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사이에 인권/복지관련 도서들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접근하는 방식들이 다양한 편인데, 이번에는 10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한국을 찾아보는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를 보게 되었다.
항상 같은 시간대에 있어서 든든하다고 믿는 이다혜 작가와 씨네21의 편집장까지 거쳐서 영화제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 이주현 기자가 저자이다.
영화 10편 중 이옥섭 감독의 ‘메기’와 정지우 감독의 ‘4등’ 밖에 못 봤지만, 익히 봤던 영화들을 인권이슈와 감독의 의도, 이다혜 기자의 설명까지 더해서 접하니, 같은 영화, 다른 감상을 하게 되는 듯하였다. 왜냐하면, 영화 ‘메기’ 에서는 뜻밖에 불법촬영에 대한 내용을, ‘4등’ 에서는 미처 깊이 생각지 못했었던 유망주 였던 광주의 관점에 대하여 공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다른 8편중에서는, 경쟁으로 살벌한 공간이 되어버린 학교를 배경으로 당장 떡볶이를 먹을 현재의 중요성에 대한 최익환 감독의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노인에 대한 오해와 복지, 소통을 다룬 휴먼 코믹 감동 드라마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을 향해 내달리고 낙오된 아이돌들의 이야기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 너무 와 닿았던 현실반영 고독사와 삶에 관한 이광국 감독의 <소주와 아이스크림>이 기억에 남는다.
인권과 편견, 사회복지/안전망 등을 다루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 보니 더 구체적인 그림들과 함께 기억에 남았고 찾아보고 싶어졌다. 아마도 이 책을 펼쳐보면서 같이 보며 공감하며 보는 관점의 업그레이드도 하게 될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생각 나누고 싶은 책과 영화들이다.
그리고, 인권영화라 하면 어렵다 느끼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 책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더 깊은 사람 사는 법에 대한 사유와 이슈에 대한 이해를 더 잘 할 수 있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_“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 내가 개를 고양이라 우겨도 믿을 사람은 믿고 떠들 사람은 떠든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에 속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세상, 내가 이해받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세상._p21 <메기>편
_학교는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소우주여야 한다._p53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편
_영화에선 세대 간의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인물로 어린 세대인 행운을 내세운다. 6살 소년 행운은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나이다._p92 <봉구는 배달 중>편
_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서 오만하기까지 했던 광수가 수영선수로서 겪었던 문제는 준호가 겪는 문제와는 다르다._p103 <4등>편
_한때는 너도나도 웰빙을 얘기했다면 이제는 너도나도 웰다잉을 얘기한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이 중요해졌다._p123 <하늘의 황금마차>편
_민용근 감독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논의의 끝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평화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총을 내려놓는 것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_p176 <얼음강>편
|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무언가를 통하지 않고 배우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 바탕에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이주현 기자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글에 나오는 '영화'라는 단어를 자신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한 다른 단어로 바꿔도 본래 의미가 크게 손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 그림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 사람(가족, 친구,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 일상적 인물 등등)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 낚시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야구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바둑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어떤 것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배움이 자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으며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성장시켰는지 깨닫는 과정일 것이다. 영화든 책이든 어떤 것을 통해 배운 세상이 자신이 가진 선입견이나 편견의 단단한 껍데기를 무르게 만들 수 있다면, 다수의 의견에 올라타는 것이 쉽지만 그것이 결코 올바른 것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면, 진실에 비춰 자신의 자화상을 부끄럼 없이 그려낼 수 있다면, 균일하고 매끄럽게 보이던 세상의 표면이 실은 균열과 부식을 감추고 있었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면.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자연스러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자갈길을 밟으며 걷는 일처럼 고통스럽다는 차이를, 마침내 알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차별과 혐오의 메시지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책은 2013년부터 10년 동안 만들어진 열 편의 영화와 인권 이야기다. 그 전에 씨네21북스에서 출간한 《별별차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제작한 인권영화 10편을 담겨 있으니 이 책은 '영화로 만나는 인권' 시즌 2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 수록된 열 편의 영화에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의 풍경이 담겨 있다. 이중에서 《메기》와 《4등》은 꽤 알려져서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영화들은 모두 처음 접하는 영화들이었다. 불법 촬영과 실업,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서 불안한 청년을 다룬 메기. 교사와 학생 모두의 학습권과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이른 나이부터 너무 힘을 내다가 낙오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힘을 낼 시간. 누구나 노인이 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노인이 많은 나라이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봉구는 배달 중. 학습과 운동이 양립할 수 없는 구조를 통해 성적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 묻는 4등. 존엄한 죽을 맞이할 권리를 돌아보며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하늘의 황금마차. 고독사와 가난에 대한 공포를 보여주는 소주와 아이스크림. 양심적 병역 거부의 문제를 다룬 얼음강. 장애와 비장애의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각기 다른 위치에 서있음을 보여주는두환에게. 시스템을 벗어난 이들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과대망상자들. 이렇듯 인간의존엄과 관련된 열 편의 영화를 보는 동안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로 남아있지만 다수의 관심을 받지 못해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고여있는 문제들의 실체를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서문에서 언급했듯 인권 감수성이라는 건 저절로 길러지지 않기에 익혀야 한다. 무언가를 통해 열심히 배워서 익혀도 나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면 어느새 희미하게 사라지기도 한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지 않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매일 붐비는 시간에 지하철 출퇴근을 하다보니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로 인해 지하철이 늦어지면 조바심이 생기면서 왜 하필 이 시간에 하는 걸까 하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각을 하면 안 되는 시간에 그 시위로 인해 지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사실 문제의 원인은 시위를 하는 사람도 시위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도 아닌, 시위를 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는 기관 때문이다. 그게 해결된다면 시위가 벌어지지 않을 것인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관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벌어지는 일을 방관하고 있다. 실제로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이런 식으로 우리는 가끔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리고 피곤한 일이 쌓이고 내 삶에 대한 불안이 쌓일수록 나는 인권 감수성에 경각심을 불어넣는 종류의 매체들이 불편했다. 예전에는 잘 찾아서 읽던 책이나 영화, 뉴스 등을 보면 나의 불안도 더 커지는 것 같아서 밝고 편안하고 환한 것들만 찾아다니며 웃고 떠들었다.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인권 감수성에 대한 관심은 나의 삶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누구라도 언제든지 다른 위치에 설 수 있으며 그건 바로 지금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때로 비현실적이고 너무 이상적일 때가 있다. 현실에서 누가 저래, 현실에서 저런 결말이 어디 있어, 라고 나무라고 싶은 영화들이 꽤나 있다. 하지만 그런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배운다. 분명히, 배운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반드시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메시지가 보여주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총 대신 꽃을 손에 쥐어주는 세상을 나도 꿈꾼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사람을에 의해 영화는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혹은 다른 영화를 보면서 세상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깨닫는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영화가 좋고 책이 좋고, 무언가를 통해 배우는 과정이 즐겁다!
|
|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는 영화기자로 일해온 저자 이다혜, 이주연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영화 10편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다. "책 제목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야기를 담은 민용근 감독의 책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 언급되는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이옥섭 감독의 <메기> 최익환 감독의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 정지우 감독의 <4등> 오멸 감독의 <하늘의 황금마차> 이광국 감독의 <소주와 아이스크림>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
영화라는 특성상 감독들은 흥미를 이끌어야 함은 물론이요, 날카로운 주제 선정과, 연출 방법에 대한 고민들로 머리가 뒤섞였을 것이다. 책에 언급된 영화들은 청년, 교육, 노인, 죽음, 군대, 장애, 감시 등의 사회 문제가 되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인권 영화는 말 그대로 인간의 권리를 말하는 영화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주체의 시야를 밝힌다. 보는 이들에게 한 인간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들의 삶은 어떤 특별한 이야기거나 극복하고 구해줘야 하는 삶이 아니다. 그저 한 주체로서 살아가는 삶이다. 우리가 그런 방식으로 한 인간의 삶을 이해할 때 모든 이들의 삶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며 타인들과 교차할 수 있다.
실버택배기사인 봉구가 학교에 빠진 6살 소년 행운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은 사회 속에서의 노인의 위치와 그에 따른 절망을 드러낸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에서는 늙음이 사회로부터 점점 배격당한다는 과정임을 말한다. 어린 소년과 노인을 대비하며 보호받으며 가능성으로 취급받는 아이와 달리 배척받고 의심받는 노인의 삶을 드러낸다. 영화 끝에서 나오는 로또번호의 마킹 실수 또한 노인의 성공(3등 당첨)을 노인의 한계 안에서 그려낸다. 나름대로 면벌부가 주어지는 '방황하는 젊음'과 달리 '방황하는 늙음'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일까. 세대 간의 갈등은 소년 행운에 의해 풀린다. 밀려 나가는 삶이 밀고 들어오는 이에 의해 이해된다면 그 늙음의 과정은 끝을 향해 가기보단 하나의 흐르는 물결이 될 것이다.
간암에 치매까지 진행 중인 큰형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내용의 <하늘의 황금마차>는 죽음의 유쾌한 해석을 제시한다. 큰형은 여행을 같이 가는 이에게 집문서를 준다 선언하며 3명의 형제를 끌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병원도, 집도 아닌 어디론가 향하는 과정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현실과의 간극이 있는 영화라는 비판을 받지만, 멈춘 영화와 달리 살아있는 관람객은 그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다. 저자 이주현은 <하늘의 황금마차>를 통해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로 논의를 확장한다. 존엄한 죽음은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이 자신으로 정의한 자신으로 사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는데, 죽음의 순간에서 나답게 그저 자신으로 남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본다면, 우리의 삶에서 죽음은 중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답게 살고 있는가가 죽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다'가 더 정확한 말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과거를 후회하며 나답게 살지 못한 삶을 부정하거나 후회하기도 하지 않나. 그렇다면 나다운 것은 무엇일까. 나란 무엇인지, 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나를 알며 살아가고 있을까. 되려 죽음이 나에게 물어본다.
우리가 영화라는 방식으로 현실을 마주할 때 그것은 음미 가능한 대상이 된다. 우리는 마음속에 어떤 영화를 그리고 있을까.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를 읽으며 또 다른 삶과 조응해 보자.
*한겨레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
|
#도서제공 . ? 인권을 생각한다는 건 이 험한 세상 다 함께 아름답게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는 이다혜, 이주현 기자가 2013년부터 10년 동안 만들어진 10편의 인권 영화를 소개하며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존엄한 죽음과 고독사, 노인 인권, 청년 인권, 학생 인권 등'의 문제들을 보여준다. ??인권 감수성이라는 건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판단력과 논리력을 기르는 것처럼 폭력과 차별과 통제와 억압에 예민하게 반응 할 수 있는 인권 감수성도 기를 필요가 있다. 이옥섭 감독의 <메기>는 청년의 인권과 삶이라는 키워드로 제작된 영화다. 형식은 발랄하지만 영화는 현실의 진지함을 담고 있다. 불법 촬영, 고용 안전성이 낮은 일자리, 데이트 폭력 등 청년들은 외부로부터 많은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 나오는 일이다. (28p) 최익환 감독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좀비가 되어가는 학생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을 위한 규칙은 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은 대립관계가 아니다. 동시에 존중받아야 함을 우리는 잊는다. '학교는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소우주'이며 그곳에서 배려, 사랑, 꿈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학교와 교육의 본질이다.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은 추앙받지 못한 낙오된 은퇴한 아이돌의 이야기를 담았다.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고 몸과 마음에 아이돌 시절의 흔적이 있다. 포기를 못해 연옥에 갇힌 이들은 이른 은퇴를 당해 방향성을 상실했다. 지금이야말로 그들 스스로가 힘을 낼 시간이다. 관객에게는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들에게 손을 적절한 때 내밀었나 묻는다. ??"통제되지 않는 일 앞에서는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하다고 하는 게 가장 빠르다. 미안하지 않으면 논란이 생긴다. 논란이 생기면 이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지는 게임이다."(66p) 신아가,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은 실버 택배기사 봉구가 길에 혼자 남겨진 6살 행운을 만나며 벌어진 소동을 보여준다. 노인들을 괴롭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회이며, 그들을 불편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 인식이다.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운이를 통해 세대간 갈등 해소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정지우 감독의 <4등>은 스포츠계의 폭력과 해묵은 악습, 체벌과 차별을 눈 감는 지나친 엘리트 스포츠 교육의 문제를 다룬다. 학생 선수들의 수업권과 휴식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영화의 근사한 엔딩 뒤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의 어깨 뒤로, 묵직한 질문은 끝내 따라붙는다. 당신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나요. (117p) 오멸 감독의 <하늘의 황금마차>는 아프고 가난하고 잘난 것 없는 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보고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존엄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나의 죽음도, 타인의 죽음도. 그렇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다. 우리에겐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137p) 이광국 감독의 <소주와 아이스크림>은 가족에게 외면받는 동시에 타인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의 사정을 보여준다. 고독사와 자살을 다룬 이 영화를 통해 '소통의 부재'와 '연결의 강요'의 이면을 보게 된다. 이 외 양심적 병역의무 거부를 다룬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우정을 다룬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은 감시사회 속 개인의 불안과 과대망상을 보여준다. 영화를 통해 우리가 꿈꿔야 할 미래를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일 것이다. #총은총을부르고꽃은꽃을부르고 #이다혜 #이주현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인권영화 #영화 #독서 #책스타그램 |
|
한국 사회의 각기 다른 문제를 품고 있는 10편의 인권 영화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 영화가 다루고 있으면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건 무엇인지 각각의 주제를 던져 준다.
개인적으로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봉구는 배달중>을 읽고 가장 오래 생각을 했다. 노인이 살기 어려운 나라. 그게 바로 대한민국이 아닐까. 편리함으로는 세계에서 1, 2위를 다툴지라도 그 말은 최첨단으로 발달했다는 뜻이고, 그런 신기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노인들은 그만큼 더욱 소외되고 벅차다는 말이 된다.
내가 몇 살 더 어릴 때만 해도 노인이 된다는 두려움은 없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일에 대한 걱정은 있었어도, 중년층 장년층은 먼 일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 들어 시간이 가는 속도를 느끼자니 금세 중년층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유행하고 있다는 말이나 상품에 대해 들었을 때 공감이 안되는 나를 볼 때 순식간에 세월이 흘러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드는 생각이 우리 부모님도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아직 창창한 나이인 나도 이런 감정이 든다면 세상을 쫓느라 엄청 많은 에너지를 들이고 있지 않으실까? 당장 키오스크를 잘 다루지도 못하고 삼성페이는 써본 적도 없는 우리 부모님은 이미 소외감을 느끼고, 오히려 발달한 기술로 인한 불편함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분들이 눈앞에 보인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돕고 싶은 마음이다. 뭐든지 쉽게 해내는 젊은이들을 보며 대단하다 생각하고 열심히 배우려는 어르신들도 있다. 분명 그분들은 대단한 열정을 지닌 분들이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국가가 소수의 사람들도 챙기고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약자를 배려하는 장치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병역 거부를 다룬 영화 <얼음강>을 파트를 읽고는 공감의 감정보다는 반발심이 먼저 생겼다. 총을 들지 않겠다는 손에 꽃을 쥐여주면 어떠냐는 저자의 말이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우리가 총을 든다고 해서 전쟁이 사라질 수는 없다.
물론 저자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전쟁이 없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면서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소수 간에 일어난 분란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대치 상황에서 그런 유토피아적 결과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국가의 평화는 분명 힘에서 나온다. 우리가 아무런 힘이 없는 나라라면 절대 평화롭게 있을 수 없다. 약한 꽃을 든 대신 아주 강한 총을 만들어 내는 나라이기에 지금의 이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병역 거부에 대한 그들의 신념은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했고 받아들여졌다. 사람을 살상하는 일을 할 수 없기에 병역을 거부한다는 개인의 신념에 바탕을 둔 행동은 어쨌든 선택이니 그럴 수 있다곤 하나, 저자가 이들을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은 너무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을 든 우리에게 누군가가 총을 겨눴을 때 우리가 저항할 방법은 없다.
영화 하나하나가 당장 내 삶에 치여 사느라 잊고 지내던 우리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잊고 있을지언정 어디선가 계속 상처는 곪아나가고 있다. 그 상처를 외면하고 그대로 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냥 두면 큰 문제가 되어버릴 일도 우리의 관심으로 새살이 돋는 결과로 바뀔 수 있다. 다시 또 이 사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이다. |
|
#총은총을부르고꽃은꽃을부르고, #이다혜, #이주현, #한겨레,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영화
한겨레출판
이번에 읽은 책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다. 2002년부터 꾸준히 인권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제작한 영화 10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별별차별>(2012, 씨네21북스)를 발간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2013년부터 다시 10년 동안 세상에 나온 10편의 영화 이야기를 담은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를 출간하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고 하는데 2013년에 제작된 <봉구는 배달 중>, <두한에게>, <얼음강>으로 비춰본 한국 사회와 2022년 작품 <힘을 낼 시간> 속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듯하여 씁쓸하다. 그래도 꾸준하게 사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기에 더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다. 희망한다.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고통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실을 담은 상상의 이야기가 지닌 힘이 평화로운 내일을, 다정한 세계를 꿈꾸게 하고 기필코 이루게 할 거라 믿는다.
10편의 영화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웃을 비추고 있다. 사회경제 변화로 야기되는 상황들을 개인(혹은 가정)의 영역 안에서 해결해야 할 때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와 불안, 부담을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10편의 영화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 청년의 인권과 삶을 다룬 이야기 (메기, 이옥섭 감독, 2018) - 청소년의 인권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최익환 감독, 2015/힘을 낼 시간, 남궁선 감독, 2022) - 노인 인권에 대한 영화 (봉구는 배달 중, 신아가ㆍ이상철 감독, 2013) - 스포츠 인권에 대한 영화 (4등, 정지우 감독, 2014) - 존엄사를 대하는 또 다른 시선 (하늘의 황금마차, 오멸 감독, 2014) - 고독사를 다룬 영화 (소주와 아이스크림, 이광국 감독, 2015) -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이야기 (얼음강, 민용근 감독, 2013) - 장애 인권을 담은 이야기 (두한에게, 박정범 감독, 2013) - 파놉티콘, 디지털 감시 사회를 다룬 이야기 (과대망상자(들), 신연식 감독, 2015)
이 10편의 영화가 우리를 찾아오는 시간 동안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해 사회적ㆍ법적 변화가 있었다. 1939년 이래 지난 80년 동안 총을 드는 대신 감옥을 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가 1만 9,7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2020년 대체복무제가 시행됨으로써 감옥에 수감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가 늘어나지 않게 되었다.
책 제목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는 민용근 감독의 저서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고 한다.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인 오늘날, 군대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충돌하고 있다. <얼음강>이 풀리지 않는 문제에 실마리가 되어줄지 자신의 인생을 걸고 꺾이지 않는 신념을 그린 영화를 직접 보고 싶어졌다.
10편의 작품 중 본 작품이 <4등>뿐이라 아쉬움이 많다. 읽으면서 활자로 만나고 있는 이 작품들을 실제로 관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헛헛한 기분이 커갔다.
청년의 인권을 판타지스러운 구조 안에서 다각적 측면으로 바라본 <메기>, 청(소)년의 인권을 지나친 경쟁과 소비 구도에서 대체 가능한 부속품처럼 버려진(은퇴한) 아이돌들의 여행 서사로 풀어낸 <힘을 낼 시간>, 점점 소외될 수밖에 없는 노인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을 아이와 노인의 하루로 따뜻하게 담아낸 <봉구는 배달 중>, '생과 사를 자연의 섭리'로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으로 로드무비 형식으로 간암 말기 치매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그린 <하늘의 황금마차>, 평소에 의식하고 있는 주제인 디지털 파놉티콘을 과대망상과 연결 지어 중의적인 시선이 담긴 <과대망상자(들)>까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톺아본 영화에 그치기에는 서운하다. 상업영화가 아닌 인권 영화와 독립영화, 다큐멘터리를 편하게, 쉽게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 '69세'를 보고 노인과 여성의 오늘을 통렬하게 자각한 기억이 있다. 나이, 성별, 장애, 경제력, 학력, 직업 등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살아있다' 그 존엄한 사실로 존중받고 살아가는 나를 바란다. 그렇다면 결국 모두 다 존엄한 오늘을 보내는 이 시대의 우리가 되지 않을까. 서로 대립하는 권리가 아닌 병립하는 권리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바라보는, 청년과 노인을 바라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현명한 해법은 다르다 구분 짓는 게 아니라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전체를 아우르는, 기존과는 다른 열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는 사회에서 낙오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기억 대신 속해있고 존중받는다고 믿을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힘을, 용기를, 관심을 말하는 책이다. 더 나은 내일을 염원하는 우리에게 추천합니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열 편의 인권영화에 관한 책. 청년, 학교, K팝, 노인, 엘리트체육, 장애인, 고독사, 군대 등 사회 내 갈등과 균열의 원인이라고 일컫어지는 소수자들을 다룬 영화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고, 이들이 문제로 치부되게끔 만드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자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인상적이었던 장, "왜 '장애인 흉내' 를 내는 것에 박수치는가." 몇 년 전 좋아하는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으로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였는데 당시 영국 현지 가디언지에서는 "우리는 '흑인 흉내' 를 내는 배우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왜 '장애인 흉내' 를 내는 것에는 박수 치는가?" 라는 비판적 논조의 칼럼이 실렸었다고 한다. (나중에 이 분의 칼럼을 찾아 읽고 싶어서 '프란시스 라이언' 이라는 이름을 기록해 두었다.)
더불어 대중문화는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무료한 삶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로 기능하게 만들고, 장애가 주인공이 극복해야 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칼럼을 비롯한 책은 이 점을 언급하며 살아있는 이들의 삶을 실체가 아닌 은유로 표현하는 것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무엇이 주류고 정상인지를 규정하는 궤도를 만드는 세상. 그 궤도에 서는 것만이 진정한 삶인지, 궤도를 이탈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는 없는 건지, 무수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
|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는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갸 있는 열 편의 인권영화를 다룬다. 저자는 이 영화들로 독자들이 더 따스한 세상을 상상하고 희망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존엄한 죽음과 고독사, 노인 인권, 청년 인권, 학생 인권 등 여전히 이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을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상상할 수 있다. 사람은 모두 시간이 흐르면 나이를 먹어가고 늙게 되어있다. 아이와 노인은 무엇이 닮았을까라는 챕터에서 신체적 노화보다 무서운 것은 정신적 노화라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모두 나이가 들어도 그 열정만은 유지되어 정신적 노화가 늦춰진다면 하루하루가 좀 더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바램을 희망해본다. 물론 그 못지않게 신체적 노화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영화를 애정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나온 영화는 아직 접해본 적이 없는 영화들이었다. 한편한편 저자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이 영화들과 함께 의미있는 연말을 보내야겠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인권영화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책 :) ?? "윤영 씨, 사실이 존재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대요.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편집된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나의 죽음도, 타인의 죽음도. 그렇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우리에겐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 그가 처한 작품 속 현실은 '진짜'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장애인들에게 장애는 작품 속 주인공이 극복해야 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2013년부터 10년 동안 만들어진 열 편의 영화와 인권 이야기 <총은 총은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이다. 존엄한 죽음과 고독사, 노인 인권, 청년 인권, 학생 인권 등 우리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 본다. 흥행을 위한 영화가 아닌 지금 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들로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제목도 여럿이다.
코로나 팬데믹 때 영화를 보고 줌으로 토론을 했었다. 사회과학책 읽는 모임이라 영화 선택도 사회현상을 다룬 영화를 보고 나누었는데 그때가 떠올랐다. 모임이 아니면 보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들을 했었다. 노인 인권, 가난, 아동 인권 등 결국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를 통해 본 암울한 세상을 영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책에 소개된 영화 중 <두한에게>는 장애인을 연기한 배우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진짜 현실이 아니고 ‘은유’라고 표현된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장애인들에게 장애는 작품 속 주인공이 극복해야 할 방해물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감동을 주는 도구로서가 아닌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그냥 사람으로서 서로를 삶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날이 오기를. 영화를 통한 상상력으로 상상해 본다. |
|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뻔한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이다. / p.8
이 책은 이다혜 작가님과 이주현 작가님의 영화에 관한 사회학 도서이다. 영화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라는 점보다는 인권을 다루고 있는 내용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사회학이나 노동 관련 도서를 많이 읽고 그만큼 많은 인상을 받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와 주제 딱 두 가지만 생각하자는 느낌으로 기대를 가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인권영화를 제작해 오고 있다고 한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의 영화에 관한 내용은 이미 발간이 된 상태이며, 이 책에서는 그 이후 2013년부터 현재까지의 열 편의 인권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영화에 대한 줄거리와 드러나는 인권의 현주소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종종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으로서 익숙한 영화도 있었지만 낯선 제목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상업 영화보다는 독립 영화로서 제작된 경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처음에 등장하는 '메기'라는 작품은 요즈음 대세 배우 이주영 배우님과 구교환 배우님 주연의 영화로 대략적인 스토리만 알고 있었는데 인권과 무슨 연관이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아 가장 관심이 갔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봉구는 배달 중>이라는 제목의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봉구라는 이름의 택배 기사인 할아버지와 행운이라는 이름의 한 유치원생이다. 봉구는 시니어 일자리 중 하나인 대중교통 택배 서비스 일을 하던 중 길을 잃은 듯한 행운이를 보고 도와주게 된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지만 봉구의 생각과는 달리 유괴범으로 의심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노인과 아이의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그려질 수 있지만 책에서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노인과 아동의 차별 이야기를 다룬다.
가장 현실감 있게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특히, 노인에 대한 차별과 인식이 공감이 되었다. 무인 판매점이 늘어나면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하는 일, 모바일이나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입출금을 하는 일 등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너무나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노인들에게는 그것 또한 디지털 소외로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도 봉구는 딸과 연락이 끊긴 줄 알았지만 딸의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몰라 착각했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답답해졌다. 어쩌면 노인을 진정으로 고립시키는 것은 사회가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 작품은 <얼음강>이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양심적 병역 거부로 감옥에 가야 할 위기에 처해져 있다. 어머니는 교도소에 갈 아들을 인정하지 못한다. 죄도 없는 아들이 왜 교도소를 가야 하냐고 울부짖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신념으로 총을 들 수 없다. 결론적으로 병역 거부를 원하고 있는 주인공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생각을 많이 바꾸게 했던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사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라는 말처럼 교리나 신념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의무를 따르는 것이 우선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교리나 신념 위에 법이 있는 것이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또한,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선례가 생긴다면 이를 이용한 범법 행위가생기지 않을까. 양심이라는 것이 재단된다거나 수치로 표현이 되지 않는 이상 충분히 속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부터 조금 바뀌게 된 듯하다. 대한민국에서는 병역 거부를 한다면 그만큼 교도소에서 형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아닌 다른 제 3의 안으로서 신념을 지키면서 병역을 해결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수긍이 되었다.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회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신념과 교리 위에 법이 있듯, 법 위에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있기에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 부분 역시도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밖에도 장애인, 데이트 폭력, 고독사, 존엄한 죽음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사실 사회적으로 무거운 이슈를 다루는 내용에 흥미롭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혼자 종종 인권에 대해 생각을 하기는 했었는데 시야의 폭이 좁지 않았나 하는 스스로의 반성과 함께 인권감수성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