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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은 4.19 이후 20년간 억눌렸던 민중의 저항을 부활시킨 계기가 되었다. 철저한 민중의 희생 속에 얻어진 경제발전의 토대 위에 박정희의 죽음으로 균열의 생긴 정치지형 속에에 민중의 민주화 요구가 터져 나왔고, 비록 신군부에 의해 곧 꺾이고 말았지만 몇 년 뒤 절차적 민주주의(국민참정권)를 얻어내는 투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1980년대 전반 내내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이 전개되었고 87년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폭발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5.18 투쟁 기간에 광주시민들이 보여준 공동체적 모습은 자발적으로 구성된 해방구가 얼마나 자율적이고 민주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었고, 이는 이후 학계와 진보운동 진영에서 커다란 쟁점이 되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단순한 지역민의 투쟁이 아니고, 단순한 민주화운동도 아니며, 일회성 이벤트도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 현대사에서 민중의 요구가 가장 적극적인 무장투쟁의 형태로 발현된 운동이며, 민중의 힘과 능력을 알린 일대 사건이었으며, 현대 한국 민주주의의 지형과 역관계를 변화시킨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이것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이며 우리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사인과 임동확이 엮은 『꿈, 어떤 맑은 날』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 시집은 ‘5.18 20주년 기념 시선집’으로 2000년에 발행되었다. 발행된 시점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주로 90년 이후 발행 당시까지 쓰여진 시들 중 80년 5월을 화두로 한 100편의 시들을 엮었다. 고은, 고형렬, 김남주, 김선우, 김승희, 김정란, 김정환, 김지하, 나희덕, 도종환, 문익환, 송기원, 송찬호, 신현림, 이대흠, 이성복, 이승하, 장석남, 정호승, 정희성, 조용미, 조은, 최하림, 황동규, 황지우, 황학주 등의 시들이 이 시집에 수록되었다.
‘5월 문학’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우리가 ‘그해 5월’을 기념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것이 한국 현대사에서 민중의 요구가 가장 적극적인 무장투쟁의 형태로 발현된 운동이자 민중의 힘과 능력을 알린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들은 ‘질 수 없어 조금씩 이겨왔던 날들의 노래와 꿈’이 있다.
역사에서 문학 혹은 시는 당대의 사상과 문제의식을 여러 세대에 걸쳐 여러 계층의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혹은 의식하지 않아도 좋다. 그래도 독자는 문학을 통해 전해지는 현재형의 역사 속에 발을 담글 수 있다.
올 5월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이다. 상처와 증오를 넘어 용서와 화해가 깃들 수 있도록 왜곡된 역사들이 청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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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20주년 기념 시선집이다. 벌써 5.18은 기념의 영역으로 넘어갔는가! 기념의 의미를 곰씹어봐야 하리라. '어떤 일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내지는 토대'로서의 기념의 가치에 대해 과연 현실은 얼마나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이상한 일이다. 역사적인 사건으로 벌써 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광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아직도, 당연히, 광주는 현재진행형이다. 벌써 기념이 될만한 의미를 얻었다니, 그 의미를 벌써 시로 기념한다니, 어리둥절하고 경악스럽다. 시 몇 편으로 위안받고 기념될만한 현실, 광주의 현실은 그러한가? 시가 현실에 할 수 있는 일들은 고작 이런 것들이다. 그게 시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무게다. 겨우 이 정도인가 고작 이 정도인가, 이게 시가 시대에, 역사에, 현실에 대해 할 수 있는 전부인가. 물론 아니다, 아니다, 라고 나는 믿고 있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어란 말인가. 왠지 너무나 슬프고 억울한데도 정체와 본질을 알지 못해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느낌이다. 가해자가, 거짓 선지자가, 더럽고 역겨운 위선자가 저기,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손가락으로 분명히 가리키고 있지만, 그걸 보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 같다. 이 책이 나온 의도는 그나마 인정해줄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이 나온 것이 시기상조인듯 느껴진다. 벌써 이런 책이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