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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시대, 장이지 ![]() 편지는 나에게 마음이다. 편지를 쓸 때면 어쩐지 마음을 당신에게 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의 편지들이 당신들의 서랍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나의 편지에 애도를 보낸다. 그러나 그 편지는 내 안에 있으므로 괜찮다. 당신은 나의 마음을 버렸어도 내 안에는 남아 있으므로. ![]() ![]() ![]() ![]() 외워버린 편지 편지를 태우기 전 거듭 읽는다 당신이 부탁한 대로 거듭 읽어 외운다 편지는 불타고 재와 연기가 난무한다 매캐한 위치에서 홀로 나는 당신을 이해해보려 하지만 당신은 내 곁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오, 나의 당신, 귀 안에 느껴지는 당신의 필압(筆壓), 나는 당신의 편지를 거의 외우다시피 한 다 타버린 편지는 난분분히 어두운 목소리 되어 창백한 해 를 살라먹는다 이 얻두워가는 세계로 당신은 삼켜진다 귀 안으로 흘러드는 잉크, 귀 안의 독, 귀 안의 잇자국, 나는 당 신 목소리만큼 무거운 당신의 필압을 느낀다 곁이 아니라 당신은 내 안에 있다 심장을 누르는 보라색 필기체 |
![]() 흘러가버렸다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가방도 마음도 젖었다 가지고 다니던 네 편지를 펼치자 오로라의 악보가 나왔다 네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보고 싶었는데 이제 너는 없다 언젠가 학교 앞에서 만난 너는 큰 기타를 메고 있었다 네가 음악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는 강의실로 가고 있었다 너는 방금 쓴 노래를 들려주겠노라 했다 나는 그런 네 모습이 낯설어서 "나중에, 나중에" 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