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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음악, 이제니 ![]() <음악만이 유일한 위안이라고 썼던 새벽의 아픈 당신에게> 첫장부터 터졌다. 새벽은 늘 외로운 시간이다. 잠 못 이루는 새벽에는 혼자였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시인의 새벽에 <아베 마리아>처럼 '가만히 돌아앉아 흐느끼는 울음 같았고, 누군가 대신해서 울어주는 말 없는 위로 같았고.' p.15 새벽의 고요 속에서 음악이, 시가, 문장이 나를 대신해 울었다. 돌보는 말과 돌아보는 말 사이에서 밀리는 마음과 밀어내는 마음 사이에서 #남겨진것이후에 #그리하여흘려쓴것들 시인의 시를 읽고나면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산문집이었지만 시를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시인의 돌보는 말과 돌아보는 말 사이에서 밀리는 마음과 밀어내는 마음 사이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듯이. 오랜 시간 쓰는 사람이었다. 그저 읽고 쓰는 사람. 그러나 무엇을 쓰는지 모르고 제대로 쓰는지도 모르겠는 시간들. 써내려가는 말들이 내 안에 있던 마음들을 제대로 꺼내서 써지는 것은 아니었다.마음을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몰라 시를 읽었다. 내가 가진 깊은 우울과 슬픔을 발견했지만 그것이 쓰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나는 그저 읽고 그들의 문장을 배꼈을 뿐이다. 시인의 산문을 읽으면서 자주 울었다. 나의 외롭고 지친 새벽을 위로해주는 건 바로 당신. 삶의 의미없음이, 마음을 물들이는 어둡고 무거운 기운이, 쉽게 변하지 않는 나의 침울한 기질이 작고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할 때 당신의 문장이 나를 다시 딛고 일어서게 한다. ![]()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은 미쳐있고, 이상한 구석이 있지. 그러나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적이라는 단순하고도 폭력적인 범주 속에 가둬질 수 없는 개별적인 존재라고(p.99)' 말해주는 당신이 있어서 어둠 속에 있었으나 빛이 있었고, 그 어둠을 거쳐 그 한 시절을 견뎌왔다고 말하고 싶다. ![]() '삶은 그저 놀이일뿐이니 오롯이 나이면서 온전히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p.64)' 그러니 '나아가도 좋고 되돌아가도 좋다(p.106)'고 말하는 당신의 문장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쪽으로든 열려 있는 길을 굳게 껴안으면서 걸어왔고 걸어왔으므로. 네가 껴안은 것은 이전과 이후를 품은 오늘의 너 자신이었으므로 어제의 너는 죽고 싶었는데 오늘의 너는 내일을 계획하며 한 줄 더 써 내려간다. 작고 희미한 가능성이 되어.이 봄의 새싹은 녹색이 아니라 검정이라고 쓰면서.' (p.106) 지금도 이렇게 당신의 아름다운 문장을 빌려 내 마음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이런 마음을 써도 되는지 걱정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계절이 흐르는 것을 분명하게 바라보면서.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꼭 붙잡고서. ![]() _ 당신에 대해 말하려는 내가 바로 당신이 아니라면 나는 또 누구란 말인가. 그리하여 당신이 내가 아니라면 당신은 또 누구란말인가. 다정한 빛이 얼굴 위로 천천히 내려앉는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 같은 오래전 우리의 두 손이. 다정함 속의 다정함 속엔 이제는 없는 다정함만이 남아있구나.(p.200) 당신의 문장으로 나는 또 다른 당신을 떠올린다. 나의 당신. 다정한 빛과도 같은 당신과 나 사이에 이제는 없는 다정함만이 남아있지만 이렇게 당신을 떠올리며 당신의 안녕을 빈다.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도 내내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 _ 조금만 더 울어도 좋다고, 조금만 더 절망해도 좋다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조금만 더 울기로 했다. 조금만 더 절망하기로 했다. 조금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 조금만 더 날아가기 위해서,(p.218)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다. 오늘도 절망한다. 당신이 조금만 더 울어도 좋다고, 조금만 더 절망해도 된다고 했으므로.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날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너무 많은 문장을 필사했고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했으며 오래도록 내 안에 두고두고 새겨질 아름다운 책이었다. 그저 읽고 배껴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독자인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시를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시를 읽는 우리에게 전하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 _ 시를 만나게 될 때 이전과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믿음, 조금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저는 제 읽기-쓰기를 통해 경험하고 있습니다. 빛보다 빠른 언어로 뭉쳐진 그것으로 당신의 시선이 새로워지기를 당신의 마음자리가 드넓게 자유롭기를. 그렇게 삶이라는 이 여행이 그 언어들의 묵묵한 행진으로 인해 조금은 더 즐겁고 굳건해졌으면 합니다. p.168 ![]() _ 시란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읽히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이다. p.19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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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고 있는 중이다. 다만 작가의 문장력과 감성의 넘쳐흐름이 내게는 버겁다. 계속되는 ‘…고’로 끝나는 문장들이 매듭짓지 않고 열어놓은 수많은 실타래 같아서 그 중 얼마만큼이라도 내가 마무릴 해주어야 할것 같은 산만함이랄까 허함이 있었다. 비슷한, 때로는 전혀 다른 단어와 감정들이 나열되어 눈으로 맘으로 쫓아가다 -작가도 어쩔수 없어 펼쳐놓고 끝낸 글의 마감이겠지만 -내게는 중간에 끊어진 다리마냥 멈춰서거나 뛰어내려야 하는 수습의 과정이 필요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먹먹하고 여전히 그리우나 또다시 정리하고 살아가야 하는 작가의 맘은 고스란히 전해져 같이 울고 닿지도 않을 위로를 간절히 전하며 읽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슬프고 기쁘고 힘겨운 지점은 누구나 같은가보다. 지뢰밭을 지나는 무장해제 병사처럼 밟고 산산조각난 맘과 몸을 추스려 걷다 또 밟고 널부러져 하늘을 바라보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더이상 일어날 수 없을때 언젠가 어머니가 떠나셨던 것처럼 나도 남겨질 이들을 걱정하고 축복하며 떠나겠지. 아무튼 살아가는 일들과 생각들을 다시 뒤적여보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를 전한다. 좀더 편안해지셨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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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말들의흐름 시리즈를 모아왔고 이제니 시인의 책을 가장 기다렸었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아껴 읽는 중. 이 시리즈가 좋았던 점은 책의 물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는 점이다. 읽다 보면 손으로 잡는 부분이 자연스레 주름이 가고, 코팅이 되지 않아 손떼가 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른 반듯하고 두꺼운 표지의 책들보다 애정이 가는 건 책 본연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는 점 같다. 9권과 10권은 특히 오래도록 내 취향과 더 잘 맞는 책들이다. 특히 새벽과 음악은, 더욱 아껴읽게 된다. 책을 사기 전의 기대가 산 후에 몇 배로 커지는 책도 드물어서, 오랜만에 곱씹어볼 수 있는 책이라서. 읽고 휘발되는 에세이가 난무하는 시대에, 작가의 생각, 글쓰기에 대한 철학, 그녀가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까지. 금세 읽고 덮어버릴 수가 없어서. 그래서 아껴서 읽고 있다. 잘 만들어진 이 책이 내겐 너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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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빌렸다 2번 빌렸는데, 소장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했다 문장마다 느껴지는, 문장을 만들었을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무게로 더해져 읽혀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니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말이다 (시인이라는데 시는 읽어보지 않았다) 별 한개를 뻈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뭔가 정말로 신기한 tmi 에피소드가 있어서다 초판 출간 기념으로 문진을 준다고해서, 원래는 사은품따위에 관심이 젠젠없는 미니멀러즘이지만 노란색 꽃무늬 문진이 뭔가 책표지랑 비슷하게 생겨서 마음에 드었다 그래서 골랐다 그런데 웬걸? 부엉이 파란색 문진이 왔다 하도 어의가 없어서 고객글 남기고 고객센터에 전화도 했는데, 원래부터 부엉이였다고 한다 - 정말로 황당하고 불친절했던 기분이었다 - 뭔가 나보고 계쏙 잘못 봤다고 하는데, 나만 미친년이 된 기분이랄까 - ip를 조사해서 누가 옳은지 밝혀낼 수 있는 처지였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냥 넘어간 것은, 이 책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품질이나 제품이 좋아도, 불친절하면 나는 무조건 아웃이다 모든 것들의 판단 기분은, 제품이 아닌 사람의 태도이다 - 내 소비지출은 항상 그랬기 떄문에, 열받아서 환불할까 싶었지만 책이 좋기에, 소장하고 싶기에 꾸욱 참았다 문진은 솔직히 너무 마음에 안 든다 - 투박하고 책과 전혀 안 어울린다 - 차라리 꽃이면 보를까 - 첫챕터와도 맞는 듯한데 - 그래도 부엉이는 부와 생명의 상징이니 책장 앞에 모셔둔다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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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읽으려고 기다렸다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껴 읽었습니다. 시인의 산문을 좋아합니다. 시인처럼 사물을 자연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물 그 넘어에 있는 그림자도 자연 속에 숨어있는 비밀들도 상상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요. 글을 읽는 내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글이라고 느꼈습니다. 결국엔 모두 살아가기 위해 좀 더 나아가는 삶에 대한 갈망이지 않을까하는…“그럼에도 살아났고 살아냈고 다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문장의 걸음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결엔가 삶 쪽으로 바짝 붙더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p 171-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도 많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저에겐 소중하고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여행을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글렌굴드도요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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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 시인의 에세이라니... 정말 기쁜 마음으로 구매했습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읽었어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니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는지 또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니 시인의 시집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말들의 흐름 시리즈 중에서 제일 좋았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플레이리스트 큐알코드 있는 거 센스 있고 낭만 있네요 들으면서 읽었습니다 ^^ |
| 내용은 정말 좋은데 바쁘셨는지 책 상태가 아주 엉망입니다. 비닐 포장까지 하셨는데 그 안이 이렇다는건 검수할 수가 없었단 거겠죠 보관용은 새로 사야할 것 같아요. 아쉽지만 감사합니다. 그리고 완간? 축하드립니다 ^^! 늘 좋은 책 감사드리고 응웡하며 다음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150자가 참 길군요 오랜만이라 그런지 껄껄껄 접은 페이지가 하도 많아서리 다시 업데이트 할게유 |
믿고 보는 이제니 작가님의 책. 정말 잘 읽었습니다.어느 새벽 너는 조금 외롭고 지치고 힘든 것 같다. 너는 그만 생을 놓고 싶은 것 같고,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아무래도 좋다고 좋다고 생각한다. 표류하는 마음으로 너는 살아왔다. 너는 네 마음을 물들이는 어둡고 무거운 기운에 맞서 은밀히 분투해왔고 그것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것. 삶의 의미 없음. 단순히 무의미함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너는 허상과 허망함 속에서. 사소하고도 거대한 존재들이 네 곁에서 네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이 음악 속에서 느낀다. 피어나는 꽃들과 가을 저녁 들려오는 풀벌레의 울음과 세상의 그 모든 잔음과 잔음과 슬픔과 슬픔과. 이루지 못한 꿈과 끝내 전하지 못한 말과 아무것도 아닌 채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그럼에도 다시 한번 더 이생을 살아가겠다는 무한 긍정과 죽어서 나란히 묻히자는 애틋한 약속과 가난과 질병과 안간힘과 지극한 고독한에 대해서. 너는 그 모든 것들을 너 자신의 것인 듯 느낀다. 자신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버리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너는 언제나 네 속에서 울려오는 목소리들을 듣고. 너는 힘없고 뜻 없고 살기를 죽기를 바라는 그 모든 목소리에 감응하고. 너는 매 순간 온전한 아름다움 속에서 살기를 바라고. 늘 너의 곁에는 어떤 음악들이 흐르고 있네. 그것들이 널 울리면서 널 살게 하네. 그것들은 모두 저마다 고유한 음으로 흐르면서 네 본래의 모습을 일깨워주고 있구나. 이 문장만 보고 책을 샀는데, 책 전체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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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쓴다는 것은 자신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어 속에서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슬픔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기가 가진 지극히 단순한 낱말 속에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또 다른 소리와 의미를 다시 새롭게 겹쳐 새겨 넣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일상 속의 아주 사소한 구멍. 아주 작은 틈새로. 추락하듯이 나아가면서. 비틀거리면서. 머뭇거리면서. 망설이면서. 주저하면서. 잘못 말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고쳐 말할 수밖에 없는 언어적 상황 속에서. 그렇게 세계와 사물들 앞에서 매번 뒤늦은 존재로서. 언어적 말더듬이 상태에 직면한 채로. 자기 지시적인 단어들을 반복하여 중얼거리면서. 그것들의 자리를 매번 바꾸면서...” (pp.19~20) - ‘결국 쓴다는 것’에 대하여 때때로 생각한다. 꽤나 처참해진 반도의 상황을 목도해야 하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음에도 그러하다. 쓰기 위하여 읽거나 쓰기 위하여 생각하거나 쓰기 위하여 보았다. 그것을 일상으로 삼아 삼십여 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이다. 내가 존재하기 위하여 혹은 존재하여 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선택한 방식이었다. “시간 속에서 지치다 보면 사람들을 놓치기도 하고, 같은 이유로 사람들이 떠나기도 하고. 기대를 품은 응원의 말을 해줄 사람도 점점 줄어든다. 오지 않는 희망과 잡을 수 없는 소망 앞에서는 다들 지치니까. 주위에 그런 굳건한 지원군이 없다면 자기 자신을 가장 든든한 친구로 만들면 된다. 이것이 내가 삼십 년 가까이 매일 일기를 써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p.54) - 나는 읽고 보고 들은 것에 대하여 썼다. 그것으로 일기를 대신했다. 90년대 이전에는 연필이나 볼펜으로 썼고, 90년대 이후부터는 자판으로 작성하고 컴퓨터에 저장했다.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과 동시에 인터넷의 어떤 공간에 업로드를 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였다. 한때는 그렇게 작성된 것을 출력하여 파일 노트에 차곡차곡 정리하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더 이상 집에서 프린터가 필요하지 않았다. 『십대에는 ‘들국화’ ‘시인과 촌장’ ‘산울림’과 ‘한대수’를. 스무 살 무렵에는 록밴드를 하던 시절답게 모든 록밴드 사운드와 ‘너바나’ ‘마일즈 데이비스’ ‘더 스톤 로지스’ ‘더 버브’ ‘더 디바인 코메디’와 브릿팝 밴드들을... 삼십 대로 접어들어서는 ‘존 케이지’ ‘모노’ ‘시규어 로스’ ‘테이프’(Tape)를 비롯한 Japanese Ambient Sound와 ‘더 젠틀맨 루저스’ ‘몽골피에 브라더스’ ‘비치 하우스’를. 사십 대에는 ‘요한 요한슨’ ‘막스 리히터’ ‘류이치 사카모토’와 나의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친구들 ‘아립’ ‘아솔’ ‘아를’ 그리고 노르웨이에 있는 ‘장수현’을. 그리고 현재는 ‘정재일’과 ‘하니아 라니’와 비밀스러운 새 플레이리스트들과 함께.』 (pp.60~61) - 책에는 간혹 음악들이 소개된다. 소개된 음악가들 몇몇은 나도 좋아한다. 들국화, 시인과 촌장, 산울림, 한 대수, 너바나, 더 스톤 로지스, 더 버브, 더 디바인 코미디, 모노, 시규어 로스, 비치 하우스, 류이치 사카모토 등이 그렇다. 이즈음의 나는 더 이상 몇몇 음악가를 집중적으로 듣지 않게 되었다. 유튜브의 채널에 들어가 거기 모여 있는 음악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눈을 뜨면 단어는 사라져버린다. 문장은 색과 소리를 잃는다. 나는 늘 그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문장이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면서 쌓이는. 평면의 공간이 아닌. 아주 약간 우묵한 공간에 대해서. 무언가 담겨 있지만 보이지 않는. 파이고 파인 우묵한 그늘에 대해서.” (p.128) - 무언가를 떠올리는 힘, 지금 내 눈 앞에 있지 않은 것을 상상을 통하여 길어 올리는 힘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수영을 배우고 있는 아내는 몸에서 힘을 빼라, 라는 코치의 요구에 매번 난감해 한다. 고개를 크게 갸웃거리며 내게 묻는다. 도대체 그렇게 뺀 힘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이지요? 나는 지금 스스로에게 아내와 같은 물음을 던진다. 내가 잃어버린 힘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이지요? “위안 없는 밤이다. 사물들은 잠들어 있다. 사물들의 어렴풋한 윤곽이 어제의 잔상처럼 어둠 속에서 일렁인다. 눈 감기 전에 보았던 모서리와 모서리들이 서로의 몸 속으로 스미듯 사라진다. 그것들은 고유의 색깔과 형태를 그들만의 비밀 속으로 다시 한번 가둔다. 누구도 보지 못한 점과 선과 면의 세계. 은유의 뼈대. 명료한 구체성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물들은 다시 한번 자취를 감춘다...” (p.203) - 어둠이 깊어지면 실루엣은 희미해지고 구체성은 뉘앙스에게 자리를 내준다. 나는 세상을 상상하는 힘을 아예 잃음과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도 적잖이 잃었다. 보고 듣고 느끼는 힘 또한 희미하다. 나는 그저 틈틈이 책을 읽는데, 그것으로 세상을 향하여 비집고 들어간다. 물론 수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내게는 판에 박힌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제니의 산문집 《새벽과 음악》은 좋았다. 이제니 / 새벽과 음악 / 시간의흐름 / 237쪽 /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