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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되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는 음식이 있다. 푹 삭으면 보통은 강렬한 맛은 사라지고, 독자적이지만 은근한 맛이 난다. 대체로 다른 음식과 잘 어우러져 다른 음식의 베이스가 되거나 간을 맞출 때 쓰는 장 종류가 대표적일 것이다. 임유행 시인은 농 익었지만 동시에 펄펄한 생명이 그대로다. 늙었지만, 더 뜨겁고 강렬하다. 제대로 익은 홍어회같다고나 할까... 선명한 자기애를 간직한 할머니. "눈물을 장사지냈다"는 저자는,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울보보다는 부서지는 햇살, 신작로 너머 그 어딘가를 동경하는데 시간을 더 보냈을 것 같다. 우리 역사의 한 모퉁이에서 해방 전 태어나 격어야 할 거보다 더 많이 격으며 살아 온 여인의 인생이 보인다. 애뜻한 자기 연민 - 그 웅덩이에 갖히지 않고, 때론 '거미줄을 타고' 라도 이탈하고, 안전망도 없는 줄타기에 매번 추락하곤 하지만 , 어떻게든 '똥줄'로 라도 탈출하고, 이제는 망망대해 '인터넷 바다'로도 진출하여 이 멋진 시집을 세상에 내놔서 다행스럽다. 단단한 필력의 탑이 바벨탑 같고, 원치 않았어도 수십년 애써 파 온 웅장한 깊이가 감탄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