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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일 오후에 도서관에 가서 위와 같은 책을 잔뜩 빌리면 사서님께서 '저 사람은 퇴사 후 조만간 작은 책방을 운영할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하실 듯하다. 지난 겨울부터 책방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모아 읽고 있다. 정말 교직을 그만두고 당장 책방을 할 생각은 아니고,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 '다른 삶'의 최전선을 살고 있는 분들 중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더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유 깊은 생각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 위기를 예민하게 포착해내는 통찰력을 믿기 때문이다. 왜 그분들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권하는 삶과 가장 반대편에 있는 듯한 분야에 종사하기를 선택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좋은 책 두 권을 만났다. 이후북스 책방지기가 쓴 이 책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책방지기가 쓴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이런 책들에서 작은 책방 운영자들에게 공통으로 관통하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드러난다.
다른 삶에는 항상 타자와 평화롭고 건강하게 공존한다는 맥락이 깔려 있기 때문인지, 작은 책방지기들 중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 황부농님은 고양이를 세 마리나 키우신단다. 이들 사료를 사기 위해 책방을 열심히 운영하고 영업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맛있는 밥과 반찬을 마구 퍼주시던 믿음식당도 책방지기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돕는 소중한 공간이었던 듯한데 이제 없어졌다니 내가 다 아쉽다.
이 책은 온라인에 올렸던 이후북스 책방일기 글들을 묶어서 만든 책인 모양이다. 문체가 가볍고 즐거워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작은 책방 책방지기들이 굶어 죽지 않고 계속 책방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책 내내 이후북스에 와서 책을 사라는 세뇌를 받은 후) 이후북스를 방문할지니. 여러 동업자와 제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려다가 엎어지고, 그 중 한 명과 서울에 올라와 이후북스를 열었다.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고 다른 직업이 있어 주말이나 평일 밤에 책방 운영 일을 돕는 상냥이가 없었더라면 이후북스는 이렇게 오래 지속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서로 이렇게나 편안하게 싸울 정도로 사이가 좋은? 동업자라니 책방지기 서로에게 크나큰 축복이라는 생각을 했다. 부럽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는 독립출판물 "책 낸 자": http://blog.yes24.com/document/9800973 를 만든 서귤님이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이후북스에 자주 방문하고 책방지기들과 친하기 때문인지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나는 "책 낸 자"를 독립출판물 버전으로 인상 깊게 읽고 소장하고 있는데, 얼마 후 단행본으로 출간한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다 훈훈했다. 아마 좋은 독립출판물들을 출판사가 알아보고 정식 출간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책 낸 자"에 이후북스 이야기가 나오기에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거꾸로 이후북스에도 서귤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재미있다.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을 읽고 나니 서귤님께서 자신의 책에서 이후북스 책방지기를 매우 훈훈한 분으로 묘사한 이유를 알 듯하다.
더불어 "책 낸 자"에서 서귤님이 오키로미터에서 인디자인을, 더쿠에게 독립출판물 만들기를 배우는 장면, 또 공휴일에도 일하는 인쇄소 소장님을 보며 서귤님이 했던 생각들이 이 책에도 다시 나오고 있다.
이후북스에 와서 책을 사라고 책 내내 영업하며 이렇게 솔직하고 유쾌한 글을 쓰시는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이후북스에 조만간 꼭 들르고 싶어졌다. |
![]() 위의 도서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은 독립서점인 '이후북스'의 책방일기가 담긴 도서이다. 요즘 부쩍 독립서점에 관심이 많은터라 이전에 읽었던 『철든책방』,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 수익을 내기 무척 어려운 독립서점 이야기 이기에 앞서 읽었던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와 비슷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그러한 예상과는 달리, 표지에서 느껴지는 엉뚱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그림처럼 경쾌하고 재치있는 문체로 쓰여져 재미있게 글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이 사회는 얼마나 책방에게 가혹한가. 온라인 서점의 독식과 드물게 이루어지는 지원 속에서, 책방 지기들의 개인기로 그 공간이 유지되고 있다. p 100 - 좋아서 하는 책방 - 1부 책방으로 오세요 한편으로는 위의 저자의 고백처럼 책방지기로서 가혹한 현실에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버텨야했던 경험들이 저자의 글을 좀더 재치있고 매력적으로 만든 것처럼 보여서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 "이대로 망하지는 않겠습니다." 라며 호기로운 다짐처럼 이후북스가 승승장구해서 좋은 인연들과 안정적인 수익을 동시에 만드는 청사진이 되어주길 기원하며 서평을 마친다. p.s. 이후북스 Instagram p.s.2. 다행히 성공적으로 종료된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Crowd Funding 본인 또한 이를 통해 위의 도서를 구매함. ============================== 책방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이 소중해서 책방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 안에는 책 좀 사라는 하소연도 있고 나 이렇게 잘해왔다는 거들먹거림도 있다. 답이 없는 일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책'방정식'>이다. 무엇을 기대하든지 간에 간결한 문체와 특유의 유쾌함으로 무거운 주제의 글도 쉽게 읽힌다. 가벼운 것은 그것대로 맛깔나다. 기대하고 읽어도 재미있을 테니 읽독을 권한다, 라고 말하는 건 책을 파는 책방지기 버전의 소개다. 그럼 책을 쓴 입자에서 말하자면, 매주 한두 편의 책방일기를 썼다. 처음엔 시간이 남아서 썼고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자 보란 듯이 책방 홍보를 겸한 일기를 썼다.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 고양이, 책에 대한 솔직한 모습과 생각들을 가감 없이 담으려 했다. '작은 책방'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평가하자면 거의 무가치한 공간이다. 수익 구조가 지독할 정도로 열악하다. 먹고사는 데 있어서 거의 절망적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넘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책방에는 자본의 가치를 뛰어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 이야기, 재미, 응원, 연대, 자유, 성찰, 고민거리 같은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라고 쓰려니 몸이 배배 꼬이네. 이 책이 하루가 아쉽게 끝난다 싶을 때 읽으면 조금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나 스스로에게도 그런 글이 되기를 바라며 썼다. 책방에 오지 않는 독자들에게 이런 마음이 가닿기를 바라며 썼지만 그러면 책방에 온 사람들이 '나는 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전全 지구인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라고 뻔뻔하게 말해본다. 그러니까 열 권씩 사서 선물하고 읽어주세요. (그래야 제가 굶어 죽지 않습니다) 책방은 배가 고프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같이 책방정식을 먹자. 아니 풀자. 아니 먹자. 아니 풀자. 아니 먹으면 안 될까? 그냥 풀지.(영원히 이어지겠네.) p 006, 007 책방정식 책을 펴내며 ============================== 이후북스가 어떤 콘셉트의 책방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작은 책방들은 한 가지 콘셉트를 가지고 개성 있게 꾸려나가는 곳이 많아서인 듯하다. 그러나 이후북스는 콘셉트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파는 것이 전부일 뿐. 이후북스에 다른 모토가 있냐고? 없다. '이후'북스에서 이후는 무슨 뜻이냐고 종종 질문 받는데, 이후는 '이전 이후'의 이후이다. 책을 읽은 이후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내가 추천한 책을 읽었다한들 정말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책을 즐겁게 읽고, 책을 읽는 데 흥미를 느껴 책방을 자주 찾는다면 이전과는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책방엔 주로 독립출판물과 작은 출판사의 책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개성과 재미를 주는 책이다. 나는 작은 것들에 마음이 좀 더 쓰인다. 독립출판물 제작자와 소규모 출판사들이 소소하지만 꾸준히 재미난 책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이후북스의 콘셉트를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정한 색깔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 이후북스의 콘셉트가 뭐냐고? 일단 오면 보인다. p 021, 022 책방으로 오세요 1부 책방으로 오세요 ============================== 다음 날 출근하면 책방은 텅 비어 보인다. 사방이 책이지만 책은 보이지 않고 빈 공간만 눈에 들어온다. 점심 시간이 지나면 골목에는 점점 인적이 뜸해진다. 특히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날은 더욱더 그렇다. 책방을 두드리면 텅텅 소리를 낼 것 같다. 책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야 비로소 책은 책으로서 빛난다. p 038 책방을 나누어 드립니다 1부 책방으로 오세요 ============================== 작은 책방은 당연히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나조차도 할인과 무료 배송, 거기에 더해 취향을 저격하는 굿즈들이 즐비한 알라딘을 좋아했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라딘을 인정한다. 알라딘 말고 이후북스에서 책을 사게 할 어떤 이유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 작은 책방은 작은 책방대로 이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작은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작지만 알찬 책을 구비해야지, 알라딘을 따라 하면 정말이지 내 가랑이는 찢어질 거다. 오히려 내가 추천하는 책을 알라딘에서 구매하는 것도 좋으니, 이를테면 《노란들판의 꿈》 같은 책은 알라딘이든 이후북스든 어디서든 많이 사서 보면 그만이다. 좋은 책들이 한 번이라도 더 홍보되어 어디서건 판매가 된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 그러나 내가 파는 책을 알라딘에서 사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코딱지만 해도 이후북스는 책방, 책을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한 권이라도 책이 더 잘 보이게 해야겠다. p 041, 042 작은 책방은 작은 책방대로 1부 책방으로 오세요 ============================== 난 어떤 경우에 책방을 그만두게 될까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경영난 때문에? 그렇다면 내일모레 그만둘지도 몰라. 혹은 책이 꼴 보기 싫어져서? 그 이유라면 몇년은 지속할 것이다. 책방보다 더 잘할 수 있고 잘하는 일이 생긴다면? (라면가게 차린다면 대박 터트릴 자신 있다) 책방 운영을 지금도 잘하지는 못하니까 이것도 당장에 그만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그래서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인가? 모르겠다. 영원히 하고 싶지도 않고 당장 그만두고 싶지도 않다. 최대한 오래 하려고 마음먹지도 않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지 하고 결심하지도 않다. 짝사랑은 의무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냥 즐기다가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며, 그렇게 그렇게 가슴을 쓸며 겨우 버티다 재미없어지면 그만두겠지. 매일매일 책을 짝사랑하는 불행을 견뎌야 할지도 몰라. 지금처럼. 또는 어느 날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날, 내가 책방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는 그날 조용히 문을 닫겠다는 생각을, 왜 하는지 … 참나. 당장 내일 입고할 책이 산더미고 모임 준비도 해야 하는데 …. 가을이 오면 다시 살아나야지. 모두에게 행복한 가을. 그러나 가을은 너무 짧다. p 044 ~ 046 언제까지 책방을 1부 책방으로 오세요 ============================== 내가 요즘 제일 두려운 건, '이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얼마나 좋은 책이 많을까? 또는 여기가 그렇게 특별하다는 책방인가?' 하는 기대다. 당연하지만 난 모든 손님들의 기대를 다 충족시킬 수 없고, 책방은 그렇게 이상적인 공간도 아니다. 책방은 그저 책이 있는 곳일 뿐. 기대 이상의 책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그렇고 그런 공간이다. 아, 이건 내가 내게 하는 말이구나. 나야말로 요즘에 자꾸만 책방을 구름 위로 띄우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이후북스는 작고 느리고 약간 모자란 것이 매력이다! p 052, 053 고민하는 책방 1부 책방으로 오세요 ============================== 책방이 많이 생겨나는 게 나는 좋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책방이 곳곳에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고양이책방 슈뢰딩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돈벌이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 가난하게 사는 거지. 이렇게 이계삼 선생님이 쓴 《고르게 가난한 사회》가 책방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모두 다 책방을 여세요. 같이 가난해집시다. 그리고 책방 운영 노하우가 있다면 저 좀 알려주세요. p 055 고르게 가난한 책방 1부 책방으로 오세요 ============================== 책방 운영 6개월 차에 깨달은 건 책보다는 먹을 걸 팔아야 많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난 책을 많이 팔고 싶다. 꾸준히 책을 팔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책의 향기를 맡으면서, 책을 퍼트리며 살아야지. 세상에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 물론 돈도 매우 중요하다. 고양이 키우면서 고양이 사료도 못 먹일 만큼 무능해서야 되겠습니까? 이후북스는 오픈한 지 6개월이 되었는데 책방 운영이 어렵다 어렵다 해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신기하게도) 있어서 그동안 굶지 않고 먹고살 수 있었다는 것에 (고양이도 안 굶겼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의 책방일기를 마쳐야겠다. 고맙습니다. 내일도 찾아주세요. p 065 고양이 사료값을 벌었네 1부 책방으로 오세요 ============================== 이 사회는 얼마나 책방에게 가혹한가. 온라인 서점의 독식과 드물게 이루어지는 지원 속에서, 책방 지기들의 개인기로 그 공간이 유지되고 있다. 결국 책 파는 일을, 그런 일을 하는 이들을 돈에서 초월한 것인 양 치부해가며 던지는, "네가 좋아서 하는 거잖아" 라는 말 뒤에는, '그러니까 불이익도 감당해야지' 라는 암묵적인 시선이 있다. 이러한 시선은 그야말로 우리를 '구기고'있다 (구겨진 페이지는 절대 사지 않으면서.) 그게 꼭 책방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 쓰는 이들, 책 만드는 이들, 그림을 그리는 이들, 노동을 하는 모두에게, 즐거워서 시작했건 시작하고 나서 즐거웠건 간에, "그래 그럼 즐거웠으면 됐지 왜 투덜거리냐!" 라는 말로 그들의 치열함을 깎아내릴 순 없다. 그래서 결론. 난 즐겁게 일하면서도 돈도 많이 벌 거다. p 100, 101 좋아서 하는 책방 1부 책방으로 오세요 ============================== 글쓰기와 말하기, 그리고 생각을 갖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지식이나 정보가 없고 훈련이 되지 않으면 글도 그렇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그러다 보면 타인의 도움을 받게 되고 자꾸만 타인의 도움을 받게 되면 자신의 생각은 흐릿해지거나 없어질 위험이 크다. 책을 읽는 것도 타인의 도움을 받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나를 몰개성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 가치관을 더 정립시켜주며 다양한 생각과 의견과 경험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갖추게 한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직접 책을 고르는 건 여러모로 좋은 효과를 준다. 우선은 표지 디자인을 보며 심미적 감각을 키울 수 있고, 제목을 음미하며 내포된 의미를 유추할 수 있고, 작가의 이력이나 추천사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직접 읽거나 혹은 선물을 할 때 나의 (혹은 타인의) 현재 상태나 결핍된 부분 등을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된다. 선물이란 게 원래 받을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게 또 책일 때는 더욱 고심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어떤 고민이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 더불어 상대방의 독해력과 정신 상태, 기분과 기호를 아울러 고려해야 하니까. p 202, 203 책을 고른다는 것 2부 서로의 페이지가 되어 ============================== 책을 읽으면 좋은 건가? 스스로 대답해 보자. 우선 책을 읽으면 단어를 많이 익힐 수 있고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선 머리를 좀 굴려야 하고 그럼 바보가 되는 걸 더디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 감정의 배설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 그리고 땡? 인가? 아닐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다음 스텝은, 내가 조금 불편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 변영주 감독이 영화 <자백>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랬다지, 영화를 본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영화를 본 이들이 세상을 불편하게 생각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우리는 아직 덜 불편하게 생각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 책을 읽으며 (나쁜) 머리를 굴려보고 아파해야 한다. 좋은 책은 아픔과 상처를 얘기하고 있으니까. 책에서 느낀 아픔과 상처가 현실에도 존재함을 통찰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고통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그래서 이후북스의 이름은 책을 읽은 '이후'에는 조금 세상을 다르게 보라는, 책을 읽은 '이후'에는 조금 불편해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이후북스의 이름을 각인시켜야지. (책방일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기를 읽은 이후에 이후북스에 오라는 것이다.) p 216 책을 왜 읽나 2부 서로의 페이지가 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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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립서점 이후북스의 책방지기가 쓴 책방 운영 일기이다. 책방을 오픈했을 때부터 2년 차가 된 지금까지 책방에 대한 운영과 본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넋두리와 재치가 적당 비율로 섞여 있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행여나 나도 한번 독립 책방 하나 내볼까? 란 어설픈 마음은 쏘옥 들어가고 그럴 생각할 시간에 독립 책방에 가서, 아니 이후북스로 찾아가서 책 한 권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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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염원으로 불탔던 적이 있다. 취업 문제만 해결하고 나면 이후 삶은 굉장히 평온하리라는 헛된 바람에 취해서 말이다. 하지만 흐르는 물을 잘라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민 또한 끊이질 않았다. 하나를 해결하면 그보다 더 큰 파도가 몰려와 나를 삼키려 드는 통에 숨 막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앓는 중이다. 예전에 나를 괴롭힌 문제들이 무언지는 까마득히 잊은 채 현재가 너무도 괴롭다며 울부짖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접하는 낯선 형태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여유가 부럽다. 그들의 삶에 깃든 치열함을 내가 미처 읽어내지 못했음을 잘 알면서도 그렇다. 원래 남의 떡은 커 보이는 법이다. 이후북스 책방지기로 저자는 자신을 소개했다. 서점의 이름이 ‘이후북스’요, 여기서 ‘이후’는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무엇무엇 이후 할 때의 이후가 맞다. 미래지향형 인간임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일까. 호기심을 잠시 품어보았으나 그리 심오하진 않았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전이면 어떠하고 이후면 또 어떻단 말인가! 그의 서점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Yes24나 알라딘처럼 규모가 크진 않다. 아마도 동네에서 어렵잖게 만날 수 있는 형태일 것 같다. 커피 등의 음료도 함께 판매하는 걸로 보아 북카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모양이다. 책 한 권을 파는 것보다 음료 한 잔을 팔았을 때 벌 수 있는 금액이 더 큰데도 굳이 제 점포를 서점으로 칭하는 까닭은 그것이 가게의 정체성이라는 뜻일 게다. 가게를 운영하는 인원은 두 명인데, 두 명이 모두 노상 상주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마음이 맞아야 동업이라 하는 게 가능할 텐데, 어쩌면 너무도 달라서 외려 잘 맞았던 게 아닐까 짐작 가능했다. 비록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땐 피 토하고 침 튀겨감서 부닥칠지라도. 저자에게 있어선 생계를 위한 공간이기도 했으므로 동업자와의 관계가 껄끄러웠을지라도 쉬이 관두기란 힘들었을 테지만, 그러잖아도 힘든데 사람으로 인해 앓기까지 한다면 아마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서점 공간은 때때로 문화를 위한 장소로 돌변하기도 했다.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하는 게 버거울 때도 많다는 말은 겸손일지도.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어 가며 이후북스를 찾은 사람들은 외로웠다. 최근에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상승해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람책과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 사람들이 지닌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외로움 또한 달랠 수 있는 아이템이지 싶었다. 책에도 물론 지혜는 담겨 있다. 그와 같은 책을 만든 이로부터 직접 접하는 지혜의 농도는 더욱 짙은 게 당연했다. 하나가 끝나면 숨 고르기 무섭게 다음엔 무얼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덕분에 더디 흐를 것만 같은 하루는 재빠르게 끝맺음을 향해 갔고, 오늘도 일찍은 커녕 가까스로 정시 퇴근을 달성할 수 있었다. 특정 책을 구하는 이들이 있을 경우 막대한 인력이 들러붙어 고객의 욕구에 부응하려 드는 대형서점과의 단순 비교는 금물일 것이다. 10% 할인은 기본인 요즘 같은 시대에 정가를 주고, 그것도 인터넷에서 책을 구입한다는 사실을 이해 못하는 부류도 넘쳤다. 그럼에도 굳이 이후북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때론 일주일을 넘어가는 기다림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였으며, 자신이 마치 서점 주인인양 경영을 염려하기도 했다. 끝이 보이질 않는 경기 침체는 모든 업종의 숨통을 끊어놓고 있다. 하물며 책 보길 돌보듯 한다는 대한민국에서의 서점 운영은 더더욱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굶어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바로 ‘사람 덕분’이었다. 시작은 제 의지였을지 모르나 망하는 건 결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늘도 이후북스에는 사람의 온기가 깃든다. 작은 서점, 느린 서점, 세상에 하나뿐인 서점. 이후북스의 건투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