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저자는 6.25 당시 국군 중위로 참전했던 이대용 예비역 준장이다. 책 제목에는 6.25 당시의 두 전투인 춘천 전투와 낙동강 교두보 사수만 나오지만, 책은 단 두 번의 전투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1부에서 5부까지는 해방 후부터 6.25가 일어나기 전까지의 국내외 정세를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36쪽에 나오는 당시 남북한 군사력 비교 표를 보면 정말 참담하다. 병력을 비롯한 대부분 항목에서 북한의 절반 혹은 그 이하의 수준이고, 전차와 자주포는 아예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흘만에 수도를 뺏기고 순식간에 낙동강까지 밀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지만, 의외로 북한의 그런 작전계획을 틀어지게 만든 전투들이 있었다. 그게 바로 책 제목에 나오는 춘천전투, 6부의 춘천지구 전투이다. 그 3일 11시간의 전투가 북한의 작전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고 우리에게는 미군이 참전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바로 이 6부는 이대용 중위가 6월 25일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일어난 일을 기록한 내용이라 언뜻 처음에는 소설의 한 단락처럼 보이기도 한다. 앙드레 모로아 대위의 책에 대한 얘기와 뜻밖의 비상연락, 그리고 전투 준비. 그 뒤를 이은, 직접 겪은 전투에 대한 생생한 서술은 그 옛날 전쟁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장하면서도 슬프고 그러면서도 장엄하다. 전투 중 부상당했음에도 병원에서 붕대를 감고 나서는 완치도 되기 전에 전우들이 있는 최전선에 원대 복귀해 전투를 치렀던 일화들은 예전 6.25 소재 영화들에서 만들어낸 픽션이 아니라 실제 경험담들이었던 거다. 그리고 6.25 전쟁 초기 3개월간의 장교 전사자 수가 6.25 전쟁 전체기간 총 장교 전사자 수의 70%였다는 자료는 초기 3개월이 얼마나 처절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 책의 마지막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국민을 도와준다’로 맺어져 있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기적적으로 일어섰던 것은 망국의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국민의 의지가 강렬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승만 대통령의 외교력도 중요한 변수였지만, 나라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바칠 각오로 나섰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미국과 UN이 나서줄 때까지의 시간을 벌 수는 없었으리라. 세대, 성별, 그 외 이런저런 집단으로 갈라져 갈등하고 혐오하는 세태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류가 꺾을 수 없는 호국정신이 우리 국민성 안에 내재되어 있으리라는 희망을 본 책이었다.
덧붙임) 유튜브에서 「6.25드라마」로 검색하면 「KBS같이삽시다」라는 채널명으로 1978년작인 특집드라마 『6.25』가 나온다. 컬러방송이 시작되기 전이라 비록 흑백이고 화질도 요즘과 비교하면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큐필름을 보는 듯한 리얼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정동환, 백윤식, 민욱, 민지환, 주현, 장항선, 장학수, 신구, 김성겸, 김병기, 황정아, 이치우, 문오장, 안옥희, 한혜경, 남일우 등 원로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건 덤. 당시로서는 워낙 대작이라, 아마 MBC의 『여명의 눈동자』처럼 그 시절 KBS소속 탤런트들을 총동원해서 제작했을 듯... 개인적으로 6.25 관련 작품 중 고(故) 나시찬의 『전우』와 탑을 다툴 명작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6.25 관련 고전드라마를 보고픈 분이 계시다면 강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