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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의 역사
조선왕조 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경성의 상업(1권)과 광복과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움튼 산업(2권) 부제는 상업의 역사라 하기에는 일천했고,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졌던 상업(금난전권), 상업계, 상계의 역사는 껍질의 밖이었다고 지은이 박상하는 말한다.
지은이는 1권에서 한·중·일 동북아의 삼국에서의 상업 발전 단계를 눈여겨보면서, 왜 조선에서 상업이 부흥하지 못했는지, 당대의 상업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왜 상업이 번성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을 살핀다. 2부에서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 후 혼란 속에서 움튼 산업을, 이병철의 삼성과 정주영의 현대, 그리고 10대 재벌, 2부의 이야기는 꽤 알려진 것들이라, 한중일 삼국의 상업활동에 관한 인식을 들여다 본다.
중국의 유명한 역사서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는 화식(貨殖)열전이 실려있다. 열전이란 여러 사람의 전기를 차례로 벌여놓은 책이란 의미다. 화식은 재물을 늘린다는 뜻인데 상경(商經:상업의 교리, 성업에 관한 성인들의 글, 이른바 상업에 관한 경전)으로 친다. 일본을 경제 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불멸의 상경은 시부사와 에이치의 <논어와 주판>이라고, 공자는 결코 화식, 상업을 부자가 되는 것을 나무라지도 폄훼하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사농공상의 질서
상업, 상행위, 화식, 아무튼 재산을 늘리는 것은 절대 좋지 않은 일이며, 군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조선,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상인은 계급 위계의 맨 아래에 놓았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강령은 땅에 씨뿌리고 땀 흘려 김을 매고 수확하는 생산이 윗길이었다. 쌀이 이 사람 손에서 저 사람 손으로 옮겨주고 이문을 챙기는 짓은 비루하다는 것이다.
생산 이외의 부가가치를 낳는 활동은 이른바 기생충처럼 남의 피를 빨아먹는 짓이라고 본 것이다. 조선 시대를 통해 상업을 규제했던 ‘억말무본’ 즉, 상업활동은 백성들을 간사하게 만들뿐더러 숭유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성리학의 교화에도 어긋난다고 보았다. 이는 일본의 에도 막부에서도 같은 인식이었다. 임진년 조선 정벌에 합류했던 고니시 유키나가는 오사카의 상인 집안 출신이다. 오다 노부나가의 뒤를 이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하급 무사 출신으로 가벌도 문벌도 없는 그야말로 나 홀로 성공한 사례다. 그에게 필요한 경제력의 바탕은 상업장려를 통해 얻은 것들이었다. 아무튼, 17세기 일본의 사회 신분질서는 사농공상이었다. 상인에게 부정적이었던 사무라이, 바쿠후는 유력 상인들의 집 안을 감시하는 오염된 진흙과 방까지 두면서 상인들의 검소한 생활을 강제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지배질서의 유지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런 역사적 맥락의 고려는 하지 않고 삼국이 모두 불교와 유학에 영향을 받았는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상업을 장려했고, 조선은 그렇지 못했다고는 평한 대목은 의아스럽다. 지은이는 상업활동의 경전, 즉 상경을 중국의 기원전에 쓴 사기 속 화식열전으로 봤고, 일본의 그것은 1840년에 태어난 시부사와 에이치가 쓴 이른바 한 손에는 논어를 또 한 손에는 주판을, <논어와 주판>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이라면 조선의 거상 임상옥의 계영배가 상경이 아니겠는가, 넘치지 않도록 늘 경계하라는 것이다. 조선 시대 소설 허생전에서도 상업과 유통의 폐해를 지적하면서도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결국, 조선에서 공식적으로 허용된 상업활동은 육의전, 보부상과 개성 상단, 평양 상단, 의주 만상, 동래 상단(전국 4대 상단)은 사농공상의 질서 속에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조 선상 계를 이끌었다. 이것이 조선 상계의 참모습이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조선 말기의 사회는 대다수 남성은 ‘양반’이었다. 계급 질서가 무너졌다. 사농공상의 질서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대한제국, 한일병탄, 일제강점기의 상업활동, 민족자본, 독립자금, 이때 출현한 기회주의자들 삼성의 이병철. 해방공간에서 광주고속을 만들었던 박인천, 도립대학이던 조선대학을 꿀꺽 삼켜버린 박철웅, 이들은 조선 시대 임상옥이 말한 ‘상인 정신’은 상자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이들이다. 상인에게 귀한 것은 물건이 아닌 사람이라는 점을….
지은이는 불행하게도라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역사에선 이 같은 상경이 없다. 율곡과 퇴계가 남겼다는 무수한 저서 속에도, 개혁 군주의 아이콘 정조의 많은 어록에서도,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의 책 곳간에서도, 문·사·철의 일체를 추구한다는 조선 선비의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11쪽)
“우리는 왜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라고 해서 부유한 자가 되어야 한다고 외쳤던 역사가 없었는지 안타깝다. 2천 여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과 같은 19세기 만이라도 누군가 그 같은 상경을 써내고 널리 읽혔다면, 우리 역사는 또 어떻게 흘러갔을까?” (12쪽)
이 글은 조선 시대에 적어도 19세기 말이라도 상업에 눈을 뜨고, 이윤추구를 나쁜 짓이 아니라고 장려했어야 했는데라고, 적어도 이렇게 읽힌다.
자, 보자 조선초 태조, 태종조에 걸친 이들 하륜도 세조의 신하가 된 신숙주 등 유학이든 뭐든 조선의 대표주자들의 상당수가 고리대금업자였다는 사실을 아는지, 상업보다 더 윗길인 금융업에 손을 댄 것이다. 율곡과 퇴계는 성리학자다. 상업을 부정적으로 본 사람들인데, 그들에게서 상업을 권하는 서책을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들은 조선의 지배층이었기에, 양반은 지주였기에, 이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군사력을 움직일 돈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다.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고 했지 않았는가, 지배층에 가난이란 청빈한 삶이었다. 즉, 이들은 각각의 처지가 달랐기에 가치도 전혀 달랐던 것이다. 이들에게서 “상경”을 찾는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상업활동 현상을 보는 것인지, 상업과 상인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보는 것인지, 책을 읽는 동안 계속 헷갈린 대목이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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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나라, 세계적으로 이름높은 굴지의 대한민국 기업들이 존재하는 현대의 모습과는 다르게, 소위 조선과 대한제국에 이어 일제시대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근대의 상업의 모습은 분명 역동적이고 주체적인시장 (경제) 와는 다른 길거리 장터에 가까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근거로 마주해보면 비록 시대상 빈약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속의 사람들의 생활 또는 생계의 수단이라는 매우 (민생에) 밀접한 부분에 더개 많은 상업의 발현을 알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고물상, 땜장이, 보부상 구두닦이와 같이 그 나름의 필요성과 개인기술의 가치를 팔았던 모습과는 달리 이후 사람들이 저마다의 근대 시대에 걸맞는 기업의 역사를 만들어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주장이 가능했던 것은 이렇게 다양한 자료를 모으려 한 저자의 노고와 함께, 그 시대상을 계승하고 또 발전한 상업의 모습 등이 현대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속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당시의 삶 등이 비록 넉넉하지 못하고 각박하여도, 이후 한반도의 상업의 중추 '역활'을 이해하는 것으로 인하여, 독자들은 아마도 비교적 정체되지 않은 시대의 모습, 그리고 나름 익숙한 형태의 사회에 대하여, 대단히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것이 본래 상업의 첫 걸음은 '유통'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흔한 과자나, 헌옷, 그리고 땔감과는 다르게, '여느 상품을 길거리에서 판다는 것'은 그 나름 원료와 가공 그리고 유통의 과정에서의 접점이 이루어지고, 또 그에따르는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중간과정보다는 생계의 최전선에 나선 인간과 기업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사회 전반의 독특한 모습과 '사고방식'을 소개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
본래 이 책의 제목에서 보여지듯 상업의 역사란 작게는 거리속에서 일어난 현상과 모습, 그리고 사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를 일이다.
때때로 작은 구멍가게부터 이후 여러 산업을 대표하는 다양한 기업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오늘의 눈높이에도 어색하지 않은 자본.산업 등의 마인드로 바라보려는 것은 그것을 접하는 여느 독자들에게 과연 어떠한 감상을 남기게 될까? 이에 나는 마지막으로 하나된 역사관이기도 한 좀더 다양한 시선에 기댄 기록의 한 면을 접하는 것으로, 그 나름의 질문과 흥미, 그리고 재미의 감정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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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데 장사만한게 없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부를 축적하는 지름길은 사업이나 장사같은 상업에 종사하는 일이다. 상업의 발달은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데도 필요하다. 하지만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은 상업은 백성들을 간사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상업에 종사할 경우 농업의 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억제했다. 조선의 신분서열인 사농공상의 맨 밑바닥에는 상업이 있었다.
이 책은 조선에서 유일하게 허락한 종로의 육의전 이야기부터 외세의 압력에 굴복해 개항을 하면서 상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일제강점기 때까지의 상업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은 제법 두툼하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그것은 저자가 상업의 역사적 사실만 다룬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인이나 일반 백성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재미있으면서도 현실감있게 표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중에 우리가 흔히 장돌뱅이라고 일컫는 보부상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보따리나(보상) 지게를(부상) 이용해 각종 상품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팔았던 행상이었던 보부상은 조선시대 천시받던 상업중에서도 가장 밑바닥 서열이었을 것이다. 보부상은 작은 이익을 위해 산을 넘고 물을 건넜으며 그 과정에서 산적등에게 목숨까지 잃을 각오를 해야만 했다. 외지에서 병들어 쓸쓸하게 죽는일도 있었고 장기간 집을 비운탓에 부인이 외도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처지가 모두 같아서였을까? 보부상은 강한 결속력을 가진 보부상단을 만들었다. 일종의 이익집단을 만든 것인데 문제는 보수상단이 중요한 변곡점에서 사회개혁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정권에 충실히 협조했다는 사실이다. 보부상단은 전봉준의 동학농민전쟁에 맞서 조선의 관군을 도와주었다. 왜 가장 힘없는 자의 설움을 잘 알고 있던 보부상단은 정권의 편에 섰을까? ‘을’이 ‘을’에 대척했던 부분은 아쉽다. 어쩌면 보부상단은 이익집단으로서 원할한 상업활동을 위해 정부와 대척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이익집단이 자신의 이익에만 매몰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행해 진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뒤이어 책에서는 홍경래의 난을 진압하는데 있어 관군에게 군량미와 전쟁비용을 조달한 의주 만상 임상옥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둘의 인연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소설 한 권을 써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에는 가정은 없다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을 느끼는 지점들이 있다. 만약 임상옥이 홍경래의 편을 들어 반란에 가담했다면 역사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을까?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났을까
철저히 상업을 억제했던 조선에서 진짜 상업 이야기는 일본에 의해 제물포가 개방된 시기부터라고 말해도 좋을 듯 싶다. 제물포 개항으로 인해 오백년 전통을 가진 조선의 최대 난장이었던 육의전은 붕괴되었다. 일제에 의해 단행된 화폐개혁은 육의전 상인들에게 치명타를 입혔으며 백성들의 상업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상업이라는 것이 없었던 조선에서 근대적인 의미의 상업이나 기업가들이 나타났기 시작했다.
고종의 선전관이었던 민병호는 1897년 동화약방을 창업했다. 그리고 활명수를 개발했는데 우리가 약국에서 지금도 사먹고 있는 활명수가 이렇게 백년이 넘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니 신기하다. 활명수 이야기가 인상깊었던 것은 창업가 민병호와 그 뒤에 이어서 기업을 승계받았던 아들 민강은 기업활동보다는 독립운동에 매진했고 그 결과 기업이 적자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는 동화약방을 외부의 전문가에게 위탁하게 되는데 민족기업은 이렇게 일제강점기에서 살아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외에도 이 책은 두산그룹을 창업한 박승직상점, 조선의 3대재벌등 기업가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더불어 신문물을 접했던 조선 백성들이 경악해 마지 않았던 반응등 당시 사람들의 풍속도 소개되어 있다. 기차, 자동차, 무성영화, 비행기등을 처음 본 사람들은 얼마나 경악했을까? 하다못해 새롭게 접한 성냥 하나에 담긴 간편성도 얼마나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을까?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기만 했던 무능한 조선 정권과 그로 인해 겪었던 일제 감정기의 민초들의 고통이 안타깝기만 한다.
지난 100년 동안의 한국의 상업사를 정리한 이 책은 파란만장했던 시기에 벌어졌던 상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상업의 역사’라는 책 제목이 주는 딱딱한 느낌과는 다르게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 제목과 표지 디지인을 교과서같은 느낌에서 배제하고 좀 더 흥미로운 제목과 디자인으로 꾸몄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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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대비되는 것은 이성을 가졌다는 것인데 이성은 '욕심'을 동반하게 된다. 다른 것을 갖고 싶은 욕심, 더 많이 먹고 싶은 욕심 등등. 내가 어떤 것을 많이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을 때 서로 교환할려고 한다. 이런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의 시초인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문명이 발달하면서 경제는 더 커지고 개인 사이가 아니라 나라 사이의 무역까지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나라간의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물건을 사고 팔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일하는 행위는 상업이라고 일컫는데 이 상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가진 나라나 개인이 주위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상업에 대한 흔적을 본격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고려 시대다. 고려를 세운 왕건의 가문이 원래 개성의 큰 상인이었을 정도로 고려는 상업에 대해 제한이 없었다. 벽란도를 통해서 국제 무역이 있었기에 '코리아' 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업의 역사가 면면히 흐르던 우리 나라에 조선의 건국은 큰 벽으로 다가온다. 바로 유교적 이념을 통치 방향으로 세운 조선의 사대부들이 장사를 터부시했기 때문이다. 절약과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았기에 상업은 천한 것으로 여겼다. 당연히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적었고 업의 발달도 느렸다. 조선초에는 그것이 크게 문제가 안되었지만 갈수록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지는 결과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은 부를 축적하면서 발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해 근대화에서 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을 인위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겠는가. 조선 조정에서 상업을 무시해도 전국적으로 소규모라도 상업의 틀을 갖춘 행위가 벌어졌고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큰 상단들이 여럿 성장하기도 했다. 서양에 비해서 큰 상업적 발달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나름 우리의 상업 역사는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부터 시작해서 일제를 거쳐 해방 후 산업화를 거친 우리 나라의 상업의 역사를 잘 설명하고 있다.
1부는 조선과 일제 시대의 상업 역사다. 아무리 조선에서 상업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해도 여러 지역에서 이미 시장이 나타나고 있었고 후기에 이르면 보편화되기에 이른다. 수도 한양에서는 원래 일반적인 사상을 금했고 허가 받은 공식 사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종로의 육의전이다. 왕조에게 일정한 국역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합법적인 장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이들은 다른 상인들의 장사를 못하게 하는 '금난전권'을 받아서 그야말로 수백 년 동안 독점적인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는 이런 것이 유명무실해졌고 금난전권도 폐지되면서 다양하게 상업이 발달하게 된다. 외국과의 무역 등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큰 상단이 발달했고 훗날 상업 자본으로 축적하게 된다. 책은 조선의 상업 이야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선 후기에 발달하는 듯 했던 상업은 일제의 침략으로 위기를 맞는다. 나라가 망하고 일제의 압제가 시작되었지만 이런 상황을 기회로 삼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지금도 살아 있는 여러 물건이나 회사의 처음을 소개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활명수' 이야기가 흥미롭다. 독립 활동을 위해서 이것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잘 팔렸지만 역시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어렵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결국 회사를 넘기게 되는 것이 안타까왔다. 책은 이밖에 여러 인물을 소개하는데 오늘 날 두산 그룹의 모태를 세운 박승직상점의 '박승직'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역시 인물들은 남다른 면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책은 1930년대 조선의 3대 재벌을 소개한 '삼천리 ' 잡지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당시 잡지는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김성수, 민영휘, 최창학을 꼽았다. 단순히 돈으로만 고른 것이 아니라 특이한 사항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최창학은 앞서 두 사람보다 자산 규모가 뒤지지만 자산의 많은 부분이 현금이어서 말하자면 현금 부자로써 3대 재벌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이밖에 금광 열풍이 불어서 그덕으로 재벌이 된 사람들도 소개하는데 금광왕이라고 불리던 방응모가 조선일보 사장이 되는 것이 눈에 띈다. 오늘날의 그 신문사다.
2부에서는 역시 일제 시대에 발전을 이룬 인물들과 해방 후 오늘 날의 큰 기업으로 이루게 되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육의전은 조선의 멸망 이전에 이미 서울에 침투한 일본 세력에 의해서 붕괴되었지만 그 상징인 종로통으로 진출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백화점의 왕 박흥식. 그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사 이야기가 소개된다.
해방은 또 다른 기회였다. 일제 시대부터 성장했던 여러 상인들과 새롭게 시작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역시 돈을 버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그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었다. 일제가 남기고 간 여러 것들 중에서 '적산 기업'을 먼저 손에 잡는 자가 큰 돈을 만질수 있었다. 물론 무턱대고 이것을 얻는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경영의 능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이때 성장한 많은 기업들 중에서 오늘날까지 살아 남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면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책은 지금 우리 나라 재벌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현대의 이야기를 한다. 바로 창립자 이병철과 정주영이다. 처한 상황이 거의 정반대인 두 사람이 어떻게 대재벌로 성공하게 되는지 하나 하나 이야기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과단한 결정으로 앞서가는데 있다. 방법에서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 결국 성공한 것이다.
일제 시대부터 광복 되고 민주화 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성장했다. 이들이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가지고 남보다 더 한 노력으로 많은 부를 쌓은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는 일제에 협력하고 독재 정권에 허리를 굽히면서 뇌물과 부정의 방법으로 특혜를 입은 것도 많았다. 결국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지은이가 소설가이어서 그런지 소설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썼다. 딱딱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일화를 엮어서 재미있게 소개를 해서 나도 모르게 우리 나라 상업의 역사를 잘 훑어내려갈 수 있었다. 제목은 역사책 처럼 느껴지지만 본격적인 상업사를 논하는 책은 아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상업 역사의 대강을 알기에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