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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안느 브레스트는 유대인으로 자신의 가족이 겪은 홀로코스트 역사를 소설로 녹여냈다.
어느 날 익명으로 온 엽서 한 장에는 에브라임, 엠마, 노에미, 자크 네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나’의 엄마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의 이름이었다. 아우슈비츠에서 1842년에 생을 마감한 이들의 이름을 누가 엽서에 적어 보낸 걸까? 이 궁금증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엽서 속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차마 읽어내기 어려운 아우슈비츠에 당도한다. 참혹함과 먹먹함이 더해진다. 그럼 에도 이들은 작은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이름의 주인공들을 찾는 여정 속에서 나의 유대인이라는 뿌리와 ‘나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전쟁이라는 것은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이게 만드는지, 또한 생존자에게는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 책은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들을 잊어서는 안 돼. 그럼 그들이 존재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거야.”(p.591) 책 속에 이 문장은 내게 큰 울림을 준다. 많은 사람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며 그들을 어떻게 애도해야 할까.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이 특별법거부로 이어진 것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 책에서 선량한 시민이었던 이들은 시장이 시키는 대로 끌려가 노역을 하고 결국 가스실에서 죽는다. 답답함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다. 책 속에 있는 절박한 이들의 울음이, 가족과 헤어져서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자식도 내버려 두는 그 심정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는 어떻게 정부를, 나라를 믿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하게 하는 책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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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 브레스트의 '우편엽서'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덮고 이 책이 소설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졌다. 입체적인 구성과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틱한 이 이야기를 나는 작가가 고심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철저히 조사한 끝에 조직해낸 소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제로 작가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묘한 끌림의 표지의 여인은 책에도 수없이 등장한, 만나는 이들 모두 재능을 의심치 않았고, 나중에 뛰어난 작가가 될거라고 믿었으나 20대 초반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노에미 라비노비치'라는 사실도 책을 다 읽고 알게 되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가 구성해낸 허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책속의 이야기는 유대인 가족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로 충분히 나를 흔들어놓을만 했다. 하지만, 정말 그 '노에미'가, '미리얌'이 실재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책속의 낱낱의 일들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이, 책속의 지명, 등장인물들, 언급되었던 책, 연도 등 모든 것이 사실에 기초한다는 것이 나의 폐부를 찌른다.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러하다. 2003년의 어느 날, 책의 화자인 '안'의 엄마 '렐리아'는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엽서를 받는다. 오래 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엽서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들은 렐리아의 조부모와 삼촌, 이모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에브라임, 엠마, 노에미, 자크' 발신인이 없이 이미 세상을 떠난 렐리아의 엄마이자 에브라임과 엠마의 딸이며 가족 중 유일한 홀로코스트 생존자였던 미리얌 앞으로 온 엽서는 가족들을 의아하게 만들었지만, 누가 보낸 것인지 알 길이 없기에 그뒤로도 한동안 그 엽서는 잊힌다. 십년의 시간이 흐르고, 책의 화자이자 저자인 '안'은 임신을 하면서 엄마인 렐리아에게 그동안 궁금했으나 듣지 못했던 선대를 살아간 그녀의 가족의 이야기에 대해 묻는다. 책은 그렇게 엄마가 딸에게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누가 그 엽서를 보낸 것인지, 그것을 밝혀나가는 과정으로 구성된 이 책은 뛰어난 스릴러처럼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러시아 소설이 다 그렇듯, 모든 이야기는 엇갈린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된단다." 1부의 첫문장을 보면, 이 책이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유대인 학살에 대한 것 말고 많은 풍부한 것에 대해 풀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러시아에서 시작된다. 라비노비치 가문은 러시아에서 살았던 유대인이었다. 책의 초반을 읽다보면 '유대인' 가정이 어떠했는지, 어떤 문화를 갖고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는지를 너무도 잘 알 수 있다. 몇천 년 전 유대민족을 데리고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의 이야기를 여전히 유월절 저녁에 읊고 있는 유대인들. 그들의 아픈 역사는 '어느 한때 그랬던 것'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진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0세기에 들어서도 유대인 혐오 감정은 계속되고, 혐오로 인한 비극은 세대를 거쳐서 조부모 대에서도, 부모 대에서도, 자식들에게서도 일어나게 된다. 책의 초반에 놀랐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홀로코스트가 나치에 의해 촉발된 그 시대만의 일시적인 정치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나였다. 반유대주의는 비단 독일에서만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 퍼져있었던 말하자면 흔한 정서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것에 대한 의문은 책을 읽고도 풀리지 않았기에 관련책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엽서에 적힌 사람 중 에브라임의 부모는 유대인에게 점점 험학해지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자신들은 팔레스타인으로 갈거라며 자식들에게도 러시아를 떠나 안전한 곳으로 가라고 조언한다. 당시는 1920년대 무렵이다. 밝힌대로 에브라임의 부모는 러시아를 떠나 팔레스타인으로 가고, 자식들은 뿔뿔히 흩어지지만 부모의 말대로 안전한 나라를 택하지 않았다. 에브라임과 엠마 부부는 팔레스타인에 머물렀었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생활이 아니기에 에브라임의 동생이 있던 프랑스로 이주한다. '미리얌, 노에미, 자크' 세명의 아이들을 낳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에브라임, 엠마 부부는 그렇게 프랑스에서 2차 세계대전을 맞게되고,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에서의 상황이 어땠을지는 다들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큰딸인 미리얌은 프랑스인과 결혼을 하게 되고 비극을 피할 수 있게 되는데, 그녀가 차 트렁크에 숨어서 검문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도주하는 상황을 보면, 여기서도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게되는지는 순전히 운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미리얌은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딸인 렐리아를 낳고, 렐리아가 다시 안을 낳으면서, 렐리아가 엄마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조사하고, 그것을 안과 공유하며 안이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책은 이렇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손을 놓을 수 없게 하지만, 책의 감동과 흡입력은 내용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하는 구성, 앞서 말했듯이 인간사의 여러면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통찰, 번역문이지만, 지나칠 수 없는 문장의 아름다움 등이 그 어떤 책보다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주목해보고 싶은 것이 여느 훌륭한 소설이라면 모두 갖고 있듯, 바로 그러한 보편성과 특수성이다. 말하자면, 나치에 의해 희생된 가족이야기라는 특수성과, 가족사 혹은 인간사라는 보평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작가는 특수한 가족의 이야기에서 '인간'으로서의 보편성을 무엇보다 아름답게 이끌어낸다. 책에서 내게 가장 와닿은 부분은 화자 '안'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인 '미리얌'과 '빈센트'의 엇나간 사랑이야기이다. 미리얌에게 결혼은, 결국 그것이, 그리고 남편의 가족이 그녀를 죽음의 위협속에서 구해내긴 했지만, 아름답고도 충동적인 남자에게 이끌려서 어떨결에 하게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녀를 살리는데에는 적극적이었던 빈센트는, 막상 위험이 가라앉자 마음이 더 없이 멀어진다. "위험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의 유일한 배경이었다. 빈센트는 그걸 좋아했다. 그에겐 그게 필요했다. 반대로 미리얌은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 농촌에서 맞이하게 된 단순하고 조용한 새 일상이 좋았다." (432쪽)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빗장을 걸어 잠갔다. 그렇게 미리얌은, 살아있는 그를 볼 때마다 마치 움직이는 그림을 보듯 바라보아야 했다." (432쪽) "웃으며 즐거운 저녁을 보낸 뒤, 아침에 눈을 뜰 때면 마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침대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함께 매일매일을 보내도 아무것도 축적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433쬭) "그날 밤, 미리얌은 자신이 쓸모없는 육신을 짊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얌은 그녀에게 아무런 욕망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수수께끼의 남자를 세상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이 아름답고 슬픈 남자는 그녀만의 것이었다. 때론 아이처럼 순진하지만 번득이는 눈을 가진 남편이었다. 서로를 이어주는 반지 하나 만큼의 가냘프고 연약한 친밀함만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그는 하루 종일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는 그녀에게 삶과 죽음을 맹세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말은 없었다."(435쪽) 이런 사랑을 알고 있기에 나는 이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미리얌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굳게 믿어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빈센트는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저자이자 손녀인 '안'은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 할머니인 미리얌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빈센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할머니를 통해 파악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떻게 만난적도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낼 수 있었을까? 할아버지에 대한 부분은 그를 똑 닮았다고 여겨지는 작가의 어머니를 통해서 추론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외에도 책에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가가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고, 대부분이 그녀가 태어나기 이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수많은 질문과 빈칸은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답은 배로 책 속에 있다. 이 책의 저자뿐 아니라 책속에 등장하는 평범한 수많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관청의 공적인 기록, 날짜 같은 것에서도 도움을 받았지만, 살아간 집에 남긴 흔적, 사진, 살아남은 이웃들, 지인들의 이야기가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냈던 것이다. 어떤 이가 자신이 평생 겪은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 그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교집합이 다른 이의 이야기의 퍼즐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런 것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하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너무도 많이 들어서 상투적이 되어버린 그 속담처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다. 이러한 가족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속에서 또하나의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자식에게 조상에 대해서 잘 알려주지 않으려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저자의 가족사에서와는 물론 다른 이유때문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나의 부모님 또한 내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거의 이야기해주지 않으신다. 분명히 그분들 세대는 일제시대며, 한국전쟁을 거쳐오셨을텐데,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과거는 그들의 머릿속에만 있다. 책속에서 화자인 '안'은 끊임없이 엄마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엄마의 고통을 들추어낸다. 화자의 엄마가 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려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고통과 더불어 수치심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참혹한 일의 피해자였던 것이 수치스러워할일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수치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나의 부모님도 과거를 부끄러워하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엮어 내야한다. 끊어진 곳에서부터 다시 연결시켜야한다.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에서 교집합을 찾아내어 비어있는 퍼즐을 채워야한다. 최근의 '파친고'의 이민진과 같은 한국 혹은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이러한 퍼즐을 맞추려는 노력이 보여서 좋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위해 대단한 작가여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들은 것,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을 기록하고 채워나가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악이라고 할 수 있는 나치는 어떤 가족을 살해하고, 그들의 삶을 말살했다. 그것에 대항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구성해내는 것만큼 아름답고 강력한 복수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나치는 유대인의 존재를 말살하려고 했지만, 수많은 이들은 죽어가면서도 그들의 삶 자체로서 이야기를 남겼다.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책이 된 것이다. 듣는 것 만으로도 수많은 이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나치', 그에 반해 이 작가의 책은 읽음으로해서 그러한 악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도 인간의 존엄에 대해서 깨닫고 느끼고 지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책이 주는 무한한 감동이다. 책을 읽고, 그것이 불러오는 마음의 소용돌이는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결국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 것이다. 악에 대항하는 것은 또다른 악이 아니라, 그 정 반대의 것임을, 예술로서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평화의 가치임을 하나의 고귀한 문학작품에서 우리는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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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보내진 의문의 엽서 한 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동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엽서를 보낸이를 추적한다. 그러면서 하나둘 알게 되는 과거는 참 아프다. 일제감정기를 겪은 민족이어서 유대인들이 당한 아픔에 더욱 공감이 되 가슴이 아렸다. 가벼운 내용이 아니란 것을 미리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한번씩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았다. 인상깊은 문장에 테그를 붙이다가 중간쯤부터 그만두었다. 모든 문장문장이 가슴에 와 박혔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 과거를 그저 과거로 묻어둘것이 아니라 아프더라도 한번씩 꺼내어 곱씹고 반성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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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우편엽서>이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책 표지에 대문짝 만하게 덮고 있는 얼굴. 프랑스 유수 문학상을 휩쓴 베스트셀러! 전 세계 매거진 및 저널 '2023년 최고의 책' 선정. 호기심이 갔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아무런 설명 없이 시작되는 내용은 소설이 아니었다.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3년 1월, 눈으로 가득한 아침에 익명의 엽서를 받아든다. 삐뚤빼뚤한 필체로 네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외삼촌의 이름, 그들은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다. 누가 보냈을까? 오직 네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얼굴의 여인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다. 20대 초반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노에미 라비노비치'이다.
이 책은 사실을 바탕으로 쓴 허구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유대인 가족이 이야기는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름인 '노에미', '미리얌'이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과 기록된 일들 역시 사실에 근거하여 쓰여졌다는 것은 작가가얼마나 열심히 이 책을 쓱 위해 준비했는 지를 보여준다. 지명이나 등장인물, 연도 그 어느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은 사실에 기반하고 잇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깊은 아픔을 느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들은 '에브라임, 엠마, 노에미, 자크'의 이름이 적힌 엽서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고,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저자인 '안'은 임신을 통해 엄마에게 그 엽서에 적힌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엽서를 보낸 사람을 찾아나서는 과정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아 독자들을 깊이 빠져들게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러시아에서 살던 라비노비치 가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들은 유대인이었다. 그러한 유대인 가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문화와 삶의 방식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내용인 이집트 탈출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탈출의 이야기는 어느순간 홀로코스트로 이어진다. 잔인한 나치에 의해 촉발된 반유대주의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을 뒤덮은 정서였다니충격을 금치 못했다.
에브라임의 부모는 러시아를 떠나 팔레스타인으로 갔지만, 기대와는 달라 프랑스로 이주하고 거기서 2차 세계대전을 맞게된다. 비극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큰딸인 미리얌은 프랑스인과 결혼하여 비극을 피하게 된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악이라고 할 수 있는 나치의 유대인 말살에 저항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옥죄인다. 그러나 그러한 말살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삶의 끈을 놓으면서까지 후대에 전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 그 어디에도 나치와 같은 악은 더 이상 일어나면 안된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어떤 이유로도 파괴되면 안 된다. 이 책은 무엇이 그렇게 살게 하고 무엇이 그렇게 고난 앞에서 부르짖게 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질경이처럼 삶을 내던지는 환경 속에서도 그 삶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 지를 보여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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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엽서》를 읽으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이 책은 역사와 가족, 정체성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작가 안느 브레스트는 자신의 실제 가족사를 기반으로 책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적인 사건,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시기의 유대인에 대한 박해와 학살을 다루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시작하여 프랑스로 이어지는 라비노비치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그 시대의 어둠과 비극에 몰입하게 됩니다. 특히 엽서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가 가족의 히스토리와 어우러지면서 감정이 깊어졌습니다. 가족의 연대와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도 흥미로웠습니다. 라비노비치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가족 간의 유대와 존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엽서를 통해 전해지는 유대인 가족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가족과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또한 현재와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엽서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와 가족의 역사를 쫓아가면서, 독자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간과 역사에 대한 깊은 사색과 함께, 어떻게 하면 현재의 삶을 보다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따뜻하고 섬세한 문체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독자에게 감동과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역사적인 사건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이 직면하는 가치와 도전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편엽서"를 통해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가족과의 연결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
『우편엽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한 장의 엽서로 시작된 백 년의 가족사의 기록이 담긴 역사소설 프랑스소설로,
2021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 2022 미국 공쿠르상, 2022 엘르 독자상, 2023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등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과 추천을 받은 외국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작가 안느 브레스트의 실제 가족사와 저자와 그녀의 어머니가 오랜 시간에 걸쳐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해 완성된 작품으로,
1919년부터 2019년까지 백여 년의 시간을 담아 6세대에 이르는 가족을 연결하며 홀로코스트*라는 파괴적인 역사를 보여주고 현재 유대인으로 표상된 '사회적 이방인'으로 사는 것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자문한다.
* 홀로코스트 :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책 『우편엽서』는 가족에게 날아온 의.문의 엽서 한 장으로 가족사를 되짚어가는 주인공 '나'의 이야기로, 한 유대인 가족이 겪어온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보여준다.
수수께끼를 파헤치며 마주하는 것은 그들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시간들뿐 아니라 '유대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주인공 '나'의 정체성이다. 한 가족이 겪어온 비극과 엽서의 진실은 단순히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참혹상을 강조하기보다는 왜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개인에서 집단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확장된다.
정서적으로 어디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슬픔과 아픔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서도 다른 듯 같은 모습으로 자행되고 그게 나와는 무관하다는 듯 침묵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혹은 날선 경계와 하나의 잣대로 나와 너는 다르다는 듯 그 경계를 가르지는 않았나 하고.
한 집단 전체의 말살을 위한 학살이라는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일이 일어나는 2차 세계대전의 시기-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가족들과 그들의 자식들, 그리고 또 그다음 세대에 이어서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일들을 통해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와 바뀌어야 되는 흔적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은 가볍지는 않지만 수수께끼 같은 실화를 통해 더 깊게 빠져들게 되고 끝내 마주하는 두 문장에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든다.
지나온 것들을 되짚는 그 흐름에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에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지금을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 감동 서사를 살아있는 자로서, 기억하는 자로서 만나보길 추천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후기입니다. https://blog.naver.com/lemontree17/223333056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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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년이 지나면 내 딸의 자식들이 또 사진을 찾아낼 거예요. 그러면 우리 역시 아주 오랜 과거에 속한 존재처럼 느껴지겠죠. 어쩌면 훨씬 더 먼 과거처럼 느껴질지도 몰라요....-046
요즘은 쓰는 사람도 거의 없을 우편 엽서,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1년에 서너번 엽서를 보내는 낭만적인 친구가 있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친구지만 안부와 짧은 이야기를 담은 엽서를 받는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언제나 간단하게 톡으로 답장을 하는 나, 올해는 예쁜 엽서를 보내볼까한다~
우편 엽서, 제목을 보고서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책으로 무려 590여 페이지에 이르는 묵직하고 두꺼운 책이 도착했다. 61년이 지나서 렐리아의 낡은 우편함에 도착한 엽서 한 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느꼈던 무게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엽서에는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 가족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왜 이제서야 엽서를 보낸 것인지 풀리지 않는 의문만을 남긴 채, 다시 서랍 속에서 10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오로지 자신과 딸의 희미한 기억과 추억, 사진이나 책, 편지 등을 통해 그녀의 가족 이야기와 고통스럽고 참혹했던 홀로코스트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시간이었다.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그들이 남긴 흔적을 찾는 모녀를 따라서 동행하는 길,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잃은 채 숨죽인 채 살아야했지만 자유를 찾기 위한 그들의 행동 또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삶과 흔적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편지나 사진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결코 잊어서는 안될 역사 속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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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안느 브레스트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2003년 1월 눈이 쌓인 아침에 받은 익명의 엽서를 시작으로 한 가족의 역사를 쫓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브레스트는 이 작품을 통해 유대인 가족의 희생과 역사를 다루며 현대사회에서의 삶에 대한 진술을 담아냈습니다. 우편엽서는 현지와 유럽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브레스트는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소설을 창작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2003년 1월, 온 동네에 눈이 가득 쌓인 아침. ‘나’는 익명으로 온 엽서 한 장을 받았다. 한 면에는 오페라 가르니에 사진, 다른 면에는 삐뚤빼뚤한 필체로 네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외삼촌의 이름이었다. 이들은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 자들이었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나 서명은 없었다. 오직 네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 이 엽서는 누가, 왜 보낸 것일까? ‘나’의 아버지는 엽서에 붙은 우표를 통해 이 우편엽서가 1990년대 초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편엽서에 대한 의문은 점차 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3년, 그 의문은 ‘나’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작가 안느 브레스트의 실제 가족사를 기록한 이 소설은, 꺼림칙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한 장의 엽서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엽서를 보낸 이를 찾고자 유럽 곳곳에서 조사를 시작하고, 범죄학자인 사립 탐정의 도움을 받아 가족이 체포되었던 마을의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실제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 소설은 백 년 전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비노비치 부부의 낭만적인 운명, 러시아에서의 탈출, 라트비아를 거쳐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여정을 조망한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프랑스의 유대인 박해와 학살을 방조한 행동과, 침묵하고 망각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세련된 문체로 기술한다. 이 작품은 한 집안의 가계와 역사를 파헤친 조사서이자 소설이며, 현대에 ‘유대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현지에서 35만 부가 판매되었고, 유럽권 다수 국가에 판권 수출이 이루어졌다. 안느 브레스트는 우편엽서가 꼼꼼한 역사적 연구와 자신의 실제 경험에 기반을 둔 ‘진정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소설적 기법(만들어진 대사, 내러티브 압축)을 사용하여 추리 소설의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긴박감과 삶이 전개되는 즉각성을 모두 부여했다. ‘고등학생이 선정한 르노도상’, ‘미국 공쿠르상’, ‘엘르 독자 선정 문학상’ 외 다수의 문학상을 받은 작가 안느 브레스트는 이 작품에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녹여냈다. 담담한 문체 속에 세밀한 감정선이 담겨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라비노비치 가족의 모든 후손에게 남긴다는 이 소설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길 원하는 저자의 의지와 소망이 담겨 있다. 우편엽서는 저자 안느 브레스트의 인생의 한 부분을 매듭지어주는 책이다. 20세기의 중요하고 비극적인 역사의 한 조각, 《우편엽서》를 통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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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임, 엠마, 노에미, 자크.
4명의 이름만이 적힌 익명의 오래된 우편엽서가 도착한다. 곧 렐리아는 어두운 서재로 딸을 데려가 과거의 기록을 꺼내어 보이며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우편엽서는 누가, 어디서, 왜 보낸 것인지 의문을 품게 만들면서 시작되는 렐리아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한 유대인 가족의 이야기이다. 나는 타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소설로 이야기를 접한다면 흥미를 가지고 읽어보게 되는 것 같다. 《우편엽서》는 총 4부로 구성되어있는데 제1부 '약속의 땅'에서 한 유대인 가족이 겪은 끔찍한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몇몇 영화로 보아 어렴풋이 알고있었던 나치 정권 시대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니 좀 더 끔찍한 잔상이 남는 느낌이다.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을 묘사한 부분은 속이 울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슬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산산조각나 버린 그 희망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진다. 타국의 역사라지만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역사이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인간이 인간을 조롱하고 살해하는 비극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생생한 묘사 덕분에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홀로코스트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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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잊어서는 안 돼. 그럼 그들이 존재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거야.(p.591) 비교적 담담하게 읽어내려 했던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위 문장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홀로코스트 를 다룬 책을 읽어낸다는 건 저에겐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가진 우리에겐 더욱 그런 사명감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분명 힘든 독서가 될 것이라 예측하면서도 읽었습니다. 엄마집으로 온 우편물들 속에 끼어 있던 정체불명의 엽서 한 장. 그 속에는 홀로코스트로 숨진 엄마(렐리아)의 조부모님(에브라임, 엠마), 이모(노에미), 외삼촌(쟈크)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딸인 소설 속 화자인 나(안)는 엄마와 함께 엽서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고자 길고 긴 아픔의 가족사를 이야기합니다. (읽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엽서를 보낸 이를 찾기 위한 추리하기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머릿속은 추리하느라 바쁘고 가슴은 아프고~) 유대인 학살과 박해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과거 속의 진실인줄만 알았습니다.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현재도 진행중인 아픈 진실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들에겐 수용소로 끌려가 유린당한 과거의 치욕만이 아픔이 아니라 학교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왕따당하는 현재 자식들의 삶도 치욕스런 아픔입니다. 수용소로 자신과 가족을 끌고간 버스, 그 버스에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탑승해야 한다는 것. 삭발당한 채 줄무늬 파자마 죄수복을 입고 귀환하고 기생충 박멸을 위한 살충제 분사기 앞에서 또다시 나체가 되어야만 했던 강제 수용자들에게 인권이란 없었습니다. 왜 끌려가야만 하는지 왜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생존을 증명해야만 하고 처형당한 가족의 죽음을 증명해야만 하는 살아남은 자들 자식들에겐 그 아픈 과거를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자신은 생존한 가족이라는 죄책감을 평생 품고 살면서 치매로 정신줄을 놓는 그 순간에라도 절대로 잊지 않으려 한 그 이름들. 자신이 그 이름을 잊는 순간 사랑하는 내 가족들은 세상에 존재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돼버리니까요. 학살을 자행한 자만큼이나 방관자 또한 잔인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그런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그 상황을 마주한다면 나는 과연 방관자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럽지만 작가 가족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을 타인에게 소개하는 행위로나마 부끄러움을 덜고자 합니다. 이것이 제가 아플거라 예상한 책의 서평단에 참여하고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읽어낸 이유니까요.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건 공감조차 할 수 없는 타인의 아픔을 이용하는 자들에겐 절대 동조하지는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은 잘못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기에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고대하는 책입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우편엽서 #안느브레스트 #이수진 옮김 #사유와공감 #홀로코스트책 #신간도서추천 #프랑스소설 #역사소설추천 #요즘읽을만한책 #유대인 #실화바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