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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쇼펜하우어’가 들어간 책은 2021년 1종, 2022년엔 2종이었다. 작년엔 8종, 올해는 상반기에만 13종 출간됐다.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30위 내에 든 쇼펜하우어 책도 5종에 달했다. -한국경제, 상반기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기사 중에서 책 안 읽는 한국사회에 이변에 벌어졌다. 인문 서적을 향해 손을 뻗는 이들이 급증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쇼펜하우어를 향한 관심이 지대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 관심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철학이라는 난해한 장르를 쉬이 풀어낸 저자들의 능력 덕도 있겠으나, 퍽퍽한 삶으로부터 의미를 찾지 못한 이들이 배회 끝에 철학으로부터 일종의 오아시스를 발견했던 거 같기도 하다. 쉼 없이 경쟁에 내몰리느라 자신의 존재마저 잊어야 했던 이들로서는 차라리 난해함의 늪에 빠짐으로써 현실과 거리를 둘 수 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경우, 부정적 사고의 화신인 것처럼 이제껏 떠받들어져 왔다. 그가 부르짖은 고통과 좌절이 현대인의 정서에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왠지 씁쓸했지만, 한 편으로는 그가 시대를 앞선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아니, 200년 가량 흘렀지만 그의 시대와 현대 사이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어쩌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그의 삶이 독특한 사상으로 이어졌던 것일지도. 실제 그는 헤겔과의 다툼 이후 어느 단체에도 얽매임 없이 독자적인 연구 활동을 전개했다. 다분히 정치적이었던 당대의 관념론에 대한 무심한 사고는 마치 독일 민족주의에의 반기처럼 여겨지기도 했을 듯. 광신적 집단주의에 도취됨 없었던 그는 독일 민족의 독립에 반하는 불온한 자인양 여겨질 가능성이 농후했으나, 사람들이 형성했던 오해는 그에게 곧 축복이었다. 충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되었기에, 오늘날까지 제 이름을 남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여성의 명예는, 미혼인 경우에는 어떤 남성과도 접촉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기혼인 경우에는 남편 이외에는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예가 소중한 이유는 여성이 자신의 모든 소원과 생활필수품을 남성에게 의존하는 반면, 남성이 여성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에게 이런 밑지는 거래를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즉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통해 남성이 여성에게 요구하는 단 하나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의 생활을 책임지고 자녀들에 대한 모든 의무를 짊어지겠다는 남성의 약속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남성에게 미리 못 박아두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여성 전체의 행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280 위대함도 시간은 거스를 수 없는 건지, 살짝 당혹스러웠던 부분이 있긴 했다. 하필 왜 이 부분에 시선이 갔던지는 모르겠으나, 당대가 허락한 여성관이 고스란히 글에 반영된 것만 같아 못내 아쉬웠다. 허나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일종의 허무주의를 부를 것만 같은 내용들은 오해를 부르기에 충분했으며, 그랬기에 흥미로웠다. 많은 독서나 과도한 두뇌 사용이 지닌 해로움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접해온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목소리가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은 실로 컸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며, 내 의지로는 관여할 수 없는 부류이기도 하다. 사뿐히 내려 놓으면 손쉬울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의 결정은 그리 단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요소를 거듭 따지고, 최선은 힘겨우니 차라리 최악을 피해보자는 식의 사고가 부른 화가 얼마나 넘치는가. 한순간도 우린 자신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다. 즉, 나에게는 나를 돌보아야만 하는 의무가 주어졌으나 우리 모두는 의무 이행에 충실하지 못하다. 내가 나를 버리고, 세간의 평판과 별개로 나는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삶, 애써 애정을 쏟아보려 하지만 끝끝내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천한 내 자신. 그런 나를 향해 건네는 조언 같은 대목이 많았다. 현실만이 참된 시간이며, 오로지 현재 속에서만 우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늘 현재를 명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직접적인 불쾌감과 고통에서 해방된 시간을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한다. 즉, 소중한 시간에 과거에 실현할 수 없었던 기대를 떠올리고, 미래의 불안감에 이끌려 음산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옛날 일을 후회하고, 앞날의 일을 걱정함으로써 현재의 멋진 시간을 버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근심 걱정, 아니 후회까지도 각기 특정 시간에만 해야 한다. -p309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행복 현실계 측면에서 보면, 현실이 아무리 아름답고 행복하고 우아하다고 해도 우리는 늘 중력의 영향 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우리는 중력의 영향을 쉬지 않고 극복해나가야 한다. 이와 반대로 사상계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형체 없는 정신인 동시에 중력의 무게도, 고통도 모르는 존재다. 이런 이유로 이 세상의 어떤 행복도, 아름답고 풍부하게 열매를 맺는 정신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행복을 따라가지 못한다. -p3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