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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내용보기
1995년에 나온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이미 그때, 유하가 말하듯 '시의성이 지난' 글들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오죽하랴. , 같은 제목의 글들은 그 제목부터가, 격세지감을 넘어 거의 상전벽해, 뭐 이런 말이 생각나게 할 정도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산문집에는 기가 막히는 글이 하나 있다. 바로, . 이 글은, 남자 문인들의 글로 여지껏 내가 보았던 것중 가장 '정직'하면서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내용보기
1995년에 나온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이미 그때, 유하가 말하듯 '시의성이 지난' 글들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오죽하랴. <피스톤 신화의="" 세계-영화="" '경마장="" 가는="" 길'에="" 관하여="">, <강수지, 그리고="" 몇="" 가지="" 흩어진="" 생각들=""> <뉴키즈에 열광한다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같은 제목의 글들은 그 제목부터가, 격세지감을 넘어 거의 상전벽해, 뭐 이런 말이 생각나게 할 정도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산문집에는 기가 막히는 글이 하나 있다. 바로, <첫사랑, 그="" 시효="" 지난="" 지옥의="" 아름다움="">. 이 글은, 남자 문인들의 글로 여지껏 내가 보았던 것중 가장 '정직'하면서도 아름다운 첫/짝사랑 이야기다. (첫/짝사랑에 빠졌을 때의) 격렬한 도취와 세월에 의한 망각, 그리고 찾아오는 '무심함'과 그 무심함의 고통스러움, 뭐 이런 것들을 이처럼 담담하게, 정직하게, 나르시즘에도 이상화에도 빠지지 않고, 쓴 글은 처음 읽는다. 첫사랑의 대상이었던 여자 아이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일에 대해 유하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사랑의="" 고백?="" 그때="" 정말=""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걸까.="" 글쎄.="" 한가닥="" 미련이="" 나를=""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었을="" 뿐,="" 난="" 이미="" 그녀의="" 대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어렴풋이.="" 그러니까="" 그것은="" 새삼스레=""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이="" 아니라,="" 완벽하게="" 자멸하는="" 몰골을="" 그녀에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던="" 셈이다.=""> 내가 완벽하게 자멸하는 몰골을 보여주었던 그 사람(들)은, 그 '냉혹한 마음의 구체성'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라고 쓰자니, 그 사람들은 뭐 첫/짝사랑이 없었겠는가, 싶어지고 만다.

[인상깊은구절]
이제, 그날의 구체적인, 너무나도 구체적인 마음의 떨림들은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다만 그 떨림의 이미지만 내 기억의 망막에 맺혀 있을 뿐. 돌이켜보면 첫 마음이 일으킨 고통의 불바다로부터 나를 구해준 유일한 이는, 세월이었다. 흘러간 세월의 두께가 지니는 권위에 기대어, 지금 이 순간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 그 고통의 불바다가 첫사랑이었노라고. 그리하여 마음의 불씨가 완전하게 꺼져버린 시효 지난 지옥을, 나는 여유로운 눈길로 뒤돌아본다. 헌데, 이상한 일이다. 그토록 고통으로 들끓던 마음의 지옥이 어느덧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뀌어져 있다니. 그 아름다운 지옥의 영토 위에 세워진 추억의 나라. 그곳엔 여전히 내 첫 마음의 그녀가 살고 있다. 갈색 머리를 흩날리며, '들길 따라서'를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그러나 현실 속의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오직 추억 속에서만 사랑한다. 말하자면, 마음의 이전투구가 소멸해버린 바로 그곳에서. 하나의 '풍경으로 정지된 그녀'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 떨림도, 기다림의 절망도, 이별의 아픔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랑. 이미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발버둥치던 그 시절에도, 나는 그
c******r 2001.01.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