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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픈 역사
"우리의 아픈 역사" 내용보기
군대를 카투사로 갔다온 나에게 미군이라는 존재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그렇게 신비로운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오직 남의 나라 군대를 우리 땅에 주둔시킨다는 사실, 그리고 그 총부리가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동포를 향해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플뿐 별다른 감정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래로 미군이 우리 나라에 존재하면서 벌어진 숱한 일들 또한 우리
"우리의 아픈 역사" 내용보기
군대를 카투사로 갔다온 나에게 미군이라는 존재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그렇게 신비로운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오직 남의 나라 군대를 우리 땅에 주둔시킨다는 사실, 그리고 그 총부리가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동포를 향해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플뿐 별다른 감정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래로 미군이 우리 나라에 존재하면서 벌어진 숱한 일들 또한 우리 나라 역사의 일부임을 이 책은 잔잔히 말하고 있다. 기지촌이라는 특수한 지역을 세밀하게 찬찬히 감정을 섞지 않은 채로 보여줌으로써 그곳이 별다른 곳이 아니라 같은 우리 나라 사람이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이 있음으로써 자주국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고, 그 미군이 뿌린 돈으로 전후에 많은 수의 사람이 먹고 살았던 것도 현실이고, 노근리에서 학살당한 사람이 있었던 것도 현실이고, 지금도 수만의 주한미군이 거대한 기지를 우리 나라에 가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비록 이 책의 내용은 과거의 일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현재의 일을 망각하거나 신경끄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달한다. 귀기울일 만한 메시지가 아닌가.

[인상깊은구절]
기적을 길게 남기고, 기차는 산모퉁이 뒤로 사라졌다. 북적거리던 승강장이 조용해졌음을 깨닫고, 나는 역을 둘러다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표를 받던 역무원도 사무실로 들어간 듯, 개찰구도 비어 있었다. 역사 이마엔 토곡이라고 씌어 있었다. 처음 온 곳이었지만, 이름은 귀에 익어서,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그만 역들이 대개 그러하듯, 토곡역도 어쩐지 서글픈 느낌을 주었다. 이울기 시작한 꽃들이 그런 느낌을 짙게 했다. 그런 느낌이 걱정에 덮힌 내 마음에 맞아서 나는 승강장 한쪽에 마냥 머물고 싶었다.
l*****4 2001.07.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