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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XX | 김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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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나 작가님의 <4인칭의 아이들>을 읽고 바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후회는 없었다. 책을 읽으며 분노하고 속상해하고 슬퍼했을지언정, 책을 펼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책을 구매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너무도 인상깊고, 너무도 아프고, 또 그렇기에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1990XX>는 여아 낙태를 이야기한다. 1990년. 말의 해. '흰 말의 기운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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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나 작가님의 <4인칭의 아이들>을 읽고 바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후회는 없었다. 책을 읽으며 분노하고 속상해하고 슬퍼했을지언정, 책을 펼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책을 구매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너무도 인상깊고, 너무도 아프고, 또 그렇기에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


<1990XX>는 여아 낙태를 이야기한다. 1990년. 말의 해. '흰 말의 기운을 가진 여자아이가 세상을 망칠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낭설로부터 시작된 여아 낙태는 수많은 여자아이의 목숨을 앗아갔다. 빛도 보지 못한, 세상에 울음 한 번 터뜨리지 못한 죄 없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목숨을.


사실 여아 낙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신문을 조금만 뒤적여보더라도, 과거에 여아 낙태가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호랑이의 기운을 타고 태어나서. 말의 기운을, 뱀의 기운을, 호랑이의 기운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사라져야만 했던 여자아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남자아이를 갖기 위해 희생되어야 했던 여자아이들이 또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나라의 근대사에 있어 여아 낙태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자, 이야기이며, 내 주변의 말이고, 또 동시에 아직까지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해결되지 않은 고질병이다. 여아 낙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죄책감에 근거해야 할 문제도 아니고, 개인의 책임감에 빗대어야 할 문제도 아니다. 여아 낙태는 사회의 문제이다. 가부장적 사회 아래서 이루어진 삐뚤어지고 잘못된 사고 방식. 그 안에서 일어난 끔찍한 잘못.


여아 낙태는 두 명의 피해자를 낳는다. 낙태된 여자아이와, 그 아이를 품고 있던 어머니. 둘은 기괴한 가부장제의 대표적인 희생양이자 여아 낙태의 명백한 피해자이다. 사회는 어머니에게 죄책감을 덮어 씌웠다. 사라진 아이를 향한 미안함을, 그리움을, 죄의식을 선물했다.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사회 안에서 어머니는 홀로 슬퍼했다. 홀로 아파하고 홀로 사라진 아이를 그리워해야만 했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 아니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사회의 것이었으며, 가정의 것이었고, 남편의 것인 동시에 세상의 것이었다. 여성 당사자를 제외한 모든 이가 여성의 몸을 소유했다. 그러나 참 우습게도. 아이의 죽음으로부터 오는 죄책감만큼은 오롯이 여성의 것이 되었다. 주도권을 빼앗긴 여성의 몸에서부터 잘려나온 그 생명의 파편을 향한 그리움은, 오직 제 몸을 소유하지 못한 여성의 것이었다.


"나는 사람을 죽였으니 씨발 또 대단한 이유가 있는 줄 알았지."


이유 없는 죽음이었다. 말의 해에 태어난 여자아이는 기가 세서. 호랑이의 해에 태어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잡아먹을 운명이라. 뱀의 해에 태어날 여자아이는 간사해서. 어느 해에 태어날 여자아이는 가정을 뒤집을 운명이라서. 여자아이는 죽었다. 그런 우습지도 않을 하찮은 이유 때문에.


이름 없는 죽음이었다. 집안의 첫째 자식은 아들이어야 해서. 집안의 막내는 아들이어야 해서. 더 이상의 딸은 필요하지 않아서. 딸이 아닌 아들이 필요해서. 집안의 기둥이 될, 가장이 될, 어엿한 자랑거리가 될 아들이 필요해서. 아들을 보고 싶어서. 여자아이는 또 다시 죽었다. 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어리석은 이유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죽음이었다. 너무 당연한 죽음이었고, 의문조차 품지 못할 죽음이었다. 짧은 인생. 누군가만이 가슴에 묻을 이름 석자를 남겨 놓은 채 허무하게 쓸려가 버린 죽음이었다. 그 죽음에 이유는 없었다. 이름도, 비명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어머니의 죄책감과 가정의 평화, 그리고 그 대단하고 고귀하신 아드님의 훌륭한 탄생, 혹은 성장 뿐.


전 세계 사람들이 태어난 구멍도 그처럼 작고 원형이었다. 수천 년간 모든 지배자들이 강박적으로 관심을 가져왔고 소유권을 주장한 동그라니. 숫자 영,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거나 지배자들의 권력 다툼에 의해 살해당했던 영(靈).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소유권은 여성에게 있으며, 여성은 당연히 그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여태까지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었던 적이 없다. 아이를 낳을 때에도, 아이를 지울 때에도, 아이를 가질 때에도, 아이를 생각할 때에도. 임신과 출산이라는 단어 안에 갇힌 여성의 몸은 그 어느 순간에도 여성의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


여아 낙태는 여성의 선택이 아니었다. 여성이 여성으로 자신의 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결과가 아니었다. 그건 단지 사회에 의한 압박이었으며, 가정에 의한 협박이었으며, 주도권을 뺴앗긴 육체의 불합리한 사용에 불과했다. 여아를 낙태하는 것. 아들을 낳기 위해 여자아이를 계속해서 낳는 것. 아들을 낳는 것, 딸을 품는 것. 그 모든 과정에서 여성은 자신의 몸을 가질 수 없었다. 자신의 신체를 소유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다. 낙태를 찬성한다면 여아 낙태도 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참 멍청한 질문이다. 참 멍청한 질문일 것이다. 여아 낙태라는 문제에 있어 여성이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을 텐데. 여아 낙태는 여성 억압의 또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는 걸, 결코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양대기와, 양대기의 이론에 동의하는 자들은 여자아이를 제거해야만 후손의 기를 세울 수 있다고 여기는 걸까. 그들이 말하는 기는 얼마나 나약하기에 여자아이에게 지는 걸까.


살아남은 여자아이들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사라져버린 여자아이들의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딸을 잃어야만 했던 어머니의 아픔을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여자아이들을 죽인 사회를, 가정을, 아버지와 수많은 남성들을 끝없이 기억하고 기록하고 고발하기를 바란다.


<1990XX>. 누군가는 지나치게 잔인한 소설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너무 과격하다고 말할 수도, 너무 폭력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는 잔인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이를 지우도록 강요하는 사회가 언제 과격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들을 위해 딸을 죽이기를, 아들의 기를 세우기 위해 기가 셀 딸을 없애도록 끝없이 이야기하고 속살거리던 가정이 언제 폭력적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한없이 담백한 소설이었다. 담백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존재할 수많은 여성의 아픔을, 고통을, 괴로움을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해낸 소설이라고 느낀다. 그들의 고통은 이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잔혹했을 것이기에. 그들의 아픔은 이것보다 훨씬 시끄럽고 폭력적이었을 것이기에.


<1990XX>. 여아 낙태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도 가슴 아프게 그려낸 소설. 이 세상의 모두가 읽어봤으면 하는, 이 세상의 모두가 기억했으면 하는 책.

c************9 2026.04.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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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지 못한 생을 기리며
"시작하지 못한 생을 기리며 " 내용보기
너는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함께 라따뚜이와 당근 주스를 먹고 밤엔 연남동 채널1969에 가서 HMLTD의 라이브를 보며 함께 춤출 거야. 너는 라즈베리 보드카에 취해서 학생들에게 스페인어의 복합 완료 과거, 직전 과거와 불완료 과거에 대하여 설명할 거야. 앙헬. 불완료 과거의 예시로 1986년 범띠, 1988년 용띠, 1989년 뱀띠, 1990년 말띠 여자아이들의 완료되지 못한 어제를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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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함께 라따뚜이와 당근 주스를 먹고 밤엔 연남동 채널1969에 가서 HMLTD의 라이브를 보며 함께 춤출 거야. 너는 라즈베리 보드카에 취해서 학생들에게 스페인어의 복합 완료 과거, 직전 과거와 불완료 과거에 대하여 설명할 거야. 앙헬. 불완료 과거의 예시로 1986년 범띠, 1988년 용띠, 1989년 뱀띠, 1990년 말띠 여자아이들의 완료되지 못한 어제를 들어봐. - P 170


내 부모 세대는 불운했다. 감히 직접 살아보지 못한 시절을 운운하자면 그렇다. 그들은 전쟁을 겪었거나 부모 세대가 겪은 신음을 공유하며 성장했다. 가난으로 인해 충분히 먹기 힘들었으며, 때로는 배움을 포기한 채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비록 자유롭진 못했으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으로 인해 그들은 숨 쉴 수 있었다. 적어도 제 자녀 세대는 나보다 나은 삶을 살겠다는 확신에 기대어 그들은 그 시절을 살아냈다. 마냥 과거처럼 적는 내용 중에는 상상이 어려운 차별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이 아들을 선호했다. 단지 더 좋아하는 수준이 결코 아니었다. 아이를 품기 전부터 아들을 부르짖었고, 나날이 불러오는 배 안에 아들이 들어 있길 갈망했으며, 태어난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면 좌절했다. 태어난 딸들은 자신의 남자 형제들을 위해 밀려났다. 맛난 반찬이 놓인 밥상으로부터, 사회가 가방끈이라 부르며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을 학업의 기회로부터, 돌아가신 부모가 남긴 것들로부터. 그래도 이 편이 나았다. 시작이 허락되지 않은 삶도 상당수였다. 놀라울 정도로 불균형적인 성비는 언제나 도마 위에 올랐다. 살아보기도 전에 죽어야만 했던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알지 못함을 다행으로 여겼다. 현실 외면이라는 비난을 듣더라도 알려 들지 않았다. 끔찍하리라는 게 분명하므로.

제목부터 강렬하다. 숫자 1990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었던 XX. 처음에는 욕이나 비속어를 상상했으나 첫 이야기를 읽기가 무섭게 의미를 깨달았다. 상대적으로 나아졌다 믿었던 1990년대에 존재와 무존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XX 염색체의 소유자들. 저자는 이들 곁에 처음부터 끝까지 머물렀다. 영혼을 달래줄 진혼굿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이야기는 1990년과 XX 염색체 곁을 맴돌았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가장 중심에 놓인 인물은 ‘새롬이’였다. 아이는 그 시절 적잖은 여아들이 부여 받은 이름을 고이 간직했다. 새롬이로 불릴 권리를 지녔으나 목소리 내어 이를 부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엄마의 뱃속에 자리 잡았을 적부터 새롬이는 배척당했다. 하필이면 남자 아이들의 기를 누르고 마침내 망하게 만들 드센 기운을 타고 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새롬이는 생명을 부여 받았다. 사실 새롬이의 실제 성격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는가. 새롬이는 자신이 지닌 뛰어난 능력이 힘입어 동년배의 모든 남성들을 제끼고 세상을 뒤흔들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지녔다. 하지만 여자 아이라면 필히 그 시절에 잉태되지 말았어야 했다. 알약 하나면 지구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이 말을 건네는 이는 자신의 목소리가 무척 달콤하다고 믿겠지만 듣는 이는 몸서리쳤다. 자발적 선택이었는지 강요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태어나지 못한 수많은 새롬이를 위로하는 자리에 참석한 엄마들은 울부짖었다. 인간이 파괴한 생명을 동물 세계가 거둔다. 고양이, 쥐, 온갖 벌레들까지 가담해 식어가는 아기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낀다. 인간 사회의 비정함을 인간은 결코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유튜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따름이다. 그들은 귀신을 보길 갈망할 뿐, 제 자신이 귀신임을 알지 못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까 무한궤도D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지 못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얼마나 많은 희생에 힘입어 가능했는지, 자신의 삶이 얼마나 고결한지 등도 끝끝내 이해치 못한다.

여러모로 오늘날 우리는 역주행 중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반했던 움직임을 다시금 찬양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갑갑함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은 절망하기에 이르다. 2184년 7월 구루 재이와 발렌티나는 모든 걸 쟁취했다. 그들의 레지스탕스 활약은 중구 충무로 5번가의 끔찍함보다 강했고, 야만스러운 족속들로 가득했던 베눌라는 이제 없다. 그 세계에선 충무로의 수색 대원이었던 검은 고양이 5-953도 기억된다. 숭고한 모든 존재가 저마다의 가치를 뽐낸다. 그 세계에선 누구도 살아갈 기회를 타인으로부터 훔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어디 즈음에 놓여 있는가. 2024년은 과연 2184년과 얼마나 닮았는가. 2184년에는 범띠, 용띠, 뱀띠, 말띠,... 이유가 무어건 완료되지 못한 어제에도 마침표를 선사할 수 있기를.

q*****2 2024.06.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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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대학살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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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백마 띠 여아 집단 낙태. '1990'은 기가 세다는 이유로 여아 낙태가 실행되었던 1990년을 가리키고, 'XX'는 여자아이 염색체를 가리킨다고 한다. 제목부터 강력하다! 처음 읽으며 뭐지? 뭐지? 하며 읽다가 주제에서 느껴지듯이 읽음이 진행되면서 분노함 없이 읽기는 불가능하다. 1990년 한국에서는 조용한 학살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이의 성별을 감별하고 여자아이일 경우 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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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백마 띠 여아 집단 낙태.


'1990'은 기가 세다는 이유로 여아 낙태가 실행되었던 1990년을 가리키고,
'XX'는 여자아이 염색체를 가리킨다고 한다.


제목부터 강력하다!

처음 읽으며 뭐지? 뭐지? 하며 읽다가 주제에서 느껴지듯이 읽음이 진행되면서
분노함 없이 읽기는 불가능하다.



1990년 한국에서는 조용한 학살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이의 성별을 감별하고 여자아이일 경우 낙태를 실행했다.
임신을 한 나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시부모나 남편의 강요에 의해
마침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깨끗하게 아이를 지워야 했고,
죄책감까지 임신을 한 여자의 몫이었다.


이 대학살의 해!

저자는 강렬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각 챕터마다 다른 스토리로 읽는 이들의 정신을 빼앗아 가지만,
결국 마지막 챕터에서 모든 스토리가 연결이 됨을 확인하게 되면서
과거에서나 미래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여자아이들에 대한 애도와
여성들의 목소리를 갈구하게 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저자만의 필력으로 충분히 표현한 장편소설이다.

책장을 덮고도 메시지를 읽어내고 싶게 하는 소설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p**********3 2023.1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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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XX , 김아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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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산아 제한 정책이 시행되고 태아의 성별을 알아낼 수 있게 되자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한 여아 낙태가 활발회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여아 낙태를 막가 위해 2005년 생명윤리법 제정으로 수정 및 착상 단계에서 아이의 성별을 감별하는 출산을 엄격히 금지시켰다. 가장 자연적인 남녀 비율은 105:100, 즉 51.22:48.78 이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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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산아 제한 정책이 시행되고 태아의 성별을 알아낼 수 있게 되자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한 여아 낙태가 활발회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여아 낙태를 막가 위해 2005년 생명윤리법 제정으로 수정 및 착상 단계에서 아이의 성별을 감별하는 출산을 엄격히 금지시켰다. 가장 자연적인 남녀 비율은 105:100, 즉 51.22:48.78 이다. 그러나 한국은 1980년대 중반 ~2000년대 중반 태어난 신생아 성비에서 최대 116.5라는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 즉, 해당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 사이에서 심각한 남초현상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는 장손을 원하는 사람들의 남아 선호 사상과 정부가 인구 억제를 위해 산아제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이 겹쳐지면서 일이 커져버린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출생 전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게 되면서 남아선호사상에 의한 여아 낙태가 중산층에서부터 성행하여 신생아 성비가 점차 붕괴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1980~9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범띠, 용띠, 뱀띠, 말띠 여자는 재수없고 인생이 험난하며 팔자가 드세서 시집을 못 간다"는 미신이 있었다. 1990년생 백말띠 여아들에게 이 미신은 더 잔인하고 강하게 적용되었는데, 이때의 성비가 116.5이다.

 

이책의 주제가 바로 1990년 성행하던 여아 낙태 사건이 주 이다. 마지막줄의 1990년생 백말띠 여아들의 미신이 이 책의 줄거리를 만들어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책에서 다룬 주제가 남아 선호 사상에 저자의 상상력을 가미시켜 만든줄 알았는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있던 일을 주제로 장편소설을 만들어냈다는게 이책에 대한 첫 관심을 만들어주었다. 1990년은 미신으로 인해 집단 낙태를 실제로 옮겼던 년도를 뒤에 이어 붙은 XX는 여자아이의 성염색체를 가리킨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한 사건이나 토막 난 시대성이 아니라 지금까지 끊임없이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병렬화된 현재이다. 작가는 이러한 1990년대의 특이점에 단편의 이야기가 여러가지의 토막난 형태로 구성되어 있게 해놓았지만, 책을 다 읽고 덮으면 이 여러가지의 이야기가 하나의 큰 이야기로 구성되는 구조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런 구성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고 처음보는 소설의 구성형식이라고 생각했다.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갔다가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공간적 구성이 아주 자유롭게 구성되어 저자가 근본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러한 소설속에 녹여내었다. 1990년대에 무분별적으로 낙태된 여자아이들에 대한 애도를 담으면서 이시대의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을지 구성해두었다.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과 장르로 주제를 담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팩트는 강하게 전달하며, 소설의 형태로써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부분이 매우 재밌었고 인상깊었다.

 

1990년의 백색말띠 괴담은 저주가 되어 여아 집단 낙태라는 사회적 괴물을 만들어내고, 1990XX소설 속 미래인 2084년에 이러한 저주가 다른 형태로 여전히 지속된다. 우리나라의 옛미신중에 하나로 삼신할매가 점찍어둬서 선택되어 아기가 생긴다는 미신처럼 아무나 태어날 수 없는 생명에 선택되어져 살해를 당하는 말띠의 여자아이의 생명들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타까운데 이러한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어 미래에는 어떻게 우리들에게 작용하며, 완전함과 정상에만 집착하는 사회상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도 담긴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기이하면서 불친절하고 어둡고, 차가운 소설의 이야기지만 우리는 이소설에서 우리나라의 어떤 과거적 사실이 담겨있는지 파악해야할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소설을 읽으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수 없으며, 이소설은 단순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애도하고 받아들어야하고 생각해보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자음과모음 #1990XX #김아나 #장편소설 #경장편소설상 #도서리뷰 #도서서평 #책스타그램 #여성서사소설추천 #백말띠여성 #90년생여성

j********7 2023.1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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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XX, 세상을 조각내고
"조각난 XX, 세상을 조각내고" 내용보기
전부 다른 이야기지만, 전부 같은 데서 비롯한 하나의 이야기다. 그들은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건 하나의 목소리면서 동시에 무수히 다양한 목소리다. 『1990XX』는 그 이야기를 각기 존재하는 고유의 목소리들로 들려주기도 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들려주기도 한다. 1990년에 XX 염색체를 갖고 태어났어야 할 아기들과, 1990년에 XX 염색체를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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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른 이야기지만, 전부 같은 데서 비롯한 하나의 이야기다. 그들은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건 하나의 목소리면서 동시에 무수히 다양한 목소리다. 『1990XX』는 그 이야기를 각기 존재하는 고유의 목소리들로 들려주기도 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들려주기도 한다. 1990년에 XX 염색체를 갖고 태어났어야 할 아기들과, 1990년에 XX 염색체를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았던 사람들과, 1990년에 XX 염색체의 아기를 임신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백말띠 여자는 드세다는 속설 때문에 1990년 많은 여아가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살해되었다고 한다. 그 속설의 유래를 찾는 데서 소설은 시작한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 경오년 백말띠의 해에 모리 오이치라는 일본인 여자가 충무로에 있는 자기 집에 방화를 저질러서 일대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그래서 백말띠 여자는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속설은 특정 인물이 만들었다. 하지만 사회가 만든 것이기도 하다. 속설은 여자 아기를 낙태해야 하는 구실을 제공했다. 아기들은 속설 뒤에 숨은 사회의 여성 혐오로 인해 희생되었다. 속설로, 아니 여성 혐오로 뒤덮인 세상에서 누구는 죽었고 누구는 살아남았다.

소설에서는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등장한다. 한데 뒤얽히기도 하고 같이 살아가기도 한다. 각 장은 전부 다른 화자가 등장하며, 모두 다른 방식으로 비현실과 현실을 넘나들며 진실을 이야기한다. 인물들은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하지만 모두 하나의 이야기로 모인다. 살아남은 여자들이 싸워서 그 이야기들을 얻어내고 간직한다. 실제로 일어났으나 모두가 아는 모종의 이유로 소거되었던 그 이야기들에 다시 목소리를 부여한다.

“1990XX”. XX는 여성의 성염색체를 뜻하는 과학 용어이지만 마치 사라져야 하는, 그래서 X표 쳐져야 하는 존재였다. XX. 부정당하고 조각난 존재들. 『1990XX』는 XX에 가려졌던 XX 존재들의 이름들을 호명한다.

고수현, 지혜, 소리, 엄지나, 강은주, 오한별, 현아, 박이현, 지안이, 새롬이,
목소리를 되찾은 존재들이 세상을 조각내고 다시 돌아온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 여자들은 각각 말띠, 호랑이띠였다. 말띠와 호랑이띠 해에 태어날 여자아이들은 모두 과거에 살았던 미친 여자들의 운명을 닮을 것이라고, 그들은 굳게 믿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날들은 기억에서 완벽히 소거한 채. (p.43)

 

뉴스에 따라 내가 내린 결론이 하나 있다. 인간에게 도덕이란 우리 짐승에게처럼 지켜야 할 규율이 아닌,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pp.62~63)

 

“불완전한 여자아이들이 더 이상 버려지지 않고 짐승들이 배척받지 않는 순간 우리 왕은 모두 소멸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고양이 시민들이여. 소멸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소멸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소멸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p.86)

 

아무것도 안 해.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투쟁했어. (p.233)

 

왜 양대기와, 양대기의 이론에 동의하는 자들은 여자아이를 제거해야만 후손의 기를 세울 수 있다고 여기는 걸까. 그들이 말하는 기는 얼마나 나약하기에 여자아이에게 지는 걸까. (p.239)

a******9 2023.1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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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XX』 / 김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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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권리는, 그 아무도 간섭할 수 없다. 한 줄 평 현우는 자동차를 절 입구에 주차했다. 첫 문장       기억해야 할 진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나와 함께 당연한 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야 할 여자들에 대해.     몰랐었다. 1990년, 많은 여자아이들이 울음소리 한 번 내보지 못 한 채 사라졌다는 것에 대해서.     『1990XX』 는 흰색 말의 해에 태어났다는
"『1990XX』 / 김아나" 내용보기

나의 권리는,

그 아무도 간섭할 수 없다.

한 줄 평


현우는 자동차를 절 입구에 주차했다.

첫 문장

 


 

 

기억해야 할 진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나와 함께 당연한 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야 할

여자들에 대해.

 

 

몰랐었다.

1990년, 많은 여자아이들이

울음소리 한 번 내보지 못 한 채

사라졌다는 것에 대해서.

 

 

『1990XX』

흰색 말의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여자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내 몸이 자기 몸인 것처럼

내가 앞으로 무얼해야 할지 지시"(p. 15) 하던

사람들에 의해 희생당해야만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연작소설의 형식을 빌려

다른 배경과 시대, 장르를 통해 전한다.

 

 

1990년, 「대학살」을 당한

여자아이들의 합동 천도재에서

"운이 나빠 사라져야 했"던

죽은 누나의 혼령을 만나게 된

"운이 좋아서 태어"(p.20) 난 현우를 시작으로

 

 

「하얀 털이 빛나는 말」

저주가 되어버린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배경은 2084년으로 건너가

완벽하지 않은 아기가 태어나면

맨홀에 처참히 버려지는

더 심각한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버려진 아기 가운데 살아남은 아기는

「밤과 지하와 짐승들의 왕」이 되어 살아간다.

 

 

백말 띠의 저주의 시작이 된

모리 오이치의 일본식 목조주택은

백말 띠에 살아남은 여자아이, '예보람'이

탐험하게 되는 흉가, 「무한궤도 D」가 된다.

보람은 이곳에서

어쩌면 음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새롬이'를 죽인

새롬이 할아버지의 혼령을 만난다.

 

 

백말 띠에 살아남은 또 다른 여자아이 '재이'는

「베눌라의 우버 운전사」다.

그녀는 임신중절이 불법인 베눌라에서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여자들을 위해

함께 싸운다.

 

 

백말 띠의 첫째 딸, '소리'를 지우고 태어난 아들,

'노아'의 뱃속에 소리가 나타났다.

잃어버린 첫째 딸이,

"존재하지도 않는 언니와의 향수"(p.214)가 그리운

막내 '소이'가 소리를 다시 만나게 되는 「초판의 아이들」.

 

 

2184년, 마리안느 여성 통합 기숙학교 판의

'미래'는 숲에서 땅을 파는 것이 즐거움이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작은 아기의 뼈.

「이 뼈가 소녀들을 그곳으로 인도하리라」.

그리고 그 옆에서 발견한 까만 조약돌엔

'1990년 8월 14일, 새롬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1990년,

딸을 지워야만 했던 엄마들은

"하고 싶은 대로 여자들을 다루"고

"여자들의 신체를 조종하고 개조하길 원했고

자기가 원한 바를 이루기 위해 미신을 조장"(p.241) 한

도저히 이해불가한 세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지만,

 

 

살아남은 백말 띠의 딸들과 그 후손들은

서로 연대하며

너무나도 비합리적인 세력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스스로 모든 일을 선택하고자 하는

당연한 권리"(p. 244)를 찾는다.

 


 

 

문장 수집

1990XX, 김아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날들은 기억에서 완벽히 소거한 채.

p. 43

인간들에게 도덕이란 우리 짐승에게처럼 지켜야 할 규율이 아닌,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p. 62-63

"이름을 기억해줘."

"네가 본 이름을 기억해줘."

p. 141

 

 

재이는 양손을 들고 앙헬의 권총을 바라보았다. 총구는 좁고 동그랬다. 재이의 절단된 손가락 단면도 그렇게 또렷하게 둥글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태어난 구멍도 그처럼 작고 원형이었다. 수천 년간 모든 지배자들이 강박적으로 관심을 가져왔고 소유권을 주장한 동그라미, 숫자 영,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거나 지배자들의 권력 다툼에 의해 살해당했던 영(靈).

p. 173

액자처럼, 거울처럼, 쟁반처럼 상(像)을 반사할 수 있는 사물 내부에는 시간이 고여 있나 봐. 이미지에 맺혀 있는 시간은 각각 투명한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을 거야. 여명이나 새벽달의 신호를 받으면 서로의 세계를 반사할지도 몰라. 이따금 여러 세계가 섞이겠지.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차원이 섞인 세계를 목격할지도 몰라. 꿈이라고 착각하며.

p. 216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c*******0 2023.12.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