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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읽기, [해방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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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작가를 알게 된 것은 [글쓰기의 최전선]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쓰기에 반해 그녀의 책이라면 인터뷰, 르포르타주, 산문집 등 주제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꾸준히 찾아 읽는다. 자신을 ‘쓰는 사람’에 앞서 ‘읽는 사람’이라고 정체화하는 작가는 삶의 질문에 대한 힌트는 시간과 책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세월이라고 할만한 시간이 흘러야 깨닫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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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작가를 알게 된 것은 [글쓰기의 최전선]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쓰기에 반해 그녀의 책이라면 인터뷰, 르포르타주, 산문집 등 주제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꾸준히 찾아 읽는다. 자신을 쓰는 사람에 앞서 읽는 사람이라고 정체화하는 작가는 삶의 질문에 대한 힌트는 시간과 책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세월이라고 할만한 시간이 흘러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고, 먼저 시간을 살아낸 이들이 쓴 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지적유희나 지식축적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실천적 관점에서 깊이읽기를 한다는 작가의 말이 나의 책 읽기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2019년에서 2022년까지 4년 동안 작가가 신문과 잡지에 쓴 글을 토대로 엮었다고 한다. 책 한 권에 자신의 생각 하나를 더한 서간문형식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인용하는 책은 우연히 마주친 책, 이해할 수 없어 붙들고 있었던 책 등 우리가 독서를 하면서 흔히 만나는 책들이다. 단지 한 구절이 좋아서 혹은 작가의 삶이 마음에 닿아서 인용했을 뿐 누구나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도 아니고, 그 책에 대한 서평이나 리뷰집도 아니다. 관계와 사랑, 상처와 죽음, 편견과 불평등, 배움과 아이들이란 주제를 가지고 총 4부로 나누어 실려 있는 글들은 독자, 동료, 친우들이 던진 커다란 질문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응원이자 위로이기도 하다.

 

먼저 관계와 사랑에서는 가족, 연인, 친구,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인연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와 삶의 형태를, ‘상처와 죽음에서는 출산, 육아, 가부장제하에서 통제받는 여성의 삶, 친족성폭력 등을, ‘편견과 불평등에서는 성소수자, 체벌, 능력, 노동 등을, 그리고 배움과 아이들에서는 글쓰기 수업이나 각종 학교 강연에서 만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글을 읽어가면서 마음에 스며드는 글 몇 구절을 만난다.

언제 만날지 몰라서 설레는 인연들, 보면 반갑고 못 보면 그리운 얼굴들이 둘레에 남아있어서 작가는 살아간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되면 하나의 인식에 도달하는데, 그 대상은 결코 슬픔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사회적 삶의 조건들에 눈뜨기 쉽다는 것이기에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슬픔을 통제하고 덮으려 하는 것이다.

힘있는 자들은 언제나 분리정책을 썼습니다. 노동자를 쪼개고 위계를 세워서 노동자끼리 대립하게 만들죠. 단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노동현실의 구조적인 불합리를 유지합니다.’지역을 가르고, 노동을 가르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남자와 여자를 가르고, 청년과 노인을 갈라 파편화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자신들의 얄팍한 이익을 거창한 말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놓인 이 세계는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가라는 사유를 멈추지 않을 때라야 가능한 일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해방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책을 읽음으로써 고정된 생각과 편견을 깨뜨리며 해방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낮의 노동을 내려놓고 자신을 대면할 수 있는 밤은 존재의 해방구라며, 밤이 되어 책을 펼치는 시간은 사유가 시작되는 시간, 존재가 회복되는 시간이기에 책의 제목을 [해방의 밤]으로 정했다고 한다. 나 역시 많은 책들을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도 항상 드는 생각은 나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이다.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책읽기는 과연 나를 해방시키는 책읽기인지, 나의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책읽기인지를 고민해본다.

k*****1 2024.02.09. 신고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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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어려운 주제를 따뜻하게 이야기 해줘요.
"말하기 어려운 주제를 따뜻하게 이야기 해줘요." 내용보기
에세이는 작가의 성향과 성격이 묻어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가급적 모르는 작가나 제목이 그럴듯 한 책들은 피하는 편이다.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서 무겁고 어둡다고 생각했던 주제들에 대해서 정말 진중하면서 사랑과 이해를 담아 풀어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다. 물론 작가의 독서 경험에 따른 다른 서적의 인용을 앞세웠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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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작가의 성향과 성격이 묻어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가급적 모르는 작가나 제목이 그럴듯 한 책들은 피하는 편이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서 무겁고 어둡다고 생각했던 주제들에 대해서 정말 진중하면서 사랑과 이해를 담아 풀어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다. 물론 작가의 독서 경험에 따른 다른 서적의 인용을 앞세웠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크게 공감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괜스레 미안해지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게 했다.

아직 불평등과 편견 등에 대한 내용은 여러번 다시 곱씹어 읽어보려 한다. 다소 피하고 모른척 했던 주제임에 따라 이 부분은 꼭 짚어내어 읽어내겠다.

앞부분에 언급된 사랑에 대한 감정이 나는 오히려 더욱 인상깊게 생각된다. 
성인이기에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 쾌락으로 채워진 즐거운 성적인 타협" 이라는 문구를 볼때부터 이 책의 내용 구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생각하고 또 기대했다.

[사랑 예찬] 을 끌어와 언급한 "사랑은 개인인 두 사람의 단순한 만남이나 폐쇄된 관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구축해내는  것이고 더 이상 하나의 관점이 아닌 둘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삶" 이라는 부분은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인정하고 가장 공감하며 지지하는 사랑에 대한 기술이라 필사까지 하는 정성을 쏟기도 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i 2024.10.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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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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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선물로 책 한 권을 사달라고 하여 고민끝에 고르게 된 책입니다. 답답하고 힘든 상황에서 위로가 되었으면 하고 또 본인을 구속하고 있는것에서 벗어날수 있으면 좋을것 같아 선택했어요. 나이대가 다르다 보니 작가님의 다양한 경험 중 겪어보지 못한 부분이 많긴하지만 작가님의 고찰이나 조언이 공감되고 도움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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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선물로 책 한 권을 사달라고 하여 고민끝에 고르게 된 책입니다. 답답하고 힘든 상황에서 위로가 되었으면 하고 또 본인을 구속하고 있는것에서 벗어날수 있으면 좋을것 같아 선택했어요. 나이대가 다르다 보니 작가님의 다양한 경험 중 겪어보지 못한 부분이 많긴하지만 작가님의 고찰이나 조언이 공감되고 도움되었다고 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s******p 2024.10.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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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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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해방의밤 #책편지 #상처 #슬픔마주하기 #넌항상 #죽고사는생존의문제해방의 밤. 은유☆☆☆☆세상은 안 바뀌는 거 같지만 제가 바뀌었거든요. 저도 세상의 일부이고 적어도 제 몫만큼은 변했잖아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해방이다. 인터넷에서 인종차별 철폐 집회 사진을 봤는데 흑인이 든 피켓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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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해방의밤 #책편지 #상처 #슬픔마주하기 #넌항상 #죽고사는생존의문제

해방의 밤. 은유

☆☆☆☆

세상은 안 바뀌는 거 같지만 제가 바뀌었거든요. 

저도 세상의 일부이고 적어도 제 몫만큼은 변했잖아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해방이다. 인터넷에서 인종차별 철폐 집회 사진을 봤는데 흑인이 든 피켓에는 이런 문구가 써있었다. 

'평화는 백인의 단어다. 해방이 우리의 언어다.' 

모아놓고 나니 이 책에도 해방이란 말이 꽤 여러번 등장한다. 읽는 사람이 되고부터, 즉 고정된 생각과 편견이 하나씩 깨질 때마다 해방감을 느꼈기에 쓴 것 같다. 나도 해방을 우리의 언어로 삼는다. 비록 앎이 주는 상처가 있고 혼란과 갈등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무지와 무감각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의 무신경함이 누군가의 평화를 깨뜨릴 수 있으며, 적어도 약자의 입막음이 평화가 아님은 알게 되었다. 더디 걸리더라도 배움을 통한 해방은 내적 평안에 기여하고 낯빛과 표정을 바꿔 놓는다고 믿는다. 해방은 평화를 물고 오는 것이다.

아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기억을 꺼냈어요. 상담교사가 아름이 가정폭력 당하는 사정을 듣고

"불쌍한 아이네. 겉으로 봤을 땐 밝아 보였는데 "라고 동정했다고요.

그 때 마음이 어땠는지 묻자 아름이 그랫죠.

"폭풍이 지나간 인생이지만 내 자신을 한번도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저 버티고 생존해온 저 자신이 대견하고 기특할 뿐이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중요하지 않아요.

나만 나를 아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을 결에 두면 돼요"


와, 저는 조용히 환호했죠.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삶의 해석권을 가져오는 낭랑 15세, 최고다! 

 

옆에 있던 푸름도 동조했습니다.

"남들은 내가 열심히 살아도 평생 힘들 거라고 말했죠.

(왜요?) 부모의 뒷받침이 없으니까요. 그런 데 아니에요.

아픔과 상처를 견디는 거지만 살아내고 있는 건 잘하는 것 같아요."

그러더니 무심하게 말했어요.


"나는 내 상처를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내 아픔을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를 숨기지 않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우린 슬픔에 무지한 종족입니다. 세월호 이전에도 슬픔은 허용되는 삶의 모드가 아니었죠. 슬퍼하는 사람은 약자로 분류되고, 약자는 구제의 대상이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권리의 주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공적 발언의 장이 주어지지 않고, 슬픔은 각자 삭여야 할 사적 과제로 여겨집니다. 슬픔을 표현하는 말도, 슬픔에 공감하는 말도 공동체에 흐르지 못하니까 슬픔에 관한 언어가 빈곤하죠 슬픔에 관 한 지혜가 모자랍니다.

 

[상처로 숨 쉬는 법]을 보는데 아도르노의 말이 다가왔죠. "문명이 지닌 상처이며 비(非)사회적인 감성인 슬픔은 인간을 목적의 왕국에 종속시키는 일이 온 전하게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세상은 다른 어 떤 것보다 슬픔이나 애도를 온갖 방식으로 치장하고 변질시켜 사회적인 형식으로 만든다"(650-51면) 

'애도의 계엄령'이 내려진 여기의 현실을 훤히 보는 듯, 선생님은 아도르노의 철학을 가져와서 슬픔에 대한 관리 통제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사회는 무슨 방식을 쓰든지 슬픔을 관리하려 한다, 사람들이 마음껏 슬퍼하도록 허용하면 대단히 위험할 수 있기에 일정한 처리방식을 따라가도록 한다고요. "사람들이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되면 하나의 인식에 도달하는데, 그 대상은 결코 슬픔의 감상이 아니라 바로 사회적 삶의 조건들에 눈뜨기 쉽다는 것입니다."(659~60면)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그었습니다. 슬픔은 위험한 감정입니다. 가족을 뺏긴 유가족들, 일자리를 뺏긴 노동자들, 온갖 사회적 참사 피해자의 글을 통해 세상을 공부한 저도 슬픔이 얼마나 급진적인 감정인지 목격했습니다. 사람이 소중한 것을 잃고 나면 세상이 보이는 사람이 되죠. 슬픔의 렌즈로만 보이는 은폐된 진실을 보았기에 권력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로 거듭나죠.

 

한 사람에 대한 기록, 그 엄중한 과제 앞에서 도움 받은 책이 있어요. 아니 에르노 (Annie Ernaux)의 [한 여자]인데요, 딸이 엄마의 삶과 죽음을 기록한 자전적 소설이죠. '어머니는 농번기인지 아닌지, 병이 난 형제자매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들쭉날쭉 학교를 다녔다"(25면)는 문장은 익숙해서 놀라웠죠. '프랑스 사람인 아니 에르노의 엄마도' 배움의 의자를 빼앗기고 희생의 자리에 배정되는 여자의 삶은 시대나 국경과 무관했습니다. 딸은 어머니를 이렇게 기억해요. 정신적으로 고양되려는 의지, 권위, 낭만, 야심, 분노, 의심, 딸에 대한 지지와 질투 등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활화산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 때로는 '좋은' 어머니를 때로는 '나쁜' 어머니를 봅니다. 지나는 어머니의 폭력, 애정 과잉, 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인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려고 한다.(61면) 그래서 이 책이 좋았어요. 엄마를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고리'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손쉬운 선악 이분법으로 갈라서 보지 않고, 그가 처한 사회구조, 모순과 욕망의 지도를 읽어내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감정의 실핏줄까지 포착한 글들은 사모곡을 넘어선 인간 탐구서가 되거든요. 

 

중국계 미국인 작가 이윤 리의 말이 너무 와닿아서 베껴놓은 적이 있어요. 그가 그랬죠. 

"삶은 그저 삶일 뿐이지요. 늘 고난이 있습니다. 좋은 순간도 나쁜 순간도 있고, 저는 좋든 나쁘든 그 모든 순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우리는 고통과 슬픔을 경험할 테니까요. 그것은 삶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친절은 우리가 베풀거나 베풀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어요. 타인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친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자신에 대한 친절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친절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일텐데, 선택이기 때문에 저는 친절에 대해 쓰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뺀 이환희에 대해 나는 아는 게 많지 않더라. 당혹스러웠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일' 혹은 '일의 성과'를 통하지 않고 관계 맺는 일이, 사회적 쓸모가 아닌 본연의 욕망을 바탕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 불가능해진 것 같아. 일이란 게 존재 증명과 생존의 거의 유일한 방편이 되어버린 사회이기에 우린 그토록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겠지.

 

여섯 명의 여성 작가가 엄마 됨에 관해 쓴 글을 모은 [분노와 애정]이란 책입니다. 엄마들이 쓴 육아회고록인데 제목에 분노'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해방감이 들었어요. 내용은 전부다 우리들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낳고 무엇을 배웠나요?" "나는 말하지 못하는 게 어떤 건지를 배웠다"(70면) "하지만 무언가 말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 무언가 심오한 것."(78면) 이런 문장이 특히 그렇죠. 출산 후 엄마가 되면 생명의 신비함도 느끼지만 고립된 육아 환경에서 오는 '말에 대한 갈증'도 크잖아요. 일전에 제 수업에 온 돌쟁이 엄마 학인의 말이 떠올랐어요. 아이랑 둘이만 있다가 오 랜만에 '어른들의 대화'를 들으니까 신기하고 좋다고요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감정과 의식을 고양시키는 대화를 당신도 간절히 바라고 있겠죠.

 

장을 넘길수록 한스러웠죠. 저도 충분히 느낀 것들인 데 감히 언어화할 생각을 못했으니까요 계 느낌과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숨기려고만 했더라고요. 초보 엄마 시절 시중에 나온 육아서를 거의 섭럽했거든요. 거기선 주로 '아이에게 화를 내면 정서 발달에 해롭다'는 식의, 아이 입장에 서 엄마됨을 논했어요. 이 책에 나오듯이 '잠을 자지못하면 제정신이 아닌, 비참하고 화난 여자가 된다'거나 '가끔 내가 작고 죄 없는 아이들에게서 느끼는 감정에서 이기적이고 속 좁은 괴물을 본다' 처럼 엄마 입장에서 표현한 극사실주의 증언은 육아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죠. 언어라는 출구가 없으니 감정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분노와 애정]을 당신이 인식의 베개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제왕절개한 부위가 덧나고 유선염에 걸렸는데도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눈물과 젖을 동시에 쏟았다고 고백하면,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네 몸이 우선이야'라고 우리와 다른 나라 다른 시대를 산 언니들이 입을 모아 말해줄 거예요.

 

선은 산후통과 우울증을 잘 치료하면 좋겠어요. 그 다음 '좋은 엄마'의 짐을 내려놓고 '쓰는 엄마'에 충실해도 된다고, 좋은 엄마와 쓰는 엄마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공존 가능하다고, 당신의 작은 아기도 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에이드리엔 리치의 첫째 아이처럼. "엄마는 늘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 시도 빠짐 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관계란 없어요."(138면)

 

도색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걸로 봐서 도장 업체 대표나 노동자의 안전을 담당하는 관료들은 무신경한 것 같습니다.

아들 용균이의 죽음으로 인간 세상이 365일 팽팽 돌아갈 수 있는 비밀을 알아버린 김미숙씨는 이렇게 한탄했죠.

"우리나라는 안전장치를 하는 것보다 목숨값이 쌉니다."

고양이에게 면목 없는 인간 세상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날개도 없이 허공에 매달려 일하겠지요. 그들은 존 버거 John Berger가 이주노동자를 빗댄 표현을 빌리자면 불사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없는 존재들"(65면)입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이들이 흘린 페인트 눈물로 우린 깨끗한 아파트, 쾌적한 도시에 삽니다. 노동자의 죽음과 인간 불평등을 자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새가 있을 자리에 사람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면서. 

 

상 이름이 '넌 항상'. 학생은 상장 내용을 낭독했습니다.


"위 작가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있지만 없는 아이들] (창비 202)을 쓰며 

사회에서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사회 약자들의 편에 서주었으며 

항상 이 자리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상을 드립니다.

2021년 9월 24일 

내면고등학교 학생 일동." 

 

실은 제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시상식 자리에 서본 게 이때가 처음입니다. 생애 첫 상이 '넌 항상'이라니요. 상 이름이 너무 예쁘고 빛나서 울 것 갈았습 니다. 학생 때못 받은 상을 어른이 되어 학생에게 받는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에요. 게다가 최연소 수상자가 아니라 최연소시상자가 나섬으로써 상의 의미를 간단히 바꿔놓았습니다. 

 

'배고픔을 참고 강연을 듣느라 힘들었겠어요." 그랬더니 한 아이가 정말 잘 듣고 싶었는데 잠깐 졸았다고 죄송하다더니 이렇게 말해요.

"근데 원래 1, 2교시엔 아침잠이 덜 깨서 졸려요. 

3,4교시 엔 배고파서 힘들고요. 

5, 6 교시엔 점심 먹고 난뒤라 비몽사몽이고, 

7교시엔 좀만 있으면 학교 끝난다는 생각에 들떠서 또 집중이 안되긴 해요." 

너무도 솔직한 아이의 말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이내 짠해졌죠. 약간의 과장이 더해졌겠지만 결국 학교에서 살아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뿐인가! 옆에 있던 아이는 "생리까지 하면 배도 아프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게 더 힘들다'고 거들었죠. 여학생들은 한 달에 일주일은 생리 중이잖아요. 지친 몸으로 장시간 학습 노동에 속박된 학교생활. 그런데도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해주는 밥 먹고 공부만 하는 그 때가 제일 속편한 줄 알라"는 충고를 듣네요.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라서 억울하지만 여자는 잠재적 피해자이기에 위험하잖아요. 억울하면 바꾸자고 말해봐요.' 다갈이 깔깔깔, 울 일인데 일단 웃어요. 웃음 끌은 쓰죠.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마저 던집니다.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왜 상대의 억울함을 이해시키는 임무까지 맡아야하는지, 우리 논의해 보자고. 

 

저도 감정노동을 소통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설명되지 않은 것을 설명하는 지적. 정서적, 감정적 노동을 한쪽에서 오래 전담했습니다. 이 관계의 불균형이 공감 능력의 양극화를 낳고 있겠지요. 사실 잠재적 가해자의 억울함은 그가 잠재적 피해자의 고통을 알면 사라질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몸을 돌려 타인의 입장으로 건너가보는 일은 지구를 반대로 돌리는 일처럼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게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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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구가 있어요. 프리랜서는 일거리가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노동자라서 불안에 빠지기 쉽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오늘 살았으니까 내일도 살 수 있을 거야' 스스로 다독이곤 했어요. 같은 이야기를 휘트먼은 이렇게 노래하죠. 

 

앞으로 일어날 것은 잘될 것이다

--- 왜냐하면 현재의 것이 잘 있으므로, 

 

[시간에 대해 생각하기 6]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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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는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기득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받는 차별도 있지 않을까요? 너는 이만큼 가졌으니 그만큼 기여해야 한다는 압박이 클 수도 있으니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기득권자도 차별을 받는다는 내용이었죠. 


저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네요'라며 의견을 말했습니다. "장애인은 이동권이 없어서 학교나 직장에 다니지 못하죠. 휠체어로 지하철을 타다가 추락사를 당하기도 합니다. 성소수자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는 자살률이 높아요. 난민,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갖는 기본적인 권리를 제약받고요. 그러니까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받는 차별은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그걸 '심적 압박'의 문제와 균등하게 놓고 차별이라고 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YES마니아 : 골드 e***n 2024.08.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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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섬세한 문장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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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작가는 늘 섬세한 문장표현을 잘 쓴다예를 들면 서러움에서 부화하다 이런 표현들감정선을 툭 건드리는 책 좋았습니다어려운 사람들 주변 사람들을 허투루 보아넘기지 않고 작가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 대화를 세심히 기록해 보는 이들도 따뜻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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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서러움에서 부화하다 이런 표현들
감정선을 툭 건드리는 책 좋았습니다
어려운 사람들 주변 사람들을 허투루 보아넘기지 않고 작가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 대화를 세심히 기록해 보는 이들도 따뜻하게 만듭니다
d****5 2024.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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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한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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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특히 작가님의 일상적인 고뇌가 담긴 책들을 좋아한다. 엄마로써 밥의 묶인 삶에 대해서 감상적으로 한탄하거나 슬퍼하기보다는 지적으로 사유하고 고뇌하려는 과정이 내게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쓸모없어진 것 같고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에서 조금은 벗어난다. 엄마로 살면서 독서는 나를 잃지않게해준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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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특히 작가님의 일상적인 고뇌가 담긴 책들을 좋아한다. 엄마로써 밥의 묶인 삶에 대해서 감상적으로 한탄하거나 슬퍼하기보다는 지적으로 사유하고 고뇌하려는 과정이 내게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쓸모없어진 것 같고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에서 조금은 벗어난다. 엄마로 살면서 독서는 나를 잃지않게해준 탈출구였다. 해방의 밤은 그러한 고뇌를 책을 통해 녹여낸다. 일상적인 주제뿐 아니라 직가가 평소에 관심갖고 있는 사회적약자에 대한 문제나 사건등에 대한 나름의 답도 책을 통해 찾아낸다. 책을 읽고 나서 읽고 싶은 책이 더 쌓였고, 마음이 담고싶은 페이지를 접다보니 어느새 책 한권을 모두 접어버렸다. 
l*****9 2024.04.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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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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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서 읽게되는 은유 작가님 책^^글은 정말 따뜻하고 머리와 가슴에 다 꽂히는 그런 글입니다.문장이 하나하나 주옥 같아요.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또 샀어요. 오래 오래 두고 읽기 좋은 글입니다. 제목도 참 마음에 들어요. 해방. 듣기만 해도 설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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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서 읽게되는 은유 작가님 책^^
글은 정말 따뜻하고 머리와 가슴에 다 꽂히는 그런 글입니다.
문장이 하나하나 주옥 같아요.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또 샀어요. 오래 오래 두고 읽기 좋은 글입니다. 제목도 참 마음에 들어요. 해방. 듣기만 해도 설레네요.
YES마니아 : 로얄 h********g 2024.03.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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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균형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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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 쓰는 사람에 대해 삶과 책을 통해서 투명하게 들여다본 기분이다. 진솔하고도 깊이있는 시선과 서술에 매료되어가며.늘 익숙하게 먹는 밥과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이 왜 때로는 불편하고 힘들었는지 나의 무신경함의 날을 갈아보는 시간이었다. ”밥은 이상해서 먹는 사람은 차리는 사람의 수고를 알기 어렵지만 밥은 또 이상해서 먹는 사람을 보는 것으로 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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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 쓰는 사람에 대해 삶과 책을 통해서 투명하게 들여다본 기분이다. 진솔하고도 깊이있는 시선과 서술에 매료되어가며.

늘 익숙하게 먹는 밥과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이 왜 때로는 불편하고 힘들었는지 나의 무신경함의 날을 갈아보는 시간이었다.

”밥은 이상해서 먹는 사람은 차리는 사람의 수고를 알기 어렵지만 밥은 또 이상해서 먹는 사람을 보는 것으로 차리는 사람은 그 수고를 얼마간 보상받습니다.“
-본문 중에서

참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어내지 않고 연결하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 한마디에 전율을 느꼈다.
내 돌봄노동의 가치를 내가 높이고 퇴근도 퇴직도 없는 그 길의 시작과 끝엔 사랑이 흘러가고 있음을 잊지 않도록 다짐해본다.
그렇기에 출근과 퇴근이라는 시계가 다시 빠르게 돌아가는 중에도 피할 것은 피해가며 미룰 수 있으면 미뤄가며 내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을지 매우 두려운 마음인 지금이다.

#해방의밤 #은유 #독서에세이 #창비 #새해독서



YES마니아 : 플래티넘 m****8 2024.02.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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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편지가 던지는 진중한 물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책 편지가 던지는 진중한 물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용보기
『해방의 밤』은 그녀가 책 사이를 헤매다 모아온 문장들을 식재료로 하여, 사랑, 노동, 죽음, 글쓰기, 돌봄 등을 도마 위로 끌어온다. 책 속의 문장들은 그녀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글에 잘 녹아들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근사한 요리로 재탄생했다. 책을 읽고 나면 책 속의 책들과 묘한 연대감이 든다. 외면하고 살았던 낯선 곳에 시선이 조금 가닿았을 뿐인데 혼자만 잘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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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은 그녀가 책 사이를 헤매다 모아온 문장들을 식재료로 하여, 사랑, 노동, 죽음, 글쓰기, 돌봄 등을 도마 위로 끌어온다. 책 속의 문장들은 그녀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글에 잘 녹아들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근사한 요리로 재탄생했다.

책을 읽고 나면 책 속의 책들과 묘한 연대감이 든다. 외면하고 살았던 낯선 곳에 시선이 조금 가닿았을 뿐인데 혼자만 잘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삶이 아니라, 주변을 살피고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리고 예전보다 자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자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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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변부를 바라보고, 이를 글로 옮겨 세상에 알리는 은유 작가. 이처럼 부드러운 설득을 이끌어내는 은유 작가의 글이 좋다. 쉽게 단언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그녀지만,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생각의 빗장이 슬며시 풀려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YES마니아 : 로얄 a*****7 2024.02.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