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작가의 단편 4편과 중편 1편을 모은 선집이다. 내면을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친한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의 내면을 다룬 『점쟁이』는 카드점을 봐주는 이탈리아 점쟁이 여자의 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두려움과 불안, 초조한 감정으로 불륜에 빠진 아내의 남편인 절친의 편지를 받고 향하면서 그가 느끼는 감정들과 점쟁이가 들려준 말을 믿고 향하는 발걸음은 대조적이다. 시기와 원한의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으니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점쟁이의 말을 기억하게 된다. 들어도 듣지 않고 들리지 않는 말이 있다. 듣지 않았던 이유와 듣고 싶은 말만 들었던 그에게 일어난 사건과 그녀에게 일어난 사건을 짧은 소설로 들려준다. 간교하고 예리한 눈을 지닌 점쟁이가 볼품없는 낡은 가구들과 어두운 벽에서 생활하는 궁핍한 분위기를 주시하게 된다. 카드점이 맞았다면 점쟁이가 그러한 환경에서 살았을지 의문을 가지면서 읽게 된다. 점쟁이를 찾는 무리가 존재하는 이유도 소설의 두 남녀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낡은 미신 같은 것이 솟구치는 이유는 불안과 초조가 내면을 장악하면서 시작되는 것을 두 남녀를 통해서 보여준다. 햄릿은 호레이쇼에게 말했다. 하늘과 땅에는 우리의 철학이 꿈꾸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고 7 그녀는 자신이 햄릿을 지나치게 평범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그에게 이 세상엔 신비하고도 진실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8 햄릿이 말한 대화를 주워 담는다. 평범하게 이해하는 것들을 더 깊게 이해하도록 이끄는 이야기이다. 단편 소설이지만 작가가 표현하는 점쟁이 집의 분위기와 점쟁이의 카드점이 두 남녀의 운명과도 연결된다. 신비하고도 진실한 것이 두드러진다. 두 남녀는 얼마나 이해한 것일까. 진실한 것의 제대로 응시하지 않았고 외면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단편소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익명이 첫 번째 편지는 경고였지만 무시한다. 그리고 마지막 익명의 편지는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는 다시 무시해버린다. 멈추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을 무시하면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인간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하나씩 열거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브라질의 대문호라는 사실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기생적 사고를 모두 부인하는 그가 미신을 거부하였는데 불안과 초조한 감정에 질식하면서 다급하게 찾은 곳은 점쟁이의 카드점에 운명을 맡기는 상황을 보게 된다. 죽음이 코앞에 우뚝 서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을 이야기한다. 친한 친구를 기만한 두 남녀의 카드점을 뽑아보면서 다시 소설을 이해하게 된다. 첫 번째 익명의 편지와 마지막 익명의 편지는 경고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기만당하는 사람이 진실을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준비되지 않았는데 상황이 종료되어버린다. 당겨진 것이 무엇인지는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회초리』 소설도 강하게 강타한다. 의욕도 없고 아주 유약한 대부라는 인물과 대부의 연인인 과부라는 여인도 주목하게 된다. 신학교를 도망쳐서 나온 아이는 갈 곳이 없다. 대부의 연인의 집을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면서 그가 목격하는 어린 흑인 소녀가 당하는 어려운 상황들을 보면서 다짐한 것과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보여준다. 여인에게 회초리로 맞았던 흔적들이 남겨진 어린 흑인 소녀를 보았지만 결국 그는 어린 흑인 소녀를 때리는 회초리를 가져다주는 상황이 된다. 종교란 무엇인지 소설에서도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강요당하는 신학교 학생과 강요하는 아버지, 도와달라고 하지만 도와주지도 못하는 대부의 모습과 어린 하녀들에게 포악하게 벌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종교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신을 찾는다. 신을 부른다. 신의 은총을 무수히 받고자 하는 종교인이다. 한 손에는 종교가 있지만 다른 손에는 회초리를 들면서 주인과 종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한가롭게 카드놀이나 할 궁리나 하면서 노예는 어린 나이에 불안과 초조함으로 하루를 견디면서 웃음조차도 자유롭게 웃지 못하게 한다. 웃을 권리, 자유로울 권리를 박탈당한 어린 흑인 소녀는 노예로 삶을 살게 된다.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폭력의 흔적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흑인 소녀의 이름조차도 작가는 언급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모두가 이름이 존재하지만 흑인 노예들은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가 노예를 어떻게 대하였는지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이름조차도 사치스러운 어린 노예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인들은 모두가 흑인이다. 소설은 이 사회와도 접목한다.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는 정교하게 노동 사회를 더욱 옥죄면서 노예로 사용한다.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보지만 희미하여 보이지도 않는다. 신학교에서 도망친 아이의 외침은 어른들에게서 무참히 훼손된다. 종교인이 된다는 것은 인간적인 관점이 아니다. 소설에서는 모두가 본성을 버리지 않고 신을 찾는다. 한 손에 회초리를 들고 있는 종교인은 아닌지 우리들에게 질문하는 소설이다. 아이러니, 모순, 부조리를 작품들을 통해서 매만지게 된다. 친구의 얼굴에 꽃병을 내던져 깨뜨릴 수도 있는 인물 31 신학교에서 도망 친 아버지는 어떤 인물인지도 알아야 한다. 친구의 얼굴에 꽃병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포악한 본성을 그대로 지니면서 자신의 아들을 신부로 만들고자 하는 종교인이다. 종교는 희생을 요구하지만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고충을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다. 유약한 대부조차도 한 손에 회초리를 들고 다니는 가짜 종교인이다. 회초리로 누구를 때리고 있지 않는지 종교인들에게 말하는 작품이다. 『도둑 신부』 소설에서 대학을 "앞으로 골반이 절대 움직이지 않도록 척추를 녹여서 딱 붙여 버리는 곳" (47쪽)이라고 표현한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이 보인다. 종교가 전쟁, 노예로 경제적 부를 획득하였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사랑을 찾고 싶지만 사랑의 온기를 찾기가 힘들었던 이유가 선명해지는 소설이다. 작가가 소리 높인 목소리가 무엇인지 짧은 소설의 제목에서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다. 무수히 많이 손을 바라보게 한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게 하는 소설이다. |
|
1. 「점쟁이 (A Cartomante)」 ["먼저 당신이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지를 보게 될 겁니다. 당신은 지금 무척 두려워하고 있군요." (p.20)"] 카밀라는 절친한 친구 비렐라의 아내 히타와 불륜 관계다. 카밀라에게는 오랜 우정보다 한순간 불타오른 사랑이, 히타에게도 결혼이라는 형식적인 사랑을 넘어 떳떳치 못한 진짜 사랑이 더욱 소중했다. 하지만 친구와 남편을 속이고 몰래 하는 사랑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사랑 앞에 덜컥 겁이 난 두 사람은 점을 통해 자신들에게 일어날 일을 그려본다. 불안해진 감정을 점에 의탁해 진정시켜 보려는 시도일까? 그런다고 해서 욕망이 이성을 이길 수 있을까?
2.「회초리 (O caso da vara)」 [다미앙의 영혼도 밤이 되기 전에 또다시 침울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매 순간 그는 창살을 통해 밖을 살펴보았지만 그때마다 풀이 죽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p.35)"] 신학교에 다니던 다미앙은 이런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 불같은 아버지가 반대할 게 뻔하지만 다미앙은 어떻게든 신학교를 벗어나고 싶다. 그는 히타라는 여성의 지위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허나 생각대로 일이 매끄럽게 흘러가진 않는다. 루크레시아라는 어린 하녀가 주인인 시냐 히타에게서 매를 맞는다. 하지만 루크레시아는 별 잘못도 하지 않았고, 다미앙이 나선다면 해결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놓인 처지와 마음 속 양심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3.「자정 미사 (Missa do Galo)」 ["벌써 시간이 됐나 보죠?" 내가 물었다. "물론이죠." "자정 미사 갑시다!"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반복해 들렸다. "가세요, 어서 가세요. 기다리게 하지 말고. 내 잘못이네요. 다녀와요. 내일 만나요. (p.51)"] '나'는 공증인 메네지스 씨네 집에서 신세를 진다. '나'의 사촌과 첫 결혼을 했던 메네지스는 재혼을 해 콘세이상 부인과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남편과 헤어진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외박을 해서 공공연하게 사랑을 나누고 오는 메네지스지만, 콘세이상 부인은 알고도 모른 척 한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나'는 콘세이상 부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키워간다. 자정 미사에 참석하기로 약속했지만 사랑하는 콘세이상 부인과 늦은 밤에 나누는 은밀한 대화 때문에 미사는 뒷전이 되어 버린다.
4.「유명인 (Um Homem Celebre)」 [작곡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거부도 없이 그의 손가락은 음표를 뽑아내고, 그것을 흔들어 서로 연결했다. 마치 음악의 신 뮤즈가 곡을 만들고 때맞춰 춤을 추는 것과 같았다. (p.60)] 야회에서 자신이 작곡한 폴카 곡을 연주해달라고 부탁받은 페스타나. 어쩔 수 없이 연주하는 자신이 마뜩치 않는다. 그러다가 집에서 마치 신들린 것 같은 연주를 이어나가고 도취에 빠져 그는 새 폴카 곡들을 완성한다. 카드리유나 폴카 같이 유럽에서 인기 있는 곡을 작곡한 브라질 음악가. 그는 충분히 인정받을까? 예술가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정 욕구가 창작열을 넘어버리면 예술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5.「정신과 의사 (O Alienista)」 ["문제는 과학적이란 겁니다. 과학은 새로운 이론을 다루는 것이고, 그 첫 번째 사례는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는 이론과 실천을 내 안에서 결합하고자 합니다." (p.156)] 이 책의 표제작이자 앞선 단편 4개보다 분량도 긴 중편 소설. 브라질 작가 마샤두 지 아시스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총 13장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시망 바카마르치 박사가 이타구아이시에 정신병원을 건립하며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다. 의사인 바카마르치는 정신병원을 이성과 광기를 구분하는 공간이라 여긴다. 모든 연구와 판단은 과학에 근거한다. 근대가 중세를, 문명이 야만을, 합리성이 비합리성을, 과학이 종교를 집어삼키고 대체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작중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기준은 과학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자의적인 판단이 되어 버린다.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날이 갈수록 늘어가다가 결국 박사를 향한 존경심이 모든 걸 덮는다. 소설에서는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았던 '바스티유 감옥'이 언급되지만, 벤담과 푸코가 주장한 판옵티콘이 머리에 그려진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이른바 '근대성의 규율' 그리고 그 속에서 저항했다가 꺾인 이타구아이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아닐지. 바카마르치 박사는 이성과 광기, 합리성과 비합리성, 과학과 맹신이라는 상반된 가치가 결국 동전의 양면임을 일깨워 주는 인물이자 작가이자 결국 우리 독자 자신 같기도 하다.
*. 빛소굴 출판사에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
마샤두 지 아시스(지음)/ 빛소굴(펴냄)
우린 때로 멀쩡한 한 사람을 '바보' 만들어 우리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곤 한다. 집단 이기주의다. 민주주의의 병폐.....
메이저급 출판사, 대형 출판사, 오랜 역사를 거진 출판사들 내가 아는 출판사 이름 중 가장 예쁜 이름 빛소굴...... 빛소굴의 페이지터너스는 매번 놀랄 감동이 있다. 보리스 사빈코프의 《창백한 말》을 시작으로 총 여덟 권의 소설이 출간되었는데, 매번 느끼는 점 솔직히 적어보면? "우와 이런 작가가 있었나? 나는 왜 이제 알게 되었을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라는 생각!!!!
미사두 지 아시스 작가의 소설은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우리 사회 민낯을 꼬집고 깨문다. 읽다 보면 아프다.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진실이니까......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느리다. 그러나 마침내 밝혀진다......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은 불가능에 대한 싸움, 인간에게 유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꿈꿀 수 있어, 인간만이 억압하지 않는 몽상 속에 잠길 수 있다. (역자 후기에서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님의 문장을 인용 )
내가 아는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 정도? 브라질 문학,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을 거의 접해본 적도 없거니와, 이런 오싹 소름 돋는 감동도 처음인 것 같다. 《동 카즈무흐》의 작가 마샤두 지 아시스. 그는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식민지 시절 혼혈아로 태어나 계모의 손에 자랐다. 인종적, 사회적 열등감을 지는 활자연습공으로 일하며 독학으로 신문기자가 된다.... ( 작가 소개 글에서 단지 여기까지 읽었을 뿐인데도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
《점쟁이》 《정신과의사》등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럴 때 보통 한두 편 줄거리 및 작품 소개를 하는 편인데, 오늘은 쓰지 않을 생각이다^^ 이 작가는 마치 칼을 두른 듯하다. 불공평한 삶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인간의 추한 민낯을 직간접적으로 소설 속에서 처절히 응징한다.
친구의 여자를 사랑하는 카밀루, 그런 카밀루와 사랑에 빠진 히타....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 다미앙... 과학은 모든 슬픔을 닦아주는 형언할 수 없는 선물이라던 시망 박사는 결국 자신이 만든 카자 베르지 병원에 결국 수용되고 만다........
문장으로 때리는 느낌을 아시는지?? '공포는 날로 더해갔다. 이제는 누가 멀쩡하고 누가 정신병자인지 알 수 없다'라는 소설 속 문장에 그랬다. 결국 이 거대한 정신 병동(우리 사회)을 살아가는 지극히 멀쩡? 한 우리 개개인에 대한 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가는 정신 차리라고 말했다. 우리들에게...... (멀쩡한 존재는 과연 누구인가?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하마스 vs 이스라엘???? 아니면 어린 아이들이 추위와 공포속에 총알받이가 되는 것을 뉴스로 영상으로 보는 나일까....)
덧. 오늘 리뷰는 짧게 줄입니다. 브라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뭔가요?^^ 단연, 축구일까요?ㅎㅎㅎ
#정신과의사, #빛소굴, #페이지터너스, #마샤두지아시스, #이광윤옮김, #브라질문학, #라틴아메리카문학, #짧게쓴리뷰, #중단편소설집
|
|
마샤두 지 아시스의 대표 단편 4편과 중편 1편을 모은 책입니다. 이름이 낯설죠? 브라질에서는 유명한 작가인 것 같습니다.
「정신과 의사」를 비롯해, 단편 「점쟁이」, 「회초리」, 「자정 미사」, 「유명인」을 모은 얇은 책이에요. 처음엔 「정신과 의사」 한 편인가 싶었는데 이어지는 내용이 아닌 단편들이었어요.
책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을 보여줍니다. 친구의 아내와 부정을 저지르는 「점쟁이」, 신학교를 벗어나려는 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회초리」, 사촌의 아내가 결혼했던 집에 들어가 살게 된 사춘기소년의 아찔한 경험을 담은 「자정 미사」, 페스타나라고 불리는 한 작곡가의 음악 이야기인 「유명인」. 그리고 이타구아이시의 시망 바카마르치 의사로 인해 벌어진 이야기 「정신과 의사」.
주변에 찾아보면 있을 듯한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소설에 등장시켜 써내려가는 작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어리석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나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기도 하고, 작곡을 위해 고뇌에 빠져 죽기도 하는, 또한 자신의 이념과 소명에 지나치게 빠져들어 마을 사람 전체를 정신 병원에 감금해 그들을 통해 실험과 이론을 집대성 하려는 정신과 의사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 같은 것을 끝까지 지키는 것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 다른 면에서는 평범함을 보여주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아이러니였음을 알려주는 듯해요.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표제작을 포함한 중단편 소설 다섯 작품이 실린 마샤두 지 아시스 선집이다. 실린 작품 모두 인상적인데, 다섯 편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잘 것 없는 우월감, 알맹이 없는 허위와 허세, 의미 없는 미사여구, 사악한 칭찬과 찬사, 위장된 겸손, 이성, 그리고 광기와 폭력.
이 선집에서 압권은 표제작인 중편소설 <정신과 의사>다. 이 소설에서 모순은, 애초에 시망 바카마르치 박사가 목적한 것은 이성과 광기의 경계를 구분짓는 것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인간의 이성을 믿지 않는 듯 보인다. 인간은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중의 차이일 뿐 대부분은 광기가 있으며 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혔다. "인간 이성을 마비시키는 바스티유 감옥" 이라는 표현 역시 역설의 의미를 담은 건 아닐런지.
사이사이 공포스럽기까지 한 소설들을 다 읽은 후 되짚어봤다. 19세기 중후반,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현재의 세계 어느 도시든 큰 괴리가 없다. 폭력을 단죄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고, 부정한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개의치 않는다. 정직과 성실의 가치는 시대착오적인 구습으로 치부된다. 얄팍한 술수와 비겁함이 경쟁력으로 포장된다. 우리가,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 사회가 '카자 베르자 병원' 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 출판사 지원도서 |
|
“공포는 날로 더해갔다. 이제는 누가 멀쩡하고 누가 정신병자인지 알 수 없었다.“ 브라질에서 태어나 선천적으로 말더듬증과 간질병을 앓았던 저자. 사회적 차별을 받으며 열등감에 시달렸지만 인쇄소와 서점 등에 일하며 다양한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의 독창적인 문체가 수많은 브라질 작가들에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데 국내에 번역된 작품으론 <정신과 의사>가 처음이다. 5개의 단편을 담고 있으며 특히 책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작품 <정신과 의사>가 인상적이다. 마을에 최초로 정신병원을 세우며 다양한 환자들을 입원시키는데 종래에서 누가 환자이고 아닌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숫자가 입원하게된다. 광기 어린 의사의 실수인지 의학적 연구에 집착하는 전문가적 모습인지…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누가 환자이고 아닌지 헷갈리면서 우왕자왕하게 될 무렵 끝나는 작품이다. 거짓말을 퍼뜨리거나 그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람까지 입원시킬 정도였으니 마을 사람들이 겁을 먹는 것은 당연할 듯. 마지막엔 의사의 아내까지 입원시켰으니 진정 의사가 미친것인지 의학적 연구 이외의 의도는 없는 것을 나타내는지… 1800년대 후반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현대사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조금 놀라웠던 작품. |
|
국내에서는 이름이 다소 낯선 작가이자 출간된 작품이 많지 않지만 이미 유명한 작가들인 살만 루시디를 비롯해 수전손택, 우디앨런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저자의 단, 중편으로 구성된 선집이다.
총 5편의 작품들은 인간들의 본능과 욕망, 이성과 광기의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학과 아이러니를 표방하며 보여주고 있다.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 점쟁이의 말을 믿는, 아니 믿고자 하는 희망 섞인 감정은 들통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달콤한 말로 들리지만 이는 결국 자신들의 욕망이 이성을 앞서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결과는 끔찍함을 드러낸다.
또한 이것이 분명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말로써 의지 실천을 드러내고 보고자 했던 '회초리'의 다이망은 또 어떤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자신 앞에서 회초리를 무서워하는 어린 소녀를 구제하지 못한 채 그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 스스로 무릎을 꿇은 인간의 나약함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지장미사'나 '유명인' 작품도 좋았지만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책 제목이기도 한 '정신과 의사'다.
읽는 내내 이성과 광기, 과학과 종교란 두 가지의 길을 통해 누가 정상인이고 정신이상자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시망 바카마르치 의사가 이상과 광기의 구분을 짓기 위해 정신병원을 설립하고 과학에 근거한 연구를 하면서 마을에 정신이상자를 수용함으로써 본연의 목적을 이루는가 했지만 점차 정신이상자의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그의 판단에 의해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준선마저 정신이상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통해 거의 모든 사람들을 병원에 수용하는 과정은 공포 그 자체다.
반기를 든 사람들 또한 선의의 행동에 나서지만 점차 권력의 우위에 서려는 또 다른 야망을 보임과 동시에 자신의 명예를 이루고자 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킨다.
우습게도 이 작품은 선의의 행동이 결국 한 마을을 독재정치, 전재정치처럼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절차가 이루어진다는 아이러니 연속의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 실로 허망한 헛웃음이 나오게 한다.
이카구아이시 시에는 단 한 명의 정신병자가 없다는 그 진실이 전해주는 씁쓸함과 박사 자신 또한 스스롤 걸어 들어간 결과물은 누가 정신병자이고 아닌지에 대해, "이성을 마비시키는 바스티유 감옥'이라고 말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단. 중편만이 주는 간결함과 냉소적이면서도 해학이 깃든 유머들이 담긴 작품들, 브라질 문학만의 정수가 깃든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