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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 네 번째 도서 《기도를 위하여》는 김말봉 작가와 박솔뫼 작가의 작품을 어어간다.
김말봉 작가의 『망명녀』를 시작으로 『고행』, 『편지』 표제작인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 그리고 에세이 『늘 한번은 지금이 되니까』로 구성되었다.
『고행』은 불륜남의 불륜을 자발적으로 육체에 고통을 주는 종교적 행위를 일컫는 '고행'에 빗댄다. 본처를 두고 두집 살림을 차려놓고도 불륜녀 미자를 아내에게 누이라 소개한 남편의 안일하면서도 뻔뻔한 고백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지만 끝내지는 않고, 참회하면 새로워진다는 궤변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이윽고 아내를 뒤로하고 미자와 함께 밤을 보내다 갑작스레 아내가 방문하자 급히 알몸으로 예배당에서 경건한 신도가 꿇어 기도하는 자세로 벽장에 숨어 영육의 한계를 경험하고서야 아내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작가는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인 한계를 경험해야 비로소 돌이키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고행』이라는 제목에 가당치는 않는 내용이지만, 회개하고 제자리로 돌아가 아내를 구원자로 마무리하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느껴진다.
기생에서 사회운동가가 되는 순애의 이야기를 그린 『망명녀』를 백여년의 시공간을 넘어 『기도를 위하여』가 이어받는다. 순애와 윤은 옥중 혼례를 치르지만, 얼마 후 순애는 세상을 떠난다.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힘쓰는 삶을 살아가던 윤숙은 순애를 위해 기도한다.
국내 여성 최초 장로라는 타이틀을 지닌 김말봉 작가의 작품에는 기독교적인 색채도 많이 녹아있다. 이를 박솔뫼 작가는 '산 사람을 위한 기도이자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 나아가 존재하는 것을 위한 기도, 지금 이 세상에 필요한 것은 '기도'라고. 긴 시간을 거슬러 오면서 기도로 마무리한다.
김말봉 작가의 작품들은 1930년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돈 벌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듯, 제법 술술 넘어간다.
우리나라 근현대 시대상이 녹아있는 여성 고전을 맛보고 싶은 독자라면, '소설 잇다'시리즈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1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재창조되는 작품의 매력에 빠지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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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소설 잇다 시리즈 /김말봉 *박솔뫼
한국문학을 사랑한다. (이렇게 말할 자격)이 내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올해부터 한 달에 한 권씩 모두 스무 권을 다 읽어보기로 결심한 것이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이다. 올해 독서에서 다른 건 아무것도 못 읽고 단 한 권이라면 단연 『토지』다. 위대한 한국문학사 작가님들에 대한 극존칭으로 나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는데, 내게 선생님이신 분은 박경리 선생님, 황석영 선생님, 조정래 선생님, 최명희 선생님 이 정도?!!!!! 호명된 순서는 좋아하는 순서다.
내가 한국문학의 어느 시점을 가장 좋아하는지 최근에 알았다. 특히 일제강점기 전후, 한국전쟁 전후, 민주화 운동 전후, IMF 전후의 작품들. 국가 운명이 위태로울 때 태어난 작품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소설가 김말봉 무려 100년 일제 강점기에 활동하신 분이다. 그의 단편에서 식민지 조선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보인다. 최근 그의 삶이 연극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공부를 했건 안 했건 ( 이건 내 생각이지만)
기형도, 염상섭, 현진건, 이상, 김유정의 이름은 알면서 우리는 김말봉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ㅠㅠ
대부분 국가니 사상이니 철학이니 과학이니 위대한 것들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역사는 잘려나간 것들의 조합이다. 우리는 심지어 어느 부분이 싹둑 잘려나갔는지도 모른다. 간혹, 잘려나간 것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그 조각을 찾을 때면 흔히 여성의 모습이 그 잘린 조각을 이어간다. 깁고, 꿰매고, 연결하는 것은 여성의 일이었다......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귀국 후 기자였으나 곧 소설가의 길을 걸어간다, 당시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은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인기였다고 하는데 김말봉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통속적이라는 비난에 "통속 소설에 뭐 어때서"라고 일갈한다.
'통속이든 아니든 간에 일단 대중들에게 읽혀야 소설이지'라는 작가!! 생명력 없는 순문학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한다.
[작가정신 잇다] 시리즈는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여성 인권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자 고군분투했던 잊힌 여성 작가들을 추적해낸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가져야 할 소명이자 작가정신이 아닌가 싶다.
친일 문학에 부역한 작가들이 나중에 반성? 하면서 해방이 될 줄 몰랐고, 작품을 쓰려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것과 달리 김말봉 작가는 붓을 꺾었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그가 "나는 일본어를 모른다"라며 붓을 꺾으신 그 높은 정신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공창 폐지 운동, 윤락가 여성들을 돕기 위한 [박애원]을 경영했으며, 한국 최초의 여성 장로가 되었다.
순문학만 최고라는 당대 문학계에 대해 '순수 귀신은 버리라"로 외쳤던 그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하지 않은가. 무려 100년도 더 전의 여성이 어쩜 이리 혁명적인가! 어쩜 이리 시대를 앞서갔는가!에 대한 놀라움의 연속이다. 100년 전 소설이 지금 쓰는 언어와 다른 점이 많아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반면 김말봉의 소설은 이제 막 PC에서 출력된 듯한 가독성을 지니고 있다. "선생은 무엇 때문에 소설을 쓰십니까?"라는 평론가의 질문에 "나는 돈 벌려고 쓴다." 누가 뭐래도 소설은 재밌어야 하고 널리 읽혀 독자들에게 선의의 감동을 줘야 한다. 순수 VS 통속의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하던 시대에 문학은 대중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분이다.
'대부분 잊힌 역사, 비주류의 역사, 당대 아이콘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순문학의 카테고리 밖에 있다'라고 외치며 글을 닫는다.
#기도를위하여, #김말봉, #박솔뫼, #작가정신, #잇다시리즈, # #한국소설읽는해, #망명녀, #고행, #편지, #조선일보_찔레꽃, #화려한지옥, #푸른날개, #겨울의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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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던 '소설, 잇다' 시리즈 강경애, 나혜석, 백신애, 지하련, 이선희 등 근대 대표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변주함으로써 근대 여성 작가의 마땅한 제 위치를 찾아내고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현대 작가가 어떻게 그 궤적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김말봉 작가님이 처음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작가님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순수 귀신을 몰아내라", 대중소설가를 선언한 김말봉 우리 문학의 독창적이고 '희귀한' 자리, 박솔뫼 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작가가 접속하고, 깊이 연루되고, 함께 걸어나가다 『기도를 위하여』
"선생은 무엇 때문에 소설을 쓰십니까?" 한 평론가의 질문에 거침없이 "돈 벌려고 쓰지' 하고 답했던 '김말봉' 순수소설만을 인정하던 당시 문학계에서 스스로 '대중소설가'임을 선언하고 그러면서도 흥미 본위의 통속소설에 함몰되기를 경계하고, 민족 해방과 여성 해방의 비전을 제시하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위한 운동에 앞장서고 글을 통해서는 애정 문제의 기저에 인간에 대한 신뢰와 기독교적 박애 정신을 담았던 그녀. 이 책에는 그녀의 대표 단편 「망명녀」(1932), 「고행」(1935), 「편지」(1937) 가 담겨있었습니다. 명월관 기생이었던 '최순애(산호주)'가 8년 전 여학교를 다니던 시절 형제를 맺었던 '허윤숙'의 도움으로 담배·모르핀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쉽사리 되지 않고 오히려 윤숙의 애인 윤정섭으로부터 반동분자, 소비에트, 남녀 기회 균등 등 사회운동에 동경을 갖게 되고 점차 '동지'로서, 또 '사람'으로서 인정받으며 나라에 목숨을 바치기로 한 「망명녀」 기생이던 '미자'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남편)'와 미자를 딱한 사연이 있는 친구의 누이동생으로 알고 있는 '아내' 아내와의 나들이를 취소하고 미자와 불륜을 하던 중 아내도 미자의 집에 심심하다며 찾아오고 알몸으로 벽장에 숨은 그가 수치와 죄책감을 느끼며 결국 아내에 의해 고행에서 벗어나 '구원'을 받았던 「고행」 남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었던 '은희' '인순'이라는 이름으로 한 통의 편지가 오면서 은희는 편지를 보내온 여자의 얼굴을 상상하며 회한과 질투에 휩싸였다가 며칠 뒤 마주하게 된 인순은 여자가 아닌 어린 남학생으로, 남편이 가난한 학생을 후원했다는 사실에 자신이 얼마나 천박한가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편지」 너무나도 쉽게 읽혔던 작품들. 하지만 인간의 애욕 문제와 동시에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마냥 쉽다고만 여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김말봉의 작품은 그 시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까지도 공감할 수 있음에, 특히나 박솔뫼 작가로 이어졌던 이야기는... 이 시리즈의 취지와도 너무나도 맞아떨어졌었는데...! 이 책의 제목이었던 박솔뫼 작가님의 이야기였던 「기도를 위하여」는 앞서 만났었던 죽은 최순애가 등장하게 됩니다. 윤정섭과 옥중 혼례를 치른 뒤 윤숙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몸이 쇠약해져 숨을 거두게 된 순애. 그러나 그녀의 영혼은 여전히 두 사람과 함께하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순애의 기일도 가물가물했었는데... 단지 그날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날에 교회로 가 기도를 하는 윤숙 조용히 앉아 순애의 안녕과 평안을 빌었다. 그리고 이것은 산 사람을 위한 기도이기도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이기도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가 윤숙은 생각했다. 그리고 윤숙에게 또 윤숙이 사는 세상에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그 기도라고 기도를 할 때만 큼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했다. - page 136 ~ 137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박솔뫼의 에세이 「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로 이 둘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임을 일러주었습니다. 을지로에서 교토로, 부산으로, 동대문 흥인지문 공원으로 옮겨가면서 김말봉이 지나왔고 겪었던 것들, 또는 실제로 겪지 않았으나 겪었을지도 모를 '가능성'들을 '지금'의 시간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연말과 연초와 연휴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종종 생각했던 것은 내가 자주 가던 부산에 익숙한 그 동네에 김말봉이 오래 살았다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세 작가가 교토에서 머물렀다는 것 그중 둘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는 것. 그런 식으로 여기 누군가가 살았다는 것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한순간 강하게 의식하다가 자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물을 마시고 옷을 입어야 해 나가야 해 하기로 한 것을 하자 생각했다. 혹은 외출을 하고 돌아와 자 이제 씻고 무엇이든 써야 해 예외는 없어 방금 생각한 것 생각한 것이라 착각한 것을 쓰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식으로 연말과 연휴 사이 한 달을 걸친 시간이 지나갔고 2021년이 지나갔고 이걸 쓰고 있는 지금에야 2021년이 완전히 지나간 것 같다. 이제 다시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가야 한다. 그럴 시간이다. - page 145 ~ 146 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결국 동시대에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다시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책을 덮고 나서 작지만 묵직한 희망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그래서 이 시리즈를 더 눈여겨보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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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로 만난 소설 [기도를 위하여]는 지금까지 읽은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꽤 영향력 있는 삶을 살았던 작가 김말봉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의미 있기도 했다. 김말봉 작가의 소설 중 첫 번째는 [망명녀]다. 순애와 윤숙, 윤정섭이 등장하는데 세 사람의 엇갈리는 운명이 기구하다. 자신 때문에 순애가 비참한 구렁텅이 속에 빠진 듯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윤숙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밤새도록 잠 한잠 못 자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를 구원하기 전에는 이 큰 죄를 벗어날 길이 없는 것 같더라.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바쳐 너를 구원할 정성이 없으면 내 신앙은 헛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그의 말은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순애의 운명은 소설의 처음과 끝이 완전히 다르다. 두 번째 소설 [고백]에서는 미자와 바람을 피는 남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내 정희를 속이고 미자와 내통하던 남편의 이야기가 위트 있게 등장하는데 아마도 그 당시 사람들에게 꽤 인기를 끌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마지막 소설 [편지]는 아내 은희와 남편, 인순의 이야기다. 9년을 같이 산 남편은 급성폐렴으로 죽었고 죽은 지 십여 일 만에 인순이 보낸 편지 한 통이 은희의 마음을 휘몰아치게 했다. 이 소설은 세 개의 소설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다. 남편과 인순이 사이의 관계를 의심한 아내 은희의 마음이 절절했다. 그런데 인순은 여자가 아닌 남자였으니 이 소설은 요즘 말로 표혀하면 반전 매력이 쩐다. 김말봉 작가에 이어 만나보게 된 박솔뫼 작가의 소설 화두는 산책과 배회이고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간, 기억, 상상이다. 소설 [기도를 위하여]는 감옥에서 윤과 순애가 결혼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설이라지만 소설 같지 않아 읽는 내내 특이했던 작품이다. [망명녀]의 뒷 이야기로, 죽은 순애의 영혼이 현실에 깃든 내용이 잔잔하게 등장한다. 에세이 [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 는 김말봉에 대한 박솔뫼의 소회와 자신의 일상을 그린 것으로 교토의 그 골목길을 걷고 싶게 만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설의 매력에 빠져 볼 수 있었다. . . . . <작가정신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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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기생의 삶을 청산해 준 은인인 윤숙의 애인과 눈 맞아 결혼까지 결심하는 순애, 순애의 구원자가 되기로 한 윤숙은 자신의 애인까지 그녀에게 양보하며 둘의 행복을 빌고, 사회운동가인 윤은 윤숙을 애인으로 순애를 동지라 칭하며 두 여인 사이를 오간다.
백 년을 뛰어넘는 김말봉 작가와 박솔뫼 작가의 만남은 무척 신선했다. 특히 1932년 중앙일보에 연재된 「망명녀」의 뒷이야기를 2023년 박솔뫼 작가가 그 뒷이야기로 이어 쓰며 「기도를 위하여」로 완성했다. 자신 자체가 이제 구원자가 되기 위해 투신하기로 결심한 순애의 마지막 모습을 박솔뫼작가는 그들의 애틋한 재회보다 계몽운동에 초점을 맞춘다.
"나도 사람이다"
<애욕의 한국소설>에서 소개된 길말봉 작가는 이미 파격적인 이야기로 나를 놀라게 한지라 이 책을 읽기 전 이미 상상의 나래를 잔뜩 펼쳤었다. 요즘 흔한 막장드라마 코드가 이미 그 시절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인 듯 소개된 세 편의 단편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몰래 숨겨둔 애인을 친구의 여동생으로 소개하며 버젓이 집 근처에 두고 두 집 살림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고행」
또 다른 단편인 「편지」는 남편의 장례식 후 도착한 편지 한 통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편지 속 인물인 '인순'이 남편에게 부족한 학비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며 그의 아내가 마음에 걸린다는 글이 쓰여있다. 아내는 죽은 남편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동안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분노하며 울분을 토하는데, 아내는 뭔가를 결심하고 자신에게 와달라며 남편인 척 답장을 보낸다. 얼마 후, 나타난 편지 속 '인순'을 마주한 아내는 큰 충격을 받는데...
기생이었던 여자가 사회운동가로 변모하고, 불륜을 저지른 뻔뻔했던 남자가 벽장에 갇혀 마치 기도하듯 고행하는 모습에 웃프고, 남편에 대한 믿음이 편지 한 통으로 무너지는 여인의 모습 등이 짧은 단편이지만 무척 흥미롭게 담겨있다.
특히 「편지」에는 반전이 있었는데, 박솔뫼 작가처럼 그 반전의 뒷이야기를 내가 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라면 상상이상의 파격적인 막장으로 쓸 수 있을 텐데 ㅋㅋ (이건 내 머릿속에만 있는 걸로 ㅎㅎ 너무 위험해)
소설, 잇다로 몰랐던 옛 작가들을 만나는 일은 무척 특별하다. 특히 길말봉 작가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시대를 고발하는 이야기는 분노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유쾌한 매력이 있어 그의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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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하여』
두 번째로 만나는 '소설, 잇다' 시리즈입니다. <기도를 위하여>를 통해 근대 여성 작가 김말봉을 만납니다. 식민지 시기 독보적인 스타일로 해성같이 등장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요. 순수소설만 인정하던 당시 스스로 대중소설가임을 당당히 선언한 작가입니다. 공창제 폐지 운동을 벌이는 등 여성의 인권 소후에 앞장섰고, 글을 통해 연애와 결혼,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을 담아낸 여성 작가 김말봉. 이번 책에 담긴 세 편의 작품 중 '망명녀'에는 그러한 작가의 뜻이 많이 담긴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엇 때문에 소설을 쓰냐는 질문에 '돈 벌려고' 쓴다는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순수/통속의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하던 시대에 문학은 대중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소설가 김말봉의 세 편의 대표작 '망명녀', '고행', '편지'와 새로운 서사 감각과 문체를 선보인 박솔뫼 작가의 소설 '기도를 위하여'와 에세이 '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가 수록되어 있는 <기도를 위하여>입니다.
<망명녀> 산호주라는 이름으로 명월관 기생으로 일하는 최순애는 아편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그런 그녀를 옛 벗이었던 허윤숙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이미 타락의 생활이 익숙해진 터라 담배를 피우고 아편에 찌든 생활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순애입니다. 그런 순애 앞에 윤숙의 남자친구 윤이 등장합니다. 그들의 대화와 윤의 일을 돕던 순애는 사회주의 운동에 눈을 뜨게 됩니다.
<고행>은 부인을 두고 외도를 한 남편이 고되게 당하는 모습을 그렸는데요. 슬슬 정리하고 싶었던 불륜 상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겨 질투심에 불탔던 남편이 아내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불륜녀의 집에 갔다가 갑작스러운 아내의 등장에 좁은 공간에서 고초를 겪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이 웃었어요. 너무 쌤통이더라고요~^^ <편지> 남편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은희는 남편이 죽고 한 달 후 도착한 편지로 인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는지 의심합니다. 알고 보니 해프닝으로 끝나는 이야기였지만 세 편 모두 너무 재밌게 읽었답니다.
순애와 윤숙, 윤의 옥중 결혼, 순애의 죽음, 죽음 이후의 윤숙과 윤, 순애의 함께하는 모습을 몽환적으로 그려낸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까지 이번 책에서 두 작가를 처음 만나는 즐거운 경험을 합니다. '소설, 잇다' 시리즈 네 번째 도서인 <기도를 위하여>와 전작 '백룸'을 통해 근현대 여성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요.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백 년 전 여성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획의도가 너무 참신하고 멋지단 생각이 드는 시리즈입니다. 계속 모아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네요~^^ 시리즈 다섯 번째 책에서는 어떤 작가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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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 급하게 들어간 카페 분위기가 좋아서 책을 꺼냈다. 한 챕터만 읽고 집에 가야지, 하면서 책을 폈는데 카페의 노란 조명과 책의 분위기가 잘 어울려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렇게 ‘소설, 잇다’ 시리즈의 근간 『기도를 위하여』를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소설, 잇다’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은 시리즈로, 이번엔 김말봉과 박솔뫼가 만났다. 유일하게 읽은 박솔뫼 소설이 『극동의 여자 친구들』이라 근대 소설과의 연결 지점이 잘 상상되지 않았다. 배회에 가까운 산책을 중요하게 다루는 작가와 1930년대 식민지 시기 베스트셀러 작가의 만남이라니.
『기도를 위하여』는 김말봉 소설 세 편, 박솔뫼 소설과 에세이가 한 편씩 수록되어 있고, 박서양 문학평론가의 해설로 마무리된다. 김말봉의 소설은 발표 당시 반응이 뜨거웠을 법한 내용들이다. 잘못을 저지르고 기생이 된 여성을 구원하는 여성(「망명녀」), 외도가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남자(「고행」), 죽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아내(「편지」). 감정 묘사가 명확해 흡입력 높은 소설들은 그 자체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내용만 따졌을 때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야기를 왜 지금 읽어야 하는가? 이 의문은 해설이 해결해 준다. 그렇기에 ‘소설, 잇다’ 시리즈는 해설이 몹시 중요하다. 옛날 소설을 현대 소설과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를 짚어주기 때문이다.
박솔뫼는 「망명녀」의 후일담으로 소설 「기도를 위하여」를 썼다. 화자는 「망명녀」의 등장인물과 김말봉을 부산에서 바라본다. 좌천역에서 언덕을 오르면 나란히 보이는 학교와 부산진교회에서 근대 여성들을 바라본다. 부산 사람인 내가 걸어본 길을 그들도 걸었을 거라 생각하니 소설 화자의 마음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 뭉클함을 해설에서 꼼꼼하게 짚어줘서 더욱 좋았다. 좋은 기획에 구성도 알찬 시리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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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소설, 잇다’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이미 이전 도서 『백룸』을 통해 근대와 현대 여성 작가가 맞닿음으로써 형성되는 선연한 빛을 경험한 뒤라, 이번 책 역시 기대가 많았다. 김말봉 작가는 지난 학기 전공 수업을 들으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스스로 당당하게 대중소설가를 선언하며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펼쳐나간 그의 행보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김말봉 작가의 세 소설 「망명녀」, 「고행」, 「편지」를 읽으며 근대 여성의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행위가 수행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앞의 두 소설은 공통적으로 구원 서사를 띠는 듯하지만 구원의 주체와 성격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고행」의 남성 인물은 자신의 불륜 행위가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아내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벽장으로 숨어 들어간다. 여기서의 구원은 아내가 떠난 덕분에 남편이 무사히 벽장을 탈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루어졌고, 이는 즉 자신이 자초한 위기 상황으로부터의 일시적인 모면에 해당한다. 즉 스스로 행한 구원으로 볼 수 없는 반면, 「망명녀」의 구원은 다르다. 주인공 순애는 언뜻 보기에는 그를 기생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이념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 두 인물로부터 구원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순애의 마지막 선택을 통해 그녀가 스스로에게 구원받음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졌음을 느낄 수 있다. 『백룸』의 천희란 작가가 현대의 서사로 근대 여성인 이선희 작가의 소설을 조명하고자 했다면, 『기도를 위하여』의 박솔뫼 작가는 김말봉 작가가 소설을 집필했을 순간을 끊기지 않는 선으로 이어 현대에까지 도달시킨 듯한 서사를 펼쳐낸다. 소설 「망명녀」를 이어 쓴 박솔뫼 작가의 소설 「기도를 위하여」는 사그라들지 않는 존재의 빛을 포착해낸 소설이자, 세상을 걷는 모든 존재들에게 보내는 찬사와도 같다. p.131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갈 것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말을 순애에게 하고 싶었지만 순애의 앞으로의 삶에 어떠한 말도 더할 수 없었다. (중략) 앞으로의 일이나 신념에 자신이 없어졌다기보다 삶이라는 것이 예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안개처럼 번지는 희미함이 늘 삶과 함께하리라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박솔뫼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게 희미한 것으로 느껴지다가도 결국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는 희미와 불분명으로 삶의 선연한 아름다움을 말한다. 소설은 때로는 무용해보이는 것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삶을 온전하게 채워준다는 사실을 상기해준다. 김말봉의 글씨와 박솔뫼의 걸음이 겹쳐지는 순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칫 흐려질 뻔한 존재들을 강력히 조명하며 애정과 신념의 서사를 펼쳐나가던 두 사람을 생각한다. 두 여성이 각기 다른 시간 속을 부단히 걷는 상상과, 그 기나긴 산책 속을 스쳐지나간 모든 것들에는 분명 알맞은 이름이 붙었으리라 하는 예감.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서로 손을 마주잡게 된 두 서사가 밝혀내는 빛은 아주 희미하고 또한 그래서 아주 눈부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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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꽂힌 시리즈 중 하나인 ‘소설 잇다’ 시리즈는 근대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현대 작가들을 통해 새롭게 바라본다는 특징을 담고 있다. 그 덕에 과거에 발표된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어보며 그 시대를 엿볼 수 있고, 이를 현대 작가의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지점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김말봉의 소설 <망명녀> 속 주인공 순애는 기생에서 사회주의 운동가로 변모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잡지를 읽는 등의 활동을 통해 순애는 ‘읽고 배우고 생각하는 동안에 차차로 나의 인생관에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라며 자신의 변화를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드러낸다.
이 소설의 뒷이야기를 다룬 것이 바로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이다. 결국 옥에 갇히게 된 순애는 윤과 옥중 혼례를 치루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후 이러한 순애를 위해 기도하는 인물을 그리면서 <기도를 위하여>가 전개된다.
외도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아내가 방문하자 기도를 하는 자세로 벽장에 숨은 남편의 이야기를 다룬 <고행> 등에서 미루어보았을 때, 기독교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있는 김말봉의 작품들이 ‘기도’라는 행위를 통해서 박솔뫼 작가의 작품에도 녹아든 것으로 보여 굉장히 신선했다. 단순히 하나의 서사 혹은 주제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가의 여러 작품들에서 보인 작가의 성향 등을 함께 섬세하게 다뤄낸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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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백룸]에 이어 읽어보는 ‘소설, 잇다’ 시리즈 4번째 소설입니다. 스스로를 대중소설가라고 선언한 김말봉 작가(1901생)의 세 작품과 실험적 문체로 김말봉의 소설 망명녀를 이어 쓴 박솔뫼 작가(2009 활동 시작)의 <기도를 위하여>와 짧은 에세이가 실린 작품입니다. 김말봉 작가의 소설을 차례로 읽다보면 하나의 소설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들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가 그 시대를 살며 고민했을 것들, 말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같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요, 수동적인 태도가 꿈틀대고 행동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하는 이 시기를 살아 낸 작가를 포함한 그 시대 여성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새삼하며, [소설, 잇다] 시리즈에 감사하다: 이름 그대로 근 현대 작가들을, 그리고 그들과 독자들을 잇는 이 시리즈는 작정단 활동이 끝나고도 신간 소식이 들리면 찾아 읽을 듯 합니다. #도서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