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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구를 찾아 분투하는 무슬림 흑인 청년의 저항 -  《단순한 과거》
"새로운 출구를 찾아 분투하는 무슬림 흑인 청년의 저항 -  《단순한 과거》" 내용보기
새로운 출구를 찾아 분투하는 무슬림 흑인 청년의 저항 -  《단순한 과거》   드리스 슈라이비 지음 | 정지용 옮김 [을유문화사] | (2024)     모로코 상인의 아들인 드리스 슈라이비의 소설 《단순한 과거》를 읽었다. 이 소설을 읽은 느낌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내게 미세한 분자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우연하고 우발적인 촉매제를 첨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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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구를 찾아 분투하는 무슬림 흑인 청년의 저항

-  단순한 과거

 

드리스 슈라이비 지음 | 정지용 옮김 [을유문화사] | (2024)

 

 

모로코 상인의 아들인 드리스 슈라이비의 소설 단순한 과거를 읽었다. 이 소설을 읽은 느낌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내게 미세한 분자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우연하고 우발적인 촉매제를 첨가하여 이루어지는 격렬한 화학반응을 관람하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화자인 드리스는 이슬람군주로 대표되는 굳건한 가부장제도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했다. 여기에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 및 인종차별적 역사가 뒤섞여 요동과 교란,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작중 인물 드리스는 핫지 파트미의 둘째 아들이었다. 드리스가 군주라고 부르는 핫지 파트미는 부유한 상인이다. 그가 식민지 상태인 조국에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제국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이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한 결과다. 이 배경에 이미 문제의 씨앗과 모순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일찍이 군주의 지목을 받은 화자 드리스는 프랑스 학교에서 제국주의의 문화와 지식을 습득하고, 기독교에 접할 수 있었다. 총명했던 드리스는 이슬람 문화의 가부장제가 지닌 억압과 폭력성을 자각하고 이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서구 문명을 동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제국주의의 모순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믿음이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경험. 드리스는 이 폭풍과도 같은 내적 갈등을 경험하며 방황한다. 혼돈과 혼란의 과정이 반항으로 분출되어, 반응의 세기는 강렬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저녁 식사 전에 가족이 군주 앞에 모여 대기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음식을 대령할 준비를 하며 배고픔을 참고 있었다. 일곱 명의 아들은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사다리꼴대형을 갖추어 대기하고 있었다. 프랑스 문명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된 드리스는 집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환멸을 느끼고 규율에 저항하기로 한다.

 

하미드는 샌들 한 작을 들어서 이를 때려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사다리꼴 속으로 되돌아가, 자기 자리에 앉아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때 나는 파문당하기로 마음을 먹었다.”(30)

 

화자 드리스가 군주로 대표되는 가부장제와 싸움기로 결심한 순간이다. 이것은 철학자 스피노자가 유대 공동체로부터 파문당한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오늘의 네덜란드가 있는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던 유대계 철학자 스피노자도 드리스처럼 지역 사회에서 자수성가한 상인의 아이들이었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교육에 힘을 쏟은 부모의 영향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종교 지도자 랍비가 되기보다 교조화 된 종교적 관습과 해석을 거부하고 스스로 기존의 질서를 판단했다. 그가 유대 공동체로부터 파문 절차인 헤렘을 선고받기로 각오했을 때의 심정이 바로 드리스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파문이란 공동체로 이름 지어진 기존의 안에서 밖으로 추방되는 것을 의미했다. 스피노자의 경우는 정말 무시무시한 저주의 말까지 들으며 추방되었다고 한다.

 

드리스가 기존의 질서에 대항하고 기꺼이 파문당하기로 결심했을 때, 이는 자신이 발을 딛는 대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기존의 것을 부정하고, 한편으로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상징적인 의미에서 아버지를 죽여야만 하는 절차가 남아 있었던 셈이다. 자신의 내부에 일종의 폭탄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이 폭탄을 던져 터트려야 한다는 것도 직감했을 테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계속 살아갈 수 없었을 테니까.

 

본문에는 가는 선이란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가는 선은 무엇을 뜻할까. 선이라고 하면 일단 경계를 떠올려볼 수 있지 않은가.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경계말이다. 소설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질서(가부장제도)와 새로운 질서(제국주의)가 뒤섞여 있다. ‘이쪽이라 함은 이 질서의 내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반대로 저쪽에는 프랑스의 표어로 대표되는 자유, 평등, 박애의 이상적인 세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리스는 아버지 군주와의 격렬한 충돌, 작용과 반작용의 과정에서 이 경계 너머에 또 다른 부조리함이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가는 선은 쉬지 않고 나를 흔들었다. 가는 선은 선명해졌다. 모든 선이 눈앞에서 흐려지면서, 선은 매우 선명하게 보였다. 가는 선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흑인 남자다. 너는 몇 세대 전부터 백인과 교배해서 만들어진 흑인이다. 너는 지금 선을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 너는 알라를 전혀 믿지 않으며, 전설을 파헤쳐 분석할 수 있고, 프랑스어로 생각하고, 볼테르를 읽고, 칸트를 찬양한다. 그렇지만 너는, 네가 도달하려는 서양 세계도 어리석음과 추악함이 퍼져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네가 탈출하려는 그 추악함과 어리석음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지.”(134)

 

선 너머의 세계를 들여다보노라면, 마찬가지로 인간 세계의 모순이 발견된다. 이 세계 가운데 인간이 만든 추악함과 어리석음이 없는 곳이 있을까? 드리스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을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그는 서양 세계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고, 서양 문명이 무모하고 어리석은 가부장제를 타파할 수 있는 실마리와 힘을 지녔다고 믿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산한 군주는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제도의 모순을 이용하여 다시 부정한 부를 축적하며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군주로 대표되는 기존의 세계는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질서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드리스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고 분투한 아버지, ‘군주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발견한다. 남자가 대개 서른이 넘으면, 아버지를 다시 떠올리고 재평가하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나이에 이르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가 반드시 한 번은 오기 마련이다. 미숙했던 이전과 달리 일방적으로 비난만 하던 시기를 벗어나, 가장의 입장에서 그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드리스가 상징적인 의미에서 군주 죽이기를 결심했음에도, 여전히 마음 속 한 곳에서는 오랫동안 그를 증오하면서도, 그에게 존경과 찬사를 바치는 것을 멈출 수 없었, 모순적이고 복잡한 심경에 상당히 공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농장의 여자 하인을 사랑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군주의 모습에서, 맨발로 농장 일을 하던 군주의 모습에서, 드리스는 부조리한 제도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자 분투했던 군주의 모습을 알아보게 된다. 드리스는 아버지에 대해 무엇보다 인간적인 연민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로소 아버지의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하고, 자신의 닮은 모습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을 계기로 드리스가 군주에 대한 저항하기를 체념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신 지금까지 드리스가 거부해왔던 가는 선안의 세계, 원 안의 세계에 기꺼이 머무르며 군주와의 일전을 보다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이해한다. 세계는 아직 건재하고, 자신의 욕구대로 세계가 움직일 리가 없음을 깨닫게 된 셈이다. 그러니까 드리스가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모와 고통까지 감지하고 발견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겠다. 그는 훗날의 교전 수칙과 무기를 새롭게 정비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막내 동생 하마드와 어머니의 죽음이 촉매가 되어 격화된, 군주에 대한 저항과 공격이라는 격렬한 화학반응은 프랑스로 떠나는 장면을 끝으로 훗날을 기약하는 셈이다.

 

앞서 드리스가 대립한 군주와 교사, 친구들은 모두 기존의 질서, 원 안에 머무르던 사람들이었다. 반면 드리스는 이 원 밖의 세계를 동경했고, 안과 밖을 구분하는 을 넘고자 했다. 다만 이때는 아직 미숙한 존재였을 뿐이다. 견고한 제도와 관습이라는 막다른 벽을 만났고, 이를 넘고자 한 일탈은 실패로 돌아갔다. 다시 원 안의 세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19세 흑인 무슬림 소년이, 자신을 가둔 원을 자각하고 탈출구를 찾고자 한 시도를 담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어느 더운 여름밤, 집에서 추방당해 밖을 배회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는 오히려 추위를 느꼈다. 제도와 관습 안에서 따뜻함에 길들여진 자신의 모습을, 단독자로서 새롭게 체험하는 장면이었다. 추위를 느끼면서 그는 끊임없이 출구를 찾고자 했다. 드리스는 집에서 추방당한 이 밤의 시간을 스스로 생생히 각인해두었다. 마치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처럼 보이는 그래서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니 ”(230)라고 되뇌는 장면은 그가 처한 실존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소설의 제목인 단순한 과거는 문법 용어 단순 과거복합 과거의 용법을 떠올리게 한다. 단순 과거는 과거에 이루어진 행위, 다시 말하면 지금은 그렇지 않은, 혹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과거와의 단절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드리스가 말하는 단순한 과거는 어쩌면 순진했던과거와의 결별인 동시에, 새로운 탄생을 예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드리스가 프랑스에 가서, 나 자신을 단련시킬 것이다”(360)라고 다짐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프랑스는 그가 단순했던 과거에 자신이 믿던 자유, 평등, 박애가 충만한 세계가 아니라, 여전히 어리석음과 추악함, 부조리가 만연해 있는 세계임을 알고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 대신 바로 자신의 자리에서 훗날 다가올 군주 죽이기의 일전에 대비하기로 하는 것이다. 그동안 스스로 단련하고, 무기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화자인 드리스가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고 출구를 찾는 과정을 거쳐, 이제 그는 이 모순 속에 머무르며 투쟁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건 화자가 새로운 차원으로 성숙해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는 연금술사로서 살았다. 아마도, 몇 년, 20, 60년이 나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화학자로 살 것이다.”(360)

 

이 마지막 독백 역시 상징적이다. 이 이야기는 한 소년이 성장하며 훗날 기존의 질서에 균열을 내고자 투사의 역할을 자각하며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달리 표현하면, 과거의 연금술사에서 벗어나 화학자되고자 선택하는 과정, 일종의 상전이(phase transition)를 경험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한 청년의 서사로 읽힌다. 드리스가 프랑스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책 속으로]

[1] "하미드는 샌들 한 짝을 들어서 이를 때려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사다리꼴 속으로 되돌아가, 자기 자리에 앉아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때 나는 파문당하기로 마음을 먹었다."(30)

 

 

[2] "그가 이번에 나한테 뱉은 침도, 그가 그전까지 뱉었던 침, 주먹질, 발길질, 따귀, 짓밟기 등에 더해질 것이다. 그 목록은 이미 길고, 저울은 기울어지고 있었다. 군주님, 나는 죄인으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37)

 

 

[3] "이 남자는 근본적으로 강하다. 그는 강한 남자를 만드는 두 가지 요소인, 시간과 망각을 결합해서 가지고 있다. 내가 언제나 보아 왔던 그의 모습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그를 증오하면서도, 그에게 존경과 찬사를 바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57)

 

 

[4] "나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내 방은 어둠에 젖어 있었다. 나는 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 (...)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었다. 가는 선, 가는 선, 불면증이 있는 아이가 엄마에게 자장가를 불러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나는 너를 불렀다."(77)

 

 

"나는 가는 선을 통해서 탈출했다. 그 선은 방 안에 섬광처럼 떨어졌다. 군주여, 당신의 꼭두각시를 보시오."(78)

 

 

"잠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면서, 눈꺼풀을 필사적으로 감았다. 처음에는 거미줄같이 가느다란 실이, 너무나 미세해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선이 나타났다. 그 선은 글자나 숫자, 또는 끊어진 선이었다. (...) 그리고 마지막에는 달리는 기차의 거대한 아우성 같아졌다."(79)

 

 

[5] "이곳저곳, 거의 모든 사거리마다, 거리의 어둠 속에서 오븐이 붉게 빛나고 있다. 이 도시는, 이 시간이 되면, 떨어진 말똥의 매콤함과 젖은 흙내가 뒤섞여 난다. 곧 가난한 사람들의 향기가 퍼질 것이다. 이 향기는 오래된 옷, 초록색으로 칠해진 오래된 벽, 광장을 뒤덮는 오래된 갈대에서 나온다. 구역에 따라, 이 향기는 속을 뒤집어 놓는 따뜻한 빵과 달콤한 과자의 냄새, 군중의 땀 냄새, 바부슈와 향신료 가게의 곰팡내와 섞일 것이다. 그리고 곳곳에 이 향기가 퍼질 것이다."(92)

 

 

[6] "나는 유대 부족에게 기름통을 붓고, 과거 중세 서사시에 나온 것처럼, 그들이 횃불에 산채로 타서 죽는 것을 구경하는 자들이 더 이상 아니었다. 또 메디나의 대추를 핥고, 화석을 숭배하는 자들도 더 이상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는 로슈 선생님이었고, 나의 형제들은 베라다, 뤼시앵, 치쵸였다. 나의 종교는 반항이었다."(96)

 

 

[7] "개도 공포와 같은 강한 감정을 인식한다고 한다. 분명하게, 나는 폭력이 설사처럼 안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106)

 

 

"이 남자가 갑자기 비굴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화학 교과서를 떠올렸다. (...) 로슈 선생님이 말했다. ‘너 같이 조용히 있는 사람이 폭력을 부른다. 더운 지방에서 가장 흔한 그림이 만년설을 그린 그림인 것처럼 말이야."(111)

 

 

[8] "나는 눈을 감았다. ‘아무 마라부나 좋습니다. 저는 당신께 애원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파산했습니다. 무엇이라도 해 주세요.’ 나는 눈을 다시 떴다. 가는 선은 쉬지 않고 나를 흔들었다. 가는 선은 선명해졌다. 모든 선이 눈앞에서 흐려지면서, 선은 매우 선명하게 보였다. 가는 선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흑인 남자다. 너는 몇 세대 전부터 백인과 교배해서 만들어진 흑인이다. 너는 지금 선을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 너는 알라를 전혀 믿지 않으며, 전설을 파헤쳐 분석할 수 있고, 프랑스어로 생각하고, 볼테르를 읽고, 칸트를 찬양한다. 그렇지만 너는, 네가 도달하려는 서양 세계도 어리석음과 추악함이 퍼져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네가 탈출하려는 그 추악함과 어리석음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지."(134)

 

 

[9] "어머니는 주먹으로 문을 치고 이마를 찧었다. 어머니가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슬람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울부짖는 소리는 끔찍했다."(170)

 

 

[10] "그리스인과 러시아인의 성자들이시여, 나는 당신들에게 간청했습니다. 당신들은 소원을 이루어주시고는, 저의 막냇동생을 빼앗아 갔습니다...... 유대인과 타타르인의 성자들이시여, 사람들은 당신들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당연하지요. 그러니 저 문을 열어 주세요...... 당신들이 원하신다면, 저는 유대인이 되고, 당신들이 원하신다면, 저는 타타르인이 되고, 개새끼, 쓰레기, 개똥이라도 되겠습니다. 제발 저 문을 열어주세요!" (171)

 

 

[11] "저를 입으로 불어서 한 줌의 연기로 날려 버릴 것인가요? 저는 천일야화를 더 이상 믿지 않습니다. 저는 말씀드립니다. 제 조건은, 당신이 신정 통치를 부성애로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가족이 필요합니다. 또, 관용과 자유도 필요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저의 교육을 위해서는 쿠란 학교까지만 보내셨어야 했습니다."(208)

 

 

[12] "나는 떠났다. 크고, 꼿꼿하고, 삐쩍 말랐었다. 그게 전부였다. 두 가지 오해였고ㅛ, 두 개의 탈출구였다. 나는 저주받았고, 저주받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나는 독특했다. 좋은 옷을 입었고, 소화 기관은 비었고, 땀구멍에서는 향기로운 기름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반쯤은 야성적, 반쯤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문을 박차고 나와, 사막과 같은 길과 밤 안으로 들어갔다. 우연히 세 번째 행인을 붙잡았다. 나는 추웠다."(229)

 

 

[13] "나는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지만, 식물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만 하는 모든 존재를 사디스트라고 부른다. 또, 나는 자신의 다른 능력, 경향, 가능성을 모두 희생시키면서, 자신을 특수하게 만드는 모든 존재를 사디스트라고 부른다. 나는 둘 다였다. 나는 내 안에 증오를 축적하는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이것은, 예를 들자면, 나의 다른 모든 능력을 희생시키고, 유럽식 교육 덕분에 발전한 나의 지식의 도움을 받았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였다. 이 역시 나는 무시했다. 나는 문학을 통해서 성장하지 않았다."(259)

 

 

[14] "저의 친구 중에 레몽 로슈라는 이름을 가진 늙다리가 있습니다. 그가 어제저녁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프랑스인은 너희 아랍인을 문명화하는 중이야. 고통스럽고, 기만적이고, 아무런 즐거움도 없는 일이지. 왜냐하면 만일에 정말로 너희가 우리와 동등하게 된다면, 내가 너에게 묻겠는데, 우리는 누구와 비교해서, 아니면 무엇과 비교해서 문명화되었다고 할 수 있겠니?"(271)

 

 

[15] ""나는 저 여자를 사랑했다." 이번에는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거기에 내 입술을 힘껏 비볐다. 나는 갑자기 그가 나와 닮았다고 느꼈다. 그는 고통을 느꼈고, 그 고통속에서, 그는 더 진실하고, 더 완벽하고, 더 인간적이었다."(307)

 

 

[16] "아버지는 속이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느꼈습니다. 과인이라고 부르지 않으면서 군주의 권위를 포기하고, 저에게 술을 따라 주고, 속내를 이야기하고, 현재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했죠. 아버지는 속이고 있습니다.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저를 가두었습니다. 저도 가두게 내버려두었죠. (...) 이런! 돌대가리를 연기하고 싶었던 고집덩어리인 것이었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신격화가 남았습니다. 그 차 사건을 바로잡은 놀라운 능력 말이죠. 저는 원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332)

 

 

[17] "나는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 예술가는 박수를 받거나, 아니면 야유를 받는다. 핵심은 예술가는 완전한 무관심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354)

 

 

[18] "나는 내가 지나온 과거에서 단 1그램도 놓치지 않았다. 나의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단순했다. 나는 게임을 했고, 내가 이겼다. 나는 반항했다. 나는 궁핍했고, 궁핍한 자의 반항이었다. 궁핍할 때 사람들은 반항하지 않는다. 프랑스 총영사관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봉건 영주들 앞에서, 그리고 또 무관심한 사람들 앞에서, 나는 궁핍하고, 천하고, 탈렙이라도 짓밟아 버릴 수 있는 지푸라기에 불과했다."(358)

 

 

[19] "프랑스에 가서, 나 자신을 단련시킬 것이다. 사람들은 앞다퉈 나에게 체념하고 사는 낡은 삶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사회개혁, 노동조합, 사회복지, 파업, 테러리즘과 관련된 사상의 더미 속에서, 그 무엇이라도 흡수할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연금술사로서 살았다. 아마도, 몇 년, 20년, 60년이 나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화학자로 살 것이다."(360)

 

 

[20] "군주, 당신에게 작별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곧 봅시다!"(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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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n****o 2024.01.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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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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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군주라고 칭하고 가정에서 군림하며 가족들에게 자신을 '과인'이라고 말하는 아버지. 어린 나이에 감금당한 채로 일곱 번의 출산을 겪고 더 이상 욕망도 분노도 없이 신에게 오직 죽음만을 간구하는 어머니. 마치 왕을 모시는 신하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아버지의 부당함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자식들. 모든 가족들은 '군주님'이라고 부르는 가장에 대한 복종 이외에 아무것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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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군주라고 칭하고 가정에서 군림하며 가족들에게 자신을 '과인'이라고 말하는 아버지. 어린 나이에 감금당한 채로 일곱 번의 출산을 겪고 더 이상 욕망도 분노도 없이 신에게 오직 죽음만을 간구하는 어머니. 마치 왕을 모시는 신하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아버지의 부당함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자식들. 모든 가족들은 '군주님'이라고 부르는 가장에 대한 복종 이외에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 
 
 

 


소설은 식민주의, 인종차별주의 등 종교와 민족을 떠나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탄압하는 비정상적이고 부조리한 권력을 강하게 반발하며 비판하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겪어야하는 침묵과 억압의 고통, 교육(혹은 훈육)과 인내심을 명분으로 육체에 가해지는 가학적 통증과 모멸감을 당연하게 여겼던 드리스는 프랑스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절대적 존재인 아버지(이슬람 세계의 지배층)에게 반항하기 시작한다. 그는 인종과 종교와 성을 차별하고 강압하는 이슬람인보다 근대적 문명을 상징하는 프랑스인에 더 친근함을 느낀다.


기득권층의 부정부패와 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비굴함과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모순, 그리고 아버지의 명령으로 간 페스에서 마주한 구태와 관습의 부조리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드리스의 혐오는 깊어진다. 더하여 페스로 날아온 막내동생의 사망 소식으로 그의 반항심은 절정에 이른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형제들을 모아놓고 이슬람 교리를 멋대로 해석하고 이를 빌미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맹비난하며 그에게 저항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늘 무기력하게 술에 취해 있는 맏아들 카멜과 아버지의 권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구경꾼 입장을 자처하는 다른 형제들은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드리스는 아버지를 향해 신정 통치가 아니라 관용과 자유를 지닌 부성애로서 가족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아버지의 이슬람 신정 통치는 종교적 차원에서도 온당치 않다고 비판한다. 더불어 그 자리에서 저항하지 않고 그저 침묵과 무관심 뒤에 숨어서 복종의 자세만 취하는 다른 가족들도 함께 질타한다. 이 사건은 드리스의 삶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다.  

 


집에서 쫓겨난 드리스는 자국 땅 모로코 내에서 유럽인에게 차별을 당하는 모로코인의 처지와 모로코 사회뿐 아니라 이방인 사회에서 아버지 핫지 파트미 페르디의 위치가 갖는 힘을 새삼 깨닫는다. 방향성을 잃어버린 반항. 속물적인 세상에서 책상머리의 이론에 그친 '자유, 평등, 박애', '동양 정신과 이슬람 전통과 유럽 문명의 공생'이라는 허위는 이슬람 사회의 기득권층이 지속적으로 악용해 누려왔던 특권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끼고, 비로소 자신이 현재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드리스의 귀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소설에서 20년이 넘은 가게 건물의 정면을 복원한 얘기가 세 줄에 걸쳐 짧게 나오는데, 페인트칠만 하면 될 줄 알았던 문을 살펴보니 경첩이 다 녹슬어 겨우 버티고 있더라는 가게 주인의 말은 당시의 모로코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 빗대어도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죽음은 구습과 가부장제의 틀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동시에 '과인'이라는 말을 거둔 파트미와 다른 세상으로 나아간 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아버지와 타협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지배계급에 대한 저항정신과 '곧 보자'는 선전포고를 마음 속에 담고 프랑스로 떠나는 드리스의 모습은 독립 전 모로코 사회의 혼란스러운 과도기적 모습을 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단원의 제목들이 독특하다. 드리스의 생물학적이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위치 등 그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 가부장제 관습에 따른 가정폭력의 한가운데 던져진 유년 시절, 프랑스인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그가 겪는 내적 갈등과 반항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현실적 한계에 따른 각성과 타협 등 주인공 드리스의 모습을 함축적이자 물리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1926년생 작가가 20대 초반에 쓴 소설로써 1950년대에 출간됐다. 초판 출간 이후 현지에서 상당히 이슈가 됐었다고 하는데, 모로코인이면서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는 작가가 이 작품 이후 어떤 글을 써왔을지도 자못 궁금해진다.

 

 

※ 출판사 지원도서

y******n 2024.01.2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단순한 과거』, 드리스 슈라이비 / 이슬람판 호밀밭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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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지점에서 주인공 드리스는 분노한다. 당대 프랑스령 모로코의 보수적인 기성세대를 향한 분노, 그리고 모로코와 이슬람 그 어디에서도 소속될 수 없어 느끼는 고립감은 주인공이 공격적인 어조로 세상의 변화를 촉구하게 한다. 단순히 프랑스를 깊게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 읽기 시작한 『단순한 과거』에서 나의 이야기를 발견했고 공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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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지점에서 주인공 드리스는 분노한다. 당대 프랑스령 모로코의 보수적인 기성세대를 향한 분노, 그리고 모로코와 이슬람 그 어디에서도 소속될 수 없어 느끼는 고립감은 주인공이 공격적인 어조로 세상의 변화를 촉구하게 한다. 단순히 프랑스를 깊게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 읽기 시작한 『단순한 과거』에서 나의 이야기를 발견했고 공감하면서 읽었다. 뒤로 갈수록 격앙되는 주인공 드리스의 감정을 수용하기 힘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저자 드리스와 주인공 드리스에게 '두 세계'란 상충하는 두 정신세계이기도 하지만 지리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두 지역이기도 하다. 『단순한 과거』 해설에 의하면 이들이 살았던 모로코의 도시 메디나는 전통적인 이슬람 동네인 구시가지와 프랑스의 식민지 건설 계획에 의해 탄생한 프랑스식 신시가지로 구분된다. 저자 그리고 주인공에게 구시가지는 모로코 전통주의를 상징한다. 그곳에는 전통주의, 보수주의, 민족주의, 흑인, 전통의상, 사원이 존재한다. 프랑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신시가지를 돌아다니는 일원이 되었고, 주인공과 저자는 프랑스인들의 복장을 한 채 유럽 문학과 과학지식을 배운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국가 표어를 가진 프랑스는 드리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반대로 이슬람 전통은 개혁되고 타파되어야 할 구시대의 산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근대식 교육을 받은 한국의 지식인을 떠올리면 되겠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드리스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프랑스 근대 교육을 드리스의 시선에는 이슬람 전통의 위선과 권위주의, 반인륜적 폭력들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신시가지에 가도 피부색이나 특별한 사회적 배경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리고 자유니, 평등이니, 박애니 사상을 외치던 그의 선생님과 친구들은 드리스가 필요로 할 때 선을 그었으며, 드리스와 권력자인 그의 아버지가 갈등을 겪을 때 아버지에게 협조한다. 두 세계 어디에서도 드리스를 환영해 주는 곳은 없다.

나에게 두 세계란 주말과 평일로 나뉜다. 주말에는 교회를 가고, 평일에는 현대사회에 속한다. 나는 주인공 드리스처럼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분노를 행동에 옮길만한 능력도 안된다. 하지만 한두 번씩 두 세계의 갭으로 인해 고뇌가 깊어질 때가 있다. 드리스와 같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나 혼자만의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기독교 사회의 위선과 독선, 그리고 현대 사회의 쾌락주의와 이기주의는 나의 세계가 아니길 바란다.

『단순한 시간』 결말에서 드리스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모로코 전통사회를 전복시킬 것을 꿈꾸며 아버지의 자본에 힘입어 프랑스로 유학길을 떠난다. 이 모순적인 상황까지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결국 드리스는 반모로코반유럽 정체성과 몽상가 기질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렇게 욕하던 아버지에게 손을 벌린다. 드리스는 서사가 진행될수록 현실과 이상의 격차를 느낀다. 그렇게나 욕하던 군주(아버지)를 자기 내면에서 발견한다. 결국 자신의 문화적 토대를 인정한다. 혁명은 모순적이지만 전통사회의 지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답답할 때도 있지만 모태신앙인 나는 결국 내 정체성의 토대를 긍정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한다. 때로 굴레처럼 느껴지지만 종교가 내게 베푼 은혜들을 부정할 수 없다. 유럽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독교 콘텍스트를 자연스럽게 접했기 때문에, 유럽 출신 위인들의 책을 읽더라도 이해도가 높았다. 선에 대한 가르침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했다. 쾌락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고 통제하게 했다. 이웃을 사랑하고 베풀어야 함을 알게 했다. 현대사회에도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의 다양성, 그리고 과학과 합리성은 매력적이다.

『단순한 시간』 해설에 따르면 드리스 슈라이비의 작품 세계는 모로코 이슬람 사회의 위선을 향한 분노를 담은 『단순한 과거』, 이어서 프랑스 유학 중에 마그레브 이민자로 살면서 겪은 차별과 고난을 담은 『숫염소들』,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긍정하는 것도, 권위적이고 구시대적인 이슬람 전통사회를 긍정하는 것도 아닌 모로코가 제3의 길을 추구할 것을 희망하는 『당나귀』로 구성된다. 드리스 슈라이비의 작품세계는 사춘기 청소년의 격렬한 감정 표현에서 경험이 쌓인 어른의 성숙한 표현으로 성장한다. 『단순한 과거』 본문만 읽었을 때는 주인공의 분노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해설에 드러난 슈라이비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나니 단편적인 시각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실 누구보다도 모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작가는 사후 모로코의 구시대와 화해라도 하듯 아버지의 묘소 옆에 안치되었다. 그게 드리스 슈라이비의 유언이었다고.

식민 지배를 당한 프랑스령 모로코에서 태어나 근대식 교육을 받고 자란 모로코 지식인들은 흡사 일제강점기의 한국 지식인들을 보는 것 같다. 『단순한 과거』은 당대 마그레브 지식인들의 내면 묘사가 눈에 띈다. 윤동주의 시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만세전』처럼 주인공 드리스에게서는 분노와 함께 무력감도 느껴진다. 정말이지 닮은 구석이 많다.

한편 그런 생각을 해본다. 『단순한 과거』만 봐서는 드리스 슈라이비는 친불파 매국노이다. 슈라이비를 향한 분노는 일제 강점의 역사를 이해하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드리스 슈라이비는 위선과 억압된 사회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여과 없이 진실되게 표현했다. 누가 읽더라도 거북하지 않을 만한 소설을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단순한 과거』은 자기성찰과 사회비판으로 거짓 없이 써 내려갔다. 사회적 파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문학적 공마저 부정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친일파 지식인들을 단순히 나쁜 놈들로만 보는 것이 옳은 시각일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의 정치적 스탠스를 민족주의적 정서 상 비판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급변하는 사회에서 겪어야만 했던 고뇌와 자기성찰 등 내면의 이야기를 듣기 거북하다고 귀를 닫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아닐까. 세상에 단순한 건 없다. 모든 것은 입체적이다. 세상에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것은 없다.

역사적 유사성, 그리고 개인적 동질감 때문인지 내용들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고 공감하며 읽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희생하며 살아가는 어머니, 그리고 부모의 기대를 받는 청년인 주인공 드리스. 배경이 모로코일 뿐, 한국에서도 충분히 누군가가 겪었을만한 이야기였다. 나는 드리스와 군주(아버지)가 서로 말싸움을 하는 세 번의 장면이 모두 흥미진진했다. 이 장면들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사건이 종결될지 궁금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m******************2 2024.01.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단순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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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단순한과거모로코는 1912년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었다. 프랑스는 모로코에 '문명화' 논리를 앞세워 유럽식 신도시를 조성한다. 작가 드비스 슈라이비는 '아랍 전통문화와 서양 근대문화가 공존하는 시대'(376p) 에 살았다. 그는 이슬람 문화 속에서 태어나 쿠란 학교를 다니며 아랍어와 이슬람 교리를 배웠으나 초등학교 때부터 프랑스 학교를 다니며 프랑스 문화와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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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단순한과거

모로코는 1912년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었다. 프랑스는 모로코에 '문명화' 논리를 앞세워 유럽식 신도시를 조성한다. 작가 드비스 슈라이비는 '아랍 전통문화와 서양 근대문화가 공존하는 시대'(376p) 에 살았다. 그는 이슬람 문화 속에서 태어나 쿠란 학교를 다니며 아랍어와 이슬람 교리를 배웠으나 초등학교 때부터 프랑스 학교를 다니며 프랑스 문화와 언어, 문학을 접한다. 이 책은 프랑스에 건너가 쓴 첫 소설로 프랑스가 아닌 모로코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조국을 배신한 작가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이슬람 문화에서 가장의 권위는 군주에 가깝다. 소설 속 주인공 드리스의 아버지 핫지 페트미 페르디는 자식들에게 군주라고 불리고 스스로를 과인이라고 칭한다. 아버지는 '핫지(순례를 갔다온 사람)'면서 부자이기에 남다른 권력을 가진다. 그 권력은 가부장으로서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반강제적으로 결혼하게 된 어머니는 아들 7명을 낳고 남편을 하늘처럼 떠받치며 산다. 남편의 말은 법이고 그는 가족의 모든 일상을 통제한다. 심지어 밥 숟가락을 드는 것 조차도. 가부장적인 폭력은 일상이다. 프랑스 학교를 다니며 바칼로레아를 준비하는 둘째 아들 드리스는 점점 서양화되며 기독교를 접하게 되고 이슬람 전통인 아버지의 권위에 서서히 반항하기 시작한다. 일상적이며 당연했던 현재의 삶에 드러난 여러 부조리와 폭력이 그의 눈에 부당하게 보이기 시작하며 폭군인 자신의 아버지를 항거할 기회를 찾는다.

??군주의 아들이라는 자부심을 느꼈고, 나병처럼 퍼지는 군주의 주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무기력과 분노를 느꼈고, 그(핫지 시 케타니 선생)가 복종하는 것을 보며, 심지어 초월적이고 영롱하기까지 한 즐거움을 느꼈다. 나는 무의미한 말과 생각과 폭력을 표출했다. 에너지를 행동으로 바꿔 사용했지만, 그 결과는 군주의 영광으로 나타났을 뿐이었다.(112p)

차(茶)를 파는 아버지는 파산을 하게 되고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라며 드리스와 부인을 외가에 보낸다. 그 사이, 드리스와 가장 친했던 병약한 막내 동생 하미드가 죽는다. '규범에 어긋나고, 금지되었던 많은 작은 것들(149p)' 을 공유한 드리스와 하미드,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다른 형제들에 의해 비밀은 드러나고 분노한 군주는 아들을 죽이게 된다. 집에 돌아와 하미드를 죽인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드리스는 아버지를 단죄하고 혁명을 일으키려 하지만 아버지의 권위와 부에 길들여진 형제들과 어머니는 동의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으로 자식을 죽인 죄를 씻었다 여기는 아버지는 드리스를 내쫓지만 이후 바칼로레아에 합격한 아들을 다시 받아들이려 한다. 드리스는 아버지를 죽이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만 눈앞에서 죽은 어머니를 보게 되고 파산한 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 아버지의 절대 권력 앞에 좌절하며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키지 못하고 '유예'시키고 만다.

이슬람 문화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가부장 아래에서 40년 인생을 애 낳고 노예처럼 산 어머니는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자신을 죽여줄 것을 기도한다. 큰 아들은 아버지의 돈으로 술에 찌들어 살고 둘째를 제외한 아들들은 무기력하다. 가족 이상으로 여겼던, 로슈 선생과 친구들은 드리스가 궁지에 몰렸을 때 어쩔 수 없이 권력자인 아버지 편에 선다. 그들은 위선자들이었다. 서양문명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참고 견디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359p)'며 반항을 다음으로 미룬 드리스는 결국 아버지의 돈으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며 훗날을 기약하게 된다.

??소수문학의 경우, 대부분 협소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는 즉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더 큰 차원에서 정치적인 것과 연결된다. [단순한 과거]도 문제들은 대부분 가족 내부에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개인적인 갈등에서 발생하지만, 그 문제들은 즉시 이슬람 종교 집단의 권위주의와 교조주의,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모로코 기득권 세력의 횡포, 프랑스 식민 통치의 위선적인 정책 등과 연결된다. (385p)

읽으며 내내 충격적이었던 이 책은, 종교와 가부장제가 결합돼 비정상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가장과 그것에 길들여진 가족들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드리스가 혁명을 꿈꾸기 위해 갈등하고 부서지고 타협해가는 과정은 처절하다. 미래의 혁명을 위해 과거는 단 하나도 지워질 수 없다. 혁명의 대상으로 수렴되기에 단순하다.

#단순한과거 #드리스슈라이비 #을유문화사
#세계문학 #소설 #소설추천
i********g 2024.01.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 리뷰] 억압과 위선에 대한 한 청년의 반항_ 단순한 과거
"[[책 리뷰] 억압과 위선에 대한 한 청년의 반항_ 단순한 과거" 내용보기
가족들에게 자신을 '과인'이라 호칭 하며 아내를 '여편네' 라 부르고 자녀들에게는 군주로 대우 받으며 살아가는 아버지, 상상만 해도 그 가족들의 지옥 같은 삶이 느껴진다.   작가소개: 드리스 슈라이비(1926~2007) 작가 드리스 슈라이비는 이슬람 문화 속 부조리했던 교육과 가치관을 배워 온 삶을 배척하며 모로코에서 프랑스어로 된 문학의 토대를 놓은 첫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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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자신을 '과인'이라 호칭 하며 아내를 '여편네' 라 부르고 자녀들에게는 군주로 대우 받으며 살아가는 아버지, 상상만 해도 그 가족들의 지옥 같은 삶이 느껴진다.

 

작가소개: 드리스 슈라이비(1926~2007)

작가 드리스 슈라이비는 이슬람 문화 속 부조리했던 교육과 가치관을 배워 온 삶을 배척하며 모로코에서 프랑스어로 된 문학의 토대를 놓은 첫 세대 작가라고 한다.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모로코의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이중의 언어, 문화로 인해 불안한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며 그 안에서 극단적으로 자신을 표현한 작가이기도 하다. 외부의 적인 프랑스에 대항해 투쟁하기보다 소설에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권위에 대항하는 청년을 소재로 모로코 지배계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써 조국에서 반역자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니 그는 상당히 소신이 뚜렷해 보인다.

 

 

책 훑어보기

 

소설은 작가의 삶이 투영된다고 했는데 이 작품은 드리스 슈바이비의 자서전이라 말할 만큼 공통점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주인공의 이름이나 각각의 상황들이 유사해 독자들이 그렇게 짐작했나 보다.

자신을 군주라 호칭하는 가부장적 아버지는 아내의 순종하는 삶을 당연시하며 5명의 아들에게도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한다. 주인공 드리스라는 인물은 아버지의 강압적인 폭력에 반항해 보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높은 산이기도 하다. 자신이 죽는 것이 소원이라며 늘 기도하는 어머니는 결코 종속된 삶을 탈피하지도 죽지도 못하는 말 뿐인 복종의 삶을 살아간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는 지배자인 아버지가 있고, 제일 아래에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어머니가 있다. 그 사이에 5명의 아들들이 인간이기보다 그저 아버지에 종속된 장난감처럼 숨을 죽인채 명령을 기다린다.아버지는 줄곧 군주로 지칭되며 가끔 '핫지'로도 불리는데 이는 회교도에게 주어지는 자랑스러운 칭호로 존경받고 있다는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다.

 

 

드리스는 이러한 아버지를 거짓된 종교인이며 위선적임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어린나이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간 쿠란 학교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거부할시에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억압뿐이다. 이후 프랑스 학교에 드리스를 보낸 것도 아버지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상업적 부르주아지의 예를 그대로 보여주어 드리스의 반항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와 드리스 아버지와의 사업적 관계에 불이익이 올까 드리스를 모른 척하고 믿었던 신부님과 선생님 조차도 드리슈를 지지하지 않고 식민주의자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프랑스 식민정권아래 투쟁하는 것이 시대적 대의였으나 문학이 그 부당함을 증언하는 역할을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모로코의 가부장적 제도를 비판했다. 치밀한 계획하에 자신보다 나은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삶의 방식은 결국 드리스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함을 인식하고 휴전하듯 반항을 접는 모습은 결국 인간이기에 받아들여야만 하는 단순함으로 보이기도 했다.

 

 

 

 

책을 읽은 후 감상

 

 

총 다섯장의 목차로 구성된 이 책은 기본 요소, 전이 기간, 반응, 촉매, 합성 원소라는 특이함으로 마치 화학 실험과 유사한 구성이다. 기본 요소에서는 사건의 인물이 자세히 언급되고 드리스가 끊임없이 반항할 수 밖에 없는 동기들이 드러난다. 아버지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된 어린시절, 어머니의 처절한 소외감, 절대적인 권위로 군림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끊임없이 드리스의 독백으로 보여졌다. 읽는 내내 고구마 한 박스를 먹는 느낌이었다.

 

뜬금없이 흘러나오는 메뚜기 장수 압부영감의 퇴폐적이고 음란한 발언들은 드리스가 아버지에 대한 반항을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또한 동생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더욱 강렬하게 자신의 반항심을 형제들과 어머니도 함께 느끼게 하고 싶었으나 거절로 돌아오는 부분은 좀 절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책의 제목이 왜 단순한 과거였을까 생각해 본다. 1장에서 드리스가 줄곧 내적으로 반항하다가 단락의 제목처럼 전이 기간을 거쳐 외적으로 드러내는 원소들이 충돌하고 촉매 작용을 거치며 새로운 것을 추출한다는 뜻이었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p*****8 2024.01.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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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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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을 가진 사업자이자 종교인인 아버지, ? ? 어린 나이에 감금되어 7명의 자녀를 출산하고도 노예처럼 살아가는 어머니, ? ? 부당함을 알지만 침묵하는 형제들, ? ? 그런 침묵을 깨고 종교와 가부장제도에 반기를 든 '드리스'라는 청년의 이야기이다. ? 이 소설로 인해 작가 드리스는 긴 유배를 떠나게 되는데,  작가가 유배를 떠나면서까지 책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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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을 가진
사업자이자 종교인인 아버지,
?
?
어린 나이에 감금되어
7명의 자녀를 출산하고도
노예처럼 살아가는 어머니,
?
?
부당함을 알지만
침묵하는 형제들,
?
?
그런 침묵을 깨고
종교와 가부장제도에
반기를 든 '드리스'라는
청년의 이야기이다.
?

이 소설로 인해

작가 드리스는 긴 유배를 떠나게 되는데, 
작가가 유배를 떠나면서까지
책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들이 무엇이었을까?

 

종교라는 이름으로 

한 가정의 군주 아래에 

답답하고 절망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드리스 가족들의 모습이

모두 너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책을 덮으면서까지 

먹먹함과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단순한과거 #세계문학 #소설 #소설추천 #을유문화사

 

** 해당 도서는 을유문화사를 통해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d********a 2024.01.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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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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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드리스 슈라이비의 [단순한 과거]는  모로코 출신 작가의 작품으로 프랑스령으로 지배받고 독립되기 2년 전인 배경을 다룬 소설이다.       7명의 아들을 둔 상인이자 스스로 군주라 불리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드리스란 인물의 시선으로 그린 내용은 종교와 가부장제, 여성들의 삶을 다가적인 관점으로 그린다.       어린 시절부터 이슬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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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드리스 슈라이비의 [단순한 과거]는  모로코 출신 작가의 작품으로 프랑스령으로 지배받고 독립되기 2년 전인 배경을 다룬 소설이다.

 

 

 

7명의 아들을 둔 상인이자 스스로 군주라 불리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드리스란 인물의 시선으로 그린 내용은 종교와 가부장제, 여성들의 삶을 다가적인 관점으로 그린다.

 

 

 

어린 시절부터 이슬람이란  종교와 그 교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이후 프랑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프랑스 학교에 입학, 성장하면서 바칼로레아 시험을 앞둔 상태에서 드리스는 아버지의 엄한 가장으로서의 폭력에 맞서지만 이룰 수가 없다.

 

 

이후 막냇동생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과 말, 엄마의 틀에 갇힌 삶과 그  안에서  하나의 생산도구이자  남편에 대해 순종적이기만 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드리스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면서 정면으로 부딪치고 집을 나오게 된다.

 

 

기존의 아프리카 문학을 통해 다룬 내용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결을 유지하는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출간당시를 생각하니 상당히 파격적인, 작가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솔직하게 비판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 내에서 서구 열강 세력에 의한 지배와 그 틈바구니 속에서 그들이 지닌 이슬람이란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 교리가 전하는 가부장제에 의한 집안 내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권력과 위력, 자식들이나 아내에게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무소불위의 파워를 저자는 한 개인의 가정을 통해 당시 모로코가 지닌 처지를 그린다.

 

 

종교에 따르는 올곧은 이미지 뒤에 감춰진 프랑스 권력과의 결탁, 자선이라고 불리는 행위 뒤에 감춰진 부자들의 위선행위, 아내에 대한 처우와 그녀 스스로 이를 감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듯 순종과 복종에 대한 일치된 삶, 여기에 이슬람과 서구 문명을 동시에 겪은 주인공의 경계에 선 위치는 사뭇 그 스스로도 강인한 어필을 하지만 힘에 겨운 상황임을 느끼는 과정을 때론 격렬함이, 때론 비유와 은유, 몽환적인  글로 이어진다.

 



 

 


저자는 아버지란 존재를 통해  모로코가 지닌 정치적인 행위와 일반인들의 삶 속에서 흐르는 가난과 부에 대한 처지, 여기에 드리스가 믿었던 친구와 선생님, 신부에 이르기까지 결코 그에게 잊을 수없는 각인을 시킴으로써 또 하나의 인생 도전이자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갈 그림을 부여한다는 데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긴장감과 함께 그렸다.

 

 

 

사실 주인공의 이름이 저자의 이름과 동일하고 자라온 환경도 비슷해서 자전적 소설형식이 아닌가 했었는데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하나의 소설로써 저자 자신의 인생의 일정 부분을 녹여낸 듯싶었다.

 

 

 

- “침묵도 의견이다.”

 

 

모국과 서구란 양쪽 모두를 경험한 드리스가 바라본 느낌은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 탄압의 종류를 모두 드러낸 듯 보인다.

 

 

부당함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하는 자식들, 자식의 죽음에 관련된 비애 속에 잠긴 엄마, 인종차별과 식민지국민으로서 겪는 이 모든 한계점에 도발과 도전하는 드리스란 인물을 통해 제목 자체가 의미하는 '단순한 과거'는 말 그대로 단순함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반항을 그렸다는 점에서 왜 이 작품이 카뮈의 '이방인'에 비견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로코 출신이면서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저자의 인생을 살펴보면서 아프리카권의 작가들 중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몇 명의 작가들이 떠올랐는데, 서구 작품세계에서 이들의 활약이 프랑스어권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른 만큼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m*******n 2024.01.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