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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코앞에 왔다. 그러나 아직 나는 패딩을 벗지 못한 신세다. 겨울추위는 방비라도 하건만 꽃샘추위는 더더 매섭고 마음까지 시린 것 같다. '춘래불사춘'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은 날들이 이어진다. 겨우내 엷은 우울을 앓았는데 지난 몇 주간은 둑을 넘어 터져버렸다. 객관적으로 별 일도 없는데도 마음이 지옥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양, 노랑, 분홍 색색의 꽃이 피고, 따스한 봄바람이 볼을 간질이는 날이 오면 좋아지려나...? 애써 희망을 품어본다. 잿빛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은 날, 서정 작가님의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책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이름도 낯선 '카라카스'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수도 이름이다. 이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건 문장이 아니라 오직 단어로 존재한다. 남미, 스페인어, 차베스, 위험, 강도, 불황 등등. 여행지로서 각광받는 곳도 아니고, 아는 것도 없는 나라에 대한 책을 펼치게 된 건 저자 '서정 작가님'에 대한 관심때문이었다. 일단 "돌며 살며 사랑하며 세계 곳곳을 쓰는 작가 서정!"이라는 띠지 소개문구에 매료되었다. 나 역시 주재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영국에서 3년간 거주했고, 그 때 이방인으로서 머물던 경험을 담아 <영국 탐구생활>이라는 독립출판물을 펴냈기 때문이었다. 작가님은 이름마저 낯선 도시, 카라카스를 어떻게 소개해주실지 궁금했고, 일상 속에 담긴 그만의 시선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출판사 '난다'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읽을만한 책을, 만듦새 좋게 펴냈으리라 하는 믿음! "카라카스에서 몇 년간 살게 되었다." 책을 여는 첫 문장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처럼 멋을 부리지 않은 담백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이라니, 왠지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날 아침 갑자기 카라카스에 살게 된 저자도 그 곳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불안정한 정치경제 상황, 심지어 문학 조차도 생경한 그 땅에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살 집을 구하고, 일상을 정비하고,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1년쯤 지났을 때 그녀는 "묻고 싶은 것을 묻고, 들은 것을 정리하고, 쓰인 말들을 찾아 읽을 마음이 차올랐다." 고 고백한다. 낯선 땅이 일상의 공간이 되고, 낯선 지명이 익숙한 거리가 될 때까지 도시를 산책하며 천천히 그 곳에서 적응해간 기록,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은 이런 책이다. 1부 '보다 친밀한'은 적응기, 2부 '보다 진실한'은 관찰기에 가깝다. 1부에서는 어렵게 구한 집에 계속 벌레가 나와 방역을 하는 이야기, 대정전이 되어 온 가족이 최소생활을 영위해나가는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라는 산문집에서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18쪽)” 라는 글귀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이방인으로 거주하는 몇 년을 긴 여행이라고 본다면 이런 고생담조차 독자에게도 잊지 못할 지점이 된다. 특히 대정전의 상황에서 약육강식의 인간성 상실의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아보카도 한 쪽이라도 나눠먹는 장면은 뭉클하기까지 했다. 작가는 "재난의 현장이란 참혹한 삶의 한 페이지면서도 인간성의 불씨를 확인하는 공간이기도 하다(97쪽)"고 표현했다. 그에게 대정전은 일시적인 불편함을 넘어 문명에 대한 성찰과 일상의 습관을 바꾸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전동 핸드밀이나 커피머신 대신 수동 핸드밀에 드립커피를 즐기고, 전기밥솥 대신 압력밥솥이면 충분한 삶. 이어 "삶을 비극이라 상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을 시작한다"는 W.B.예이츠의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솜씨에 경탄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정보, 지식 뿐 아니라 저자의 풍부한 독서내공을 엿보는 즐거움이 컸다. 2부에서는 베네수엘라 미술, 건축, 음식, 음악, 대학 등 개인의 경험을 넘어 도시의 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본다. 개인적으로는 남미 특유의 쨍한 색채감과 함께 미술계에서는 관심이 사그러든 키네틱 아트가 여전히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작년 봄 국제갤러리에서 본 '이우환과 칼더' 전시가 너무 인상적이었던 터라 책에서 소개된 '헤수스 소토'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중간중간 사진자료가 실려있어서 실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덜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일년 내내 16도에서 26도 봄날씨라는 곳 카라카스. 아직 한기가 가시지 않은 서울에서 상춘의 도시 카라카스를 상상하는 시간. 그 시간만은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우울감을 털고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카라카스의 삶이 녹록지 않았음은 분명하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던 순간을 향유하고 현재를 단단히 붙든 작가님의 마음이 내게도 조금은 전해져온 것 같다. 지금은 오슬로, 오만을 거쳐 브라질 상파울루에 계시는듯 하다. 언제 어디서든 건필하셔서 섬세하고 다양한 이야기 들려주시기를. 귀한 책 만들어주시고 보내주신 '난다 출판사'도 고맙습니다. ![]() |
베네수엘라라는 국가 이름만으로 연상되는 단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석유, 미인 정도였는데 우고 차베스와 구스타보 두다멜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10년도 더 전에 차베스에 대한 책을 읽은 기억만 남아있고, 두다멜은 코로나 전에 LA필을 이끌고 내한했을 때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주로 뒷모습이었지만. 이 정도가 내가 베네수엘라라는 이름으로 떠올리는 명사들이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대한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신청했다. 출판사는 서평단 참여자를 카라카스 학생이라 표현했다. 이 책으로 카라카스를, 베네수엘라를, 배우는 학생이 되어보려고 했다.작가 서정씨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을 책으로 냈고 러시아어와 영어를 번역하고 있다. 그는 두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하지만 카라카스에서는 스페인어를 배워야 했다. 낯선 곳에 도착해 살 곳을 정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산책하듯 천천히 만난다. 나도 작가의 눈을 통해 카라카스를 만났다. 그가 소개하는 다양한 문학작품들에 오버랩되는 그곳을, 나는 공부하는 자세로 찬찬히 읽어보았다. 베네수엘라에 가본 적이 없고 너무나 무지하니 다소곳한 학생이 되었다. 1부에서는 차베스 사후에 불어닥친 경제 공황과 사회 혼란 때문에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와 같은 이방인에게는 더욱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계 여러 곳에서 살아온 경험들은 카라카스 곳곳을 누비며 노크했고 사람들은 응답해주었다. 2부는 카라카스의 문화를 다양하게 읽어주는데 음식, 미술, 음악, 건축 등을 베네수엘라의 역사와 촘촘히 엮어 알려준다. 카라카스는 물리적으로 너무나 먼 거리에 있어서 정보가 적기도 하지만 우리 관심 밖의 대상이다.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동하는 이도 적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여행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카라카스 곳곳을 꼼꼼하게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정보책이 될 것이다. 한 도시에서 한 달 살기 컨셉의 책이라 생각해도 좋겠다. 그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한 달 살기를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그저 명소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이 적재적소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1부의 “대정전”을 읽으며 석유 부자로 알고 있었던 베네수엘라에 왜 정전 사태가 일어났고 석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전기 공급이 끊긴 도시가 소설 <눈 먼자들의 도시>처럼 되지 않은 것을 읽으면서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시간들을 견뎌낸 작가는 절묘한 문학 작품을 소환하고 그 문장들을 덧붙였다. 이러한 구성이 바로 이 책의 묘미다. 2부에서 두다멜이 수혜를 받은 엘시스테마(베네수엘라 유소년 및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위한 국가 시스템)과 전용 음악 센터를 소개해주어 반가웠다. 엘시스테마 출신은 두다멜 밖에 몰랐는데 ‘테레사 카레뇨’라는 음악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만 7세 때인 1860년 첫 작품을 작곡했고 1863년에는 처음으로 작품을 출판했으며 1876년에는 <돈 조반니>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했다. 70여 편의 작품을 남겼고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1880년대에 베네수엘라로 돌아와 오페라단을 조직하고 음악원을 설립했다. 앞서 여행책이라고 썼지만 가볍게 읽을 여행책이라면 서평단을 카라카스의 학생이라고 표현했을까? 이 책을 통해 카라카스가 어떤 곳이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정도로만 읽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소개한 역사적 인물과 예술가들, 그리고 문학 작품을 순서대로 정렬한 뒤 벽돌 깨듯 하나씩 알아간다면 그야말로 공부하는 학생이 될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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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부제: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낯선 국가의 낯선 수도, 도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예술가들의 이름과 지명이 등장한다. 춤 이름은 그나마 방송에서 접해본 듯하다. 음식 이름 역시 생소하다. 책의 무대가 되는 이 나라의 이름은... 정식 국명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 '작은 베네치아'라는 뜻의 베네수엘라라는 이름에서 1999년 '볼리바르'라는 이름이 붙는다.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를 기린 것이다. '베네수엘라'라는 이름이 원주민의 토착어에서 유래했다는 견해도 있다. 아름다운 곳이구나.라고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국호에 독립 영웅의 이름을 넣을 정도 애정이라면.... 그의 나라와 생가에 그를 기리는 많은 것들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나라의 국기로 조금 이곳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국기의 노란색은 부유함과 토양의 비옥함. 황금, 주권, 조화, 농업, 태양 등을 상징하고 푸른색은 카리브해, 붉은색은 독립할 때 흘린 피를 상징한다. 부유하지만 지금은 가난하고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이곳이 독립국가이며 독립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고 그것을 기억하려고 하는지를 국기를 보고 알 수 있다. 맞다. 이런 내용들이 계속된다.. 부유할 수 있는데 가난한 나라...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구매하려고 수고스럽게 줄을 섰던 기억이 잠시....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줄 서기가 나오고.... 도대체 어느 시절, 어느 상황이길래... 하는 도시의 정전 이야기가 나온다. 도시의 정전 속 골프장을 밝히는 빛과 물을 뿌리는 살 수는.... 늘 이런 상황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해 나가며 이런 상황을 유지하고픈 벌레 같은 악당들이 존재함을 이야기해 준다.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유난히 이곳의 자연환경은 여전히 빛난다. 물론 급작스러운 개발로 망가져가는 속도 역시 빠를 터... 새로 이사 간 집에서 가구가 벌레 때문에 순식간에 먹혀버리듯이 말이다.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꽃 파는 여인'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제목만 보고 지게에 꽃을 한 짐 지고 있는 뒷모습의 여성 모습인지.. 자기 몸보다 큰 꽃짐을 지고 다리 하나를 일으켜 힘겹게 일어나는 그림 '꽃을 나르는 사람' 인지... 혼동이 되어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 힘겨운 가난한 사람들의 꿈... 꿈마저 잃어버리지 않았노라고... 집에 아빌라 그림을 걸고 '마냐나" 내일을 기다리는... 상위 1% 악당들이 여러 국적을 갖고 이곳을 떠나가는 것과 달리 희망과 꿈을 품고 이웃 나라로 향하는 사람들과... 남아서 정전이 되어 엘리베이터마저 멈춰버린 컴컴한 복도를 이웃을 위해 현관문을 열어 옅은 초로 뿜어내는 빛을 덜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어둡고 힘겨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런 빛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지구 반대편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난다 #난다출판사 #서정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카라카스수업의장면들 #베네수엘라가여기에 #책 #서평 #책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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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카라카스수업의학생들 #서평단 -그 내일이라는 말, ‘마냐나(내일)’에 얽힌 저주와 꿈을 나는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희망을 품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인간이 아직 오지 않은 추상의 시간을 저당 잡아 지금을 지키겠다는 것. 미냐나! (21쪽) -거기서 나는 존 버거가 그랬던 것처럼 각자가 구는 꿈은 다르지만 서로를 자극하고 위로하는 존재들에 대한 희망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25쪽) -그들이 베네수엘라식 스페인어를 입 밖에 내는 순간 그들의 사회적 지위, 즉 그들이 처한 존재적 위기감이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48쪽) 1. 서평단이 되어 받아본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카라카스에서 몇 년간 살게 된 작가님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문화, 예술, 정치, 사회 등의 정보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알고 나서 처음으로 ‘카라카스’라는 단어를 발음해 보았다. 내게는 그만큼 낯선 도시였다. 그토록 낯선 도시의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나에게 어떤 배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서평단을 신청했다. 2. 일정 기간 카라카스에 ‘정주’해야 하는 상황에 닥친 작가님의 당혹감이 카라카스의 풍경, 사람, 삶과 배움을 거쳐 호기심과 친밀감으로 변모할 때, 카라카스를 감싸고 있던 미지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고 그곳의 풍경이 내게도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읽어보지 않은 작가들의 이름에 밑줄을 그으면서, 나는 카라카스 수업의 학생이 되었다. 글의 곳곳에 사진이 첨부되어 있지만 첨부되지 않은 풍경과 장면들까지 보고 싶어 하면서. 배움의 끝이 아니라 배움의 시작이 되는 책. 카라카스에 사는 그들의 삶을 읽고 지금 여기 나의 삶을 생각해본다. 나는 어떻게 고통을 다루고 현재를 다루는가.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자원들을 소진하는가. 내가 사는 땅과 나를 둘러싼 사람들, 문화, 역사, 정치가 나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3. 표지는 속이 희미하게 비치는 종이로 싸여있다. 카라카스의 풍경이 미지의 베일에 싸여있듯이. 겉표지를 벗겨내면 선명한 카라카스의 장면들이 보인다. 책은 가벼운 편이라 어디든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다. 낯선 지역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적지 않은 양의 사진이 함께 첨부되어 있다. 선명한 카라카스에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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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고 가본 적 없는 ‘카라카스의 학생’이 되어볼 결심을 한다. 겉표지 속표지만 보고 서정 작가의 다정한 편지를 먼저 천천히 읽었다. 카라카스로 데려가줄 선물 같은 특등석 항공티켓이자 가이드북이자 지도이자 그 이상일 거란 기대. 국호만 아는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 아는 바가 없는 수도 카라카스. 낯섦이 주는 힘센 설렘! ![]() 완전히 낯선 어떤 것은 완전히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읽기 시작하며 스르륵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좋은 몰입은 안내하는 저자 덕분이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모르고 살았을 장소들로 신나게 떠났다. “우리의 ‘미지’란 실은 특정한 톤을 지닌 판타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하는 건가? 우연한 위험보다는 당연한 친절을 기대해왔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가벼웠지만, 저자는 밥벌이로 정주하는 시간이었다. 언어조차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태였다니. 치안은 매우 불안하고, 직항 비행편이 사라지던 정치 경제적 환경이라니. 심장이 조금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말의 세계가 열리자 도시 풍경의 겉모습에 머물던 내 두 눈에서 두려움이라는 허물이 천천히 벗겨져나가기 시작했다. 귀에서도 비늘이 떨어져나갔다. 걷다보니 보고 듣게 된 것인지 보고 들을 마음이 생겨 걷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오늘의 들을 이유는 내일의 말할 이유가 되고 도시 풍경은 사람 풍경이 되었다.” 현실이 고되고 몸이 지칠수록 책 속으로 도망가는 버릇을 지닌 - 실은 중독 수준의 의존증 - 나는, 여러모로 낯선 정글 같은 곳에서, “인간에게서 나온 소리 자체가 드문 상태”에서, 저자가 책과 작가를 소환하며 삶의 경계를 넓혀가는 많은 순간들이 경이로웠다. “내일은 말이야. 그 내일이라는 말, ‘마냐나(내일)’에 얽힌 저주와 꿈을 나는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희망을 품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인간이 아직 오지 않은 추상의 시간을 저당 잡아 지금을 지키겠다는 것.” 문장의 다채로움 속에 빠져 홀린 듯 읽다보니, 판단도 생각도 사라지고, 기꺼이 나도 학생이 되어 카라카스 수업을 듣자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 한참 필사를 하며, 가장 천천히 읽는 방식으로 수업이 줄어드는 것을 아까워한다. “내가 이 자리를 좋아하는 것은 푸른 도자기 램프 하나 때문이다. 코발트블루하고 해야 할까 (...) 거기서 나는 존 버거가 그랬던 것처럼 각자가 꾸는 꿈은 다르지만 서로를 자극하고 위로하는 존재들에 대한 희망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카라카스라는 조건화와 어떤 체념과 망각, 그리고 분명한 참혹함이, 마치 ‘재난 유토피아’(리베카 솔닛)처럼 “인간성의 불씨를 확인”하게 하고, “소극적 생의 긍정으로 이어지고”, 놀랍게도 “일상을 허무에서 일시적으로 건져낸다.” 점점 더 교묘하게 무거워지는 내 현실에서의 허무와 무소용은, 현재에 존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지근한 여유와 거리감에서 불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버티고 견디는 삶이 고단할 때, 사태를 낙관하는 ‘버릇’이 내게도 필요하다. “집에 가지고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시중드는 골프장에서 씻고 먹고 골프채를 휘두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아찔해서, 잔디에 뿌려대는 물줄기를 보며 직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지러운 인간 사회의 풍경이, 카라카스에서도 더 정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모두 잠시 발만 담그다 이내 떠날 수밖에 없는 곳. 그 정도밖에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는 곳”과 대비되어, “일상적 습관”도 ‘문명’도 돌아보게 한다. 고요하고 건조한 겨울을 좋아하는 나는, 비염과 알레르기와 미세먼지와, 진짜 봄이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오는 계절을 두려워하며, 3월을 살아가고 있다. 수업 필기가 하염없이 길어진다. 세찬 빗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지붕만 있는 곳에서 빛도 통신도 없이 누워 흔들리는 밤은 때마침 줄기차게 내리는 새벽 빗소리에 한층 다채로워졌다. 우기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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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베네수엘라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수도의 이름이 카라카스라는 것은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수조 맞추는 퀴즈를 할 때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수도를 아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닌데 또 그 지역을 알기 위해서는 또 중요합니다. ![]() 우리가 아는 베네수엘라는 미인들이 많고 석유가 많이 나오나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고 기름 판돈을 너무 포퓰리즘에 이용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척을 지는 어리석은 행동으로(세계 어딜 가든 미국과 반하는 행위는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좋지 않습니다.) 매번 뉴스에서 쓰레기통에서 남은 음식을 주워 먹는 소식들만 들리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그곳에 살았던 사람에게 듣는 실제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저도 많은 책을 접하고 있지만 라틴 아메리카 특히 베네수엘라에 대한 책은 처음 보기 때문에 더 희소성 있고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체념과 망각 일상의 허무 생필품의 부족은 그것을 얻기 위한 사람들을 시간과 정신의 방으로 모는 것 같습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은 소련이 붕괴된 러시아 그리고 공산권 국가의 배급줄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도 군부독재가 2번이나 있었고 장기 집권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결국에는 경제 성장과 한미 동맹을 든든히 한 덕분에 선진국에 준하는 환경에서 지금 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에는 위기가 있었지만 운이 매우 좋았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반미주의와 반자본주의는 가난해지는 지름길 우리나라도 일부 과격하게 반미와 사회주의를 지나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베네수엘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스티소, 크리오요 유럽에서 남 아메리카로 침략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이곳 원주민들과 혼혈이 된 이들을 메스티소라고 불렸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모두 유럽에서 왔지만 태어나기를 아메리카 대륙에서 태어난 사람은 크리오요라고 불렸습니다. 크리오요는 백인이었고 메스티소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인종 간의 문제는 이 지역의 근현대사를 역사를 관통하는 불씨가 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따로 공부가 필요할듯합니다. ![]() 시몬 볼리바르 라틴 아메리카가 스페인으로부터 해방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평가는 엇갈립니다. 백인이었기에 유색인종인 메스티소와 원주민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어쨌든 베네수엘라의 입장에서는 베네수엘라를 해방시킨 영웅이고 볼리비아의 국명은 그의 이름을 따기도 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를 스페인에서 해방 시킨 사람이기에 우고 차베스도 베네수엘라의 국명에 볼리바르를 넣었는지도 모릅니다. 미지인 듯 미지 아닌 나라 베네수엘라에 대해서 한번 공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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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라는 위험한 편견: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베네수엘라가 여기에>를 읽고 서명: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작가: 서정 출판사: 난다 읽은 시기: 2024년 3월 평점: 4.0/5.0 ![]() ![]() <책 소개> 노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세계를 돌며, 살아가며 글을 쓰는 사람이다. 검색을 좀 해보니 아래 블로그도 운영하고 계신다. 업로드가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내시는 것 같다. 출판사는 '난다'라는 곳이다. 이번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출판사를 좋아하는 팬들이 좀 있는 것 같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이 출판사에 대해서 궁금증과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아래 내용에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겠다. 책은 작가가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2년간 머물며 쓴 이야기를 엮어냈다.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고, 1부는 카라카스에서의 생활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2부는 베네수엘라의 문화, 예술, 교육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읽은 계기> 문학동네 블로그에서 서평단을 신청했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대한 책이라는 소개글이 있었는데, 워낙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베네수엘라라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옛날에 베네수엘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물가 폭등으로 생활난이 극심해서 사람들이 식량을 확보하려고 엄청나게 애를 써야 하는 상황을 다룬 영상이었다. 국제개발을 한다 하는 나로서는 그런 상황이 있으면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게 마련이다. 그래서 '베네수엘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책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 1. 책에 대한 출판사의 애정 서평단 특전으로 작가 서정의 편지와 카카오닙스를 보내준다고 써있었는데, 카카오닙스가 수급이 안 되어 베네수엘라 뱃지를 받았다. 내가 또 언제 베네수엘라 뱃지를 받아볼 수 있겠나 싶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서평단 모집에 이렇게 심혈을 기울이는 걸 보니, 출판사에서 한 권의 책을 그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정성 들인 특전이라니... 몇 차례 서평단을 경험해보면서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 책의 편집이 굉장히 특이하다. 책을 감싸고 있는 반투명 종이를 벗겨내면, 정작 그 속에는 제목도 글쓴이도 나와있지 않고 사진만 몇 개 들어가 있다. 껍데기와 온전히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겉표지인 것이다. 왜 이렇게 디자인을 하셨을까, 무슨 다른 의도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 안에 컬러 사진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고, 텍스트는 왼쪽 정렬로 되어 있어 일반적인 책들과 또 차별되는 포인트가 있다. 개인적으로 왼쪽 정렬된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신선한 시도이긴 했으나 조금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신선함, 신박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3.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카라카스'라는 곳에 대한 편견을 깨준 책 '카라카스'라고 네이버에 검색을 한 번만 해도 무시무시한 글들이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 가장 놀랐던 사실은,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이런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저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어려움을 많이 겪는 곳이며,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곳이라는.. 그런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물론 위험하다고 말하는 그 말 자체가 틀린 건 아닐 것이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사실만 가지고 한 도시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국제개발을 하면서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국가들, 도시들을 보게 된다. 일반화일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험지', '오지'라고 부르는 국가와 도시들이 있다. 그러나 선배들이 많이들 말하곤 했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고. 그래서 이제는 지역의 위험도, 난이도 같은 게 어느 정도는 누군가의 주관이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 <총평> 1. 베네수엘라에 대해 친근하고, 무겁지 않은 느낌으로 알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대중적으로 알던 베네수엘라 그리고 카라카스의 이미지는 잠시 내려놓기를 바란다. 2. 어마무시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에도 문화, 예술, 교육 향유를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책을 읽고 나의 주변을 한번 더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좋을 것 같다. 3. 글 자체가 엄청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다만, 천천히 곱씹어 읽는다면 글의 재미와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을 것.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