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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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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글을 잘 써보려고 무진 애를 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뭐가 씌었는지 앞뒤 가릴 것 없이 뭔가를 탐했었죠. 그게 진정 글을 위해서였나, 하면 사실 그 대답 또한 마뜩치는 않습니다. 어찌됐든 뭔가를 갈구했었죠, 그것이 글로서 무언가를 이루어 보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시기이기에 어쩌면 글에 대한 갈구였나 하고 생각을 할 뿐입니다. 그랬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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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글을 잘 써보려고 무진 애를 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뭐가 씌었는지 앞뒤 가릴 것 없이 뭔가를 탐했었죠.

그게 진정 글을 위해서였나, 하면 사실 그 대답 또한 마뜩치는 않습니다.

어찌됐든 뭔가를 갈구했었죠, 그것이 글로서 무언가를 이루어 보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시기이기에 어쩌면 글에 대한 갈구였나 하고 생각을 할 뿐입니다.

그랬던 그 시기에 저에게 어쩌면 벽처럼, 어쩌면 환희처럼 다가온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를 해 드리려 하는 박상륭과 시인 백석 입니다.

 

그 당시는 닥치는 대로 글심을 높여보려고 했습니다. 괜찮다 싶은 글이 있으면 필사를 하고, 문장력에 관련된 책들도 무던히 읽었습니다. 여타의 꽤 많은 책들을 읽어댄 것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런데 그런 문장력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런 책들에 보면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쉽고, 간결하게입니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당시에는 서정이라는 단어는 단지 문단 권력에 찌든 이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대단치 않은 내용을 포장하기 위한 말장난일 뿐이라는 어처구니 없을 만큼 오만한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결함만이 미덕이고, 우아함이요, 중요함은 그 내용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발로에서인지 군더더기 없이 짧고 곧게 뻗은,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김훈의 글을 좋아했습니다. 많이도 읽고 써댔지요. 그러던 시기에 벼락처럼 맛닥들인 사람이 바로 박상륭과 백석이었습니다.

도무지 시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시절 백석의 시는 제 가슴을 짓뭉게 버렸고, 서정 따위라고 생각하던 시절 박상륭의 소설은 저를 나락에 빠지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고루한 비유를 갖다 대자면 모차르트를 본 살리에르와 같다고 할까요 

다만 저는 좌절과 동시에 또한 유쾌함을 느꼈습니다. ‘이런 차원의 글도 있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 서론이 너무 길어 졌네요.

박상륭의 글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되어 버립니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오늘 소개를 해드릴 책은 박상륭 소설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열명길입니다.

혹자는 죽음의 한 연구를 먼저 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 열명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처음 접했을 때 이해하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심각할 정도로요.

박상륭의 소설은 어찌 보면 난해한 암호와도 같습니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뭐가 이래?’ 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나마 열명길은 기존의 소설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다지 난해하진 않지만 다른 책들을 보면 좌절감(?)을 맛볼 때도 간혹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법무연수원 속독 교재를 만들 때도 난해한 읽을 거리로 죽음의 한 연구도입 부분을 넣기도 했죠~^^;;

아무튼 열명길은 그런 박상륭의 작품 중 총 8편의 중/단편 소설들을 엮은 책입니다. ‘열명길이라는 책의 제목도 그 중 세 번째에 실린 단편소설의 제목이죠. 내용은 따로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내용을 미리 알고 읽는 것만큼이나 지루한 독서는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요.

거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점철되어 뻘이나 진흙을 생각나게 하는 그의 문체는 열명길에서부터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유의 비유에 다시 은유를 섞어 쓴 그의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말도 안되는 비유를 말이 되게끔 엮어놓았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문장은 길면서도 흐트러짐이 없고, 노랫가락처럼 뻗어가며 음을 잉태하기도 합니다.

, 저로서는 더 표현 할 방법이 없네요.

그런데 이 책을 소개해 드리면서 몇 가지 염려가 되는 부분은 첫째로, 문학 작품이라는 것이고, 둘째로 박상륭의 글들이 대부분 종교 색이 짙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자가 문제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무신론이기 때문에 그의 글이 괜찮았겠지만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점을 염두해 두시고 읽어보신다면 책을 읽으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특정 종교를 비방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딱히 눈에 띄지 않으니까요.

저 또한 오늘도 가방 안에는 열명길이 들어있습니다.

박상륭이라는 산을 오르고 다시 구릅니다.

그래도 입술을 비집어 나오는 유쾌함을 감출 수가 없군요.

그리고 집에 꼿혀 있는 박상륭의 전집(딱히 전집으로 나온건 아닙니다.)을 보면 푸짐해 집니다. 아직도 넘겨야 할 책장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YES마니아 : 로얄 i*******m 2010.03.19. 신고 공감 1 댓글 0