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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중에 갈을 잘못 들어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옮겼는데 뒤차 운전자가 “길을 잘못들었으면 그냥 잘못 가세요. 위험하니까 계속 잘못 가시라고요” 라는 말을 계속 생각했다고 한다. 나같으면 기분이 나빠서 상대방을 원망했을텐데 저자는 상대방의 말을 통해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결국 “이미 길을 잘못 들었는데 무리해서 움직이다, 한번도 틀리지 않으려고 하다 사고가 나는 거구나. 길을 잘못 드는 것, 헤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덜 다친다”라는 결론을 지었다. 저자는 경청을 통해 도처에서 배우고자 하였다.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그 이유는 ‘침묵 속 경청’에 있을 것이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112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저자는 듣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저자는 39권의 책을 읽고 들으며 마음이 새기는 과정을 거쳤으리라. 저자가 영향을 받았다는 존 버거는 “내가 이야기꾼이라면, 그건 내가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많이 듣고 그것을 내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내용중에 와닿는 내용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비틀어보기에 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기존에 있는 것을 다르게 보려고 시도한다. 슬픔은 긍정적인 것, 침묵은 능동적인 것, 아이는 어른의 근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비범을 간직한 채 평범하게 사는 일. 저자의 생각을 통해 많이 배운다. 나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책을 덮고나서 생각하고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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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록, 호밀밭의 파수꾼, 사랑의 단상, 박용래 시전집, 봉별기, 다른 방식으로 보기, 소박한 밥상, 사양,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장자, 연인, 진달래꽃,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침묵의 세계, 나는 왜 쓰는가, 슬픔이여 안녕, 화사집, 동백꽃, 변신, 삼십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수상록, 일방통행로, 여름의 책, 빌뱅이 언덕,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로미오와 줄리엣, 월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모자, 슬픈 인간, 섬, 흐니 개, 스토너, 은유로서의 질병, 밤엔 더 용감하지, 어린 왕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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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은 박연준 시인이 소개하는 서른아홉 편의 고전이 담긴 책이에요.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굳이 고전을 읽어야 할까요. 근데 읽어보지 않으면 왜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지 그 이유를 확인할 길이 없어요. 저자는 "고전에는 올바른 길이나 훌륭한 선택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계속 길을 잘못 가는 방법'이 나와 있을지 모르지요. 시행착오가 없는 삶, 그런 게 있을까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잘못된 길을 열심히 걸을 때 우리가 얻는 가치'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사라질 거라는 말을 들으면 슬퍼지고 그다음 서늘해집니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히잡을 쓴 여인처럼 꽁꽁 얼어붙은 세상 한가운데 앉아 기어코 책을 읽는 사람,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사람이 존재하리라 믿어요." (15-16p) 라고 했어요. 우리는 책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죠. 어떤 책이든 그 책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담겨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모든 책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최대한 귀기울여 '듣는' 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고전 읽기를 약간 의무로 여겼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고전은 친구처럼 다가오네요. 인생을 좀 알만한 나이가 되니 똑같은 책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이 책에서는 저자가 선정한 서른아홉 편의 고전을 만날 수 있어요. 박연준 시인과 고전 그리고 나, 어쩐지 은밀하게 나누는 대화 같기도 하네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이 짧은 소설은 뒤늦게 가장 강렬한 여운을 줬어요. 저자는 "가족을 탄생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사랑해서 필요한 것인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인가? 우리는 결국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 (142p)라고 질문을 던지네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되네요. 매일 먹어야 살 수 있듯이, 사랑도 매순간 채워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절로 그냥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알려줬듯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해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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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아쉽게 내가 좋아하는 글귀가 참 많다. 아니, 다 좋다. 물론 아직 얼마 읽지는 못했다. 아껴 읽겠다. '맑은' 시를 위해서라는 수식어를 붙일까 고민하다가 맑지 않은 것은 시가 아니기에 그 수식어를 빼셨다는 전영애 교수님의 말씀처럼 시인의 언어는 맑고 진한 농축액같다. 얼음 동동 띄우며 이 책으로 여름날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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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이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며 읽자 한 서른아홉 권의 고전! 고전은 어렵다는 나의 편견을 조금은 해소하고자 올해 목표는 고전 읽기를 혼자 도전 중이다. 연초에는 열심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의지를 활활 태우고 있었지만, 어느새 시들거리고 4월을 맞았다. 그러던 중에 독파 챌린지를 통해서 듣는 사람을 읽어볼 용기를 가졌다. 그리고 듣는 사람 속에 서른아홉 권의 고전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독파 챌린지의 미션도 함께 해 나가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완독을 한 책이기도 하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 p.112 책을 읽으면서 나의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이 다르다는 사실을 명확히 느끼게 된다. 책을 읽는 독자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고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에 하나의 책을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생각도 했다. 독서모임에 참여해도 재밌을 거 같은 생각에 참여하기 시작한 독파 챌린지다. 듣는 사람의 경우에는 고전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알고 있는 작품들도 등장하고 좋아했던 고전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만 읽어보아서인지 작가님께서 느끼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죽기 한 해 전 발표한 경장 편인 사양이 언급되어 있어 기회가 된다면 읽어볼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가족을 탄생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사랑해서 필요한 것인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인가? 우리는 결국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 p.142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리 잠자를 대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상처받았었다. 가족을 위한 헌신하는 삶을 살아오던 그레고리 잠자가 벌레로 변하자 싸늘하게 변해 버린 가족들. 벌레로 변했다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들의 생계에 대한 걱정부터 앞서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그레고리 잠자가 너무나도 불쌍하게 느껴졌다. 가족 간의 신뢰와 배려는 사라진 모습을 보며, 나는 고양이로 변하고 싶어진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듣는 사람을 읽으면서 서른아홉 권의 고전을 만나고 지나가기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서른아홉 권의 고전을 한 권 한 권 만나면서 작가님의 느낌과 비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듣는사람 #박연준 #난다 #독파챌린지 #에세이 #한국에세이 #고전과에세이의만남 #도서추천 #책블로그 #북블로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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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에 붙어 있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글쓰기는 공들여 말하기’이고 ‘읽기는 공들여 듣기’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공들여 듣기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그만 공들여 말하기를 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듣는 사람》은 공들여 말하기를 업으로 삼은 작가 박연준이, 자신이 선택하고 싶었던 공들여 듣기 또한 허투루 하고 있지는 않다고 조금은 자랑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좋은 산문의 조건을 이렇게 꼽는다. 말하듯 자연스러울 것, 관념이나 분위기를 피우지 않고 구체적으로 쓸 것, 작가 고유의 색이 있을 것, 읽고 난 뒤 맛이 개운하고 그윽할 것. 『무서록』은 이 조건을 모두 갖추고도 다른 장점이 많다. 좋은 작가의 글이 그렇듯 소소한 소재로 뜻밖의 깊이를 끌어낸다. 고아한 문체를 뽐내지만 친근하다. 한자어와 고유어가 균형 있게 쓰인, 옛 어투를 읽는 재미가 있다. 인스턴트만 잔뜩 먹다 뚝배기 우렁된장에 쌈밥을 먹을 때처럼 흡족한 기분이 든다.” (pp.21~22)
원래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책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장정일의 독서 일기 등에서 많은 책을 소개 받았다. 좋아하는 작가가 나름의 이유를 들어 소개하고 있는 책이고, 그것에 수긍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읽기를 따라 가고 싶어진다. 《듣는 사람》에서 첫 번째 책으로 소개가 되고 있는 이태준의 《무서록》도 그렇다. ‘우렁 된장에 쌈밥을 먹을 때’의 기분을 나 또한 느끼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슬프고 독특하다. 뒤라스는 사랑으로 ‘곤두선 슬픔’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 가장 독창적인 작가다. 누구도 뒤라스처럼 쓸 수 없다. 그의 글에는 음악이 흐른다. 음악과 함께 심오함, 재치, 말라 비틀어진 시(건조하게 널어놓기에), 난해한 걸음걸이, 무엇보다 ‘조망의 시선’이 있다. ‘조망의 시선’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작가가 회상하는 대목을 쓸 때 마치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는 듯 쓸쓸히 관조하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많은 일들을 겪고 ‘지쳐버린 신’처럼 이야기한다. 매혹적인 언술이다.” (p.91)
《듣는 사람》에서는 모두 서른 아홉 권의 책이 소개되고 있다. 이제 알게 된 책도 있고,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읽었다고 생각되는 책도 있다. 어떤 책들은 작가만큼이나 나 또한 푹 빠져서 읽었고 자주 떠올린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존 윌리엄스 《스토너》와 같은 책들이 거기에 속한다.
『“할머니는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보자 진했고 나긋나긋했으며, 낙관적이었다. 엄마들에게는 없는 삶을 관조하는 관록이 있었고, 엄마들에게는 있는 긴장과 호들갑이 할머니에겐 없었다.”
읽기는 하였으나 작가만큼 감흥하지 못했거나 깊은 감응에 실패한 책들도 있다. 장자의 《장자》는 젊은 한 때 술을 깨는 용도로 아침 나절이면 밥상에 올려 놓고 읽고는 하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실패였다. 잉에보르크 바흐만의 《삼십세》는 젊다고 내세우기에 어색해지는 나이가 바로 삼십세, 라는 첫구절을 제외하면 남아 있지를 않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등학교 졸업 즈음에 끼고 다니던 장 그로니에의 《섬》도 있는데, 그저 쑥스럽다.
“... 어릴 땐 요절이 근사해 보였으나 이제 안다. 누구라도 인생을 끝까지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귀하다는 것. 자기 일을 오랜 시간 해왔을 뿐인데 어느새 폭삭 늙어버린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삶, 이런 삶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비범’을 간직한 채 평범하게(혹은 평범해 보이게) 사는 일이 아닐까. 끊임없는 자기 수양과 다독임, 생을 향한 긍정 없이는 어려운 일을 테니까.” (p.238)
자신이 공들여 듣고 그렇게 자신이 공들여 들은 것을 공들여 말하는 작가의 글을 공들여 듣고 있자니 이미 읽은 책들인데도 새롭다. 작가가 자신의 방식으로 공들여 들은 것처럼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공들여 듣고 싶어지기도 하였다. 읽고 쓴다고 하는 대신 듣고 말한다고 표현함으로써 읽고 쓰는 일을 좀더 바짝 우리 곁으로 옮겨 놓았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여 읽고 쓰는 일이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기를 희망하는 작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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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8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비범'을 간직한 채 평범하게(혹은 평범해 보이게) 사는 일이 아닐까. 끊임없는 자기 수양과 다독임, 생을 향한 긍정 없이는 어려운 일일 테니까. --- 오래 아껴 읽었다. 쉽게 읽어버리기엔 책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이지만 서른아홉 권의 책을 담고 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아직 읽지 못 한 책이 너무 많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했다. 고전은 쉽게 읽히진 않지만 읽고 나서의 특유의 쌉싸름하고 뿌듯한 끗 맛이 있다. 언젠가 작가가 소개한 서른아홉 권의 책을 모두 읽게 되는 날이 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