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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처럼 흩어질 수 없으니 꽉 끌어안는다
"먼지처럼 흩어질 수 없으니 꽉 끌어안는다" 내용보기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언젠가부터 나에겐 떼어낼 수 없는 우울함이 함꼐 했다. 괜찮은 것 같다가도 한 번 나락으로 빠져들면 도무지 헤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지레 겁을 먹었다. 주변 사람들도 나의 변화를 쉬이 눈치채고는 그 때부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듯했다. 난 서서히 고립됐다.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인 건 아니지만 지독히 외로웠고, 정상이 아
"먼지처럼 흩어질 수 없으니 꽉 끌어안는다" 내용보기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언젠가부터 나에겐 떼어낼 수 없는 우울함이 함꼐 했다. 괜찮은 것 같다가도 한 번 나락으로 빠져들면 도무지 헤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지레 겁을 먹었다. 주변 사람들도 나의 변화를 쉬이 눈치채고는 그 때부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듯했다. 난 서서히 고립됐다.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인 건 아니지만 지독히 외로웠고,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바닥을 한 번 치고 조금은 올라온 기분으로 요즘 난 산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가라앉을 수 있음을 잘 안다. 노력 여하에 따라 기분이야 얼마든지 좌우할 수 있는 거라는 부모의 이야기가 화살이 되어 가슴을 파고 들었지만 달라지진 않았다. 원치 않을지라도 난 그런 기질을 타고 났다. 우울 또한 내 자신의 일부다. 끊임없이 보듬어 나를 해치지 않을 수위에 머물도록 해야만 하는 그 무언가. 애니라고 했다. 책에 딸린 CD를 보고 나면 느낌이 좀 더 강렬해지려나. 지금도 충분하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정보에 머리아프고 싶진 않다. 천천히, 언제고 원할 때면 앞장을 들출 수 있는, 그것은 독서가 품은 최고의 매력이다. 다른 등장인물은 없었다. 한 여자 아이가 등장했고, 그녀와 꼭 닮은 아이가 하나 더 나타났을 뿐이다. 닮은꼴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차이가 있다면 턱없이 몸이 작다는 것과 무엇하나 걸치지 아니 한 모습이었다는 것 정도다. 유달리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주인공은 이 아이를 바라볼 때조차도 무미건조함을 잊지 않는다. 아이는 끈질겼다. 그림자가 태양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나를 따르듯 아이는 내 걸음이 닿는 곳마다 등장했다. 갓 잠에서 깨어나 철저히 혼자인 시간, 아이를 인식하는 것으로 하루는 시작됐다. 바닥마다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다가도 아이를 발견했고, 설거지를 하고 목욕을 하고 화장대 위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물품들을 정리하면서도 그녀가 보였다. 향긋한 커피 향기에 취해 기분이 좋아질 무렵에도 아이는 어김없이 함께 했다. 하필이면 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잔 안에 가지런히 앉아 그런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던지. 모질게 굴 수 없을 것 같으면서도 떨쳐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난 컵을 뒤집었다. 지저분한 것들과 함께 아이를 버렸고, 싱크대 가득 물을 받아 아이를 녹여보려고도 했다. 변기의 물을 내려도, 커튼을 들춰 아이에게 부끄러움을 선사해도 아이는 떠날 줄을 몰랐다. 부정하면 할수록 커지는 아이의 존재를 바라보며 난 생각했다. 누구의 구분짓기인지 모르나 세상이 나눠놓은 잣대에 맞춰 스스로를 재단하는 일에 철두철미했다. 다른 이들은 정상인데 나만 비정상일 거 같아 두려웠고, 되도록 정상처럼 보이고자 힘을 쏟았다. '나는 정상이다', '나는 멀쩡하다', '나는 아무 문제 없다'. 이렇게 속으로 외쳤던 게 내가 정상이 아니고 어딘가 아프며 해결 불가능한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란 걸 나라고 모르지 않았다. 자신을 속여서라도 괜찮다는 인증을 따내고팠던 거 같다. 숱한 시도 끝에 저자는 아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아이와 따스한 밥을 나눈다. 표정이 달라졌냐고? 아니다. 내가 충분히 세심하지 못한 탓일수도 있으나 그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은 편해보인다. 고개를 젓는 게 해법이 아님을 알아버린 상황에서 그녀의 선택은 자포자기와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공존하면서 그녀는 조금 편해진 듯했다. 매 순간 숨쉬는 걸 사람이 인식한다면 어느 순간부터 호흡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걷다가 지금 걷고 있는 존재가 나인지 너인지가 헷갈리기 시작한다면 코 앞에 있는 목적지에도 결코 도달치 못할 것이다. 저마다 내면에 작은 아이가 존재하며 그 아이를 상처받지 않도록 잘 다스리는 과정이 곧 삶이라는 진부한 말이 떠오른다. 통제 불가능한 것도 알고 보면 내 감정이었고 내 자신이다. 내가 나를 방치하는데 누가 나를 돌봐줄 수 있겠는가. 내가 먼지처럼 사라질 수 없듯 내 안에 존재하는 우울도 내가 살아있는 한 내 곁에 머물 것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차 한 잔을 대접할 수 있을까. 그 아이와 눈을 맞추고 너도 참 힘들겠다며 위로의 말 한 마디 건넬 수 있을까. 지금은 비가 내린다. 하늘이 눈물을 거두고 말간 얼굴을, 화사한 무지개를 나에게 선사하길 기다린다. 지금 난 토라진 내 안의 아이와 함께 깊은 한숨을 쉬는 중이다.

이달의 사락 q*****2 2015.11.18.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