덕분에 안전해진 토끼 친구들(자신이 족제비의 먹이인 토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이 데일리 비에게 소리칩니다. "넌 영웅이야, 데일리 비!" 영웅이 되려던건 아니었지만, 자신에 대한 궁금함을 간직하며 살던 데일리 비가 위기의 순간에 직관을 발휘하여 영웅이 되었고, 다른 토끼들이 자신을 영웅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조셉 캠벨의 <신화와 인생>책이 떠오릅니다. (저도 데일리 비처럼 자신이 무엇인지, 스스로 진정한 자신을 찾는 여정에서는 시선보다 직관의 촉을 세워야겠습니다.) 데일리 비의 의미심장한 표정과 마지막 대사로 작가는 우리가 사유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둡니다. 우리가 그 의미를 직관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 찾을 수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