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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민간인 학살 역사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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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놀라웠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현대사의 한 장면으로 몇 줄 정리된 교과서만으로 접했던 지식이 얼마나 얄팍했는지 깨닫는 시간입니다.   70여 년 전 국가와 개인 사이에 벌어진 집단살해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고경태 사회부 기자가 한겨레에 연재한 역사 논픽션 <본 헌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독자의 마음에 직접 파고드는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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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놀라웠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현대사의 한 장면으로 몇 줄 정리된 교과서만으로 접했던 지식이 얼마나 얄팍했는지 깨닫는 시간입니다.

 

70여 년 전 국가와 개인 사이에 벌어진 집단살해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고경태 사회부 기자가 한겨레에 연재한 역사 논픽션 <본 헌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독자의 마음에 직접 파고드는 잔상을 남기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매력적입니다.

 

“나는 앉아 있었다.” ‘나’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금세 빠져듭니다. 2023년 3월 10일 오전 9시 30분에 앉은 채로 발견되어 29일 아침 9시, 73년 만에 드디어 쭉 뻗어 눕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A4-5. 아산 성재산에서 61명의 동료와 함께 수습된 유골입니다. A4-5의 두 손은 군용전화선인 삐삐선에 묶여 있습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남자로 추정합니다. 온전한 형태로 수습된 데다가 표정이 보이는 듯한 자세 때문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데올로기 전쟁의 여파는 학살의 광풍을 남겼습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지만 그해 11월 말부터 이듬해 1월까지 1.4후퇴의 역사를 가진 한국전쟁. 군경은 후퇴하면서 너무나도 쉽게 총부리를 민중에게 돌렸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모든 수사기관에서는 부역자 일제 검거에 착수했고, 1개월 만에 재판에서 1298명이 사형 집행됩니다. 하지만 부역 혐의 딱지를 붙여 재판조차 받지 않고 처형된 이들은 수백, 수천배일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한국전쟁은 거대한 청소의 시간이 됩니다. 당시 점령한 지역의 세력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인 학살 작업이 이어집니다. 광복 후 친일 세력 검거 문제, 한국전쟁 당시 부역 혐의 문제 등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진 상태였고 그 여파는 학살로 이어집니다. 그것도 가족 단위로 말이죠.

 

1.4후퇴 당시 부역 혐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모함과 밀고의 반복, 복수의 현장입니다. 인민군이 그 집에서 개를 잡아먹고 갔다고 가족이 끌려갑니다. 밥해주면 죽이고, 재워줘도 죽이던 때입니다. 한 집에서 10살 미만 아이 한 명만 살려준다 해서 간신히 살아남은 유족의 사례도 등장합니다.

 

은비녀의 시점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도 충격적입니다. 유골에서 분리된 머리카락 뭉치에 꽂힌 비녀가 무려 98개가 발견되고, 아이를 포함해 208명의 유해가 발견된 장소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아이의 손을 잡은 비녀를 한 여인들이 왜 한 장소에 모였을까요. 부역 혐의자 가족의 운명은 이러했습니다.

 

2000년부터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되었습니다. 22년도까지 총 23년간 1만 3121구를 수습합니다. 그중 선갑의 이야기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모티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죽음의 진실은 군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민간인의 유해가 수없이 발견됩니다. 결국 민간인들이 나서야 했습니다. 2007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유해발군단을 시작으로 국가 폭력의 민낯과 드디어 마주하게 됩니다.

 

<본 헌터>에서는 충남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룹니다. 성재산, 설화산, 새지기, 탕정, 신창, 선장... 아산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쓴 홍세화 저자 역시 만 세 살이었기에 기억은 하지 못한다지만, 아산 새지기 사건의 생존자였습니다.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의 육군유해발굴단 책임조사원 자리에서 국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했고,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공공대표이자 발굴단장을 맡아 민간인 희생자 유해를 발굴한 인물은 놀랍게도 동일 인물입니다.

 


 

 

유해 발굴에 진심이었던 박선주 교수. 조선인 강제징용 민간인 희생자 발굴 때도 홋카이도 현장에 참여했고,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한 남북 공동유해발굴조사단 발굴단장이기도 했습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선주 씨를 찾아오고, 세월호 때도 두 달 반 동안 바닷속 유해를 마주합니다. 뼈에 눈을 번뜩이는, 숨은 뼈를 찾아내는 사냥꾼 본 헌터. 뼈에 담긴 수수께끼를 푸는 추적꾼으로서 박선주 교수의 기나긴 여정에 경탄하게 됩니다.

 

한국전쟁 국군 전사자와 민간인 희생자, 강제 징용자, 인권 침해 사건 등의 희생자들 뼈를 마주했던 그의 시간은 현대사의 아픔 그 자체입니다. <본 헌터>는 한국전쟁의 또 다른 고통을 마주하고 직시할 수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달의 사락 l****5 2024.02.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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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화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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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우리는 오늘도 봄을 기다린다. 겨울의 이야기를 마친다.”   한국전쟁이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 남은 ‘민간인 대량학살’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난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민간인 학살은 군. 경찰의 지시와 집행으로 이루어졌는데 토벌과 같은 공식 작전과 공식 명령계통으로 처형되고 학살되었다. 또한, 비공식적으로도 민간인 간 대량 폭력과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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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오늘도 봄을 기다린다. 겨울의 이야기를 마친다.”

 

한국전쟁이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 남은 민간인 대량학살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난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민간인 학살은 군. 경찰의 지시와 집행으로 이루어졌는데 토벌과 같은 공식 작전과 공식 명령계통으로 처형되고 학살되었다. 또한, 비공식적으로도 민간인 간 대량 폭력과 학살 등이 우익청년단, 향토방위대, 치안대 등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그 전쟁의 피해들이 마을 여러 곳에서 이뤄져 희생된 민간인의 수는 아직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했다.

 

이 책에서는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부역 혐의 민간인 희생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들은 1950‘9.28 수복이후 국면과 1951‘1.4 후퇴사건에서 발생했는데, 주민들이 인민군 점령 시기에 부역했다는 혐의와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금당했다가 집단 학살당했다. 노인과 여성은 물론 갓난아이를 포함하여 일가족 전체를 몰살하고 때려서 죽이거나 생매장하는 참혹함을 보였다고 한다.

 

발굴된 유해와 유품, 생존자, 유가족, 조사관, 유해발굴단원, 학살 가해자의 이야기와 유해 발굴을 지휘한 체질인류학자 박선주의 삶을 교차로 저자 고경태가 엮었다. 앉아 있는 모습 그대로 발견된 A4-5의 유해로 시작하는 글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역사의 참혹한 현장의 이야기는 읽어내기 어려웠다. 사진 자료로 머리카락이 감긴 비녀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선감학원, 세월호 유해 발굴 작업까지 다뤄지는 부분에서는 화가 나기도. 진실화해위원회와 민간단체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여러 유해 발굴현장과 발굴을 지휘하는 박선주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에게 전가되는 것에 화가 난다.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말하는 현 정권이 너무 무섭다는 사람들. 이승만 정권 때의 악행이 떠올라 인터뷰한 글을 삭제해달라는 말을 하는 유족의 글을 보니 암담했다. 진실과 우리는 과연 화해하고 있는지. 차가운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 그들의 진실에 따스한 봄이 어서 오기를 기도하게 된다. 더 알고 알려 할 진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 본 헌터였다.

 

c*******1 2024.02.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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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슬픔을 파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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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는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적 시대에 묻힌 이들의 이야기를 발굴의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체질 인류학자 박선주 선생의 발굴 이야기와 발굴된 뼈의 주인의 입장에서 각색한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서술된다. 대규모로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아산 설화산 이야기를 주로 다루며 전개되는데, 발굴 이야기는 곧 한국 역사를 들추는 것과 같았다. 발굴은 숨어있는 이야기, 고통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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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는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적 시대에 묻힌 이들의 이야기를 발굴의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체질 인류학자 박선주 선생의 발굴 이야기와 발굴된 뼈의 주인의 입장에서 각색한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서술된다. 대규모로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아산 설화산 이야기를 주로 다루며 전개되는데, 발굴 이야기는 곧 한국 역사를 들추는 것과 같았다. 발굴은 숨어있는 이야기, 고통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복구시키고 그들의 존엄을 되돌려 죽음을 기리는 작업이다.

 

"인민군이 물러가고 부역 혐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보복이 시작되었다. 9월 29일 밤부터 10월 초까지가 1차 시기라면, 10월 중순부터 12워 초까지가 2차 시기였다. 그리고 이듬해 1.4 후퇴 때가 마지막 3차였다. 1.4 후퇴 때는 특히 가족 단위의 처형이 많았다. 이때엔 아산 둔표면을 지나던 피난민 300여 명이 미군 폭격으로 비명횡사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전쟁의 역사를 간단히 보면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을 시작으로 경상도까지 수세에 몰린 국군과 UN 군이 인천상륙작전과 함께 다시 북한을 밀고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올라갔지만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하게 된다. 이 후퇴를 1.4 후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니까 북한군, 즉 인민군이 한반도를 한번 휩쓸고 다시 UN과 국군이 휩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한이 영토를 되찾았을 때 부역 혐의, 즉 인민군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을 처벌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총살이었다.

 

"9월 인천상륙작전 이후 인민군이 떠나고, 기세등등하던 좌익들과 핵심 부역자들은 북한으로 올라갔다. 보도연맹 학살이라는 파도를 운 좋게 피한 아산에 더 큰 쓰나미가 밀려왔다. 부역 혐의 딱지를 붙이 인간 사냥이 시작됐다. 두 손이 묶인 사람들이 트럭에 실려서 성재산으로, 설화산으로, 탕정지서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 안에는 여성도, 젖먹이도 있었다." (121p)

 

인민군에 협력한 사람을 경찰이나 자위대들이 체포하거나 구금한 후 구타하거나 처형했다. 특정한 기준과 원칙 없이 소문으로만 사람을 잡거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거짓으로 잡아들이기도 했다. 인민군이 점령했을 때 고향에 남아 일을 계속하던 사람도 처형 대상이었다. 인민군에게 밥만 줘도, 그저 집에 들어오게 해줘도 죽이던 시절에 가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이 몰살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가족을 몰살했다. 관련 기사에서도 밝혀지지만 땅속엔 여성과 아이들의 시신이 많았다.

 

당시의 부역 기준, 즉 어떤 행위가 북한에 협력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법률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승만이 내린 긴급명령은 학살의 단초로써 “단 한 번의 재판만으로 증거 설명도 생략한 채 부역 혐의자에게 사형 또는 중형을 내릴 수 있어서 적극 활용되었다."(360p) "긴급명령 제9호 비상시 향토방위령은 우익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마을 단위의 자위대가 인민군과 공비, "기타 이에 협력하는 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시 민간단체에게 '체포'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자위대나 치안대가 임의적으로 '즉결처형' 형식으로 대량 학살할 수 있었던 건 향토방위령을 제멋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361p)

 

 설화산에 젊은 어머니와 아이들의 울부짖는 소리

 [학살된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⑩ ] “충남 아산시 배방읍(설화산)폐광 유해발굴장으로” - 단디뉴스

 

어린 홍세화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왜 그때 동네 아이들까지 싹 다 죽였을까요?"

아버지는 구원舊怨과 텃세와 이권을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묵혀왔던 사적 감정, 가문끼리의 기싸움 그리고 가구 수에 비해 좁은 땅. 숨기고 있던 알력이 이데올로기에 대립과 전쟁이라는 기회를 틈타 순식간에 타올랐다고 했다.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상대 집안 씨를 말려야 했다. 그래야 그 집과 땅을 통째로 차지할 수 있었으니까.

222p

동서양을 막론하고 혼란의 시기에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시도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아산 대학살 모습은 근대 독일의 마녀사냥과 비슷했다. 타인의 재산을 가져가기 위해서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타인의 씨를 말리는 것.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이들에게 부역해 인간의 잔혹한 면을 여김 없이 드러내는 자들의 모습.

 

발굴로써 개개인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데는 박선주 교수의 영향이 컸다. 박선주는 어릴 적 합기도를 좋아해 청와대 경호실장까지 되지만 버클리대 유학을 가게 되고 하월 교수 아래서 체질인류학을 공부한다. 사학과 출신이지만 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의대 수업을 들으며 직접 뼈를 구하러 다니기까지 했다. 동물을 포함한 인간의 뼈까지 다양한 뼈에 대해 공부를 하고 2000년 한국전쟁 50년을 맞아 유해발굴 산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한다. 그렇게 강제징용 민간인 희생자, 국군 전사자,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발굴과 연구를 이어나간다. 대전 골령골, 단양군 곡계굴, 서울 강북구 우이동, 낙동강 전선지역, 고양시 금정, 등등 안 가본 곳이 없다. 그는 발굴 현장에서 뼈를 통해 수많은 피해자의 사연, 고통의 흔적과 마주했다.

 

아산의 모습을 보면 국가 권력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학살을 옹호하는 이들은 어쩔 수 없었다거나 북한 세력을 색출한 것이라 말하지만, 그렇게 보수에서 좋아하는 법과 원칙은 어디로 갔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짓밟고 개인이 한 인생을 자의적으로 소멸할 권리는 어디있는가. 책에서 보여지지만 조금 더 정확히 판결 내리거나 생각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갓난 아이까지 죽이는 연좌제의 연속이었다. 자유로운 개인은 어디있는가.

 

만약 사람의 권리를 제약하며 목숨까지 결정하는 자격을 쉽게 건네준다면, 의심만으로 사람을 잡아 죽일 수 있다면, 언제 어느 때라도 합리적이라 여기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군과 경찰의 지시와 집행으로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무자비하게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진다면 누가 이 국가를 믿고 살겠는가. 아직도 땅속에는 수많은 억울한 이야기들이 묻혀있고, 어딘가로 흘러가 영영 찾을 수 없게 되기도 했다. 전쟁은 인간의 잔혹성을 드러낸다. 인간 사이의 불신을 만들어내고, 살육의 쾌락을 느끼게 만들어 인간 정신을 오염시킨다. 양심 없는 자들의 무대가 되게 만든다.

 

현재 더욱 활발한 발굴과 복원작업을 위한 법 제정이 미비한 현실이다. 피해자의 가족도 고령이거나 세상을 떠났다. 발굴에 전문자격을 요구하게 되면서 과거에 활발히 참여하던 시민 발굴단의 참여도 어려워졌고 국군 수사와 민간 수사가 협력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본 헌터>는 아직도 유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음을, 영문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땅속에 묻혀있음을, 인간의 탐욕과 잔혹함은 언제나 존재함을, 그들의 이야기를 드러내 그들의 존엄을 되찾을 수 있음을 '발굴'이라는 행위를 통해 보여준다. 인류의 부끄러움은 항상 느끼는 자의 몫이다.

 

이 책의 출간이 한국전쟁과 폭력 연구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기를, 공공역사와 평화사의 관점에서 쓴 한국전쟁이 이야기를 대표하는 책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겨울의 이야기를 마치며 봄을 기다리는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368p

 

* 한겨레 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d********9 2024.02.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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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사무친 아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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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뼈에 사무치다' 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사람의 살을 넘어 그 단단한 뼈에 각인될 정도로, 아프거나 통한을 느낄 때 많이 쓰죠.그런데 이 뼈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언해야 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들은 아산 신창 학살터에서 발견된 유골 'A4-5' 를 비롯한 많은 학살 피해자들입니다. 이젠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은 약 70여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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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뼈에 사무치다' 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사람의 살을 넘어 그 단단한 뼈에 각인될 정도로, 아프거나 통한을 느낄 때 많이 쓰죠.

그런데 이 뼈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언해야 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들은 아산 신창 학살터에서 발견된 유골 'A4-5' 를 비롯한 많은 학살 피해자들입니다. 이젠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은 약 70여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데, '본 헌터' 는 이들이 빛을 보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됩니다.

1950년 아산에 있었던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그들이 뼈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와,

그 뼈를 찾아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인류학자 박선주가 어떻게 이 일에 나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한국전쟁 초기의 학살이라는 말만 듣고 이 학살도 단순히 '보도연맹이었겠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작 아산 지역은 1950년 7-8월 보도연맹 학살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피를 덜 본 반면 국군의 반격이 본격화된 9월에 학살이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즉, 북한군 점령시에 아산, 신창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부역자로 몰려 변을 당한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보도연맹' '인민재판' '국민방위군' 이라는 특정 키워드로 한국전쟁의 여러 비극들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근시안적임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비단 그런 암기 위주의 단어로 표현될 수 없을 정도로 전쟁은 수많은 비극을 가져왔고, 그 비극 또한 각자 다른 방향으로 피를 뿌렸습니다. 단순한 선악 나누기, 흑백논리가 아닌 감춰진 더 많은 진실이 있음을 이 '뼈' 들이 증언하고 있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天農, 즉 천안농고의 로고가 새겨진 뱃지를 발견했다고 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공부에 전념하던 어린 학생들마저 하루아침에 빨갱이로 몰려 산에 끌려갔고,

거기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고등학교 학력조차 충분히 엘리트 취급받을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차마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이렇게 억울하게 희생된 어린 영혼들의 한이 얼마나 될지 추측조차 힘드리라 봅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유해도 없이 단지 저 단추 하나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언해야 했으니,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죠.


이뿐만 아니라 단지 비녀만 발굴된 여인,

치아 몇 개만 남았지만 발굴 관리 과정에서 그 치아마저 사라져버린 사람,

심지어 차마 세상빛을 보지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해된 태아까지,

뼈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의 비극을 차마 '뼈에 사무친다' 라는 표현 하나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다만 마지막에 갑자기 지금의 정치 이야기를 끌고 오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분명히 이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 했겠지만, 굳이 여기에서 정치를 다뤄야 했을까, 함께 손을 잡고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를 또 다시 정쟁의 소모품으로 써야 했을까, 

라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역사적 비극들이 세밀한 탐구 없이 단지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와 비난의 도구로만 쓰이는 건, 역사와 정치의 결합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는 지를 말해주는데요.


비유하자면 기껏 탕수육을 맛있게 튀겨놓고, 거기에 주방장 마음대로 소스를 부어버린 꼴이라고 봅니다.

이러면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은 또 다시 찍먹과 부먹파의 소모적인 논쟁으로밖에 흘러가지 않고, 그 사이 탕수육은 식어서 탕수육 자체에 대한 평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왜 하필이면 사족을 달았는지, 1950년대의 비극에 또 2024년의 정치 비판을 해야 하는지, 정말 아쉬울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옥에 티' 만 아니면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두 이야기를 넘나드는 저자의 필력은 정치나 기타 요소를 떠나 인정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 구성 자체는 정말 좋았어요.

부디 앞으로도 더 많은 조사가 이루어져, 이들의 '뼈에 사무친' 한이 조금이라도 풀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t******4 2024.03.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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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본 헌터』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내용보기
고경태(지음)/ 한겨레(펴냄)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 ( 내 좌우명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진실을 덮어버리고 거짓을 덧 씌우고, 조작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 진실을 쫓는 사람은 권력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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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지음)/ 한겨레(펴냄)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 ( 내 좌우명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진실을 덮어버리고 거짓을 덧 씌우고, 조작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 진실을 쫓는 사람은 권력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궁금한 한 분이 떠올랐다. 무려 10년 전 김영수 해군 소령이 해군 납품 비리를 폭로한 것이 기억나시는지? 당시 정말 양심 있는 행동이라 생각했고 그 이후에도 이분이 종종 떠올랐다.

 

 

 

 

 

 

정작 수뇌부 (범죄자들)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당하고 직장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윗선에 찍혀서 좌천당하고 월급이 6개월 지연되고 갖은 고통을 겪었다. 해사 출신으로 소위 잘나가던 그가 왜 그렇게까지 감내하느냐는 pd수첩의 질문에 소령은 명문장을 남긴다. 우리 해군은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변화를 일으키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자신이 희생함으로써 그 계기가 된 것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제대하고 공익제보지원위원회에 일하고 계신다는 소식이다. 당시 해군 참모총장 정옥근은 수억 원대 횡령 비리로 징역 10년형 받았다가 추후 감형 (그럼 그렇지 범죄자에게 관대한 나라) 당시 대법원의 판결문이 가관이다!!

 

 

 

 

 

 

 

 

 

 

나는 A4-5다로 시작되는 글을 소설 같았다. 아! 한 사람의 인생은 각자만의 소설이겠지만 여기 책에서 만난 사연들은 소설 중에서도 비극이다. 죽고 죽임을 당해서 묻힌 사연들, 누구인지 밝혀지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뼈들을 마주하는 저자. 뼈가 발견된 곳에는 교복 단추도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천농'당시 천안 농업 중학교 학생이었을까? 어린 학생들이 보도 연맹 당원이었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근거를 들이대고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인가... 국가라는 이름의 위력 앞에 진실은 없었다.

 

 

 

 

2000년 11월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밀문서를 세상에 최초 보도한 저자. 한겨레 21 창간 팀으로 현재 사회부 현장기자. 민간인 학살의 은폐된 현장들. 한국 전쟁의 참상, 우리들이 모르는 그 민낯을 세상에 드러낸 분.

 

 

 

 

책에 소개된 사연들은 소설처럼 소개되었다. 모두 죽은 사람들이다. 이름이 끝내 밝혀지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안타까운 죽음이다. 죽은 후에도 그 명예마저 빼앗긴 채 흙 속에 파묻혀있는 뼈의 주인.... 한국 전쟁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을 품은 채 책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럼에도 진실을 끝내 밝혀진다는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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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유골추적기

 

이달의 사락 r******7 2024.02.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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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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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통해 고인이 된 이들의 죽음의 원인을,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본 헌터. 이들은 뼈의 발굴과 더불어 한때는 육신이 존재했을 역사 속 지워진/잊힌 목소리들을 불러낸다. 아주 오래된, 그러나 그렇게 오래지 않은 이야기. 뼈가 이야기해 주는 한국전쟁 이후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많이 죽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빨갱이로, 부역자로 몰아가게 만들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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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통해 고인이 된 이들의 죽음의 원인을,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본 헌터. 이들은 뼈의 발굴과 더불어 한때는 육신이 존재했을 역사 속 지워진/잊힌 목소리들을 불러낸다. 아주 오래된, 그러나 그렇게 오래지 않은 이야기. 뼈가 이야기해 주는 한국전쟁 이후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많이 죽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빨갱이로, 부역자로 몰아가게 만들었을까?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 처럼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책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듯하나 목적지는 뚜렷하다. 현대사 속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민족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것. 어느덧 칠십여 년이 흘렀음에도 그때의 비극은 여전히 이념과 이익을 둘러싼 욕망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한 인류학자의 집념과 열망이 그 시절 무형의 기억과 목소리를 불러와 유형의 기록으로 남긴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n*****n 2024.0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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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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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충남 아산에서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그 중 눈에 띄는 유골은 ’A4-5'라는 식별번호가 붙은, 양손이 결박된 채 쪼그려 앉은 자세로 발견된 완전유해다. 아산시 성재산 교통호 안에서 발견되었다. 저자가 그랬듯 나 또한 ‘A4-5’ 사진을 처음 봤을 때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형체가 온전한 유해를 처음 봐서 놀랐기도 했지만, 그가 침묵하고 있는 사연이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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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충남 아산에서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그 중 눈에 띄는 유골은 ’A4-5'라는 식별번호가 붙은, 양손이 결박된 채 쪼그려 앉은 자세로 발견된 완전유해다. 아산시 성재산 교통호 안에서 발견되었다. 저자가 그랬듯 나 또한 ‘A4-5’ 사진을 처음 봤을 때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형체가 온전한 유해를 처음 봐서 놀랐기도 했지만, 그가 침묵하고 있는 사연이 무엇일까 질문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을 직접 겪진 않았어도 그 때의 참상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아산의 성재산, 새지기, 설화산 등의 야산에는 한국전쟁 민간인 대량학살 희생자의 유해가 묻혀 있다. 아산에서의 민간인 학살은 1950년 9.25 수복 이후와 1951년 1.4후퇴 때 주로 일어났다고 한다.

억울한 뼈가 묻힌 곳이 비단 아산 뿐이랴. 한국전쟁은 휩쓸고 간 자리마다 민간인의 피와 눈물을 겹겹이 땅에 묻었다. 부역자 처단이란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고발하고, 많은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었다. 전쟁이 끔찍한 이유는 모든 걸 파괴하는 동시에 인간의 인간다움을 앗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책은, 인류학자 박선주를 중심으로 아산 한국전쟁 민간인 대량학살의 진실을 파헤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뼈는 말하고 있기에,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인생을 더듬어 가보는 것이다.

‘A4-5’를 비롯한 유골들과 유품, 억울하게 죽은 ‘용길’, ‘주화’, ‘응렬’, 무명의 태아가 1인칭 화자가 되어 이야기한다. 나는 여기서, 저자가 마치 이들에게 인격을 부여해 재생(再生) 시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간 입 다물고 있어야 했던 억울함이 이로써 조금 덜어졌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학살 희생자뿐 아니라 학살 생존자와 가해자, 유해발굴단원의 증언도 읽을 수 있었는데, 당시의 참상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교차 되어 나오는 선주의 이야기는 다양한 화자의 목소리에 현재성을 부여한다. 70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땅 속, 과거의 어느 시점이 아닌 우리의 삶, 현재의 시점으로 끌어온다. 그리하여 미래에까지 ‘기억’하게 만든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동시성을 부여하는 매개가 아니던가.

선주가 유해를 땅 위로 끄집어 올려 이름을 찾아주었다면, 경태가 그들에게 인격을 부여해 말할 수 있게 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기억’함으로써 이들을 위로할 차례다. 더 이상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둠의 경계를 넘어 빛으로 나아가게 할 차례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

 


 

i*********9 2024.0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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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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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제목의 책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 어떤 논픽션보다 더 생생한 증언을 담은것 같은 작품이 바로 『본 헌터』이다. 무엇보다도 '2000년 11월,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관한 미군 비밀문서를 최초 보도'했다는 저자에 대한 소개글이 눈길을 끈다. 이런 저자가 충남 아산 성재산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발견된 유골 무더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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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제목의 책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 어떤 논픽션보다 더 생생한 증언을 담은것 같은 작품이 바로 『본 헌터』이다. 무엇보다도 '2000년 11월,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관한 미군 비밀문서를 최초 보도'했다는 저자에 대한 소개글이 눈길을 끈다. 이런 저자가 충남 아산 성재산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발견된 유골 무더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흔히 사후 뼈를 통해서 밝혀낼 수 있는 정보가 참 많다는 사실은 유명 의학 드라마나 수사 드라마를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에 행하고 있는 참전 용사 유해 발굴과 관련해서도 발굴된 뼈의 DNA와 실종자 가족들이 남긴 DNA를 대조해서 찾아내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한국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작품으로 아산이라는 곳에서 무려 1,000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에서 놀라게 되고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길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저자가 직접 발굴 현장을 찾으며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집중하며 진실을 쫓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한겨레>를 통해 기획기사로 쓰여졌고 이렇게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인데 당시의 기고에 좀더 구체적인, 그리고 명확한 발문들이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을것 같다.

 

피해자의 무고한 희생, 이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인류학자의 이야기, 그리고 책에 담긴 사진 자료들은 그 현장을 담아내고 있고 그 죽음에 얽힌 진실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땅 속에 묻힌 채 억울함을 삼키고 있었을 사람들, 그들의 죽음을 세상 밖으로 가져나와 은폐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들을 보면서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1, 2부에 걸쳐서 진행되는 이야기에는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한 진실과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그중에는 피해자의 유가족도 있지만 살아남은 피해자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가해자의 시선이 함께 더해져 있다는 점도 쉽지 않았을 전개이고 취재였을텐데 그 점 또한 대단하게 생각되는 부분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g*****s 2024.0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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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유골이 진술하는 민간인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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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는 A4-5를 비롯한 유골들의 삶과 이들을 땅 밖으로 내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전쟁 시기 아산 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탐구하는 책이다. 유해로 발견된 피해자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진술하는 형식으로 서술된 홀수 장과 유해 발굴을 통해 이들의 삶을 추적하는 인류학자 '선주'의 여정이 담긴 짝수 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유골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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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는 A4-5를 비롯한 유골들의 삶과 이들을 땅 밖으로 내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전쟁 시기 아산 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탐구하는 책이다. 유해로 발견된 피해자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진술하는 형식으로 서술된 홀수 장과 유해 발굴을 통해 이들의 삶을 추적하는 인류학자 '선주'의 여정이 담긴 짝수 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유골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전쟁이라는 거대담론 속에 가려진 개인의 삶에 주목하고, 독자로 하여금 국가 폭력의 비극성을 실감하게 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홀수 장과 짝수 장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인류학자 선주가 한국전쟁 유골을 탐구하기까지의 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민간인 학살의 원인은 이념 대립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학살이 발생한 표면적인 이유는 1·4 후퇴 당시 부역자 처형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지주 - 소작인 간 계급 갈등이나 사적 원한 관계가 포함되기도 했다. 1948년 농지 개혁 이후 지주들의 농지가 소작인에게 분배되었고, 곧이어 일어난 전쟁에서는 인민군 점령기에 소작인이 인민위원회의 간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당시 지주들은 소작인에게 구타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는데, 인민군이 물러나자 지주들은 다시 소작인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며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다. 민간인 학살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유해를 발굴할 때 공평하게 주목 받지 못한 뼈들이 있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애초에 국가가 유해를 발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책에서 인류학자 선주는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을 국가와 국민 간 계약 관계로 설명한다. 국민이 국가에 대해 여러 의무를 수행하는 만큼, 국가는 전사한 국민의 주검이라도 찾아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인 강제 노동 희생자 유해 발굴에 참여한 승려 도노히라는 ‘역사와 목숨에 대한 상상력’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국가 폭력 피해자 유해 발굴은 폭력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고통받은 목숨들을 만든 역사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선주가 국군 전사자의 뼈와 대우중공업 노조 활동가의 뼈 두 개를 쳐다보는 장면에서는 국가 주도로 발굴되고 보호 받는 뼈와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뼈의 이미지가 대비되어 안타까웠다.

 

선주가 이념 문제에 좌우되지 않고 국방부나 진실화해위원회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유해 발굴 작업을 하는 모습은 학자로서의 탐구 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연구의 원동력은 이념보다는 지적 호기심이었다. 우리가 사실처럼 알고 있는 어떤 지식이 꾸며진 이야기일 수 있다는 ‘모던 미스’ 개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진실을 탐구하려는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데, 발굴 참여 자격을 문화재 관련 학과 출신으로 제한하면서 인류학자 선주를 비롯해 발굴 경험을 쌓아온 이들이 작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위원장과 관련한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켜봐야겠다.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y****4 2024.0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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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도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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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헌터, #고경태,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8기, #체질인류학, #유해발굴, #민간인학살, #충남아산, #한국전쟁   본 헌터/ 고정태 저/ 한겨레출판   한동안 미드 <본즈>에 심취하였다. 오로지 '뼈'로 일어났던 상황을 구현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되짚어가는 그 과정은 매번 경이로웠다. '이런 작업이 가능하구나~ ' 싶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분이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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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헌터, #고경태,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8기, #체질인류학, #유해발굴, #민간인학살, #충남아산, #한국전쟁

 

본 헌터/ 고정태 저/ 한겨레출판


 

한동안 미드 <본즈>에 심취하였다. 오로지 '뼈'로 일어났던 상황을 구현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되짚어가는 그 과정은 매번 경이로웠다. '이런 작업이 가능하구나~ ' 싶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분이 계셨다.

 

<본 헌터>는 체질인류학자 박선주가 한국전쟁 유골을 치열하게 좇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고경태는 글의 구성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낸다. 홀수 장은 유골, 유족, 유품, 등 참혹한 현장의 목소리가 소리 내는 공간으로, 짝수 장은 유해 발굴을 이끈 체질인류학자 박선주의 삶과 신념 그리고 발굴 현장의 목소리가 담겼다.

 

 


 

책은 독특한 자세로 발굴된 유해 'A4-5'가 문을 연다. 2023년 3월 10일 충남 아산 성재산에서 '노출'된 유골로, 이 책의 씨앗이 되어 주었다. 이 유골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가와 후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이 세상에 고하는 외침이자 바람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 A4-5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묻혀 있는가"

 

 

박선주 선생님은 '본 헌터'로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시선과 신념으로 한국전쟁 유해 발굴의 현장에서 인생을 보냈다. 흔들림 없는 학자의 자세로 국군 전사자 발굴, 민간인 희생자 발굴 모두 가리지 않고 '국가 정체성'에 대한 문제로 접근하는 그의 뒷모습은 거대했다.

 

인간 박선주는 이과에서 문과로, 전자공학과에서 사학과로 마음을 바꿔 진학하게 된다. 언론인을 꿈꾸던 청년이 체질인류학자로 삶의 방향을 틀게 되는 데는 손보기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그에게서 직관과 열정, 과학적 사고의 방법 그리고 발굴 현장에서의 자세를 배웠다. 그를 따라 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나 과거에서 현재까지 인류를 포함한 영장류의 생물학적 특징을 연구하는 체질인류학을 공부했다.

 

 


 

 

인류학자 박선주가 걸어온 길을 톺아보니 구석기 시대부터 인연이 시작된다. 스승인 손 선생님은 공주 석장리의 구석기 유물을 발굴한 고고학계의 스타였다. 덕분에 박선주 선생님은 제천 점말 동굴, 아치섬 인골을 연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흥수아이'와도 연이 닿았다. 차근차근 뼈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던 그는 현대사의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인류학자 박선주는 과학적 호기심과 탐구 정신으로 사실을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모던 미스' - 우리가 사실처럼 알고 있는 어떤 지식이 꾸며진 이야기일 수 있다 -를 염려해두고 문헌과 증언을 비롯한 갖가지 기록과 직접 발굴하고 유해를 뒤져본 뒤의 결과로 사실 여부를 검증하려고 했다. <본 헌터>는 그 지치지 않는 탐구심과 열정, 책임감으로 유해를 분석하는 여정의 기록이다.

 

 

<본 헌터>는 뼈로 과거를 추적하는 이들의 시선뿐 아니라 유골, 유족 등 참혹한 사건의 피해자들이 말하는 그날의 이야기가, 시간과 흙 속에 파묻혀 색 바랜 기억들의 파편들을 이어가는 이야기가 얽히고설켜서 우리가 잘 몰랐던 처참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생생하게 연출한다. 한국전쟁 시기 이 한반도에서 이데올로기의 폭력으로 으스러진 수많은 생명들의 죽음을 조명한다. 왜 이렇게까지 죽였을까.

 

<본 헌터>는 민간인 희생자 발굴을 주 골자로 한다. 몇몇 들어본 지역의 이야기는 아는 것보다 끔찍했고, 비극이 벌어진 지역이 훨씬 많다는 사실 앞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유일한 분단국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특수한 상황 너머 사적인 감정이 뒤범벅된 민간인 학살의 내막은 실로 큰 충격이었다. 멸문, 뱃속의 태아까지 죽이는 인간성이 파괴된 순간에 멈춰버린 유족의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배경은 군경, 미군, 적대세력 등 다양했다. '사색 없이 사형, 사형'당한 부역혐의자들은 제대로 된 재판조차 받지 못했다. 정치적인 목적이나 사적인 복수 수단으로 이용당한 사례도 많았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모티브가 되었던 최승갑, 충무공의 후손들, 맹씨네 연좌제, 황골 새지기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긴 빠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그들의 피 토하는 고백은 인간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저자 고경태와 인류학자 박선주는 결코 회의, 불신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참혹한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억울한 죽음의 내막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이름과 고통을 후대에 사는 우리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에 겨울이 지나 봄이 오기를 기원하는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먹먹한 마음으로 간절히 소망한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달의 사락 d******u 2024.02.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