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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초 되풀이하는 일. 새해 계획 세우기.
계획 대로 실천하다가 봄꽃이 필 때쯤 손을 놓게 되는 일은 ‘매일 1시간 독서하기’다. 마음을 다잡고 올해에는 기필코! 작년과 같은 결과가 나올까봐 걱정되어서 ‘일주일에 오일 이상 1시간 독서하기’로 급 변경했다. 탁상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나가고 있다. 아직까진 순조롭다.
다른 계획 중 하나는 ‘연 10회 이상 공연 관람하기’다. 항상 일고여덟 번에 그쳐 안타깝게도 달성하지 못했다. 시간과의 협상에서 밀려 예매했던 공연도 취소할 때가 있었는데, 올해에는 나의 욕구에 더 충실하려고 한다.
공연예술에세이라...... 이런 장르도 있었나? 오페라나 뮤지컬 등의 공연을 소개하는 책은 알고 있는데, 공연예술 + 에세이는 생소했다. 공연 안에다가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아니면 생활 속에 공연 이야기를
영화나 공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최희우 예술에세이 ‘빌리가 있어, 빌 리가 없어’ 표지를 보자마자 빌리 엘리어트가 생각났을 것이다. 발레 공연을 막 시작하는 소년 표지 그림에선 빌리의 열정이 꿈틀거린다. 그림이 단순하고 꼭 필요한 선만 들어가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차례나 목차 대신 ‘PROGRAM’으로 이 책의 구성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이제야 알겠다. 이 책은 공연 페스티벌이다. 이틀에 걸쳐 마련된 공연을 관람하면 되는 거다. 등장하는 캐릭터를 만나면 되는 거다. 앙코르도 있다!(두 번째 날 앙코르 곡이 에디트 피아프가 부르는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인 점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무대의 마지막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빌리다. 맨 처음으로 이야기하여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가 누군지 바로 알려준다. 빌리의 열정으로 똘똘 뭉친 뮤지컬을 관람했었다. 아역배우에 따라 감동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처음 무대에 오르는 한국 빌리는 큰 감동을 주었다. 그 아이가 자라서 발레리노가 되고, 이 책 뒤표지에 추천하는 글을 썼다는 게 더 감동적이다.
“빌리를 보낸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제 무대는 여전히 빌리와 함께였습니다. 마치 전기처럼 내면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빌리의 열정을 닮고 싶었으니까요. 누구에게나 마음속에는 또 다른 빌리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빌리를 찾을 수 있기를.” - 임선우(발레리노)
네이버 검색창에 임선우를 넣었다. 발리레노 이미지를 넘겨보았다. 이렇게 멋지게, 자랐구나. 빌리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더 높이 점프할 거라고 믿는다. 박수를 보낸다.
1부는 빌리를 포함하여 덕출(나빌레라), 카이(피아노의 숲), 경민(호로비츠를 위하여), 루비(코다), 폴라(미라클 벨리에), 라라(비욘드 사일런드), 그윈플렌(웃는 남자) 등의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2부에서는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킴(미스 사이공) 등이, 3부에선 돈키호테(맨 오브 라만차), 모드(해롤드와 모드), 앨빈(라카지) 등이, 4부에선 실레, 김광석, 쇼팽 등이 나온다. 세상이 새롭게 시작할 것 같은, 아니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사랑에 대해서 말하다가 유별나게 달라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화제를 옮긴다.
실존인물에 대해 말할 때는 진중해진 느낌이다. 차분하게 그들의 삶과 예술에 대해 들려주다가 연관되는 오페라나 뮤지컬. 영화, 음악 등으로 안내한다. 소설가 김유정이 친구와 수업 땡땡이치고 극장에 가서 찰리 채플린 영화 관람한 일화, 김소월의 시가 한국 가곡으로 수없이 작곡된 사실이 흥미롭고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랭보다. 유명한 이름에 비해 아는 게 없었다. 천재시인의 생애에 대해 얼마간 이해할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영화와 한국에서 제작한 뮤지컬을 찾아 이해도를 높이고 싶다. 4부 제목처럼 ‘죽어서 영원히 사는’ 캐릭터가 된 랭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마땅한 책이 없으면 성경을 읽곤 하는데, 성경을 제외하곤 이 책이 올해 만난 첫 책이다. 공연예술에세이 ‘빌리가 있어, 빌 리가 없어’를 이상적으로 독서하는 방법! 각 장마다 소개하고 있는 음악을 찾아 감상하면서 여유롭게 읽기! 공연예술에 대한 작가의 열정을 보다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자 마음도 빌 리가 없을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그의 손가락이 역사를 가리킬 때까지 우리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손끝으로, 옷자락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침묵에 가까운, 그러나 소음이 넘쳐나는.” 작가가 타이완 여행중, 타이중에서 만난 청각장애인 남성과 소통하는 장면이다. 남성은 길을 잘못 들어서는 여행자에게 다가가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겨 방향을 알려주고 적당한 곳까지 데려간다. 대답을 못한 사정을 그때서야 알게 된 여행자는 상대 남성이 덜 힘들도록 잡힌 옷자락에 신경 쓰면서 따라간다. 그 시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때 들리던 거리의 소음이 다 음악으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에게 던지는 질문 처음으로 소개하는 빌리와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랭보 중 누구를 더 사랑하시나요? 처음엔 당연히 빌리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을 읽어보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하울이에요. 애니메이션 개봉할 때부터 사랑한 캐릭터인데 이 책을 읽고 더 사랑스러워졌어요. 그래서 더 행복해요.
이 책 참고문헌을 참고하여 ‘매일 1시간 독서하기’에 포함시킬지도 모를 목록 1. 멜빈 버지스, 빌리 엘리어트, 프로메테우스 2.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열린책들 3. 조수미,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제일미디어 4. 리춘신, 마오쩌둥의 마지막 댄서, 민음사 5. 에곤 실레, 나 영원한 아이, 알비 6. 히라노 게이치로, 책을 읽는 방법, 문학동네 7. 이자벨 랭보, 랭보의 마지막 날, 마음산책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공연 참고하여 ‘연 10회 이상 공연 관람하기’에 포함시킬지도 모를 목록 1. 백조의 호수(올해 3월 국립발레단 공연으로 관람할 수 있음) 2. 빌리 엘리어트(4연한다면 다시 관람하고 싶음, 웨스트엔드는 무리) 3.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임윤찬으로 감상? 꿈같은 일!) 4. 웃는 남자(작가 평을 보면 박강현 배우로) 5. 노트르담 드 파리(저도 홍광호 배우 좋아해용~) 6. 맨 오브 라만차(홍광호 배우로 다시 관람하고 싶어용~) 7. 라 트라비아타(오페라 입문하기 적합할 것 같음) 8. 피가로의 결혼(작가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관람하고 싶다고 해서... 얼마나 대단하길래!) 9. 라카지(김다현 배우의 놀라운 연기력을 확인하고 싶어서) 10. 그을린 사랑(작품성으로 봤을 때 엄지척일 것 같은 예감) 11. 바람이 불어오는 곳(뮤지컬 그날들은 관람했음. 소극장 콘서트 같은 뮤지컬은 아직...) 12. 조수미 공연(인생에 한 번은 관람해야지,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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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헛헛함을 경험한 날이 있었다. 온 몸에 힘을 빼고 어깨를 축 늘어뜨려 머리를 헤집는 생각을 비워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날. 곁을 걷던 직장 동료에게 그랬다. '마음이 너무 헛헛하다'고. 가슴 한 가운데가 뻥 뚫려버린 느낌을 그렇게 표현했다. 기운 날 일이 없어 그렇다고 느꼈던지, 동료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요즘 어떨 때 신이 나나요?' 구체적인 답을 얻기 보다 '그런 게 있나요? 그냥 사는 거지' 하고 내 처지와 다를 것 없다고, 그 마음 공감한다는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 헛헛함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동안, 그간 책에서 위안을 받았던 문장들을 떠올리며 기분 전환이 되기를 기대했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몇 개의 단어, 문장만 반복해 되씹어도 안정이 되는데,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조용히 내면을 돌아보니, 안 해도 되는 생각, 아무 근거 없는 생각, 헛된 상상이 나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법은 나온다. 그냥 그것을 멈추면 될 일. 그런데 멈추자는 생각에 꼬리를 물고 똑같은 생각이 이어서 재생이 된다. 마치 머리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무한반복된다.
일생에 한 번쯤은 무대에서 살아볼 일이다. 인생이 결국 무대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될 때 일상은 자못 흥미로워질 수 있다. (6쪽)
삶은 태어나서 죽는 연극과 같다는 말에 가끔 위안을 삼는다. 이러면, 나는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 사는거야! 란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 생각이 좋은 점은, 지금 아무리 아프고 괴로워도 이 또한 내가 겪어야 했던 일이라 여기고 버티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이 나를 괴롭혀도, 아무리 헛헛하고 기운이 빠져도 그저 스쳐지나는 것일 뿐이라 여길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넘기기까지 잠시 잠깐 힘듦의 순간에는 그것이 영원할 것처럼 아프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그렇게 느낀다.
공연 프로그램을 차용하여 구성한 이 책을 읽게 될 당신, 다양한 캐릭터의 결정적인, 격정적인 순간을 함께 하면서 미처 짐작하지 못한 삶의 이면을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시간을 늘려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른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여 삶을 실컷 즐겼으면 좋겠다.(7쪽)
마음이 헛헛해진 순간, 지금 이 순간을 뒤집어줄 뭔가 신나는 게 없냐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을 때 이 책 <빌리가 있어, 빌 리가 없어>를 읽었다. 늘 그랬다. 내게 필요할 때, 그 책이 내게 온다. 헛헛함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할 책이 왔던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책이 저절로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 <빌리가 있어, 빌 리가 없어>란 제목을 읽는 순간, 나는 내 멋대로 내 상황과 책 제목을 연결시켰다. 그래 내 마음이 비었을 리가 없어.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까. 그걸 찾게 되겠지. 이 책 덕분에.
영락없이 거지꼴인 소년의 두드림. 인간을 혐호하는 남자의 거절. 돌아서는 소년의 체험. 자책하다 소년을 들이기로 한 남자의 결정. 이 안에서 희망과 절망이, 삶과 죽임이 같은 크기로 길항하고 있다. (61쪽)
책 속에서 만난 이야기, 문장, 때론 단 하나의 단어에 마음이 움직인다. 살면서 무심히 겪었던 일들을 그것들이 떠올리게 해줄 때다. 맞아 나도 이걸 겪었어! 하는 순간. 수없이 반복했던 희망과 절망의 순간이 이 책에서 인용한 이야기를 통해 내 안에 퍼뜩 스치고 지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한순간의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기를 간절히 바랐던 경험, 실제 기쁨의 순간으로 돌아섰던 아픈 순간들도 느낌으로 소환해낸다. 그런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책 속에 살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항상 같은 거리에서 별을 바라보는 자와 별을 잡으려고 팔을 뻗는 자는 다르다. 어제를 오늘로 되감는 행위에 불과한 일생, 두근거림을 장착하고 살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대답이다.(134쪽)
마음이 헛헛할 때, 기운 날 일이 없을 땐 그저 가만히 있기 보다 무엇이든 해보는 게 좋다. 책을 읽으며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뭔가 빠른 변화를 원할 땐 격렬한 신체활동을 겸해보면 도움이 된다. 지금 상황을 바꾸려면 뭐든 시도해봐야 한다. 아플 때 마냥 아파하기 보다 이 순간을 바꿀 수 있는 그 뭔가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아픈 게 즉시 해결되지 않지만, 그 시간은 단축시킬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뭔가를 시도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된다. 가만히 있기보다 잡지 못할 별이라도 잡으려 팔을 뻗게 되는 것이다.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소녀에게 걸린 저주 마법은 재앙이 아니다. 타인을 향해 고정된 시선을 자기 안으로 돌릴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다.(164쪽)
내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내게 있다. 내가 자주 떠올리는 내 나름의 일상을 살아내는 지혜다. 문제의 책임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여기는 순간,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래서 어떤 문제든 내가 만든 것이고 해법도 내게 있다고 믿으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려놓으면 환경 탓을 하거나 타인을 탓하고 비난하는 일을 멈출 수 있다. 바깥을 향한 눈을 가진 우리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뀔 거라는 기대도 갖게 된다.
'있는'을 '있던'으로 고쳐 써야 하는 그날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했던. 내 생에 가장 눈부시면서도 과거가 그리움의 정서로 도배되는. 그리움의 단층을 보여주려고 김광석의 음악을 소환했고 그 절정에 <그날들>이 있었다.(186쪽)
이 책은 내게 생소한 공연 예술인 뮤지컬이나 오페라 그리고 조금은 익숙한 영화, 음악, 미술, 책으로 여러 분야를 오가며, 우리 삶의 이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술 분야가 낯선 나로서는 작가가 소개한 작품들에 조금 익숙해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같은 제목을 단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 광고가 눈에 띈다면, 관람 예약 버튼을 누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가끔, 헛헛해지는 마음을 다른 방법으로 채워보려는 시도를 나라면 분명히 할 것 같다. 나를 유혹할 작품은 분명 이 책 속에 있을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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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팬입니다. 제가 뮤지컬 배우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제가 뮤지컬 무대를 관람하게 될 줄도 몰랐네요. 영화 티켓 가격도 부담스러워지는 요즘, 뮤지컬은 큰마음 먹지 않으면 쉽게 접할 수 없잖아요. 그래도 가끔 나를 위해 결제합니다. 나에게 성실하고 싶기 때문에.
그의 팬이 된지 1년쯤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토니 역을 맡은 배우에 쏙 빠졌어요. 마리아가 된 것 같았어요. 투나잇을 따라, 아니 함께 부르고 있었어요. 소리를 내지 않고 입으로만 불렀어요.
그가 왜 좋은지 잘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희우 공연예술에세이 [빌리가 있어, 빌 리가 없어]를 읽고 나서 알았어요. 무대에서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제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을. 지은이는 투명하면서도 단단한 음색이라고 쓰셨는데,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을 대폭 확대했다고 극찬하신 뮤지컬 웃는 남자를 아직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꼭 박강현 배우님이 출연하는 날짜로 예매해서 보고 싶네요.
십 대 청소년일 때도 가수 한 번 좋아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화가 에곤 실레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소프라노 공연 관람 내용 읽고 한참 웃었어요. 제 맘이 딱 그랬어요. 손이 두 개밖에 없어서 미안했다니까요. 열 개라면 다섯 배로 커다란 박수를 보내줄 수 있잖아요. 잡념을 모두 던져버리고 무대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해요.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박강현 팬입니다.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 못했어요. 생활이 아니라 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를 좋아해도 소심한 아줌마는 대놓고 말하기 어려웠어요. 이제는 말하려고요. 내 지인들이 박강현 나오면 바로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이 책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어요. 당당하게 표현하면서 살아가게 힘을 주는 에세이... 첫장부터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내게 있어 가장 멋진 뮤지컬배우는 앞으로도 맡게 될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낼 것이고, 저 역시 변함없는 팬으로서 훌륭한 관객으로 남아 있을 거예요. 두 번째 공연예술에세이에서도 박강현을 읽을 것 같아요. 저와 같은 독자가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요.
영웅에서 안중근을 연기하신 정성화 배우님도, 그날들에서 이무영을 연기하신 오종혁 배우님도 읽을 수 있어 정말 반가웠어요. 관람했던 뮤지컬이 추억 안에 잘 정돈이 되었네요. 빌 리가 없어라는 책제목의 의미가 다 읽고 나자 다가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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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내내 빌리가 다가와 귀에다 대고 종달새처럼 속삭인다. 그래 그래, 공감이 되고, 아! 감탄이 절로 일어나 읽다 보니 어느덧 책의 끝머리에 나의 눈이 머물러있었다. 빌리는 내게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격정의 시간이 되는 구절을 발견했다. 익히 알고 있는 "라트라비아타"를 분석하며 '파리를 떠나며'와 '축배의 노래'의 비교다. "와우" 함성이 나온다. 어쩜 이렇게 꼭 맞는 옷처럼 표현했을까? 두 노래가 대조를 이루며 기쁨과 고통의 농도가, 삶과 죽음의 무게가 결국 같아진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음표마다 간절함이 스며있다는 표현으로 이끄는 것은 감탄이 된다. 빌리가 이번엔 "미스 사이공"으로 안내한다. 아주 오래전 구월의 어느날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야외 무대로 기억된다. 푸른 가을하늘이 저물어 가고 붉은 하늘이 밀려올 때 쯤 대형 스크린과 오케스트라연주와 함께 만났던 "미스 사이공", 주인공 킴의 그리움과 기다림은 한자락 가을 바람되어 오늘도 내 곁에 남아 있다. 아마도 작가와 비슷한 때에 관람했던 모양이다. 옷자락이 몸에 달라붙을만큼 더운 날 판소리를 들어봤다. 티비나 영화를 통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귀가 호강하도록 생으로 들어본 것이 처음이다는 말이다. 최희우 작가가 글에서 언급한 판소리 "춘향가"바와 같이 신명난다. 한 작품, 한 작품이 기억을 끄집어 내는 묘한 재주를 작가는 지녔나 보다. 때와 무대, 출연자에 따라 작품은 저마다 다르게 읽혀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떻게 "레터스투 줄리엣"과 연결했을까? 작가의 뛰어난 감각에 다시 환호를 지르게 된다. "맘마미아"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나고 이탈리아로 달려가고픈 마음을 누르느라 애썼던 기억이 있다. 한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어느새 내 시간은 과거를 거슬러 현재에 도착해 있다. 이제 다시 미래를 향해 본다. 머리가 희어지고 주름이 깊이 파인 여인이 어느 봄날에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떠올릴 "빌리가 있어, 빌 리가 없어. 그때를 기약하며 이 순간들에 분명한 차이를 두어야 겠다. 별을 바라다만 볼 것인지, 팔을 뻗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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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그만두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제목을 보며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해 책을 펼쳤다. 런던에서 시작된 내 안의 빌리를 찾는 여정. 공연을 가기 전 설레는 마음부터 끝나고의 여운, 다시 찾은 재회와 이별, '첫' 만남의 회상까지. 이 도서에서 공연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발레, 피아노, 뮤지컬, 오페라. 판소리와 애니메이션, 연극과 그림까지. 모든 장르를 내가 이해할 수도, 느낄 수도, 잘 할 수도 없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와 주인공의 마음을 느끼고 배우며 잘 알던, 조금이나마 알던, 아예 모르던 것을 깊게, 잘 알게, 조금이나마 알고 싶어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출발하여 영국과 스페인을 지나,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다시 한국. 여행을 돌아온 후 내 마음은 빌 리가 없는, 가득한 나만의 빌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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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형식부터가 신선하다. 전에 읽었던 책과는 확연히 다른 속도도 다가와서 색다른 감흥을 남기네요. 발레, 오페라, 뮤지컬, 연극, 판소리 등의 공연과 영화를 저자의 경험과 버무려서 마치 폴락의 추상화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 오래 간직하고 깊어 첫 장부터 다시 펼칠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