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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고흥군 팔영산 자락에서 만들어진 삶과 언어가 생생하게 구현된 시집을 읽었다. 정갈하게 꾸미시고 길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소년의 시린 마음의 근원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동네 어메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도 그리운 어머니를 향하다 뻗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동댁, 본동떡, 모래실떡, 근동댁, 김할머니, 들몰떡, 쥐샌떡, 봉촌댁, 박샌댁 등이 그 엄니들이다. 전원일기나 산촌일기 드라마 한 편을 찍어도 좋을 것이다. 잘 들어주는 시인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었는지 다 보인다. '오마 고맙소 늙은 것을 더럽다고 안피하고 이야기를 들어줘서 참말로 아팀찮혀요'라고 그들은 웃는다. '서울댁'이었던 나도 시인에게 이야기 늘어놓고 싶은 것이 참 많았겠다, 싶다. 그에 비해 남정네들은 상대적으로 잘 등장하지 않는다. 시대탓인지 시인의 마음이나 관심탓인지 모르겠다. 시인이 겪었던 오월 광주의 광경, 굽이굽이 현대사에 새겨진 인물과 잡것들의 풍자시가 펼쳐진다. 보존가치가 있는 전라도 고흥말, 어메들의 삶, 광주전남의 현대사다 품 넓은 시인의 온 생으로 형상화되어 한 권의 시집으로 나온 것이다. 다시 벚꽃이 피는 이 환한 계절에 펼쳐 볼 수 있는 한 생애의 시집, 진심으로 반갑고 좋다. 여러 독자들이 두루두루 읽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