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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 5.18 20주년 기념 소설집
"밤꽃: 5.18 20주년 기념 소설집" 내용보기
80년대 내내 문학의 가장 고통스러운 화두이자 십자가였던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들 중 가려 뽑은 열 편의 작품을 엮었다. 오늘날 광주는 죽은 자에 대한 애도나 생존자에 대한 위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광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산 자의 책무이며 거룩한 사명감이다. 이 작품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이 특정 지역만의 문제라는 시각에서 벗어나고, 저간의 무관심과 지역적 편
"밤꽃: 5.18 20주년 기념 소설집" 내용보기

80년대 내내 문학의 가장 고통스러운 화두이자 십자가였던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들 중 가려 뽑은 열 편의 작품을 엮었다. 오늘날 광주는 죽은 자에 대한 애도나 생존자에 대한 위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광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산 자의 책무이며 거룩한 사명감이다. 이 작품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이 특정 지역만의 문제라는 시각에서 벗어나고, 저간의 무관심과 지역적 편견을 극복하며, 동시대를 살았던 모두의 겸허한 반성과 책임의식을 통해 상처받은 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모두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공선옥, 「씨앗불」(『피어라 수선화』, 창작과비평사, 1994)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기동타격대로 항쟁에 참여했던 부랑 계층의 분열과 그것을 견뎌야 하는 자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를 담고 있다. ‘폭도라는 멍에를 쓰고 항쟁에 적극 참여했지만 권력의 분열 책동 등의 이유로 항쟁의 정신이 심각히 훼손되는 것을 비판하고 질타하는 작품이다.

 

지워지지 않는 핏자욱, .

그것은 어쩌면 망월동과, 망월동에도 묻히지 못한 숱한 망자들의 원혼이 그와 김치수의 가슴속에 들어와 생긴 씨앗불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위준만이 알고 김치수만이 아는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씨 한 톨. 그것은 새빨간 잉걸불로 가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가, 활활 활화산처럼 타오르다 죽어간 그들처럼 어느 순간 터져오를지도 모른다(p.52).

 

쓰러져선 안 되지. 위준은 안간힘을 써서 일어나려고 애썼다.

그때였다. 안간힘을 쓰는 위준의 희미한 시야 속에 번적하는 불빛이 확 들어왔다.

그 불빛은 이내 활활 타오르는 장작처럼 벌겋게 점점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불일까.

위준은 눈을 크게 뜨고 그 불빛을 주시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불이 위준의 가슴으로 들어와버린 것이다.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위준의 속에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위준은 자신의 몸이 다 타도록 내버려두었다(p.79).

 

문순태, 녹슨 철길(『시간의 샘물』, 실천문학사, 1997)

 

광주 외곽의 간이역장의 인생 역정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복원하고 있다. 기차 통행이 차단된 간이역 역장의 술회를 통해 한국전쟁과 광주민주항쟁의 경험을 잇고 있다.

 

티부이를 보면 세상이 아무렇지도 않던데요 뭐. 가수들이 여전히 엉덩판을 흔들어대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코메디언들은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를 해쌈시로 웃기드만요. 그런뒤 이상하게도 코메디언들의 웃기는 소리에는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데요. 티부이를 보면 세상이 천하태평입니다요.”(p.86)

 

열차라 끊기면 세상에 끝나는 거네. 사일구 때도오일육 때도 열차통행이 멈추지는 않았다네. 홍수가 나서 철로가 끊겼다면 또 모를까철길이 씽씽한듸 열차가 통행을 멈추다니, 이런 난리는 없었어. 이 사람아, 열차 통행이 멈췄는듸 무신 태평천하란가, 기차소리가 죽었는듸 무신 태평천하여, 저 끔찍했던 육이오 때도 기차가 통행을 멈춘 것은 사흘분이었네. (중략) 그런듸 이참에는 오늘로 벌써 나흘째가 아닌가. 역원이 되어 기차소리에 잠이 들고 기차소리에 잠을 깨면서 30년을 살아왔제만도 이런 일은 없었어. 그런듸도 태평천하여?”(pp.86-87)

 

박양호, 포경선 작살수의 비애(『포경선 작살수의 비애』, 세계사, 1993)

 

광주민주항쟁 당시 어용교수로 지목됐던 교수와 항쟁에 나섰던 K씨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만들면서도 작가로서 내가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은 행간이었다.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소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p.117).

 

윤정모, 「밤길」(『봄비』, 풀빛, 1994)

 

최후의 결전을 눈앞에 두고 광주민주항쟁의 진실을 밖으로알리려 밤길을 재촉해 사지를 탈출했던 신부와 청년의 침통한 번뇌를 그린 작품으로 지식인들의 죄의식과 부채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피가 모자란다면, 지금까지 흘린 그 피로도 충분치 않다면, 그렇다면 이젠 우리 모두가 죽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까지 이렇도록 슬픈 땅…… .”

요섭이 자신의 담뱃불을 지그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젖과 꿀을 약속받은 가나안 땅에서도…… .”

신부가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으며 말했다. 요섭은 담뱃불을 좀더 눈 가까이로 가져갔다.

신부님제가 정말 신부님을 따라 이렇게 와야 했을까요?”

그 목소리는 하도 깊어서 땅 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건 너의 뜻이 아니었잖니.”

그래요. 동지들이 날 보냈어요. 신부님과 가깝다는 이유로다른 사람들을 보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내가…… .”(p.130)

 

이삼교, 그대 고운 시간(『돌멩이와 까마귀』, 황토, 1991)

 

광주민주항쟁 당시 행방불명된 누나를 동생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 작품이다.

 

내가 보아도 누나는 예뻤다. 상고를 나와서 시내에 있는 대리점 경리사원인 누나를 보면 나는 언제나 마음이 포근하게 가라앉는 걸 느끼곤 했다. 대학에 다닌다는 여학생을 많이 보았으나 누나만큼 고운 여학생을 본 적이 없었다. 왜 학교는 돈이 있어야만 갈 수 있도록 된 것일까. 누나처럼 마음도 얼굴도 고운 여자들을 뽑는다면 대학교는 얼마나 아름다운 꽃밭이 될까. (중략) , 얼마나 싱그러운 5월인가. 그렇지만 아무도 그런 것에 눈을 돌리고 있지 않았다(p.145).

 

이청해, 머나먼 광주(『빗소리』, 민음사, 1993)

 

남도기행을 통해 좌익 활동을 했던 아버지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작품이다. 광주학생운동의 주동자였던 좌익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체에 접근함으로써 수난과 저항의 현대사라는 큰 틀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의 절망감이 떠올랐다. 생활고에 허덕이면서도 원칙을 수정할 수 없었던 중년, 아이들이나 바라보며, 죽지도 못하고 술에 젖어 지낸 5, 60년대. 무상과 초월을 거쳐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자기 마음의 평온 속에서만 행복을 찾았던 노년…… .(p.181)

 

한일합방이 되던 1910년에 이 땅에 오셔서 3.1운동이며 광주학생운동, 일제의 갖은 탄압이며 해방, 좌우익 갈등, 6.25를 거쳐 4.19 5.16, 그리고 그 후의 사건들을 빠짐없이 겪으시고, 올림픽까지 이 땅에서 열리는 것을 보시고, 1990년에 아버지는 가셨다(p.236).

 

임철우, 어떤 넋두리(5.18 광주민주화 운동자료총서 제15, 1998)

 

광주민주항쟁에 택시부대 일원으로 참여했다가 정신 이상으로 넋을 놓은 남편의 일대기를 아내의 농익은 전라도 사투리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어쨌는 줄 아뇨?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가꼬 그놈 멱살을 움켜잡았제. 뭣이여, 이놈. 알콜중독에 정신병자라고야? 오냐, 그렇게 만든 게 누구냐. 씽씽하고 건장한 사람을 잡아 끌고 가서 뒤딜개 패고 고문해서 그 지경으로 만든 놈들이 바로 느그들 아니냐 말여. 느그가 죽인 거여. 전두환이 하고 느그들이 광주사람 쥑이고 내 남편도 쥑인 거란 말이여. 살려내라. 내 남편 옛날 모습 그대로, 눈꼽만치도 상한 디 없이 그대로 살려내란 말이여그렇게 악을 쓰고 몸부림을 치고참말로 그 날은 내가 아조 미쳐부렀등갑서(p.258).

 

채희윤, 어느 오월의 삽화(『별똥별을 헤는 밤』, 세계사, 1995)

 

병원 사무계장으로 일하던 화자는 전형적 우민(愚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광주민주항쟁 이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당시 병원에 입원한 시위 가담 학생 두 명을 밀고한 행위를 반성하는 이야기이다. 항쟁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서울로 도망친 병원장과 계엄군의 지프차를 얻어 탈 정도로 밀착 관계를 갖는 병원장 아들의 행태를 통해 항쟁 당시 지배층의 계급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도련님은 그들을 어디로 보냈을까라우? 분명히 나뿐 데는 아닐 것이요. 인권 변호사로 이름이 높은 분인디요. 이름값이 으째 있것소이(p.281).

 

한승원, 어둠꽃」(『한승원 중단편 전집 5, 문이당, 1999)

 

공수부대원이었던 남자(가해자)와 피해자였던 여자를 부부로 등장시켜 항쟁의 비극을 드러내고 있다. 진압군이었던 남편 종남과, 그해 5월 애인이었던 만두집 이군을 잃은 아내 순애 부부는 함께 미칠 수밖에 없는 연놈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통의 언어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방 안에는 어둠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어둠 속에 가야금줄처럼 팽팽한 긴장이 아내 순애와 남편 종남 사이를 조이고 있었다(p.283).

 

길거리를 미친듯이 휘돌아다니면서 나는 그 때 얼룩무늬옷을 입고 이 도회 한복판에 들어와서 총질을 하고 칼질을 한 놈이요. 나는 미친 개보다 못한 놈이요. 나를 처죽여주시요. 나는 죄인이요. 쏘라는 대로 쏘고 찌르라는 대로 찔렀소. 간첩들의 충동질을 받은 폭도들이라고 하길래 정말로 그런 줄만 알고, 시키는대로 했소.”하고 소리를 지르고 다녀야만 한다. 시민들이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면 맞고 밟혀야 한다…(p.303)

 

쓰팔것, 어차피 우리는 함께 미칠 수밖에 없는 연놈들이다. 빌어 먹을 것, 오늘 그만 미치고, 두었다가 내일 또 미치기로 하자.”(p.306)

 

홍희담, 「깃발」(『창작과비평』 돝권 59, 1988)

 

광주민주항쟁을 이끈 주체가 누구인가와 관련하여 광주민주화운동의 본질은 도청 사수로 상징되듯이 결사 항전파의 다수를 점유했던 노동자 계급을 비롯한 하층 민중들의 투쟁에 가깝다는 인식을 최초로 제기한 문학 작품으로 각성된 노동자 계급의 조직적 투쟁에 대한 직관적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들은 부상자와 구속자 명단을 놓고 계급적으로 분류해보았다. 사망자는 제외했다. 잘못 알려지면 그 숫자만 죽었다고 확정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중략)

유산자계급-34

지식인계급-240

농민계급-47

무산자계급-822

대략 71%가 무산자계급이었다. 지식인계급에 속하는 대부분의 숫자는 예비검속으로 붙잡혀간 사람들이었다. (중략) 그렇다면 무산자계급의 퍼센트는 더 높아질 것이다. 80퍼센트, 90퍼센트. 결과를 놓고 보니 순분은 형자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중략)

언니가 말했지. “어떤 사람들이 이 항쟁에 가담했고 투쟁했고 죽었는가를 꼭 기억해야 돼. 그러면 너희들은 알게 될 거야. 어떤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가를그것은 곧 너희들의 힘이 될 거야.”(p.360)

 

*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작품들

 

공선옥, 「목마른 계절」, 「목숨」

문순태, 「오월의 그대」,「일어서는 땅」

문순태 외, 『일어서는 땅』(광주항쟁 소설집)

박양호, 「참새와 고래」

송기숙, 『오월의 미소』

윤정모, 「밤길」, 「등나무」

이순원, 「얼굴」

임철우, 「관광객들」,「봄날」,「사산하는 여름」,「직선과 독가스」,『봄날』

정도상, 「십오방 이야기」

정찬, 「새」,「완전한 영혼」

최윤,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

황석영,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YES마니아 : 로얄 c*****g 2011.05.01. 신고 공감 4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